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IP가 필요한 이유: 히트작의 한계
폰네스베흐는 강연 초반 게임 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는 모두 히트작을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히트작을 만들면 히트작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3년을 들여 하나를 만들었는데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좋은 팀을 계속 고용하고 싶고, 투자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출시 후 사라지는 히트작만으로는 안 된다. 그건 다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격이다."
해결책은 히트 게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IP 안에서 더 많은 게임을 만들 수 있고, 그 볼륨을 키울 수 있으며, 요즘에는 다른 미디어로도 확장해 더 큰 규모를 구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게임 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IP에 대한 사전 제작이 없다는 점이라고 폰네스베흐는 지적했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은 3~4년 동안 게임을 개발하고, 마지막 3개월 동안 IP와 브랜드에 대해 고민하며 패닉에 빠지고 만다."
이런 상황은 퍼블리셔들에게도 익숙한 문제다. "개발 사이클이 끝나갈 때 퍼블리셔가 '잠깐, 이건 우리가 약속받은 게 아니야' 또는 '오버워치나 포트나이트와 너무 비슷해 보인다'고 말하면 문제가 생긴다."

IP와 브랜드 비전 개발은 초기에 하자

폰네스베흐가 제시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게임 비전뿐만 아니라 IP와 브랜드 비전을 가능한 한 일찍 개발하라. 화이트박스 코어 게임플레이 루프뿐만 아니라 구축하고자 하는 감정적 여정과 경쟁자에 대한 포지셔닝도 중요하다."
초기 IP와 브랜드 비전 구축의 장점들은 다음과 같다.
더 많고, 더 큰 피칭: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잠재적인 프랜차이즈를 피칭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의 차별화: 시장 속 수많은 좀비 게임들 중에서, 당신이 만드는 좀비 게임이 특별한 이유가 생긴다.
어필 확대: 단순한 재미가 아닌, '감정적인 여정'을 제공한다.
장기적 가치 구축: 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엄청난 가치를 가진 캐릭터를 손에 넣게 된다.
비용과 시간 절약: 목표가 명확하다면, 긴 개발 여정 동안 있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가 전한 사례는 IOI(IO 인터렉티브)의 경우다. "그들은 20년 동안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200명의 직원을 고용했으며 자체 게임 엔진을 개발했다. 4개의 다른 게임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회사를 매각할 때 히트맨 캐릭터가 전체 회사 가치의 65%를 차지했다. 그래도 캐릭터가 갖는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나?"

교회와 은행 사이, '예술과 비즈니스의 균형'

이날 워크숍 강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교회와 은행' 개념이었다. 폰네스베흐는 게임 개발자들의 이중적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분의 꿈은 아직 살아있고, 여러분이 가장 똑똑하다. 이 자리에 모여 있으며 은행에 취직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분이 나처럼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뭔가를 표현하고 싶고,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만들고 싶으며,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해주고 싶다. 바로 그게 예술의 문제다."
하지만 동시에 비즈니스도 고려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비싸다. 세금도 있고 고용도 있고 온갖 것들이 있다."
핵심은 두 가지를 동시에 머릿속에 두고 제 기능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우리는 중간에 있다, 둘 다 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는 예술가가 되고 싶지만 정말 성공하고 싶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건 같은 게 아니다."
"세상에는 분명 성공한 예술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사람이 이 자리에 얼마나 있나? '페이퍼 플리즈'는 실존한다. 그러나 백만 명 중 한 명꼴로 탄생할 뿐이다."
오래가는 IP를 위한, 6가지 핵심 요소
이어 폰네스베흐는 이번 강연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오래가는 IP를 개발하는 6가지 핵심 요소에 대해 차례대로 설명했다. 각 요소는 아래와 같다.

1. 일관된 예술적 의도 (Consistent Artistic Intent)
모든 성공적인 IP의 핵심에는 일관된 예술적 의도가 있다. 기본적으로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인류가 창의성을 발휘한 이래로 이러한 의도, 즉 '테마'는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 '맥베스'가 그렇고 '왕좌의 게임'이 그렇다. '반지의 제왕'은 말할 것도 없다. 테마는 게임플레이로 증명되는 방정식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라.
테마와 마찬가지로 내 게임이 어떤 '감정적 여정'을 내포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톤(Tone) 또한 중요하다. 이는 하나의 이미지와 단 하나의 음악 트랙으로 압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느낌을 옆에서 일하는 작곡가에게도 곧바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2. 소유 가능한 주인공 캐릭터 (Ownable Protagonist Character)
캐릭터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캐릭터는 실제로 영토에 대한 주장을 하는 것과 같다. 도시를 뛰어다니는 아시아계 파쿠르 소녀는 단 한 명('미러스 엣지')뿐이고, 아방가르드한 복장을 한 우아한 미스터리 여성('니어 오토마타')도 거의 하나뿐이다. 먼저 도착함으로써 내가 그 공간을 소유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전에 시도된 적 없는 스타일과 태도,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무례한 코멘트 중 하나는 '라라 크로프트와 너무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당신의 캐릭터가 소유 가능한 주인공 캐릭터가 아니라는 의미다.

