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심심해져서,
와우를 그만둔 게 하기 싫어져서가 아니라 현실 크리였기 때문에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있었어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해치운다 는 느낌으로 다시 켜본 와우였다.
그렇게 시작한 내부전쟁 1시즌 첫 감상은 : 어렵다, 다른게임인데 이거 ?
주제를 모르고 시작한 딜 1티어라는 첫캐릭은 만렙달고 구렁에서 수십번 죽고 그대로 버려졌다.
하던거 하면 낫지 않나 하고 오랜만에 다시 꺼내본 힐러는 옛날 딸깍이 아닌지라 차가운 쐐기판에서 민폐임을 자각하고 접었다.
다행히 <그냥 그만 둘까 이거...> 하던 차에 시작한 국민 천민 직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겨우 정착 성공.
그마저도 쉽진 않았다. 복잡한 에드온, 한참을 공부해도 모르겠는것 투성이인 8개의 던전, 일분 일초를 아끼기위해 쉴틈없이 진행되는 속도...
그래도 시작했으니 뭐라도 해보고 접어야지. 하고 차분히 공부랑 연습을 시작했다. 온종일 회사에시달리다 퇴근하고 던전 공부를 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공부 해도 던전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고 맨날맨날 사과의 연속.
관둘까 하다가 또 클리어가 되면 좋고 즐겁고 더 해볼까 싶고. 길드분들이 계셔서 버티고 했던것 같다.
그럭저럭 뉴비에서 벗어날 즈음 1시즌이 끝났다.
2시즌 시작전에 스스로에게 약속한게 있다.
갈 수 있는데 까지는 가보자,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한 번 해보자, 포기하지 말고.
살면서 중간에 포기한게 너무 많았다. 포기하길 잘했지 싶은것도 있지만, 아쉬움이 십년이 지나도 계속되는것들도 많았다.
현실이 더 중요한 나이니까, 인생을 갈아넣자는게 아니라, 그냥, 중도포기하지 말고, 끝까지만 해보자, 그걸 목표로 했다.
근데 그것도 생각보다는 많이 어려웠다. 난 원래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 생각하며 원캐릭을 저단부터 주구장창 연습했다. 12단 참여를 시작했을 때 즈음엔 이미 시클 기록만 몇백회 였다.
등반을 시작한 이후엔 국민 천민직업이라는 점도 장애물이 되었다. 파티 신청을 열개씩 해놓고 도르노갈에서 멍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등반하면서는 실력부족, 공부부족한 지점이 명백하게 인지되었고, 욕도 많이 먹고, 고치려고 공부도 연습도 많이 했다.
등반단수 시클기록이 100회가 넘어가면서부터는 파티 초대를 조금 더 빠르게 받았던것 같다.
영원히 못깰것 같은 단수에서 2주정도 정체되어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가.." 하다가 우연히 좋은 파티를 만나 좋은 분들과 해당 단수를 처음 클리어하고, 옛 얼왕에서 리치킹 하드를 마침내 클리어 한 날 만큼이나 기뻤다.
그래, 이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와우를 다시 켰던거네. 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또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는 조금씩, 천천히, 한계단씩 올라갔다.
그냥 시클할 수 있는 파티 발목을 붙잡지 말자, 라는 자세로 계속 했던것 같다.
쉽지는 않았고, 좋은일도 나쁜일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은 포기 안했고
지금은 시즌 종료를 1주일 남기고, 3400점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하나 남은 16단 던전을 클리어해서 16 단단돌을 뽑아보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얼마전에는, 파티창에서 가끔 보면 저사람들은 손이 네개인가 17단 다니게? 라고 생각했던 그 17단 돌로 파티를 모아 트라이도 해보았다. 당연히 깨졌지만, 무려 2넴까지 무사고 진행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기도 했다!)
크게 자랑할 만한 점수도 아니고, 눈에 띄게 잘 한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근데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늘 나를 칭찬해 주고싶다.
(뭘로 칭찬하지. 치킨 시킬까 .?)
내 버킷리스트는 여기서 끝낼까 했지만, 조금 연장되어서, 3시즌까지 꽉 채우면 끝내는 걸로...
아무튼 와저씨 와줌마들 다들 3시즌도 화이팅...!
루크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