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우거들은 오랜 시간 오그론의 노예로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몰락한 에펙시스의 후예로써 대육의 곳곳에 흩어진 선조의 유물을 찾아다니던 스칼락스 아라코아의 지도자 욘지가 탈라도르 해안에 위치한 폐허 아래에서 막대한 지식의 보고를 찾아냈던 것입니다. 그 폐허는 오그론이 점령하고 있었기에 아라코아들은 오그론과 협상을 하려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욘지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고 오그론을 관찰하다가 가능성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오그론의 노예들이었습니다. 오그론의 노예들은 육체적으론 그들 주인보다 약했지만 지력은 뛰어났고 그들의 처지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습니다. 욘지는 비밀리에 오우거들에게 접근해 비전 마법을 가르쳤습니다.
놀랍게도 오우거들은 아주 뛰어난 학습자였습니다. 그들은 아그라마르가 마력을 부여한 그론드의 먼 후손이었기에 본능적으로 비전 마법에 동화되었습니다. 대지에 친화력을 지닌 그들은 비전 마법을 이용해 바위와 돌을 마음대로 빚어내고 구부렸습니다. 이러한 능력에 통달한 첫 번째 오우거 중 하나가 고그였습니다. 힘을 얻는 고그는 대담하게도 오그론이 아닌 그론의 앞에 나아갔습니다. 고그의 야망에 아라코아마저 충격에 빠졌지만 결과는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고그는 한 손으로 그론을 쓰러트렸습니다. 고그는 또 다른 그론을 처치하고 또 처치하여 다섯이나 쓰러트렸습니다. 오우거들에게 그론이란 사실상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기에 죽일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겨졌습니다. 고그의 영웅담은 그 믿음을 깨트렸고 그론도 죽는데 오그론을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있겠냐는 인식이 퍼져나갔습니다.
동족에게 돌아온 그론사냥꾼 고그는 함께 일어서 오그론에게 맞섰고 모든 오그론 부족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탈출한 오그론들은 탈출하여 흩어졌습니다. 오우거가 노예의 사슬을 집어 던지자 스칼락스 마술사들은 에펙시스 유적과 유물을 찾기 위해 도시 폐허로 잠입했으나 고그가 그들을 저지했습니다. 고그 또한 마술사였기에 강력한 마력의 원천을 그냥 내줄 생각은 없었습니다. 고그는 자신을 고그 왕이라는 뜻의 고르고그로 칭하며 도시의 지배자임을 선언했고 도시의 이름을 왕의 옥좌라는 뜻의 고리아로 바꾸었습니다. 고그는 욘지와 아라코아들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떠나라고 명령했습니다.
욘지와 아라코아는 일단 후퇴했으나 격분하여 기습 공격을 감행했급니다. 오우거들은 하나로 뭉쳐 이에 대항하였고 결국 욘지는 고그에게 붙잡혀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고리아 제국은 수 세대 동안 확장되어 새로운 정착지와 길을 개척하였고 대륙 곳곳에 도시가 생겨났습니다. 그중 가장 큰 도시는 나그란드 서부의 높은망치와 서리불꽃 마루에 위치한 칼날첨탑 요새였습니다. 수도 고리아는 마술의 명소가 되었고 에펙시스 수정은 정통한 오우거 마술사가 열망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오우거들의 비전 마법에 대한 노출은 아주 드물지만 머리가 둘 달린 아이들이 태어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그들은 매우 뛰어난 비전술사가 되었기에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졌고, 시간이 자나자 고리아의 비전술사들은 이 현상을 만들어내는 주문을 개발했습니다. 이로써 평범한 오우거라도 누구든지 두 번째 머리를 길러 지능과 마법에 대한 적성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2
오랜 시간이 흘러 오크 부족들이 자리를 잡아갈 때 고리안 오우거는 오크에게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리안 제국은 높은군주라 불리는 마술사 왕을 중심으로 체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오우거들은 오크가 사용하는 주술에 대하여 그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기예라고 여겼지만, 어느 장로 주술사가 위력적인 홍수를 되돌려 보내는 것을 목격한 이후 원소의 힘에 대하여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오우거는 이러한 힘을 오크처럼 겸손과 경의를 보이며 배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오우거의 지도자 높은군주 몰로크는 정령의 옥좌로 군대를 보내 점령한 뒤 그곳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고리안 마술사들은 고대 거인의 유해에 정령과 티탄의 힘이 뒤섞여 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 했고, 어느 날 오우거의 마법과 그론드의 잔여 에너지가 서로 충돌하여 폭발했습니다. 오크가 그론드의 두개골을 깎아 만들었던 사원은 조각났고 주춧돌 몇 개만이 남았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원소의 균형을 깨트려 오랫동안 드레노어의 정령들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높은군주는 그러나 물러날 생각이 없었고 정령의 힘에 대한 증거를 붙잡고 그 힘을 빼앗을 작정이었습니다. 이에 정령들이 오크 주술사들에 도움을 요청했고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오크 부족의 단합된 군대가 정령의 옥좌를 습격하자 그곳에 머물던 마술사들은 후퇴했습니다. 그러나 높은군주 몰로크는 빠르게 반격하여 고리안 제국의 대규모 군대가 모든 오크 거주지를 공격하며 대학살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기동성이 뛰어난 오크 습격대들이 고리안 제국의 요새와 전초기지의 연결을 무너뜨리기 시작했고 서서히 고리안 제국을 수도 고리아로 몰아넣었습니다.
