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무협 게임의 기준, 그 모든 걸 업그레이드 '연운'

게임소개 | 윤홍만 기자 | 댓글: 8개 |



학창 시절 무협 소설을 읽어본 경험, 다들 있을 겁니다. 당시 장르 소설계는 무협과 판타지로 양분된 상황이었죠. 이는 게임 또한 마찬가지여서, 판타지와 무협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품이 등장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둘의 입지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판타지 기반 게임은 활발히 개발되는 반면, 정통 무협 게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나마 간간이 '퓨전' 무협이 나옴으로써 명맥을 잇는 상황이었죠.

그런 가운데 등장한 '연운'은 그야말로 정통 무협 게임을 기다려왔던 게이머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적인 측면도 있었겠지만, 게임의 배경부터 전반적인 세계관, 스토리, 그리고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정통 무협 게임으로서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물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있었으나 지난 5월, 1차 CBT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연운'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통 무협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으로, 최근 중국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의 장점들을 무협의 형태로 훌륭하게 녹여낸 느낌이었죠. 물론 최적화나 로컬라이징 같은 아쉬운 점도 더러 있었지만, 정통 무협의 명맥을 이을 만한 게임임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랬던 '연운'이 마침내 2차 CBT를 실시했습니다. 2차 CBT,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지난 1차 CBT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거였죠. 과연 '폐관수련'을 끝마치고 돌아온 '연운'이 어떤 재미와 개선점을 선보였을지, 그 성공적인 수련 결과를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구경만 해도 눈이 즐겁다어딜,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된다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에 앞서, 먼저 비주얼에 대해 언급해야겠습니다. '연운'은 첫 공개와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했습니다. 무협 소설 속에서 묘사되던 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비주얼은 무협 팬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단순히 풍경만의 얘기가 아니라 캐릭터들 역시 하나같이 매력적입니다. 다소 전형적인 미형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림 같은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서 못생긴 캐릭터들로 가득한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이죠.



▲ 커스터마이징 자유도는 상당히 높은 편



▲ 전형적인 선남선녀인들 어떠랴, 눈이 즐거운 것을



▲ 그렇다고 개성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건 아니다. 장비 수염을 가진 호탕한 캐릭터도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운'의 캐릭터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나같이 판에 박힌 선남선녀인 것도 아닙니다. 호방한 캐릭터는 그에 어울리는 장비 수염을 기르는 등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 개성적인 면면들이 가득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풍경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산등성이나 언덕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풍광을 보여주며, 단순히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것을 넘어 원혼이 떠도는 오싹한 골짜기, 습격을 받아 폐허가 된 마을 등 각양각색의 지역들이 존재해 다채로운 구경거리를 선사하죠. 별다른 목적 없이 그냥 주변을 돌아다니고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 같은 장소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 선계처럼 느껴지는 곳도 있다. 다양한 풍광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정도다

연출 또한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컷신을 건너뛰는 플레이어도 많지만, '연운'에서는 꼭 보길 추천합니다. AAA급에는 다소 못 미치더라도 AA급 게임 못지않은 퀄리티로 눈을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소위 '무협뽕'을 차오르게 하는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개발진이 어떻게 해야 플레이어가 무협의 낭만을 느낄 수 있을지 작정한 느낌이죠.

그래픽과 비주얼에 대한 얘기를 했으니 최적화에 대한 걸 빼놓을 수 없겠죠. 특히 최근 AAA급 게임들이 비주얼 이상의 사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니 이 부분을 걱정하는 플레이어도 꽤 있을 겁니다만, '연운'의 경우에는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연운'은 비주얼 대비 너무 높은 사양을 요구했던 최근의 AAA급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합리적인 사양과 준수한 최적화를 자랑합니다.



