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스컴 쇼케이스, 만족하셨나요?

칼럼 | 강승진 기자 |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깜짝 신작 게임 정보가 쏟아지고,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게임 플레이 영상의 향연을 기대했다면 게임스컴2025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는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어느 특정 커뮤니티의 반응이 아니라, 거대한 업계 변화가 가져온 하나의 결말일 수 있다.




게임 공개만큼은 그 어느 게임쇼에도 뒤지지 않았던 E3가 폐지된 이후, 게임스컴은 온라인 쇼케이스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아우르는 게임쇼 중에서는 단연 최대 규모, 최고 인기 이벤트가 됐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기대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반대로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는 채워주지는 못하는 이벤트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건 제프 케일리가 호스트로 운영하는 서머 게임 페스트 쇼케이스, 더 게임 어워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AAA 대작들도 나오고, 월드 프리미어로 뜨거웠던 게임도 있고, 게임플레이를 처음 공개하거나, 인상적인 인디 게임도 많았는데, 왜 뜨거운 뭔가가 부족할까?

그 허전한 느낌은 단순히 쇼의 구성이나, 출품 게임 면면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의 달라진 게임 산업 환경. 그리고 그에 따라, 어쩌면 현재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쇼케이스의 방향성 설정이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신작과 구신작
사실 이번에 출시된 공개된 게임 리스트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분명 AAA급 기대작들과 새롭게 공개된 신작, 그리고 게임뿐만 아니라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 믹스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다만, 이들이 모두 새로운 신작으로서, 혹은 첫 공개와 함께 어우러지는 규모 있는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지 않으며 유저들의 눈길을 온전히 끌어오지는 못한다.



▲ SGF(서머 게임 페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의 게임 플레이를 공개한 캡콤

넘버링 9번째 작품인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이번 게임스컴2025에서 가장 기대되는 게임이었다. 특히 지난 서머 게임 페스트 기간 미디어 대상으로만 진행된 게임 플레이 장면이 대중에 처음 공개되며 커뮤니티의 큰 호응이 나왔다. 하지만 앞서 SGF를 통해 게임이 공개됐기에 최초 공개 만큼의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7', '귀무자: 검의 길', '닌자 가이덴4', '사일런트 힐f', '아우터 월드2', '고스트 오브 요테이' 등도 분명한 기대작의 하나로서 주목받아야 할 타이틀이다. 대신 이들도 이미 여러 행사를 통해 그모습을 드러내왔고, 이번 ONL에서는 새로운 게임 플레이나 신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초거대 자본 게임이 아님에도 공개와 함께 배트맨 영화 여럿을 오마주하고, 게임 플레이도 기존 레고 타이틀보다 더 깊이 있게 다뤄진 '레고 배트맨: 레거시 오브 다크나이트'가 해외에서는 이번 게임쇼의 주인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점진적 공개 전략
과거 E3가 주던 깜짝 공개로 인한 충격은 분명 적어졌고, 더욱 흐릿해졌다. 이러한 점진적 공개 전략은 산업 구조에 따른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 게임 어워드를 비롯해 서머 게임 페스트, ONL 등 호스트 제프 케일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벤트는 매년 성장하고, 수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지만, 산업 전체적으로는 집중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집중도의 하락은 단순히 팬데믹 시기 본격적으로 확장된 닌텐도 다이렉트식 온라인 쇼케이스를 수많은 기업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 나아가 시장 밖에서는 시청자들이 관심이 더 다양한 분야로 분산되고 있다는 데에서 나온다.



▲ 이제는 팬들이 기다리는 이벤트가 된 닌텐도 다이렉트

과거 E3는 게임을 공개하는 가장 훌륭한 창구였다. 여기에 닌텐도 다이렉트를 시도했던 닌텐도의 선택에 의구심을 표할 정도로, 혹은 닌텐도이기에 가능하다는 게임사들의 시선도 존재했다. 게임사 하나의 자체적인 게임 쇼케이스로는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분석이 깔린 시선이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Xbox-베데스다-블리자드를 아우르는 MS의 쇼케이스 등은 매번 최고 동시 시청자 기록을 세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EA 스포츠 FC 등 개별 게임사를 너머 단일 프랜차이즈로까지 온라인 쇼케이스는 확장되고 있다. 굳이 E3 같은 거대 게임 행사에 한 발을 걸쳐놓지 않아도, 자사 게임의 팬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게임을 알릴 수 있을 정도로 온라인 미디어 시장은 활성화됐다.

하지만 반대로 온라인 미디어 시장의 활성화는 게임 발표는 물론 게임 실황, 온라인 영상, 드라마나 영화 등의 OTT까지 동시 다발적 성장을 가져왔다. 이제 시청자의 관심거리와 기대하는 바는 더욱 다양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들이 모두 원할 기대를 충족시켜줄 임팩트 있는 게임 발표를 구현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기깔난 기획으로 모두를 놀랄 소식을 전해도 이제 게임을 넘어 수많은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서 출시까지 게임의 관심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결국 게임 발표, 트레일러 공개, 게임 플레이, 체험판 배포, 자체 온라인 방송, 추가적인 시네마틱 등 게임을 알리면서 출시까지 기대를 이어가고자하는 점진적 공개 전략이 대중화됐다.