고리아의 방어는 강력했기에 오크 부족들은 단지 포위를 한 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우거들은 해양교역망을 통해 도시를 부양할 수 있다 생각했으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고 그들에게는 지상 교역로가 필요했습니다. 높은군조 몰로크와 마술사들은 포위를 풀 방법을 고민하며 방법을 찾다가 세드의 저주에 대한 고대 아라코아의 전설을 찾아내고 비슷한 고통을 오크들에게 유발할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오우거들은 성공하여 오크 야영지에 붉은 천연두라는 전염병이 퍼져나갔습니다. 전염성이 높고 수개월 지속되며 감염자 다수의 목숨을 앗는 이 파괴적인 질병은 광포하게 퍼져나갔고, 오크 연합 부족의 지도자 격이었던 어둠달 부족 주술사 넬가름은 이것이 자연적인 질병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족들 사이에 공포가 퍼져나갔고 전사들이 죽어나갔기에 공격도 불가능해졌습니다.
넬가름과 주술사들은 어쩔 수 없이 위험한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그들은 정령들에게 청하여 고리아를 파괴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한 폭력은 오크 역사상 처음으로 요청된 것이었지만 이 전쟁에 패배하면 일어날 일이 어떠할지에 대해서는 오크도 정령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맹렬한 폭풍이 고리아의 하늘을 휘젓고 대지가 신음하며 흔들렸습니다. 몇 시간 동안 내려친 번개와 일어난 지진에 고리아의 모든 벽과 건물이 무너지며 타올랐습니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배들도 모조리 불살라졌고 결국 대지가 거대한 입을 벌려 높은군주 몰로크와 위대한 도시의 폐허를 집어삼켰습니다. 그날 수천에 이르는 오우거가 죽음을 맞이했고 고리안 제국은 다시는 위세를회복하지 못 했습니다. 남은 오우거의 기지, 높은망치와 칼날첨탑 요새는 각자 영토를 구축했지만 통합 국가라기보단 도시 국가에 가까웠습니다. 고리아가 사라지고 오우거의 영토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오크가 오우거를 제치고 드레노어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으로 거듭났습니다.
3
높은망치의 오우거들은 드레나이들이 샤트라스를 세우는 모습을 목격하고 분노했습니다. 그곳은 먼 옛날 그들의 수도 고리아가 위치했던 곳이었기에 용서할 수 없는 모욕으로 여겨졌습니다. 높은망치의 우두머리 높은군주 호크론은 샤트라스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곳은 강력했던 고리안 제국의 위대한 중심지였습니다. 호크론은 옛 고리아의 터를 재정복하여 위대한 제국을 재건할 것이라 주장하며 전재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샤트라스에 대한 공격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오우거들은 드레나이 군대를 압도했지만, 랑가리와 구원자가 기습 공격을 감행해 호크론과 장군들을 처치했고 군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벨렌이 샤트라스의 성벽 위에 모습을 드러내 증폭된 목소리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우거들은 후퇴하였고 고리안 제국의 재건을 위한 거창한 전쟁은 소수의 희생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4
높은망치는 나그란드에서 세력을 키운 전쟁노래 부족과 지속적인 전투를 벌였습니다. 전쟁노래 부족의 대담한 부족장 그롬마쉬 헬스크림은 높은망치 세력을 격퇴하였고 오우거의 영토는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극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오우거는 오래전부터 오크를 노예로 부렸고 투기장에서 포로끼리 싸움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카르가스라는 노예가 반란을 일으켰고 동료 노예들과 함께 도시를 휩쓸었습니다.
전쟁노래 부족과 카르가스로 인해 높은망치는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칼날첨탑 오우거들과 그 지도자 높은군주 켈그로크는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드레노어 전역에서 오우거의 세력이 쇠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서리불꽃 마루의 주도권을 되찾고자 했습니다.
