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니다, NXC 주식, 경영권 없음"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12개 |



정부가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29.3%를 매물로 내놨다. 이 지분은 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가족이 상속세 납부 일환으로 정부에 주식 일부를 물납한 것이다. 정부는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세수를 채워야 한다.

NXC 지분 29.3%는 언뜻 보면 매력적이다. NXC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게임시장에서도 확고한 넥슨의 지주회사다. 넥슨은 6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두며 분기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넥슨그룹의 지주회사 NXC의 29.3%는 관심을 둘 법하다.

하지만 NXC 지분에 대한 취재 과정에서 의견을 낸 IB(투자전문은행) 담당자, 애널리스트, 회계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결론은 제 3자가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IB 담당자에게 투자 의견을 묻자 "경영권도 수익도 보장 못 하는 천문학적 투자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답이 나왔다.

이어 "결국 정부는 유찰을 거듭 겪게 될 것이고, 팔지도 못할 것을 주식으로 받아왔다는 비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의 누군가가 이 난제를 풀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서 정부가 기업에 요청해 컨소시엄이 구성되고, 최저입찰가를 낮춰 어떻게든 팔지 않을까 본다"라고 의견을 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정부가 NXC 지분 29.3%를 최저입찰가 4.7조 원에 내놨다는 것과 NXC 최대주주 측(유정현 이사 등)은 회사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NXC 지분 100%를 20조 원에 살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29.3%를 4.7조 원에 사는 것은 전혀 얘기가 다르다. 사봐야 7:3으로 지분이 밀려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서다.

난제의 시작은 NXC가 비상장 지주회사란 점이다. NXC는 김정주 창업자가 외부의 여러 영향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엄밀히 구분하면 지주회사 NXC와 게임회사 넥슨은 별도 법인이어서, 누군가 NXC 지분 29.3%를 확보하더라도 경영권이 없어 넥슨에 영향력을 끼치기 어렵다. 또한 비상장 기업이어서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도 어렵다.

지분을 사 회계장부열람권, 업무검사권, 청구권(주주제안, 주주총회, 이사 및 감사 해임, 해산판결)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NXC가 비상장회사라는 점과 4.7조 원 고려하면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국내에서 NXC 지분을 살 기업, 사람도 찾기 어렵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이 가진 현금이 79.9조 원, 현대자동차가 20조 원가량이다. IB 관계자는 "물론 삼성과 현대가 갑자기 4.7조 원을 NXC에 태울 리도 없겠지만, 그들이 경영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게임산업에 투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사모펀드가 구성되어도, 역시 지분율 차이가 문제다. 그나마 29.3%를 가진 사모펀드 측이 NXC에 사내이사를 요구할 수는 있다. 사내이사가 되면 넥슨 게임사업 여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게임사업 노하우에 관심이 많은 쪽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사내이사를 확보하는 데 4.7조 원을 투자하는 게 맞는지는 역시 물음표가 남는다.

실질적으로 NXC의 배당수익을 노리고 지분 구매를 고려할 수 있다. NXC 배당지급액은 2022년 572억 원, 2021년 535억 원이다. 29.3% 지분이 있다면 167억 원, 156억 원을 받는 셈이다.

문제는 차라리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는 게 낫다는 점이다. 한 회계사는 "미국기준금리가 5.5%인데, 4.7조 원으로 굴리면 1년에 2,585억 원이다"라며 "국가 차이, 은행 차이, 이자소득세 등을 고려하더라도 배당수익보다 나을 텐데, 배당수익으로 노리고 NXC 지분을 사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배당성향을 올리는 것도 NXC 이사회, 넥슨 등 여러 자회사들의 이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기 어려워 이루기 어렵다.

또한, 누군가 사더라도 유동화를 거쳐 차익을 거둬야 한다. 일반적인 방법은 상장을 통한 차익 실현이다. 그러나 애초에 NXC는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주회사여서 미래에도 상장 가능성은 낮다. 차익 실현을 위한 유동화도 어려운 지분을 굳이 살 이유가 없다.

2019년 초 NXC를 통으로 매각한단 얘기가 나왔을 때 텐센트가 언급되곤 했다. 텐센트의 현금은 충분하다. 그러나 현시점 텐센트가 NXC 지분 29.3%에 관심 두지 않을 거란 게 전문가 시각이다. 한 취재원은 "텐센트 투자 성향을 보면 미래가 유망한 기업 초기 때 5~10%씩 확보하는 스타일"이라며 "텐센트가 4.7조 원을 경영권 확보 보장을 받지 못한 채 투자에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텐센트의 참전은 현재 정치, 외교 상황까지 고려하면 더 어려울 것이라 봤다. 취재원은 "지금 중국 내부적으로도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이고 한중 외교 관계가 애매한데, 이런 때에 텐센트가 아무런 이득을 볼 수 없는 한국 회사를 사기 위해 한국정부에 4.7조 원을 낸다고 하면, 중국정부가 좋아할까?"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개입 가능성에도 취재원은 "4.7조 원을 쓰고도 기억에서 잊을 수 있다면 말이 되겠지만, 역시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봤다. 애초에 NXC 지분을 사는 게 어떤 이득을 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빈 살만 왕세자가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유 없다는 것이다. 관련해 이미 PIF는 넥슨일본법인 지분율 10.23%를 확보해 두고 있다. 주요주주 순으로 PIF는 다섯 번째다.

취재원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등 다른 글로벌 기업을 대입해봐도 계속해 '아무런 이득이 없다'라는 문제가 반복된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경우는 설득이다. 누군가 지분 29.3%를 확보하고, 최대주주 측을 설득하는 경우다. 최대주주 측을 설득해 그들이 큰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자신도 차익을 거두는 방법이다. 이에 취재원은 "그나마 지분을 사서 이득을 볼 방법이긴 하겠으나, 기존 최대주주 측이 현재의 안정을 버리고 29.3%에 설득당할 가능성은 매우매우 작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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