...
(델무어 장원에 가던 길에 난 길드원들에게 줄 씨앗을 살 겸 소작촌에 들렀다. 델무어 소작촌은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농부들로 북적거렸다. 아낙내들은 새참을 챙겨 농부들에게 전해주었고 판토는 쟁기를 매고 논을 갈고있었다......)
...?!?!??!!
(판토? 소도 아니고 판토라니? 고개를 돌려 판토를 바라보았다. 점박이 무늬의 판토는 굉장한 속도로 달리며 논에 고랑을 내고 있었다. 심지어 주변에 이를 제어하는 농부도 없었다. 아무리 마족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농사란 것을 이해하고 잘 할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니 그보다, 애초에 사람에게 적대적인 판토가 어째서 농사를 돕고 있는거지?)
...
(난 판토에게 다가갔다. 판토는 이미 논 전체를 갈고 벌렁 드러누워 쉬고있었다. 그러다 상체를 벌떡 일으켜 나를 바라보았다. 클로킹 상태인 나를 말이다! 판토는 긴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리며 나를 똑바로 보고있었다. 난 당황해 뒷걸음질을 쳤다. 판토는 잠시 헥헥 거리고는 다시 누워버렸다. 날 본건 우연히 그쪽을 바라본것 뿐이었을까? 난 주변의 농부에게 갔다)
-아. 저 판토 말이슈? 나도 잘 몰러유. 가끔씩 와서 농사를 도와주고 품삯을 받아가유. 처음엔 마족이라 무서웠는디 이젠 귀여워 보이기두 하구... 뭐 판토종족이랑은 신수의 날 이전엔 잘 지내기도 했으니 그때 놈인가 싶기두 하구유.
...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볼일을 다 보고 다시 찾은 소작촌의 한켠에서 농부들이 판토에게 품삯을 주고 있었다. 판토는 곡식과 과일이 든 꾸러미와 실버 몆푼을 품에 앉고 꾸벅 인사를 했다. 난 숲속으로 들어가는 판토를 따라갔다.)
...
(판토는 숲속의 동굴로 들어갔다. 원근왜곡을 사용해 속을 들여다보니 내부에는 아우쿠라스가 따듯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판토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구릿빛 피부의 여성이 빛을 쬐며 들고온 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들어오시죠
...!!
(여성은 혼잣말처럼 툭 내뱉었지만 난 그것이 나에게 한 말이란 것을 알았다.)
-...아까 밭을 갈다가 당신을 느꼈을땐 살짝 당황했어요. 혹시나 공격하는건 아닌지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에게서 적의는 없더군요. 그리고 당신을 상대하기엔 저도 굉장히 피곤했고요(웃음)
-왜 그러고 있냐고요? ...당신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따라오세요.
(여자는 짐을 싸고선 다시 판토로 변신했다. 그리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어느정도 들어가자 덤불로 막힌 곳이 보였다. 판토, 아니 그녀가 손짓을 하자 덤불이 겉히고 탁 트인 공터가 나타났다. 델무어 근처에 이런 공터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녀는 공터 가운데에서 부드럽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잠시 뒤, 공터의 중간중간에서 작은 뿔 들이 빼꼼히 올라왔다.)
...
(어린 판토들이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몇몇은 그녀 뒤에 숨어 나를 경계했다. 하지만 곧 그녀가 가지고온 보따리에 정신이 팔려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정신없이 과일을 먹는 판토새끼들을 바라보던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
-이 아이들은 제가 어미인줄 알고 있어요.
-....사실 틀린 말은 아니죠. 이 "형태"는 저들의 어미가 맞으니까요.
-제가 한 판토를 잡아, 그 가죽을 취했을때, 저 아이들이 나타났어요. 혼란스러워 하더군요. 어미의 채취를 풍기고 어미와 똑같이 생겼지만 어딘가 다르다는걸 느낀듯 했어요. 전 그때 아이들의 표정을 잊지 못해요...
-전 이 아이들을 버릴수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평생 돌볼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래서 전 다시 한번 사람과 판토의 공생관계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이 아이들이 좀 더 성장하면 전 아이들과 함께 델무어 소작촌에 갈거에요. 거기서 사람들을 도우며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겠죠. 그렇게 한 세대, 두 세대가 지나면 판토들도, 사람들도 모두 함께 행복할수 있을거에요.
(난 가지고 온 모든 씨앗을 판토들에게 주었다. 공터를 빠져나오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린 판토 몇마리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느 스카웃..... 아. 참고로 덧붙히자면, 그 여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었다.
-어느 스카웃의 수기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