고리안 제국의 몰락 이후 오우거 인구는 계속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칼날첨탑의 마술사들은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가지 잔혹한 방법들을 시도하다가 오우거와 노예 오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가장 유망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러한 강제적 결합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모크나탈이라 불렸습니다. 그들은 오우거의 힘과 오크의 지성을 겸비한 존재였습니다. 칼날첨탑 오우거들은 그들에게 사슬을 채우고 더 많은 노예를 생산하는 한편 단 한 명이라도 반란을 일으키면 온 가족을 죽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높은군주 켈그로크는 이들을 자신의 군대로 부렸고 서리불꽃마루의 비옥한 땅 대부분을 찾이했습니다. 이에 서리늑대와 흰발톱 부족 오크가 연합을 맺어 대항하였고, 천둥군주 부족은 독자적으로 오우거들을 습격했습니다.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던 도중 상당수의 모크나탈과 그들의 장로 레오록스가 생포되었습니다. 레오록스는 자신들의 처지를 서리늑대 부족 족장 가라드에게 전하였고 오랜 대화 끝에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레오록스는 칼날첨탑으로 돌아와 공개적인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이 일으킨 불이 연기의 기둥을 피어 올리자 가라드의 군대가 공격했습니다. 높은군주 켈그로크와 칼날첨탑 오우거들도 이에 맞섰으나 온종일 이어진 전투가 끝난 뒤 켈그로크는 레오록스가 일평생 걸치고 있던 사슬에 목이 졸려 죽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레오록스와 모크나탈은 서리불꽃마루에 정착하라는 가라드의 제안을 거부하고 고르그론드의 외진 지역에 정착했습니다. 비록 자원은 부족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은 평화롭게 살 수 있었습니다.
5
어둠의 의회가 결성될 때 초갈이라는 머리 둘 달린 오우거도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초갈은 한때 높은망치에서 특권을 누리며 가장 뛰어난 마술사에게 교습을 받았습니다. 초갈은 높은망치의 평민 오우거들에게 크나큰 추종을 받았지만 귀족들에게는 지지받지 못 했습니다. 초갈의 타고난 거만함과 권력욕으로 인해 지배 계층과의 불화가 생겨났고 귀족들은 초갈이 누리는 인기로 인해 권력에서 밀려날까 두려워 하여 암살을 시도했습니다. 초갈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도시에서 도망쳤고 복수를 갈구하며 굴단의 제자로 들어갔습니다. 초갈은 굴단에게 충성을 맹세했지만 언제라도 충성을 거둘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초갈이 원한 것은 오직 힘뿐이었기에 굴단이 늘어놓는 악마와 불타는 군단에 대하여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호드가 번성하는 동안 창백한 오크가 나그란드의 지하에서 번성했습니다. 이들은 정령들과 교감하다가 현실의 경계 너머 공허를 엿본 이들로 오크 사회의 추방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쇠퇴해 가는 나루 크우레의 공허 에너지를 접하였고 그들의 어두운 힘은 강력했습니다. 굴단은 이 이야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킬제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드레나이를 물리치라며 굴단을 압박하였고 굴단은 제자인 초갈을 보내어 창백한 오크를 조사하도록 하였습니다.
초갈은 과감하게 지하 동굴로 쳐들어갔고 싸울 각오를 했지만 창백한 오크들은 초갈이 침입하든 말든 관심을 두지 않고 황혼의 시간이라 불리는 파멸의 예언을 나누는 데에만 열의를 보였습니다. 창백한 오크들은 지금이야말로 어둠이 우주를 삼키고 모든 생명을 파멸시킬 시기라고 여겼습니다. 초갈은 황혼의 시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그들의 힘에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는 추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믿음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초갈은 호드가 황혼의 시간을 유도하는 무기라고 주장했고, 추방자 오크들은 종말의 대리인으로 활약할 기회가 생겼다며 환호했습니다. 그들은 호드에 합류해 황혼의 망치라는 새로운 부족을 창설했습니다. 초갈은 암흑 마법을 익히면서 예언에 관한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으나 결국 그는 그 여정에 몸을 던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호드가 탄생하고 카라보르가 무너졌으며 만노로스의 피에 취한 호드가 샤트라스까지 무너트린 뒤 높은 망치 또한 그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전쟁노래 부족과 황혼의 망치 부족이 힘을 합쳐 높은망치 요새를 무너뜨렸고 초갈은 높은군주 마르고크를 찾아냈습니다. 마르고크와 초갈은 둘 다 머리가 둘 달린 오우거였고 비전 마력의 뛰어난 시전자였으나 지옥 마력과 암흑 마력을 지닌 건 초갈 뿐이었습니다. 초갈은 높은군주 마르고크를 옥좌에 결박한 후 산채로 불태웠습니다. 높은망치를 제외한 오우거들은 호드에 합류했지만 그렇지 못 한 이들은 사냥감이 되었습니다.
평: 오우거들은 생각보다 꽤나 이성적인 문명이었습니다. 비전 마력을 중심으로 그들이 이해할 수 있고 부릴 수 있는 힘을 중시했지, 정령들에게 부탁한다든지 하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건 그저 다루어야 할 힘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우거들의 상징적인 수도 고리아는 결국 정령들의 분노 앞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도시가 샤트라스가 있던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또한 높은망치와 칼날첨탑 요새는 서로 대등한 도시 국가였습니다. 양쪽 다 지도자는 높은군주였습니다.
오우거들은 주로 그들 특유의 자만심과 오만함으로 인해 몰락해 갔습니다. 그리고 그들 몰락은 고리아부터 시작해 칼날첨탑과 높은망치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오크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사건 전후를 살펴보면 모두 오우거 측에서 시작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