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일단 블쟈에선 겉으론 Afterlives 라고 하면서 승천의 보루, 몽환숲, 말드락서스, 레반드레스 영상을 만들었으니까
표면상으로는 사후세계라고 칭하긴 합니다만...
제목에 말한 바와 같이 필자는 사후세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여러 우주적 새력들이 서로 다투면서 마치 벼 수확하듯이 누가 먼저 질 좋은 영혼을 차지하느냐는, 마치 지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밥그릇 싸움이 있기 때문에 어둠땅에 빛과 공허의 새력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사후세계라는 건 '죽음 이후의 삶' 이라는 뜻이니 뭐 어둠땅이 사후세계이다 라고 칭하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사후세계라고 한다면 지성이 있는 모든 생명체가 죽으면 그 모든 영혼이 어둠땅으로 가 적절한 심판을 받고 지정된 장소로 가 남은 여생을 보낸다고 생각하죠. 그러니까 마치 사후세계가 어둠땅 밖에 없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는거 보편적일 겁니다.
하지만 만약 어둠땅이 유일한 사후세계라면 이상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반대로 어둠땅만이 사후세계가 아니다, 다시 말해 '영혼을 인도하는 세력이 어둠땅만이 아니다' 라는 가설을 세우면 아래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설명됩니다.
하나하나 그게 뭔지 말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필멸자, 그러니까 육체를 가진 체로 어둠땅으로 갈 수 있다.
이건 약간 이론적인 관점이지만, 필멸자가 오리보스(혹은 나락, 둘중 어디든 나락이 먼저겠지만)에 당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둠땅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다 영혼이었습니다. 필멸의 육신을 지닌 그런 생명체는 아무도 없고 오직 영혼들만 머물던 세계였죠. 만약 어둠땅이 진정으로 영혼들만 머물 수 있는 그러한 곳이라면 우리같은 플레이어라든지 볼바르, 텔리아 등 몸뚱아리가 멀쩡히 있는 자들이 어둠땅으로 갈 수가 없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필멸자의 몸으론 커녕 대도시까지 멀쩡히 포탈로 열 수도 있고 더군다나 그게 가능하다는 것도 심판관의 대리인들이 알고 있다는 게 더 이상하다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군단 함선처럼 초 고오오오오오급 히페리온 같은 게 있다면 그냥 쌩으로 아제로스 주민들을 전부 다 탑승시키고 차원 도약 뾰오오오오옹~해서 오리보스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오리보스니 나락이니 하는 어둠땅은 본질적으로 아르거스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즉, 어둠땅은 불타는 군단과 다를 바 없이 그저 우주에 존재하는 하나의 새력에 불과할 뿐이라는 거죠. 뭔가 엄청난 사후세계 같았지만 알고보니 그냥 우주 공간 중에 지들끼리 마련한 거주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겁니다. 마블로 비유하자면 아스가르드 라고 할 수 있죠.
이 이론대로라면 불타는 군단의 악마들이 죽으면 어떻게 아르거스로 돌아갈 수 있는 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2. The Purpose???
현지화 번역으로는 '목적의 길' 이라고 번역되어있는데 영문명으로는 '그 목적'이 되겠습니다. 아무튼 그 목적이 뭔지
현재는 블쟈 개발진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지만, 간단히 생각하자면 목적이라는 단어 뜻 자체가 하나의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현재는 그러한 목표를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내용이겠죠? 예로 들자면 "나는 아빠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식이 없고 혹은 결혼도 안했거나 등, 아직 아빠가 되지 않은 사람이 할 말이지, 이미 아빠가 되고 버젓이 가장인 사람이 뜬금없이 "나는 아빠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라고 말하지 않죠. 즉 목적이라는 것은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이루기 위한 노력과 과정을 밟는 걸 뜻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목적'이 뭐냐? 라는 의문으로 돌아옵니다. 어둠땅의 질서가 멀쩡히 잘 돌아가던 시절부터 목적 목적 거리고 있다는 것은, 어둠땅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건 아닌 게 확실합니다.. 마치 아빠가 '난 아빠가 될 것이야' 라고 말하지 않듯이요. 물론 최대한 많은 령을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냥 그렇게 퉁 치기엔 하루이틀 목적을 강조하는 게 아니니까요.
여기서 저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는데, 만약 영혼 밥그릇 싸움에 있다고 가정하고, 죽은 자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새력이 우리 어둠땅뿐만 아니다 라는 내용으로 기준을 세운다면 이러한 환경에서 목적은 당연히 생겨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워크래프트 우주 세계관은 질서/무질서/생명/죽음/빛/어둠(공허) 로 총 6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많기도 하고 쓸데없이 혼란만 부추기는 꼴로 보입니다. 그리고 답은 바로 여기에 있죠.
