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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퀘] [끄적끄적]"죽음을 체험하다."

아이콘 Moonstrider
댓글: 2 개
조회: 455
2014-07-29 19:54:29

이전글들: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260&query=view&p=1&my=post&category=&sort=PID&orderby=&where=&name=&subject=&content=&keyword=&sterm=&iskin=&mskin=&l=689052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떤 경우에 죽음을 체험할 수 있을까?

우선 자기 자신의 죽음을 체험하는 경우가 있다. 얼핏 생각하면 단순하고 쉬운 방법일 것 같지만

이 방법은 지극히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다. '체험'이라는 단어의 뜻은 '자기가 몸소 겪음. 또는 그런 경험'이다.

다시 말해, 체험을 하기 위해선 자신이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만 한다.

즉 단순 자살로는 죽음을 체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몇 임사 체험자들의 경우에나 가능하겠지.

 

아는 사람 중 수면제로 자살을 두어 번 시도해 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죽을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할땐 고통스러울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시도하니까 그냥 자는거랑 똑같다더라.

물론 정신차릴때는 심한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자살조차 실패했다는 좌절감이 찾아왔다고 하더라.

 

또 다른 케이스는 D.O.A(Dead on Arrival)처럼 의학적으로 사망 상태였으나 이후의 조치에

의해 다시 살아난 경우가 있다. 아니면 심장이 멈췄다가 제세동기에 의해 다시 심장이 움직이는 경우?

이런 경우는 위의 임사 상태와는 달리 자신이 명확히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죽음을 '체험'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렇게 기준을 정해두면 여기서 글을 더 이상 쓸 수가 없으니 기준을 확대 해석해야겠다.

 

가족, 친지, 혹은 지인의 죽음이라면 어떨까? 밸게에 서식하는 가이들 대부분이 20대 이상이니

최소한 한번 이상은 이런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쓴이 역시 아주 어릴때 외할아버지의죽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거진 10명 이상의 친지분들의 죽음을 경험했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해 많은 지인들의

죽음을 강제로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모두 태어나고 죽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왜 한 미친 방화범의

우발적인 범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을까. 그것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뭐, 말이 되는 죽음이라는 게 얼마나 있을까.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하나 더 추가해보겠다.

당신은 지금까지 죽은 사람을 몇명이나 보았는가?

 

사람이 죽을 장소를 미리 알고 찾아가는 사신이 아닌 , 보통 사람이라면 적은 숫자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쓴이는 보통 이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라.

글쓴이는 지금까지 살면서 100명 이상의 죽은 사람을 보았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전에 글쓴이는 염습일을 해본적이 있다. 확 와닿게 말하면, 시체닦이라고 하던가.

대략 10년쯤 전? 요즘같이 상조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그 시기에는 대놓고 구하진 않았지만

내부 관계자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구하는 일이 있었고. 어쩌다보니 이런 쪽 일을 접할 수 있었다.

처음 염습을 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심심해서였다. 고등학교 겨울방학 중, 심심함에 몸부림치던 중 친구에게

염습 아르바이트(?) 소식을 접하게 된 나는 친구와 함께 해보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기회가 오게 되었고, 예상대로 친구는 시신을 보자마자 구역질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 별다를것 없이 차분하게 배워가면서 일을 마무리했다.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서 그런지 옆에 있던

관계자가 오히려 놀라던 모습이 기억난다.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은 보통 무서움을 이기기 위해

술을 적당히 마시거나 아예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당시 난 미성년자였다.

타고난 둔함이 도움이 되었을까? 누워있는 시체가 다시 일어날 것도 아닌데 무서울 게 없지.

 

그렇게 처음 시작하게 된 염습일도 나름 적성에 맞았는지 틈틈히 계속하게 되었고

점점 익숙해지면서 더 많은 시신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신들의 생전의 사연도 일부 듣게 되었다.

개중에는 자연사와 같은 이른바 호사를 누린 경우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이런 경우는 남성보단 여성이 훨씬 많았다. 살아있었다면 어디가도 인기있을 것 같은 외모였는데도

왜 이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와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일을 계속 하다보니 든 생각은. 자살은 결코 현실의 고통으로부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내가 그 시신들의 생전의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알 방법이 없었지만.

최소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자살이었다면 왜 시신들의 얼굴은 평안하지 못했겠는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자살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만약 누군가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면

가능하다면 생각을 다시 해 볼것을 강력히 권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죽음을 체험함으로써 오히려 삶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실제로도 자살 미수자들의 경우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자살률에 비해 많이 낮다고 한다.

아예 없진 않다는 게 착잡하긴 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라면 선택 아니겠는가.

그러니 만약 이 글을 읽는 글쓴이 주변에 극단적인 방법을 고민중인 사람이 있다면 괜시리

죽을 각오로 살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들어주도록 하자.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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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전에 썻다가 날려먹은 글보다 영 퀄리티가 좋지 않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좀 늦은것 같지만 저녁이라도 챙겨먹어야겠다. 오늘은 뭐먹지...

 

 

와우저

Lv86 Moonstr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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