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는 유럽 연합(EU) 국가를 여행해 본 여행자라면, 추가적인 비자 발급 절차 없이도 유럽 전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편리함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거대한 국가처럼 움직이고 있는 EU가 블록체인 기술과 만나 더 가깝게 묶이게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EU의 전자 신원 인증 및 신뢰 서비스에 관한 법률인 eIDAS가 발효된 후, 국경과 국경을 넘는 공공 디지털 서비스 이용과 인증 기반 유럽 전역의 온라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이에 EU는 회원국 시민과 거주자에게 다가오는 26년까지 최소 1개 이상의 '디지털 신원 지갑'을 개발하여 제공할 계획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하여 유럽 전역에서 4개의 대규모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신원 지갑' 프로젝트는 EU 시민, 거주자, 기업에 디지털 ID와 개인 디지털 지갑을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개인이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고, 언제 누구와 데이터를 공유할지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프로젝트가 모두 완료되면 사용자는 디지털 ID를 활용하여 각종 디지털 서비스에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개인 디지털 지갑을 통해 자신에 대한 중요 디지털 문서의 획득, 저장, 공유, 날인이 가능해진다. 금융기관 또는 공공기관 등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모바일 인증서' 같은 간단한 인증 프로그램을 단 하나만으로 EU 국가 전역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EU 전역에서 새로운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해외의 대학에 등록하고, 희망 직장에 지원할 때 필요한 서류를 쉽고 안전하게 디지털로 제출할 수 있다. 공유되는 데이터 접근 권한을 사용자가 직접 관리하므로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까지 보장하는 것은 덤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EU 집행위원회의 보조금으로 지난 23년 4월에 시작됐다. 약 26개 회원국과 360개에 달하는 민간 및 공공기업이 참여했으며, 전문 분야별 컨소시엄으로 운영되어 오는 25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앞서 언급했듯 4개의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지갑 사양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고, 각각의 테스트는 유럽인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지갑의 보안성, 상호운용성, 디자인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EU의 eIDAS 2.0는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디지털 신원인증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EU에서 본격화된 서비스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차 개선되고, 나아가 훗날엔 지구 전역이 하나로 묶일 수 있게 되는 날이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