어둠땅은 질서를 강조합니다. 오죽하면 그 질서를 지키기 위해 영혼을 인도하는 자들의 기억을 지우는 정도까지의 극단적인 조취를 취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어둠땅을 수호할 병력까지 크게 키워놓고 필요 자원인 령을 최대한 모으고자 쓸모없고 악한 영혼들을 착취하고 자연과 가까운 자들을 자동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든 것을 보면, 이건 단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올바르게 인도하겠읍니다 라는 취지의 사후세계라고만 보기에는 너무 거창하고도 치밀해 보이죠. 마치 누가보면 중국마냥 하나의 큰 제국을 건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목적의 정체는 바로 이것입니다.
'온 우주를 하나의 질서로 통일하자'
그리고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해주는 또다른 추론은 바로 지금 뜨거운 감자인, "겨울 여왕의 자매는 이오나인가?" 라는 것이 되겠습니다. 물론 이 자매의 부모는 엘룬인지 뭔진 알 순 없지만, 아무튼 티탄과 무궁한 존재들이 그토록 친하거나 다른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결국 완벽한 질서를 추구하는 것이 이 둘의 공통점이 아닐 수가 없겠습니다.
즉 정리하자면 심판관의 The Purpose 랑 티탄이 추구하는 질서는 결국 본질적으로 같으며 다만 티탄 쪽은 물리 우주쪽을 관여한다면 어둠땅은 영혼 쪽을 관여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뭐 둘이 동맹을 맺은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역할분담을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 둘이 완벽한 협력관계 내지 가족이라면 현재 존재하고 있는 우주를 완벽한 질서로 꾸미는 것도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플레이어가 오리보스에 당도하자마자 심판관이 동요한 것을 보면, 이 강력한 필멸자들이 우릴 도와준다면 목적을 달성하기가 더 수월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목적이 사실이라면, 조바알 이라는 자가 왜 나락에 감금되었는지, 왜 무궁한 자들로부터 '저새끼 배신자라서 가두었어요' 라는 취급을 받았는지 또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조바알은 이 목적이 결국 우주적 큰 전쟁을 야기하고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고 경고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다른 무궁한 존재들이 조바알을 가두어 버린 것이 되겠습니다.
실바나스는....글쌔요....뭐 과도한 질서가 자유를 침해해서 그런 건가...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실바의 꿍꿍이속은 진짜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3. 메디브형 어떻게 살아 돌아온거야?
이게 진짜 궁금했던 것인데 만약 메디브가 죽고 나서 어둠땅에 갔다면 다시 살아서 아제로스에 돌아와놓곤 본인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여기저기 가서 떠벌리는 게 불가능했을 겁니다. 어둠땅의 '질서'를 본다면 메디브가 그때 그 시절의 모든 기억과 능력과 더불어 미래를 다 안 채로 아제로스에 돌아오는 건 말도 안됩니다. 키리안 쪽은 기억소거가 기본 옵션이고
레반트레스는 그냥 고문당하는 쪽이고 말드락서스는 뭐....휴가없는 군대...? 몽환숲은 당연히 아닐거고요.
메디브의 사후 이야기에 대해선, 안두인 로서에게 칼빵맞고 살게라스의 영혼도 풀리면서 자신도 마찬가지로 뒤틀린 황천인가 같은 어딘가 아주 먼 너머를 떠돌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설명 없이 그냥 두루뭉실하게 엄청나게 긴 여행을 하고 왔다는 식이죠. 그런데 메디브는 분명 자기가 뭘 겪었는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단지 이 비밀을 이야기하면 무슨 큰 일이 일어나는 것 마냥 숨기는 식이죠.
그럼 일단 어둠땅은 아니고 불타는 군단도 당연히 아닐겁니다. 뭐 잠깐 풀리면서 살게라스랑 면담은 했겠지만 적어도 아르거스로 간 것 같진 않습니다. 구경쯤이야 했겠지만 무슨 악마마냥 아르거스로 영혼이 돌아오면서 부활하지는 않았을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 티탄/빛/어둠/생명 중 하나이거나 혹은 엘룬을 직접 알현했을 수도 있겠는데 정확힌 모르겠으나 아무튼 3차 대전쟁의 불타는 군단을 막은 방식이 놀드랏실 폭발이라는 점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놀드랏실 폭발을 제안한 것은 말퓨리온이고, 메디브는 그게 최선이라고 하기엔 대가가 너무 커보이는데 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메디브를 보낸 존재라면 미래에 놀드랏실이 폭발할 거라는 걸 알았을 겁니다. 어떤 식이든 메디브가 인도하다보면 최종적으로 하이잘 산에서 집결할 거라는 걸 알았겠죠?