게이머, 시청자 입장에서는 게임이 꾸준히 정보를 공개하고, 알리고 있다는 점을 아는 만큼 그 관심도 이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첫 공개의 신선함과 충격은 분산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게임 이벤트의 규모 확장은 물론 이를 관리하고 홍보하는 채널의 증가는 자연스레 더 많은 인원이 관여하게 된다. 여기에 파트너사, 미디어와의 연계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는 유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검은신화: 종규'는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게임 제목부터 콘셉트 아트까지 공개됐다. 최초 공개이자 ONL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흥분에 겨워야 했을 발표도 김이 식어버렸다.



▲ 글로벌 흥행을 거둔 게임의 후속작임에도 사전 유출로 김이 샜다


거대한 쇼와 유지비
그럼에도 게임사 자체 쇼케이스를 제외하면 제프 케일리 사단이 보여준 현재의 ONL 방식이 가장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이다. 더 게임 어워드, 서머 게임 페스트, ONL까지 제프 케일리가 주도하는 쇼는 단순한 게임 발표나 시상식을 넘어 무대를 중심으로 한 종합 이벤트를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 쇼는 단순히 온라인 쇼케이스를 넘어, 현장감과 함께 분명한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6월, 8월, 12월 이벤트를 통해 게임의 공개와 플레이, 출시 일정 발표 등을 이어나가며 거대한 플랜을 선보인다. 앞서 언급한 점진적 공개 전략에 어울리는 공개 일정이고, 실제로도 지난해 더 게임 어워드에서 처음 공개된 게임 몇몇은 서머 게임 페스트, 그리고 이번 ONL까지 공개되며 게임을 알렸다.

이는 매년 상승하는 시청자수로도 증명된다. 당연히 잘 만들어진 쇼의 방향을 공유하고, 또 확장하고 있다. 더 많은 게임을 공개하다보니 단일 쇼케이스보다 많은 영상이 나올 수밖에 없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영상 속에서 분위기를 전환하고 쉴 시간이 되는 콘텐츠 구성을 선보인다. 그게 현장에 직접 개발자가 등장해 게임을 소개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게임 음악 연주 등 별도의 무대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 게임 개발자, 미디어 믹스 콘텐츠의 배우가 직접 등장하는 등 쇼의 굴곡을 더해 지루함을 덜어내고자 하는 방식

하지만 긴 시간을 거대한 쇼로 채우기 위해 필요한 운영비는 기존보다 훨씬 커졌다. 그리고 그걸 여러 홍보 트레일러와 스폰서십으로 채운다. 하지만 되려 이게 행사의 몰입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신작 공개로 달아오를 법 할 때 홍보 영상이 나오다보니 콘텐츠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흐름이 끊긴다. 집중도도, 몰입에도 방해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더 게임 어워드를 비롯해 대형 쇼케이스의 게임 홍보는 막대한 광고비가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근래 소울라이크로 대표되는 흥행 장르 반복의 피로감, 서브컬처 쯤으로 분류되는 아니메 스타일 게임의 여전한 서구권 게이머 반감, 장르적 특색이 되려 관심 없는 게임의 난립으로 이어지는 게임의 다양화. 이렇게 쇼에 몰입하기 어려운 분위기는 이번 ONL, 그리고 근래 대형 게임쇼에서 꾸준히 나오는 불만 중 하나다.

긴 시간의 쇼에 몰입감을 불어넣기 위한 여러 선택에, 반대로 몰입감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는 구성이 뒤따라오는 셈이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사이
매년 성장하는 주요 게임 이벤트 시청자수에 이러한 쇼 포맷과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사 시간을 더 줄여 집중도를 높이거나, 쇼를 나누는 방식의 변화는 당장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결국, 업계의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과거 E3와 같은 충격적인 게임 발표들은 이제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결국 지금의 대형 쇼케이스의 방식은 유지될 것

반대로 쇼 전체가 밋밋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면, 오히려 기대작으로서 관심 받지 못한 게임도 반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여기에는 보기에 잘 구현된 게임 플레이, 혹은 플레이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전략적 트레일러 구성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필요하다. 대신 수많은 기대작 속에서 분명하게 이름을 알린다면, 더욱 선명하게 게임을 홍보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새로운 쇼케이스 형태, 그리고 기대감을 온전히 채우긴 어려운 구성에 결국 게이머들이 적응하게 될까? 아니면 그걸 뒤집을 대형 게임들이 다음에는 나올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와 함께 시선은 다음 대형 게임 이벤트인 더 게임 어워드에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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