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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퀘] [끄적끄적]"순대국 이야기3 - 구관이 명관"

아이콘 Moonstrider
댓글: 4 개
조회: 575
2014-08-06 19: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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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글쓴이가 맛집 찾아다니면서 먹거리를 먹을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활 패턴 속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배가 고플땐 적당한 식당을 찾아가곤 한다.

20대 초반에는 뭔가를 사먹는다는데 돈을 써야한다는 사실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지만

어쩌겠는가? 먹어야 사는거고 차려진게 없으면 사먹기라도 해야지.

 

이전에 글쓴이는 SCEK, 그러니까 Sony Computer Entertainment Korea에서 일한적이 있다.

내방역 4번 출구에서 길따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언덕을 넘어가면 나오는 곳이었다.

거기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점심은 필연적으로 도시락을 싸가거나, 아니면 밖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처음엔 주인이 도시락을 싸줘서 들고다녔는데, 생각해보니 둘 다 아침에 출근해야 되는데 괜히

내 도시락 챙겨준다고 아침에 잠도 설쳐가면서 도시락 만드는거 보니 너무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근처 편의점에서 해결한다고 했는데, 꼴에 강남이라고 식당이 엄청 비싸더라.

집 근처에 있는 돈가스 전문점에선 맛도 괜찮고 양도 꽤 많은게 5천원인데,

회사 바로 옆에 있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돈가스 파는 식당에서 7천원인가 받는데 맛은 더럽게 없음.

더 짜증나는건 회사 근처엔 식당이 그 집뿐라는 사실. 다른데 갈려면 내방역까지 내려와서 점심 먹고

다시 언덕을 꾸역꾸역 올라가야하는 더러운 현실이었음. 그러다보니 거의 대부분은 길 건너에 있는

엄청 작고 허름한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해결해야만 했지. 그나마 다행인건 편의점이

너무 협소해서 안에서 내가 컵라면을 먹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먹을 자리가 없었다는거?

 

회사에선 당연히 점심때쯤 되면 배달시켜 먹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비싼 편이라 난 거의 안시켜먹었음.

야근할때야 뭐 내 돈 깨지는게 아니니 시켜먹긴 했지만...어쨋건 그렇게 편의점에서 거의 해결하다가

'이러다 진짜 속에서 탈나겠다' 싶어서 면 말고 밥을 먹는걸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적절한 식당을 찾기 위해 내방역 근처를 어슬렁거리다보니, 5번 출구 방향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있는

순대국집을 찾게 되었다. 거리뷰로 찾아보니 이름이 "큰집 순대국"이었네. 작년 10월 이후로 안가다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했음. 어쨋건, 처음 가게들 들어가보니 양쪽 벽에 붙어있는 연예인들 사인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초 S급 연예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김창완씨나 길성준씨 사인 정도는

찾아볼 수 있었다. 근처에 회사원들이 많이 있는지 조금만 늦게 가도 자리는 거의 꽉 차 있는,

그러다보니 모르는 사람들과 겸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그런 가게였다.

 

맛도 내가 자주 가는 순대국집과 비교했을때 조금 더 괜찮았다. 그놈의 가격이 문제였을 뿐.

그러다보니 자주 가진 못하고 1주일에 한두번 가거나, 가끔 QA 팀 팀장인 태민이형이 순대국 먹자고 하면

그때 같이 가서 먹고 오곤 했다. 확실히 맛은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난 이 큰집 순대국에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때는 여름 어느날.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점심시간인 나는 오랜만에 순대국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천천히 내방역 쪽으로 내려와보니 시간은 12시 40분. 조금 늦게 와서 그런가 가게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고 밖에도 한두명 정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장한테 자리 언제쯤 나는지

물어보니 10분쯤 있으면 자리 난다고 하더라. 뭐 12시 50분에 먹어도 좀 빨리 먹고 올라가면 1시 20분까진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겠지 싶어서 기다리기로 하고 미리 주문을 해놨다. 마침 내 앞에 기다리던 사람도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밖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다. 금방 들어가겠다 싶었는데...여기서 사건이 발생했다.