3. 공감할 수 있는 요소 (Relatable Elements)
공감, 즉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캐릭터가 경험하는 것에서 내 자신의 감정과 내 삶의 것들을 인식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다른 사람을 죽이려 해본 적은 없다. 마법사가 되어본 적도 없고 데스스타를 폭파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봤거나 그런 사람을 안다. 친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멘토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 안다. 그리고 이 모든 부분은 우리가 '해리포터'를 보며 우리의 경험을 투영하는 과정이다.
감정적인 이야기는 플레이어와 검 사이, 플레이어와 세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왕좌의 게임'을 보라.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윈터 이즈 커밍")이고, 좀비와 드래곤이 나오지만, 우리가 일상과 관계를 맺는 곳은 가족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가족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왕좌의 게임을 보면 거의 다 공감할 수 있다. 그만큼 엉망진창인 가족만 나오지 않나.

4. 반복 가능한 감정적 여정 (Repeatable Emotional Journey)
프랜차이즈는 "그 느낌을 다시 갖고 싶다"는 욕구에 기반한다. 해리포터는 언제나 해리가 학교에 가고, 괴롭힘을 당하며, 누구를 신뢰할지 알아내고, 결국에는 승리한다.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모두 똑같은 감정적 여정의 반복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지치지 않는다.

5. 장대한 이야기 (Epic Saga)
현재 진행 중인 IP는 대체로 계속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 만약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당신의 첫 작품이라면, 주인공을 죽이는 것만은 가급적 피하자. 될 수 있으면 빌런도 죽이지 않는 것이 좋다.
이야기는 일련의 질문으로 생각하면 좋다. '소년과 소녀가 결국 함께할 것인가?', '반지가 결국 파괴될 것인가?', '우주에 흩어진 보석들이 결국 장갑 하나에 전부 모일 것인가?' 이런 것들은 전체적인 곡선을 그리는 거대한 질문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는 순간 이야기는 끝난다.
한 번 끝난 이야기의 불씨를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처한 상황이기도 하다. '엔드게임'이 끝난 이후, 다시 이야기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도 이를 피해 갈 순 없었다. 반지는 파괴됐고, 이후 많은 도전을 하고 있지만 불씨는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6. 지속 가능한 독특한 세계관 (Unique Universe Built to Last)
캐릭터가 독특해야 하는 것처럼 세계도 움직이거나 적어도 조금은 달라야 한다. 판타지 세계관의 첫 시작은 '에이지 오브 코난'이었지만, 이후 등장한 톨킨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톨킨이 첫 번째 '호빗'을 집필하기 전에 몇 년 동안 세계관을 구축했는지 아는가? 자그마치 20년이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언어와 노래를 만들었고, 신화와 뒷이야기, 전설들을 만들어냈다.
때로는 뒷이야기가 오래가는 IP를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역사상 최고의 게임(강연자에 따르면) '블러드본'을 보자.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세계 안에서, 게임 속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세계에 대한 정보는 지극히 적다. 개발자는 하나의 거대한 세상을 먼저 만들고, 이를 모조리 부순 다음 아무렇게나 플레이어에게 던져줬다. 플레이어가 조각들을 모아 어떤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배경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그리고 시장 포지셔닝
강연의 후반 부분에서 폰네스베흐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랜드는 키 비주얼을 한 번 보고 '저걸 원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식이 고착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얼리 액세스 시 미완성된 브랜드로 나갔다가 나중에 바꾸려 하는 것은 매우 나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브랜딩은 마치 새로운 사무실이나 새로운 반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동료, 또는 학우들의 눈에 당신의 인상은 아주 처음에, 꽤 빨리 형성된다. 거의 3~4초 안에 이런 인상들이 정리된다. 그게 여러분의 브랜드가 되고, 그것이 고착된다. 얼리 액세스에서 브랜딩을 조금 망쳤어도 출시 때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추신, 라이터(Writer)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마시라
다음으로 그는 게임 업계에서 라이터들이 받는 대우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다. "라이터들은 게임 업계에서 타이피스트로 취급받는다.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과 세계, 캐릭터를 모두 디자인하고, 원하는 모든 대화가 담긴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모든 대화를 쓴 다음, 마지막에 라이터를 불러와 다시 쓰게 한다."
그는 라이터가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지한 감정을 원한다면, 세계 구축, 캐릭터 디자인, 게임의 진행, 이 모든 것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라이터의 영역이다."
또한 조직 전체가 스토리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글쓰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글쓰기에 대한 자격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없다. 코딩을 이해하지 못하면 코딩에 대한 자격 있는 피드백을 주기 어려운 것과 똑같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폰네스베흐는 핵심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하나는 게임을 판매하거나 게임 내 광고를 판매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유 가능한 IP를 구축하는 것이다. 두 가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함께 할 수 있다."
"히트작은 훌륭하다. 하지만 여러분의 회사를 살려두지는 못한다. 지속하고 싶다면 몇 가지를 더 구축해야 한다. 올바르게 한다면, 명확한 IP와 브랜드 비전을 구축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