▲ 그저 게임을 할 뿐인데 자연스럽게 무협뽕이 차오를 정도

물론 그렇다고 '연운'의 순수 그래픽과 비주얼이 AAA급 게임 수준과 동등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옆에 두고 비교하면 분명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텍스쳐나 모델링 등의 그래픽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게임의 그래픽적인 부분에서의 완성도를 거론할 때는 이러한 비주얼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연운'의 비주얼은 단연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수준에 어울리는 사양을 요구한다고 해야 할까요. 미장센부터 아트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폴리곤을 늘려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좋아 보이면서도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타협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타협이라고 하니 다소 안 좋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연운'은 반대입니다. 충분히 좋은 비주얼에서 최적화를 희생하고 비주얼을 더욱 극한으로 다듬을지 아니면 이쯤에서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 최적화에 힘쓸지 두 가지 선택지에서 후자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로서도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낫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테죠.






▲ 컷신 연출이나 애니메이션 역시 대체로 준수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무협의 맛이 느껴지는 전투핵심은 '패링',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연운'의 전투는 패링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긴밀한 공방을 주고받는 전투 시스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패링과 긴밀한 공방이라고 하니 '세키로' 같은 패링 기반 소울라이크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그 정도의 조작 난이도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 공방의 필요성을 더하고, 패링을 첨가한 정도에 가깝습니다.

'연운'의 전투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적들은 체력과 함께 '진기'라는 그로기 게이지를 가지고 있는데 전투는 주로 체력보다는 이 진기를 깎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진기를 깎아서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 치명타를 날려야 한 번에 많은 체력을 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기는 일반 공격으로도 깎을 수 있지만, 제대로 깎으려면 패링이 핵심입니다. 적의 평타와 붉은색으로 빛나는 강공격(적광 스킬)을 패링하면 진기를 크게 깎을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강공격을 패링하면 평타를 패링한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진기를 깎게 됩니다.



▲ 적이 적광 스킬을 쓰면 패링할 준비를 하자



▲ 전부 패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흑광 스킬은 패링이 불가능하기에 회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패링이 전부인 것은 아닙니다. 방어부터 회피까지 모두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연운'의 전투, 특히 보스전은 적의 연속 공격이나 평타는 가드로 막아내고, 막거나 패링이 불가능한 패턴은 회피로 피한 후, 강공격인 적광 스킬을 패링해서 진기를 크게 깎아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 강력한 일격을 날려 체력을 크게 깎는 식으로 흘러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패링과 회피 등 공방을 주고받는 전투인 만큼 적들의 패턴은 여러모로 직관적입니다. 평타는 방어, 회피, 패링 모두 가능하지만, 강공격인 적광 스킬은 방어가 불가능하기에 패링이 필수입니다. 반대로 흑광 스킬(실제로는 노란빛에 가까움)은 방어와 패링 모두 불가능하며, 회피만 가능하죠. 보스는 전투 중 다양한 패턴을 사용하므로 잘 파악하여 대응해야 하지만, 다행히 이 모든 것이 명확히 표시되고 충분히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수십 번 죽어가며 패턴을 외워야 하는 소울라이크와 비교하면 대체로 여유롭다고 할 수 있죠.



▲ 공격하다가도 바로 패링을 쓸 수 있어서 패링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연운'의 전투는 무난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적당히 도전적이며,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적당히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연운'의 전투 시스템은 혁신적인 수준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그게 곧 반대로 나쁘다는 의미인 것도 아니죠. 명작들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죠. 명작이라고 해서 전부 혁신적인 시스템을 가져온 건 아닙니다. 개중에는 기존 게임이 정립한 문법이나 시스템을 가져와서 완성도를 높인 경우도 있습니다. '연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완성도 높은 전투 시스템을 가져와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형태로 재해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대한 만큼, 기대한 대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죠.

전투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로는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들이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적의 패턴에 익숙해진다면 공격 중간중간에 무기와 연동된 '무기 스킬'과 공통 스킬인 '비결'을 섞어 공격을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무기는 검, 맥도(대검), 승표, 우산, 부채, 창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기 개성적인 무기 스킬들로 무장했습니다. 우산과 부채처럼 회복 스킬을 쓸 수 있는 무기가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 보호막이나 강화 효과를 얻는 무기 스킬도 있어 이를 전략적으로 조합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 일부 보스의 특정 패턴은 비결로 파훼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결은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스킬입니다. 태극으로 방패를 든 적의 방어를 해제하거나 점혈을 써서 잠깐 마비시키는 식이죠. 이러한 비결은 보스전에서 특정 패턴을 파훼하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무기를 던지는 보스의 공격을 되려 역이용해 무기를 되던지는 식이죠.

