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위주로 읽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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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판타지 게임에서 '인간'을 선택하면 가장 번성하고 강력한 기준점이 되는 국가의 시민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와우 오리지널(클래식) 게임 시작 시점의 인간 유저가 처한 상황은 매우 암울합니다.
당신은 화려한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을 상상하며 접속하겠지만, 현실은 당장 마을 앞 밭에 출몰하는 도적 떼와 들개들을 막아줄 정규군조차 없어 쩔쩔매는 벼랑 끝의 왕국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리지널 시점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큰 배경은 "인간의 전성기는 이미 끝났다"는 것입니다.
원래 아제로스 인간들의 중심지는 남쪽의 스톰윈드가 아니라, 얼라이언스를 창설하고 대륙을 호령했던 북쪽의 제국 로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워3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로데론의 왕자였던 아서스 메네실이 타락하여 죽음의 기사가 되었고, 아버지를 찔러 죽인 뒤 로데론 전체를 언데드(스컬지)가 들끓는 생지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패륜아 중 하나인 '아서스 메네실')
이 사건으로 인간 영토의 절반 이상이 날아갔고, 살아남은 북부의 인간들은 난민이 되거나 미쳐버렸습니다. (이때 죽어서 언데드가 된 로데론 백성들이 바로 호드의 '포세이큰'입니다.)
북부의 제국이 멸망하면서, 과거 1차 대전쟁 때 오크들에게 잿더미가 되었다가 2차 대전쟁 이후 간신히 재건된 남쪽의 왕국 스톰윈드가 졸지에 인간 백성들의 마지막 피난처이자 최후의 보루가 되었습니다.
스톰윈드 성문에 들어서면 거대한 영웅들의 석상과 웅장한 대성당이 플레이어를 압도합니다. 겉보기에는 인간의 위대한 영광이 살아있는 것 같죠.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스톰윈드의 내부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습니다.

스톰윈드가 삐걱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지도자의 부재입니다. 오크의 스랄이 굳건하게 호드를 이끌고 있는 반면, 스톰윈드의 국왕인 '바리안 린'은 외교 회담을 가던 중 의문의 세력에게 납치되어 실종 상태입니다.
왕좌에는 어린 꼬마 '안두인 린'이 앉아 있고, '볼바르 폴드라곤'이 섭정을 맡아 나라를 지키려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왕국 최고의 귀족인 '여군주 카트라나 프레스톨'이 끊임없이 볼바르의 눈을 가리고 귀족들을 조종하며 파벌 싸움을 조장합니다.

(카트라나 프레스톨과 어린 국왕 안두인 린)
당장 엘윈 숲과 서부 몰락지대에 오크 잔당, 놀, 코볼트가 쳐들어와 농부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왕국은 지원군을 보내지 않습니다. 결국 떠돌이 용병(유저)들이 직접 무기를 들고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초보 인간 유저의 영원한 숙적 들창코)
더 비극적인것은 초반부 인간 유저들을 가장 괴롭히는 적은 괴물이 아니라 '데피아즈단(Defias Brotherhood)'이라는 붉은 복면을 쓴 도적 떼입니다.
이들은 원래 잿더미가 된 스톰윈드를 훌륭하게 재건해 낸 '석공 조합'이었습니다. 하지만 카트라나 프레스톨(오닉시아)의 이간질에 속은 귀족들이 임금 지불을 거부하자, 분노한 석공들이 반란을 일으켜 범죄 조직이 된 것입니다. 인간 유저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때 나라를 지어줬던 불쌍한 노동자들을 썰어버려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집니다.

(지금봐도 개간지......)
북부의 거대한 제국 로데론은 잿더미가 되었고, 최후의 보루 스톰윈드는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구원군을 보내주지 않는 지금, 이름 없는 용병인 당신이 낡은 검과 방패를 들고 이 무너져가는 세계의 최전선에 설 차례입니다.
진정한 영웅은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 탄생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