 

밖에서 12시 40분부터 미리 주문까지 해놓고 기다리고 있던 나를 무시하고.

12시 50분쯤 어느 직장인 한 무리가 단체로 와서 사장에게 자리 있냐고 묻더라. 마침 가게 안에는 두 테이블,

8명이 방금 식사를 마치고 나간 참이었고 이 무리들도 8명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식이 있는 사장이면

일단 나는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 다음 지금 자리가 7개 있는데 의자를 하나 더 붙여드려도 되겠냐고

제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장은 상식이 모자랐는지 개념이 부족했는지 내 예상을 벗어난 대답을 했다.

 

"어이구 안그래도 마침 안에 딱 8명 자리 있습니다. 들어오세요 어서."

 

...저기 사장놈아? 밖에서 미리 주문까지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난 보이지도 않는 노움이냐?

아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노움이 키172에 몸무게 88이라는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경우 본적있음?

물론 나도 너무 황당해서 사장한테 점잖게 말했다. 10분 전부터 내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고, 미리 주문도 했다.

근데 왜 방금 도착한 저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들어가는거냐고. 그러니 사장이 대답했다.

 

"아 어차피 점심시간 1시 반까진데 좀만 더 기다리면 자리나잖아요. 그걸 못기다리나?"

 

글쓴이를 직접 본 사람은 짐작할 수 있겠지만, 글쓴이는 그렇게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번 관계를 시작한 사람들은 끝까지 내 품안에 담고 가는 성격이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어지간히 잘못하지 않는다면야  나에게 불편함을 주더라도 그러려니 하는 편이지.

하지만 이 순대국집 사장은 선을 넘어버렸다. 저게 식당 주인이 손님한테 할 말인가?

 

아무리 맛이 좋은 식당이더라도, 식당의 본질은 손님에게 돈을 받고 손님이 즐길 수 있는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이다.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이던, 유명한 요리전문가가 요리하는 식당이던, 음식점의 기본은 '즐거운 식사'다.

아무리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고, 음식에 데코레이션을 이쁘장하게 해놔도 결국은 '한 끼 식사'다.

 

결국 난 사장에게

"아까 주문한거, 취소요. 구경도 못한 순대국으로 돈을 뜯어가진 않겠지, 양심이 있으면."

이라고 한마디 뱉어주고 다시 언덕 위의 회사로 향했다. 물론 너무 배가 고파서 우유 + 삼각김밥 + 아이스크림으로

간단히 끼니를 떼우긴 했지만 정말 배가 고프다 못해 속이 쓰리더라.

 

마침 그날은 주인도 회사에서 회식이 있다고 그래서 퇴근하는길에 바로 이전글에 나왔던 단골 순대국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인이 순대국을 못 먹어서 같이 있을땐 순대국집에 거의 가질 못하다보니, 주인이 미리

저녁을 먹었거나 다른 약속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혼자 순대국집에 갈 기회도 별로 없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사장님은 평소처럼 반겨주시면서 오랜만에 왔으니 서비스라며 특으로 순대국을 내주시며 보통 가격만

내라고 하시더라. 특도 그냥 특이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꽉꽉 눌러 담은 순대국이었다. 천천히 먹으면서

점심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니 사장님도 덩달아 같이 그집 사장놈 욕을 하시더라. 점심때 대충 끼니를

해결한 것의 반대급부로 엄청 든든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주인을 만나러 가는데,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비록 맛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든든함과 푸근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단골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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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유명하고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식당 주인의 인성이 의심된다면 그 가게는 절대 좋은 가게가 아니다.

 

이를 굳이 식당의 경우에 한정짓지 않고 다른 경우로 확대시켜도 크게 무리는 없으리라.

 

내가 비록 훤칠한 외모, 뛰어난 언변, 뛰어난 패션 센스는 가지지 못해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을 판단할때 부디 그 사람의 내면도 확인할 수 있는 눈을 많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한다.

 

와우저

Lv86 Moonstr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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