이렇게 놓고 보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투를 깊이 파고들 때의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무기를 적당히 아무렇게나 조합하고 비결을 잘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지간한 적을 상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패링만 잘하면 될 뿐이죠. 그럼에도 스킬과 비결을 어떤 타이밍에 써야하는지 익혀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걸 제대로 쓸 수 있는 순간 전투의 재미 역시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연운'의 전투는 전형적인 '입문은 쉽게, 숙련은 어렵게(Easy to Play, Hard to Master)' 개념에 가깝습니다. 직관적인 전투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되 진짜 무협 영화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직접 스킬을 조합하거나 비결과의 콤보를 만들고, 보스의 패턴을 연구하도록 한 겁니다.

난이도를 낮추는 장치에 대한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패링의 경우 꽤 널널한 타이밍을 자랑하고 공격 중에도 바로 패링을 쓸 수 있도록 했지만, 원체 적의 공격이 빠르고 화려해서 놓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애초에 패링을 어려워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플레이어들을 위해 '연운'은 자동 패링 기능을 제공합니다. 자동 패링 기능을 켤 경우 전용 게이지가 생기며, 적이 공격할 때 슬로우 모션이 발동하여 패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공격할 때마다 일일이 QTE처럼 슬로우 모션이 발동하고 패링을 해야 한다는 데에서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일말의 단점도 있지만,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이보다 더 반가운 기능도 없다고 할 수 있죠.



▲ 자동 패링 기능을 켜면 최하단에 패링 게이지가 생기고 적의 공격에 슬로우 모션이 발동한다

그렇다고 자동 패링 기능을 만능 해결사와 같은 그런 기능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자동'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해주는 그런 식의 자동 기능이라기보다 전투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 기능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동 패링이 발동할 때마다 패링 게이지가 한 칸씩 소비되는데 최대 2칸만 있는 만큼, 2번 연속으로 자동 패링이 발동했다면 그다음부터는 플레이어가 수동으로 패링을 해야 합니다. 적이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하는데 단 두 번만 발동한다니, 너무 적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수동으로 패링에 성공하거나 적을 공격하면 패링 게이지가 차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연운'은 패링의 난이도를 크게 낮추면서도 플레이어가 점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체감하기로는 전투의 약 60~70%는 자동 패링이 커버할 정도였죠. 그 결과 나머지 30~40%는 플레이어가 직접 수동으로 패링하고 조작하도록 함으로써 적의 공격 패턴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도록 도와줍니다.

이처럼 장점이 가득한 자동 패링 기능은 분명 초심자에게 더없이 반가울 기능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면도 있었습니다. 바로 앞서 언급한 몰입감을 해칠 수도 있다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슬로우 모션도 좋았으나, 그보다는 적이 적광 스킬을 쓸 때 붉은빛이 번쩍이는 것처럼 '지금이 바로 공격 타이밍이야' 하고 공격 신호를 더 명확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적광, 흑광 스킬보다 오히려 평타가 더 눈에 안 띄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자동 패링 기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높은 평가를 주고 싶은 건 세밀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강제가 아닌 켜거나 끄는 게 가능했으며, 여기에 더해 보스와 잡졸에 상관없이 자동 패링 기능을 켤지, 아니면 보스전에만 자동 기능을 켤지 등 세부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자동 패링 기능은 자전거를 타는 연습을 할 때의 보조 바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립을 도와주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불편하게 여겨지는 요소로서 언젠가 떼야 하는 그런 요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연운'이 오픈월드를 다루는 방법넘칠지언정, 부족하지는 않다




