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행성의 비밀, 당신이 몰랐으면 하는 K-게임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2개 |



이 책은 '사행성 아이템'을 다룬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선 '사행성 아이템'이란 단어보단 '확률형 아이템'이 주로 쓰였다. 저자는 '확률형 아이템'이란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을 게임업계가 부정적 이미지를 감소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봤다. 일종의 프레이밍 효과다.

예로 게임 내에서 재미를 위해 확률이 사용될 때는 '확률형 아이템'이 맞다. 최근 게임 경우에는 '디아블로4'에서 아이템의 등급, 옵션이 확률로 정해진다. 개인적으론 뼈창 강령술사 전용 옵션이 뜨길 바라며 아이템을 줍는다. 이 경우가 저자가 말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반면, 저자는 게임 유저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들어간 비즈니스 모델은 '사행성 아이템'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말이 유저들에게 은연 중에 게임 재미에 필요한 무언가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게임사가 기존 게임에 존재하는 개념을 끌어온 단어라고 생각해서다.

"사행성은 조절된다"라는 말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일 듯하다. 조절의 주체가 재밌다. 유저가 스스로 조절하며 뽑기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이미 게임사가 조절해 놓은 판이었다. 저자는 게임업계가 사행성을 조절하는 방법이 고도로 발전했다고 본다. 저자가 보는 최고의 사행성 게임은 △무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결제와 참여자 수에 제한이 없으며 △재미있으며 △실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매우 낮은 확률을 가지고 있으며 △가챠 시도 횟수에 제한이 없으며 △당첨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우회 환전이 가능한 게임이다.

어째 낯설지 않다. 고도로 발전한 방법은 지극히 단순한 방법으로 유저를 이끈다. 책에 나오는 여러 기법 중에 시간을 이용한 게 있다. 저자는 "대부분 사람이 당첨금이나 당첨 확률에만 관심을 가지지, 시간을 간과한다"라며 "시간에 관련된 내용을 조절하면, 티 안 나게 사행성을 올리기 쉽다"라고 소개한다. 유저에게 익숙한 10연뽑이 해당한다. 과거 '바다이야기'에는 '한 게임에 4초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규제가 있었다. 변신 뽑기에 10연뽑이 제한되어 1회씩 하게 되고 4초 제한이 걸리는 상상을 해본다.

책은 법의 회색지대에 숨어 어느새 법의 보호를 받는 게임업계의 노하우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완성된 형태는 복잡하나, 레고 맞추기의 첫 페이지가 한 조각부터 시작하는 거처럼 기초부터 쌓아간다. 일본 빠칭코 산업과 게임사의 가챠가 어떻게 'K-가챠'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을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저들 사이 격언 중에 '모르면 맞아야지'가 있다. 저자는 '사행성 아이템'에 대해 '당신이 몰랐으면 하는 K-게임'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게임사와 유저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면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질 거라 믿는다. 자신이 욕하면서도 계속 뽑기에 돈을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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