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로마가 망한 이유가

로마군에 이민족이 들어와서라는 말은 왜 자꾸 나오는거냐.

로마 멸망의 원인을 단적으로 답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상무정신 타령 좋아하는 군대 정훈교육의 프로파간다에서나 나오던 얘기 아닌가.

애국심에 불타는 로마 시민들로 이루어진 로마군은 세계 최대의 제국을 이루었지만 로마인들은 점차 안락과 유흥에 빠지게 되고 상무정신을 잃게 되어 군복무를 기피하게 되고 외부 이민족들에게 군대를 맡겼다가 멸망했다.. 

그러니까 너네는 불평하지말고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군복무에 힘써라.

뭐 이런거?

제정 시대에 접어든 로마 제국은 이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개의 대륙에 속주를 갖고 있는 세계 제국이었고, 영토가 팽창함에 따라 방위해야할 국경선도 상당히 늘어났는데 '순수' 로마인들로만 군대를 운영하는건 불가능하지. 남부 이탈리아에서 놀던 시절에야 그리스 도시국가들마냥 로마 시민병으로 군단을 꾸렸을지는 몰라도.

게다가 주변 민족과 국가들이 과거 공화정 시절에 심심하면 줘패던 호구들도 아니고, 3세기 사산조 페르시아라는 강적이 등장하는 한편 게르만 족도 이전보다 강하고 호전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어.

로마 제국이 망한 원인은 복합적인데, 외부 팽창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노예와 귀금속의 공급은 줄어드는데 늘어난 국경선으로 군비는 증가하는 경제적 문제와, 지방 군단에 대한 통제력 약화로 인해 군단 지휘관들이 서로 황제 해보겠다고 난리통을 치는 정치적 혼란, 앞의 두가지 문제로 인한 군사력 저하와 위에 언급한 외부 강적들에 의한 국방력 약화.

등으로 꼽을 수 있을것 같은데, 결국 로마는 커다란 제국을 이루긴 했지만 그 제국을 운영할 준비가 부족했던게 아닌가 싶다.

위에 설명한 원인들에 대해 반론할건 많겠지만 적어도 '순수한 로마인들의 군대에 이민족이 들어온 것'이 멸망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확언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