'연운'의 오픈월드 콘텐츠는 그야말로 '방대'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는 먼저 넘칠 정도의 채집 요소를 들 수 있습니다.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모은 재료들은 장비나 무공을 강화하는 재료로 쓰이거나 혹은 요리를 만드는 데 쓸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즐길 거리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점혈을 활용해서 소매치기가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 혈도를 눌러서 범죄의 현장을 잡는 것부터 다친 사람을 치료해 줄 수 있으며,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점혈과는 별개로 의술을 활용해 다친 NPC를 치료하는 것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즐길 거리들은 메인 스토리나 서브 스토리와는 별개로 드넓은 '연운'의 오픈월드의 빈 공간을 촘촘히 메워줍니다.



▲ 때로는 좀도둑이 소매치기하는 순간 점혈을 써서 붙잡거나



▲ 다친 NPC(거위)를 치료해 주고 회복약 상한을 늘려주는 아이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마냥 가벼운 것들로만 이루어진 건 아닙니다. 플레이어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요소 역시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요소들로는 무공 습득과 패시브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심법을 익히는 과정에 대한 걸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스킬을 익히는 과정은 단순합니다.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익히는 식이죠. 그게 아니라면 스킬북 형태로 구매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운'은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레벨이 오른다고, 그리고 스킬북을 구한다고 익혀지는 게 아니죠.

'연운'에서 스킬을 배우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정석적인 방법으로 문파에 드는 것이 있습니다. 문파에 들기 위해선 자신이 주로 쓰는 무기에 특화된 문파 등 원하는 문파의 입문 단서를 찾아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무공을 쓰는 걸 훔쳐보는 방법입니다. 지도에는 책 아이콘으로 표시된 곳에 가서 무공을 배울 수 있는데, 재미있는 건 훔쳐보는 대상이 사람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마귀의 동작에서 영감을 얻어서 당랑권이 만들어졌다는 것처럼 때로는 동물의 행동을 보고 무공을 익힐 수도 있습니다. 동물을 훔쳐보는 건 대체로 쉽지만, 다른 사람의 무공을 훔쳐보는 건 제법 난이도가 있습니다. 퍼즐을 풀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서 잠입해 몰래 훔쳐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 특별 출연한 화운사신처럼 대놓고 무공을 훔쳐볼 대상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 원래부터 무공이란 건 동문이 아니면 안 알려주는 법. 잠입해서 훔쳐봐야 할 때도 있다



▲ 벌꿀을 먹으려고 태극권을 쓰는 곰을 훔쳐볼 줄이야

심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심법을 배우기 위해선 먼저 심법과 관련된 퀘스트를 깨야 합니다. 이는 퍼즐일 수도 있고 NPC와의 비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특정 심법의 깨달음 진행도가 100%에 달해야만 심법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익힌 심법은 이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깨달음'이라는 책자(심법 강화 재료)를 써서 강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연운'은 정해진 길을 쭉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아닌 다채로운 세계를 탐험하도록 하는 당위성을 제공합니다. 그냥 메인 스토리를 쭉 진행해도 되지만, 좀 더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해서, 그리고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액션의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선 다양한 무공과 심법을 익히는 게 필수인 만큼, 자연스럽게 이를 유도하는 셈입니다.



▲ 강호를 주유하고 수많은 협객들과 어떤 식으로든 교류할수록 플레이어의 무공 역시 고강해지는 셈


여전히 아쉬운 로컬라이징최악은 아니다, 최악보다 좀 나을 뿐



▲ 번역, 폰트, 폰트 크기에 이르기까지 손봐야 할 곳이 많다

로컬라이징은 굳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심각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폰트입니다. '연운'은 굴림체를 기본 폰트로 쓰고 있는데 범용 폰트로서 분명 어울리는 게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무협이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무협 게임에서 굴림체라니, 이는 폰트에 대한 고민이 전무했음을 보여줍니다.

