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티탄 아그라마르는 뒤틀린 황천을 돌아다니던 중 한 세상을 발견했습니다. 이 행성에 세계혼은 잠들어 있지 않았지만 풍부한 생명의 에너지를 품고 있었습니다. 이 충만한 생기 속에서 거대한 식물들이 태어났고 끝없는 굶주림을 가진 이 식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산맥을 이루었습니다.
아그라마르는 이 행성, 훗날 오우거들은 다루가르, 아라코아들은 라크샤라 부르며 결국엔 드레노어라 불리게 될 행성을 바라보고 이대로 놓아 둔다면 행성의 미래는 모든 것이 사멸한 황무지일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세계혼은 잠들어 있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질서를 추구하는 아그라마르는 이 행성이 그런 미래를 맞이하도록 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개입할까 고민했지만 그랬다간 행성이 파괴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드레노어로 손을 뻗어 폭풍, 바람, 대지, 물 에너지를 빚어내 가장 큰 산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러자 산이 생명을 얻고 두 다리로 일어섰습니다. 아그라마르는 이 창조물에게 그론드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그론드는 드레노어에서 아그라마르의 대리인이 될 존재였습니다.
그론드는 아그라마르의 명에 따라 거대한 식물 군락 '영원성장'을 정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원설장의 일부가 뜯겨져 나가며 사멸하자 다른 모든 식물들이 이를 느끼며 전율했고 이러한 위협에 맞서고자 포자더미(식물들을 뜻합니다) 또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강력한 식물 거인 셋이 일어났고 이들은 각각 늪지와 버섯으로 가득한 '장' 태고의 삼림으로 뒤덮힌 '보탄' 그리고 무성한 정글로 이루어진 '나누'였습니다.
그론드와 세 포자더미는 격돌했고 거대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드레노어의 모든 식물들 즉 포자더미는 서로 모든 의식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세 포자더미는 일치 단결하여 그론드에 맞섰습니다만 가장 먼저 장이 그론드의 손길에 반으로 찢겼습니다. 쓰러진 장은 훗날 장가르 해라고 불리는 버섯이 무상한 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번째로 나누가 그론드의 주먹에 맞아 쓰러졌고 그의 부서진 몸통은 훗날 타나안 밀림으로 알려지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셋 중 둘을 쓰러트리자 그론드 역시 많은 상처를 입고 말았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나누는 이 상처 속에 덩굴을 박아 넣어 이 거인을 쓰러트렸습니다. 그론드의 거대한 시체는 훗날 나그란드라 알려지는 지역의 산맥을 이루었습니다.
2
이 전투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은 새로운 유형의 생명들을 낳았습니다. 장과 나누와 보탄에게서 떨어진 씨앗과 뿌리는 강대한 제네사우르로 나타났고, 그론드에게서 떨어진 바위로부터는 거대괴수라 불리는 존재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그론드에게서 떨어진 파편에 원소 에너지가 깃들었고 이로써 드레노어에 최초로 물리적 형태를 갖춘 원소 정령들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 중 가장 강력한 네 존재, 불의 격노 인시네라투스, 물의 격노 아보리우스, 대지의 격노 고르다우그, 바람의 격노 칼란드리오스는 그론드의 유골에 자리를 잡았고 이 곳은 훗날 정령의 옥좌라 불리었습니다.
드레노어에 거대괴수들이 등장하자 아그라마르는 이 생명체들이 보탄을 무찌르고 균형을 찾아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했고, 아그라마르는 그론드의 유해로부터 거대한 바위 원반을 빚어낸 뒤 그곳에 티탄의 마력 룬을 새겼습니다. 그리고 거대괴수들의 바위투성이 피부에 결합했습니다.
이러는 동안 보탄과 제네사우르는 영원성장을 보살피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습니다. 아그라마르는 그 치유 작업이 다 끝나기 전에 거대괴수들을 투입했고, 자신이 그간 관찰하며 알아낸 이 식물 생물체들의 약점들을 거대괴수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때 아그라마르는 저 머나먼 곳에서 퍼지는 에너지 파동을 느꼈습니다. 그 파동은 별무리의 죽음으로부터 전해진 것이었고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떠나야만 했습니다. 거대괴수들은 아그라마르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의 약속을 굳건히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돌아오지 못 했습니다.
3
주인의 운명에 대해 알지 못 하는 거대괴수들이었으나, 그들은 주인이 내린 임무를 수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임무는 너무나도 거대했습니다. 영원성장은 이미 드레노어의 상당 부분을 집어삼켰고 그만큼 보탄의 힘도 커졌습니다. 보탄의 몸은 옛날 그론드보다도 더 크게 성장했고 수백 마리의 제네사우르가 그의 곁을 지켰습니다. 거대괴수들은 아그라마르가 전해준 지식을 활용해 보탄을 무찌를 계획을 세웠습니다. 숲 속에서 싸우는 일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들은 보탄을 황무지로 꾀어내고자 했습니다.
