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25 게임스컴

칼럼 | 이두현 기자 |
이번 게임스컴에서는 마치 독일 쾰른에서 지스타를 치르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만큼 한국 게임사의 주요 일정이 많았다. 크래프톤이 주최한 글로벌 기자간담회에는 전 세계에서 온 10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는데, 발표가 한국어로 진행되고 영어로 통역되었다. 과거 영어로만 진행되던 해외 기자간담회에서 애를 먹었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무척 새로운 풍경이었다. 주요 행사가 끝난 뒤 열린 네트워크 파티 역시 한국 게임사가 주최한 대규모 행사였다.



▲ 게임스컴 2025 크래프톤 미디어 간담회

해외 게임사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이는 게임스컴이 글로벌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는 핵심 무대임을 방증한다. 성준호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게임스컴은 글로벌 게임사의 신작 정보는 물론, 전 세계 게임 유저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라며 "글로벌 게임 산업의 트렌드와 업계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외국 게임사가 한국 미디어에 시연과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게임스컴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며 한국 게임사의 참여율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 게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 리그’를 넘어 ‘국제 리그’에서 경쟁해야 한다. 배태근 네오위즈 공동대표는 "게임스컴 현장에서 확인한 게임 팬들의 열정과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네오위즈가 서비스하는 인디게임은 물론 자사 IP가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특히 올해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무관에 그친 결과를 고려하면, 글로벌 관점의 게임성 개발과 마케팅은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100명인 시장에서 점유율 50%는 50명이지만, 1,000명인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은 200명이다. 엔씨소프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영어권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 온 이유다. '신더시티' 개발사 빅파이어게임즈의 배재현 대표는 "한국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드는 건 오랜 꿈이었으며, 슈팅과 SF가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해 이러한 도전을 뒷받침했다.

반면 대형 게임사는 게임스컴에 투자할 여력이 있지만, 소규모 게임사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4명 규모의 개발사가 모니터 4대를 운영하는 최소한의 규모로 참가해도 1천만 원가량의 예산이 든다. 단독으로 B2C 관에 부스를 마련하려면 별도 투자를 받거나 대출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다.



▲ 게임스컴 2025 B2C 한국 국가관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처음으로 B2C 관에 중소게임사 5곳의 참여를 지원한 것은 긍정적인 시작이다. 현장에는 주목할 만한 우리 게임들이 있었지만, 비좁은 공간에서 빠듯하게 운영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국가관과 비교했을 때,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류의 위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게임스컴이 글로벌 산업 내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중소 게임사의 B2C 관 참여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25년 게임스컴은 행사의 높아진 위상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을 향한 한국 게임사의 현재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때로는 우리 게임이 ONL(오프닝 나이트 라이브) 같은 거대한 쇼의 일부로 소비되는 듯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 게임사가 ONL을 비롯한 게임스컴에 활용되지 않고, 역량을 발휘해 글로벌 진출에 활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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