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차례 연기 끝에, 마침내 올해 베일을 벗은 캡콤의 신작 '프래그마타(PRAGMATA)'. 2020년 첫 공개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시연 기회를 제공한 이 게임은 단순한 3인칭 액션 슈터를 넘어선 독창적인 게임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게임스컴에서 시연할 수 있었던 게임은 약 20분 길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인공 휴 윌리엄스가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애나를 처음 만난 후 달 기지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휴는 달 지진으로 팀과 떨어져 중상을 입었지만, 수수께끼의 소녀 다이애나가 그를 구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핵심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래그마타'는 언뜻 보기에 전형적인 3인칭 액션 슈터의 문법을 따르는 듯합니다. 하지만 다이애나의 해킹 능력이 더해지면서 상당히 신선한 게임플레이로 변모합니다.

적들은 주로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기계형 로봇들로, 주인공의 총기만으로는 이들 로봇에게 효과적인 피해를 입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이애나가 해킹을 통해 적을 일정 시간 무력화시키면, 그 순간 총기의 공격력이 크게 강해집니다. 이는 단순한 사격 게임을 전략적인 퍼즐 액션으로 승화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인 셈입니다.
다이애나의 해킹은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야 하는 미니게임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컨트롤러의 오른쪽 버튼들(O, X, △, ㅁ)을 사용해 해킹 매트릭스 내의 각 노드를 순서대로 통과하여 목표 지점에 도달해야 합니다. 전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동안 이 퍼즐을 풀어야 하므로 체감 난이도는 상당한 편입니다.

시연에서는 총 세 가지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큰 피해를 입히지만 재장전 시간이 긴 것, 적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것,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 탄약이 자동으로 채워지는 기본 무기죠. 각각의 무기는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의미 있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킹 시스템 또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디코드 노드 등 특정 노드를 탐험 중에 수집하면 이후 해킹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적에게 추가적인 디버프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게임의 독창성은 분명하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었습니다. 매번 전투마다 동일한 해킹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수록 이러한 반복 작업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일부 해킹 과정을 자동화하거나 단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게임의 재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플레이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무엇보다 '프래그마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다이애나라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단순한 동료 NPC를 넘어 게임플레이의 핵심축 역할을 합니다. 귀여운 외모와 매력적인 설정으로 플레이어의 감정적 몰입을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전투에서는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로 기능합니다. 주인공 등에 업혀 이런저런 대화를 하거나, 함께 협동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퍼즐을 풀 때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곤 하죠.
더욱이, '프래그마타'가 캡콤 AAA 게임으로는 최초로 한국어 더빙을 지원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몰입감 높은 게임플레이에 모국어 음성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연 시간이었지만, '프래그마타'는 분명 특별한 게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3인칭 슈터였다면 그저 그런 게임으로 남았을 수도 있지만, 귀여운 해커 소녀의 등장으로 이렇게 인상이 바뀔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해킹 퍼즐과 3인칭 액션의 조화, 귀여운 다이애나의 멋진 모습까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프래그마타'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다만 반복적인 해킹 과정에 대한 개선책만 마련된다면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