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추웠다
겨울이면 땅도 얼고 물도 얼고 쫄병들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작대기 두개 투구에 붙이고 올려다 본 하늘은 왜 그리도 씨리던지...
담배를 어금니에 씹어물고 씩씩거리는 고참의 손에 들린 곡갱이 자루는 쫄병들의 몸과마음을 공포로까지 몰아넣었지...
시간은 멈춰버린것 같았고 내일이 올까?하는 의구심이 들던때이기도 하였지..
몇달이 그렇게 흘러갈때쯤....
동기 하나가 경계근무를 나가더니 그대로 소멸을 타버리더군
중대는 말할것도 없고 사단까지 보고가 들어가서 난리도 아니었지
그렇게 소멸탄 병사를 찿기위해 하루가 거의 지날무렵 생각보다 가까운곳에서 동기를 찿게되었지
동기는 800고지쯤되는 산 중턱쯤에서 절벽을 등지고 태연히 앉아 있었고 에워싼 병사들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지
나는 그의 화난눈빛에서 무엇을 읽어 낼수가 있었지 나뿐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병사들도 아마....
정적이 흐르는 대치속에 뒤늦게 헐떡거리며 도착한 중대장의 목소리가 골을 울리며 퍼져나갔어..
평소 욕반 말반이던 중대장 어투가 아니어서 잠시 놀라기도했지
그것은 타이름이라고 해야하나...
사냥꾼이 소환수를 꼬실때처럼 아주 사랑이 넘치는 어투였어
그러나 이미 동기의 눈빛은 무엇을 결심한듯 차갑게 굳어만 갔지
그리고 얼마후 무리들을 향해 분노의 일갈을 갈기더군
'야...이...@ㅅ ㅐ ㄲ ㅣ 들아...'
무리들이 하나같이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살겠다고 본능적으로 엎드리더군
나또한 본능에 충실했지..
그러나 총알은 날아오지 않았지 날아 온것은 총이었어 총을 무리들에게 던져버린것이지
엎드린채 고개를 들어보니 동기의 모습은 없더군
그리고 절벽아래로 멀어지는 처절한 외침소리만 생생하게 들리더군
그가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은....
'................'
며칠후 그 주인공이 아들을 보겠노라고 수백리길을 한걸음에 달려오셧지...
'아이고 이늠아..이늠아..이 나쁜늠아..천하에 몹쓸늠아...에미버리고...'
그제서야 지켜보던 몇몇 고참들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더군
그렇게 30개월 만땅채우고 위병소를 나오는데 자꾸만 나를 부르는것 같아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바위가 불거진 산중턱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더군
나는 아직도 그것이 그 친구였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