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놀이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일퀘] [끄적끄적]"순대국 이야기 2"

아이콘 Moonstrider
댓글: 9 개
조회: 367
2014-07-31 14:35:42

이전글들: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260&query=view&p=1&my=&category=&sort=PID&orderby=&where=&name=&subject=&content=&keyword=&sterm=&iskin=&mskin=&l=689421

 

새로 발견한 순대국집은 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가게 이름은 고흥순대국.

당시 나는 하숙집에서 나와 후문 바로 앞에 있는 고시원에 막 이사를 끝마친 시점이었고

순대국집은 고시원에서 걸어서 1분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건물들 사이에 가려져 있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어쨋거나 동기였던 성우를 따라 도착한 순대국집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조금이긴 하지만 동네 식당 냄새도 나는것이 당시 서울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던

나에겐 조금은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오히려 좋았다.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성우를 보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라. 알고보니 가게 사장님이 성우 어머니와 같은 고향

친구분이라고 하더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닌데 가게 와 보니 아는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고

옆에서 성우가 말하는거 보고 이런 것도 인연이구나 싶었다.

 

이야기를 대충 마치고. 성우는 그냥 순대국을 주문하고 난 특 사이즈로 주문했다.

당시 가격은 보통이 5천원, 특이 6천원. 밑반찬으로 김치와 깍두기, 풋고추, 마늘이 먼저 나왔는데

김치는 적당히 익은게 내 취향이었다. 다대기, 새우젓, 들깨, 파, 후추 등이 옆에 놓여져 있었는데

취향에 맞게 세팅해서 먹으라고 하더라. 그전까지 갔었던 2천원짜리 순대국집에선 이런게 없어서

잠깐 멍떼리고 있는걸 사장님이 봤나보다. 조금 기다리다보니 순대국이 나왔다.

 

순간 놀랐다. 원래 순대국이 이렇게 푸짐한 거였던가.

그전까지 먹던 순대국의 3배쯤 되는 양이었다. 가격으로 보면 당연한거라고는 하지만, 2천원짜리 순대국도

밑반찬까지 다 먹으면 나름 허기를 채울 순 있었던지라 처음 보고 '괜히 특으로 시켰나'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쓸데없는 기우였다. 다대기를 두스푼쯤 넣고 새우젓을 탈탈 넣고 파와 들깨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후추까지 팍팍 뿌린 후 맛을 보았는데 세팅이 잘되서 그런가 아주 맛있었다. 보통은 후추를 그렇게 많이

뿌리지는 않는가 성우랑 사장님이 살짝 놀라긴 했지만 먹는 내가 맛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가더라.

 

성우와는 해당 학기 이후 수업을 같이 들은적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연락 또한 끊기게 되었다.

내가 사람을 만날때 처음부터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었고, 난 1학년땐 철학과에 있다가 2학년때

사학과로 전과를 해서 그렇게 친하게 지낼 건덕지도 없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그래도 순대국집은 적어도 1주일에 한번쯤은 갈 정도로 단골이 되었고, 이후로도 개인적으로 친하게

된 몇 안되는 사람들과 밥을 먹을땐 꼭 순대국집으로 데려가곤 했다. 한번은 후배랑 같이 먹고 있는데

사학과 교수님들이 서너분이나 들어오시더니 날 알아보고는 계산을 해주신적도 있었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오고 나서도 꾸준히 얼굴도장을 찍어서 그런가...이제 사장님도 날 보면 이래저래

먼저 이야기를 꺼내시곤 한다. 주 내용은 내가 아들이랑 닮았다는거랑 자기 아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계속 찌고 있다는 하소연 정도? 나야 뭐 입 짧은거보단 잘먹는게 좋은거 아니냐고 옹호하곤 했지만.

실제로 사장님 아들이 가게 일 도와주러 나온걸 본적도 몇번 있는데, 별로 닯은점은 못느끼겠더라.

비슷한 점이라면 안경을 낀 스포츠머리 스타일의 통통남이라는거? 내가 보기엔 나랑은 이미지가 확실히

다른 사람이었는데 사장님은 많이 닮았다고 하는걸 보니...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느날도 순대국을 먹으러 가게를 갔었는데 사장님이 장사 이번달까지만 할거라고 해서 장사 그만하실

거냐고 놀라서 물어보니 다행히 그런건 아니라 길 건너 목 좋은 곳으로 가게를 옮길거라고 하시더라.

가게를 옮긴 이후로는 이전의 시골틱한 분위기가 조금 사라지긴 했지만 대신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가게가 되어 좀 더 쾌적한 분위기에서 순대국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어느정도 짐작은 하겠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는걸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순대국을 먹을때도 거의 대부분은 혼자 느긋하게 앉아서 평소와는 달리 천천히 먹는 편이다.

뭐, 현재의 밸게에서 내 식습관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짜장면 곱배기를 빨리 먹으면 1분만에

흡입하는 스타일이지만 순대국은 최소 30분 이상 천천히 느긋하게 먹는다. 그래서인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식사할 상황이 생기면 어지간하면 이곳에 같이 순대국을 먹으러 오곤 한다.

안좋은 일로 만날때는 식사와 더불어 가볍게 반주를 하기도 하지만 혼자 먹을땐 절대 술은 곁들이지 않는다.

 

 

왕십리에 와서 식사할 기회가 있으면 왕십리역 6번 출구로 나온 다음

O2STORE 편의점 맞은편에 있는 고흥순대국집에 가보는 걸 제안해본다. 유명 맛집같은 훌륭한 맛도 아니고

체인점같은 정형화된 맛도 아니긴 하지만, 내 주관적인 기준으로는 중간 혹은 살짝 중상은 되는것 같다.

 

 

------------------------------------------------------------------------------------------------------

 

쓰다보니 처음 글을 쓴 의도와는 달리 어설픈 맛집 리뷰가 된거같다.

 

사실 이외에도 순대국 관련해서 에피소드가 몇개 있긴 한데 이야기를 하려니 이름을 거론하기 난처한

 

사람을 언급할수밖에 없는지라 과감히 생략한다. 앞으로도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글의 본문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경우 100% 실명 사용을 원칙으로 할 것이다. 어차피 당사자들이 이 글을 검색할 리도 없으니까.

와우저

Lv86 Moonstrider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