놀드랏실의 폭발은 실로 엄청난 사건입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에메랄드 드림과의 연결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고, 자연의 군대도 약화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이것은 우주 세계관 중 하나인 생명 쪽에도 충분한 타격이 되는 것은 물론, 어둠땅 몽환숲의 령 공급에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아제로스가 전 행성들 중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성이고 거기서 놀드랏실 파괴에 성공했다면 메디브를 보낼 이유는 충분한 겁니다. (앞서 어둠땅과 티탄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을거라고 했는데 아마 생명 쪽에 에메랄드 드림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일종의 환승역 같은 느낌이네요)
그럼 둘중 하나입니다. 빛이냐 공허이냐. 그리고 이 둘은 놀랍게도 어둠땅을 침략한 새력입니다. 뭔가 이상하게 맞아 떨어지죠? 그리고 빛과 공허의 새력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두 놈들은 '예언'을 그렇게나 좋아합니다. 제라가 예언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일갈하고 공허는 뭐 맨날 하는 소리가 '니들 망함 ㅋ ㅅㄱ 참고로 배신자 있따능' 식으로 귀찮을 정도로 언질을 합니다.
아무튼 여기선 더 추론하기 힘들지만 확실한 것은 어둠땅은 뭐 딱히 그렇게 특별한 곳은 아니며 단지 우리가 늘 알고 있던 에메랄드 드림, 아르거스 등 영혼을 추출하거나 수확/인도하는 등의 새력 중 한 곳일 뿐이라는 겁니다.
빛이 무슨 영혼 인도냐 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영혼술사 니아미가 총독 하타루의 영혼을 다루다가 도중에 빛의 세계로 내보내는 것도 있고(연출이 그렇게 보입니다) 판다리아 비취 숲 북쪽에서 수 많은 망령들을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판다렌을 보면 이게 진짜로 나루 쪽에서 사후세계를 담당하는 진 정확힌 모르겠으나 아무튼 어둠땅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키리안이 할 일을 판다렌이 하고 있으니 당연히 어둠땅이 아니죠)
4. 너무 많은 등장인물, 분명히 이 캐릭터는 어둠땅에 있을 법도 한데...?
물론 이건 블쟈가 자기 세계관을 스스로 감당못해서 이것저것 병크 저지르거나 막 까먹고 아차 그런게 있었눼 해해 라고 떠넘길 순 있겠으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블리자드는 게임 회사이며,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인 만큼 최대한 오랜 기간 동안 스토리를 우려먹어서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임.
우리가 생각하기에 어둠땅에 등장할 법 만한 인물이 여러 있을탠데 블쟈놈들이 까먹은건지 아닌건지 애매한 경우가 많음. 추후에 스토리가 풀려서 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모든 와우 인물들을 살펴보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
그렇다면 어둠땅 이후의 다른 세계관들로 확장팩 내놓으면서 결국 유저들이 알고 있던 캐릭터들도 같이 등장한다면 님들 손자가 검투사 찍는 것도 쌉가능할 정도의 와우 수명은 오래 오래 갈 겁니다.
5. "그들은 생명의 순환을 벗어난 존재다"
이것은 고대 신과 그 수하에 있는 얼굴 없는 자들에 대해서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처음에 이 대사를 보았을땐 드는 생각이 '아 예넨 죽어도 죽은 게 아니었나? 아니면 먹고 자고 싸지 않아서 으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이 '생명'이라는 것은 그냥 순전히 우주 세계관 중 하나인 생명을 언급함과 동시에 필멸자들이 죽은 후 인도되는 장소들(어둠땅 포함)이 아닌, 어둠(공허)의 새력에서 관리하는 영혼 체계를 따른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아무튼 뭐 이런저런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사후세계가 없다라고 말하기 보단
지성을 지닌 존재가 죽으면 영혼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는데 그 장소가 실은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새력 내지 거주지인 것일 뿐이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죽어서 염라대왕을 만난다던지 윤회 사상으로 다시 태어난다든지 하는 등 그러한 절대적이면서 침범하기 힘든 종교적 영역같은 느낌은 아니라는 것.
늦은 시간까지 별 쓸모없는 감수성으로 후루루룩 적은 것이니, 지적이나 기타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는 거야 뭐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한 비난이나 다른 조롱은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