무협 콘셉트에 어울리는 폰트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힘 있고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폰트를 쓰는 게 좋습니다. 필기체 스타일이나 고전적인 느낌의 폰트가 대표적이죠.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서적 등의 지문은 필기체 폰트로, 그 외에는 고전적인 폰트로 구분할 수도 있었겠지만, '연운'은 이 부분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소한 궁서체로 쓰는 정도의 고민은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심지어 '연운'의 폰트는 이것저것이 뒤섞여 있습니다. 심지어 하나의 지문에 크기가 다르다거나 볼드가 들어가 있는 등 버그가 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CBT라서 이해하려고 해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임은 분명합니다.



▲ 반말과 존댓말이 서로 정반대로 된 이런 경우는 그냥 애교인 수준



▲ 음식명마저도 리스트에 있는 이름과 상세 항목에 뜨는 이름이 다 다르다

그래도 폰트의 경우 CBT 관점에서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폰트를 적용하면 될 뿐이니까요. 진짜 문제는 번역입니다. '연운'은 꽤나 깊이 있는 설정과 이야기를 선보이고자 하지만, 번역이 너무나도 어설퍼서 이런 장점이 전혀 부각되지 않습니다. 무협 게임이라면 각 캐릭터들의 관계부터 용어까지 치밀한 완성도를 보여줘야 하거늘, '연운'은 이 부분에서는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만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원문을 번역기를 써서 돌린 수준입니다.

명사 역시 죄다 틀리기 일쑤입니다. 옆에 분명 '소돌'이라는 꼬마애가 있는데 이름을 선택지에는 '작은 돌'이라고 뜨는 것부터 뒤죽박죽입니다. 단순히 뇌내 보정을 거쳐서 얘가 걔구나 싶을 수도 있지만, 짜게 식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 그래도 전부 다 나쁜 건 아니다. 초반 번역은 1차 CBT와 비교했을 때 많이 나아졌다

전문 용어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중국 무협 드라마에서 '미터'라는 단어가 나와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연운'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스'부터 '장비 세트'라는 표현 등, 낭만을 부추겨줘야 할 것들이 되레 한없이 초라하게 만듭니다.

더 심각한 건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힌트를 줄 때도 있다는 겁니다. 일부 NPC들은 특정 시간대에 어디서 만나자고 한다거나 퍼즐을 푸는 힌트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번역이 어설프니 힌트가 제대로 전달될 리 만무합니다. 서적 등의 문구를 이용한 힌트를 번역하는 건 로컬라이징에서도 제법 난이도가 있는 부분이니 만큼, 다소 어설프게 할 수도 있다지만, '연운'은 힌트를 아예 새롭게 창조 번역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연운'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무협




그래서 재미없느냐고 묻는다면 정반대입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어느새부터 '무협'은 멋지지 않아졌습니다. 원래라면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고 멋져야 할 무협이라는 소재가 어느덧 '퓨전'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함으로써 부재료처럼 여겨졌죠. 정통 무협은 이제 너무 뻔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등장한 '연운'은 그야말로 무협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게임이라고 할 만합니다. 정통 무협이 여전히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준수한 스토리와 설정, 그리고 손맛이 느껴지는 전투와 방대한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까지. 무협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거의 모든 것들을 갖춘 그런 느낌의 게임입니다. 이게 엄청난 게임이 등장했다거나 하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탄탄한 육각형 같은 게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의 관건은 로컬라이징입니다. 전투나 최적화는 일단 지금으로도 딱히 나쁘다고 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로컬라이징은 다릅니다. 이대로면 아무리 잘 만든들 최악의 평가를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안타깝지만, 넷이즈는 이전에도 비슷했습니다. '원스휴먼'의 경우 잘 만들었고 지금도 국내에서 여러 게이머가 즐기고 있지만, 초창기 최악에 가까운 로컬라이징으로 인해 초반에 많은 유저들이 떠난 바 있습니다.

잘못하면 '연운'도 그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아직' CBT라고 하기엔 일말의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로컬라이징은 별로 안 바뀌었으니까요. 남은 시간, 사활을 걸어주기 바랍니다. 로컬라이징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건 너무나도 아쉬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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