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놀이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일퀘] [끄적끄적]"기억의 시작"

아이콘 Moonstrider
댓글: 9 개
조회: 438
2014-07-25 16:16:41

어디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간이 자기 자신을 처음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기는

4살 전후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내 경우를 예를 들어 보더라도 4살 이전의 기억은

전혀 없는 것을 보면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저 글이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다.

 

부모님의 말에 의하면, 나보다 2살 위인 누나는 4살때까지 걸어다니지를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3살쯤 되었을때, 색종이랑 가위를 가지고 놀다가 자기 입술을 가위로 잘라버렸다고 한다.

저정도로 강렬한 기억이라면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누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예상외로 누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강렬한 충격이라 몸이 의도적으로 잊어버린걸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첫 모습은 4살때. 정확히는 처음 말을 하던  순간이다.

역시나 부모님의 말에 의하면, 난 4살때까지 말을 한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엄마, 아빠라는 말은 아무리 늦어도 4살 전에는 하기 마련인데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또래의 아기들에 비해 울지도 않았다고 한다.

집안의 친척들이 '혹시 이 아이의 귀에 무슨 이상이 있는것이 아닌가?' 하고 병원에 데려가기도

했지만 검사 결과 청력과 지능 양쪽 모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내가, 어느날 동화책 신데렐라를 보고 있던 도중 갑자기 말을 하게 된다.

정확히는 책을 읽어 나갔다. 이것이 내가 인식할 수 있는 나의 기억의 시작이겠지?

 

하지만, 이것이 과연 "진정한" 나의 기억의 시작일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저 기억은 부모님께 주입받은 기억이 아닐까?

저 기억이 진정한 나의 기억의 시작이라면

나는 왜 책을 앉아서 읽었는지 서서 읽었는지,

신데렐라 동화의 어느 부분을 읽었는지,

어디에서 책을 읽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처음으로 말을 했던 저 기억을 제외하면 어떤 기억이 있을지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5살때의 기억이다. 이것은 위에 언급한 누나의 기억만큼이나 강렬해서 그런지

사소한 부분까지 기억할 수 있었다.

 

말을 하게 된 이후, 난 어머니의 친구분께서 운영하시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학원을 다니면서 어머니의 친구분의 남매와도 친해지게 되어 수업이 끝나면 동네를 전전하곤 했었다.

첫째는 나와 같은 5살 여자아이로 이름은 김수현. 둘째는 3살 남자아이 김현규. 하지만 모두들 땡구라고 불렀다.

그날도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상당히 큰 트럭이 길을 건너고 있는

우리를 보지 못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돌진하는 트럭을 본 나는 옆에 있던 수현이의 손을 잡아끌었으나

이미 한참 앞서가고 있던 3살배기 현규는 트럭의 이동경로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당시 반대쪽에 있던 동네 어른들이 고함을 지르며 트럭을 세워보려 했지만 트럭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인식하고 있는 첫 기억은 백주대낮의 교통사고가 아니다.

트럭이 통과하고 난 후, 나와 수현이는 도로 한가운데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현규를 찾을 수 있었다.

현규의 체구가 워낙 작아서였을까? 입고 있던 옷이 더러워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물론, 그날 나와 수현이, 현규 모두 각자의 부모님에게 엄청난 꾸중을 들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후로도 내가 10살때 대구로 이사가기 전까지 수현이, 현규와는 친한 동네 친구로 지냈었다.

수현이는 이상할 정도로 나를 따라다녔고 나는 그런 수현이랑 거의 매일 붙어다녔다.

부모님끼리 서로 친해서 그런지 1주일에 두세번은 두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기도 했고,

놀다가 졸리면 서로의 집에서 자고 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구로 이사간 이후에는 직접 연락이

닿은적은 없다. 어머니가 간간히 수현이와 피아노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내가 먼저 물어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내가 이사갔다는 사실을 안 수현이는 며칠이나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으며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다니겠다고 해서 피아노 선생님의 속을 썩였다고 한다.

내가 입대할 때쯤, 수현이가 재수를 해서 성균관대 국문과? 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수현이의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사실 나도 두어번쯤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서 수현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너무 흔한 이름이다보니 아무래도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

 

 

요즘들어 원체 심심하다보니 이전에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할때처럼 글이나 써볼까 함.

 

일퀘 카테고리는 달았지만 매일매일은 솔직히 무리고. 틈틈히 생각나면 계속 끄적일거임.

 

악플보다 서러운건 무플이라고 하더라고. 굽신굽신(__)

와우저

Lv86 Moonstrider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