숲 가장자리를 훼손하자 분노에 찬 보탄이 나타났습니다. 보탄은 이 거대괴수들이 그론드의 시시한 복제물일 뿐이라 여겼기에 망설이지 않고 숲을 나서 그들을 뒤쫓았습니다. 그가 숲을 벗어나자 매복해 있던 거대괴수들이 그를 덮쳤고 수 년에 걸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거대괴수들은 많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쓰러진 거대괴수들의 육체에서 마그나론이라는 생명체가 태어났습니다. 거대괴수들은 마그나론에게 함께 싸울 것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마그나론은 본능적으로 영원성장에 반감을 느꼈지만 선조에 대한 충성심은 느끼지 못 했습니다.
규모가 감소한 거대괴수들은 보탄을 막을 방법이 사라져감을 느끼고 특단의 대책을 꺼냈습니다. 그들 몸에 새겨진 티탄의 룬을 이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남은 거대괴수 무리가 영원성장 속으로 들어가 보탄을 덮쳤고, 이 거대한 포자더미의 몸에 매달렸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일제히 티탄 유물의 힘을 방출했습니다. 거대한 폭발이 포자더미 보탄과 거대괴수를 조각냈고 이 폭발은 그들의 육체가 온 드레노어에 흩어질 정도였습니다.
티탄의 힘을 소진한 거대괴수의 육체로부터는 어떠한 생명도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육체는 대지로 스며들어 훗날 검은바위 광석이라 불리는 광물이 되었습니다. 이에 비해 보탄의 시체는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고 훗날 파랄론이라 불리는 지역을 생성했습니다.
제네사우르와 다른 식물 생명체들은 계속 번성했지만 더 이상 그들을 규합하는 집단 의지 포자더미는 없었습니다.
4
영원성장이 소멸한 이후 두 세력의 후예들은 계속해서 주도권을 다투었습니다. 보탄의 시체로부터 퍼져나온 포자들은 바위 생명체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의 육신을 약화시켰습니다. 이 포자에 영향받은 마그나론들은 그론이라 불리는 사냥꾼들로 변모하였습니다. 포자에 영향받은 소수의 그론들은 외눈박이 오그론이 되었습니다. 포자의 잔여물에 영향받은 오그론들은 오우거라 불리는 생명이 되었고 오우거로부터 더 작은 오크라는 종족이 발생했습니다. 오크는 그론드의 후예 중 가장 작았으나 뛰어난 지성과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뭉쳐 살아남았습니다.
마그나론과 그론 그리고 오그론 등 바위에서 태어난 처음 수 세대는 파괴자라 알려졌으며 드레노어의 황량한 산맥과 황무지를 터전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서로 달랐지만 모두가 그론드의 후손이었습니다. 비록 동맹이 되지는 않았다 하여도 이들은 모두 무성한 자연에 반감을 느꼈습니다.
파괴자와 마찬가지로 보탄이 죽은 후 퍼진 포자로 인해 많은 생명체들이 나타났습니다. 바위의 후예들에게 미친 영향과 달리 이 포자들은 식물에게는 다른 효과를 보였습니다. 포자는 식물들에게 지성을 부여했고 포들링, 스포어링이라 불리는 작은 생명체에서부터 가장 지적인 신록지기에 이르는 많은 생명체들이 태어났습니다.
이 신록지기라 불리는 존재들은 드레노어의 야생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들 마음속에는 영원성장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남아있었지만 온전한 진실은 알지 못 했습니다. 이 지식에 의거해 그들은 제네사우르를 신으로 숭배하였고, 자신이라는 개념을 거부한 채 각자가 드레노어의 모든 식물을 연결했던 집단의식의 일부라고 여겼습니다.
평: 드레노어의 역사는 그야말로 투쟁의 역사였습니다. 영원성장의 후예들과 파괴자들의 후예들의 전쟁 말이지요.
파괴자들은 아그라마르의 창조물들이지만 그론드 바로 다음 세대인 거대괴수까지만 사명에 투철했습니다. 거대괴수들은 아제로스의 티탄 수호자 포지션으로 직접 힘을 부여받았고, 티탄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으며 자신들의 사명을 수호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거대괴수 다음 세대인 마그나론부터는 사명을 지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드레노어의 바위 생명체들의 육체화는 아제로스가 고대신에 의한 육체의 저주를 겪은 것과 달리 포자더미 보탄의 시신에서 흩뿌려진 포자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오크와 오우거는 대지의 후손이기에 정령 에너지(4원소 모두) 및 대지와의 친화력이 높았습니다. 오우거의 경우 정령의 힘이 아니라 비전 마력을 다루었지만 이는 경로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오우거와 오크 모두 티탄의 후예이기에 비전 마력에도 친화력이 높습니다.
태곳적 드레노어에 자리했던 거대한 식물 군체 영원성장은 초월체를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드레노어의 식물들은 모두가 정신적 링크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탄이 쓰러지고 더 나중에 영원성장의 후예들이 다시 한 번 떨쳐 일어나 에펙시스 문명과의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함에 따라 영원성장은 다시는 재생되지 못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