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게임스컴 2025는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이 어워드 4관왕을 차지하며 그 관심을 독차지한 것처럼 보였지만, 코나미 또한 과거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양대산맥이었었던 '사일런트 힐' 의 신작으로 참관객을 맞이했습니다. 시리즈로서는 최초로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사일런트 힐 f'입니다.
참관객 부스에서는 10분 분량의 영상을 관람한 뒤 굿즈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쳤지만, 코나미의 비즈니스 부스에서는 사전 예약한 미디어에 한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주어졌습니다. 실제로 접한 게임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액션 요소가 상당히 강조되었다는 점이었고요.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난이도를 선택하는 화면을 마주하게 되고, 곧이어 액션과 퍼즐 요소에 대한 난이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개발진은 과거 클래식 '사일런트 힐'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스토리 모드'를 별도로 두었으며, 이후 난이도에서는 전투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퍼즐의 경우에는 가장 낮은 난도를 선택하면 해결에 필요한 조건이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사일런트 힐 f'는 일본의 시골 마을, '에비스가오카'에 사는 여고생 '시미즈 히나코'의 모습을 그립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초반부 컷신과 함께, 주인공이 마을에서 갑작스레 벌어지는 사건에 휘말리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죠. 히나코는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표현되지만,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그녀의 몇 안되는(?) 친구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배경인 '에비스가오카' 마을은 하나의 커다란 미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복잡한 모습이었습니다. 얕은 안개가 깔려 있는 스산함은 '사일런트 힐' 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좁은 골목골목은 모두가 다 비슷하게 생겨 지도를 보지 않고는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이 마을 안에서 원하는 대로 탐사할 수 있는 오픈 필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비교적 선형적인 움직임지 제한되는데, 역시나 여느 서바이벌 호러 답게 중간중간 처음에는 열리지 않던 문으로 지름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히나코가 그저 친구들과 화과자점 앞에서 만나 수다나 떠는 일상일 줄만 알았던 순간, 모든 일을 매우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안개 요괴(?)의 습격으로 친구 한 명은 기괴한 모습이 된 채 사망하고 말고, 이를 보고 놀란 친구들은 모두 제각각 흩어지기 바빴죠. 요괴를 피해 도망갔던 히나코는 친구가 무사한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화과자점으로 향하고, 거기서부터 '사일런트 힐 f'의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초반 부분 요괴에게서 도망치는 장면이 끝나고 나면, 히나코는 재빨리 옆에 떨어져 있던 쇠파이프를 주워 무장을 시작합니다. 거기서부터는 누군가 '전차 세 대의 힘과 견줄 수 있다'고 했던 여고생의 무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게 되죠.
게임의 액션, 그리고 전투는 생각보다도 더 현대적인 3인칭 액션 장르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R1으로 약공격으로 하고, R2로 좀 더 딜레이가 큰 강공격을 할 수 있죠. 거기에 회피를 눌러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으며, 적이 공격하려는 순간 강공격을 맞춰 큰 대미지와 함께 빈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괴물들은 결코 여고생 히나코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물론, 이처럼 강대한(?) 히나코의 무력에 밸런스를 잡아주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쇠파이프와 같은 무기들은 모두 내구도를 가지고 있고, 무기 수리 키트같은 아이템을 사용해 수리하며 사용하는 소모품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정신력 게이지(집중 상태에 들어갈때 사용하거나, 정신 공격을 당하면 먼저 소모됨)나 스테미나 같은 수치들이 무작정 무쌍을 찍게 놔두지 않는 요소들로 자리합니다.
예를 들어, 회피를 아무때나 하면 스테미나가 너무 빨리 닳아 이후 공격에 취약해지거나 공격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적의 움직임을 찬찬히 확인하며, 가지고 있는 무기의 내구도 또한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죠. 물론, 적의 공격에 맞춰 저스트 회피를 하면 스테미나를 보상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고인물 플레이어라면 전투를 더욱 원활히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시연 과정에서는 이 게임만의 안개 세계로 대변되는 에비스가오카 거리와 함께, 이면세계라고 부를 수 있는 미지의 공간도 볼 수 있습니다. 녹슨 철조망과 그로테스크한 장식물들이 혐오감을 일으키던 원작의 이면세계와 달리, 좀 더 일본풍의 호러를 추구하는 모습이었죠. 비록 짧은 시연 시간으로 인해 깊이 있는 탐험은 하지 못했지만, '사일런트 힐' 시리즈 특유의 주인공 내면 심리를 탐사하는 묘사는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더욱 액션 위주인 덕분에 무섭지 않게 시연을 마친 뒤, 현장에서 만난 '사일런트 힐 f'의 개발진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대만 개발사 네오바즈와 협업을 진행하게 된 계기부터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유까지, 15분 정도의 인터뷰였지만 생각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일런트 힐 f' 개발진 인터뷰

Q.'사일런트힐 f'는 대만 개발사 네오바즈와 협업을 통해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협업을 결정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오카모토 = 사실, 네오바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사내 다른 프로듀서의 소개를 통해서였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하며 네오바즈가 스퀘어 에닉스, 캡콤 등 다른 일본 개발사와 성공적으로 협업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희와도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사일런트 힐f)에 대한 승인을 받기 3~4개월동안 여러 논의를 했는데, 그동안 여러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끝까지 끈기있게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주었던 점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알 양 = 저희로서는 이렇게 쿨하고, 멋진 프로듀서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죠.(웃음) 코나미 측에서 처음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을 때, 이미 '용기사07'작가의 흥미로운 대본과 디자이너 kera의 메인 캐릭터, 크리처 콘셉트 아트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부터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비전과 방향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이걸 만들어 달라'가 아닌, '함께 최고의 사일런트 힐을 만들어 보자'는 접근이었기 때문이죠.
Q. 그렇다면 알 양 디렉터가 생각하는 사일런트 힐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요? 무엇이 '사일런트 힐'을 '사일런트 힐'' 답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알 양 = 시리즈 팬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클래식 사일런트 힐 타이틀은 각각 톤과 테마가 꽤 다릅니다. 1편과 3편은 좀 더 종교적인 요소에 집중했고, 2편은 한 남자의 개인적 고뇌의 여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점도 분명합니다. 바로 그 독창적인 분위기, 공포감과 긴장감이죠.
'사일런트 힐 f'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과 공포,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 말입니다. 여기에는 '용기사07' 작가가 게임의 배경을 1960년대 일본으로 설정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낯설음'을 줄 수 있는 두 개의 추가적인 레이어가 더해졌기 때문이죠.
Q. 말씀하신 대로 이번 작품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최초의 '사일런트 힐'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 일본이라는 설정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나요?
알 양 = 음, 학교를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문화권 사람이든 학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보통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일본의 학교, 특히 1960년대 시골 학교가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죠. 이처럼 모든 사람이 궁금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궁금한 점을 남겨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오카모토 = 저희의 관점에서도 '사일런트 힐'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 공포'라는 요소를 가장 핵심으로 꼽습니다. 게임이 어떤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삼든, '사일런트 힐'이라면 항상 보존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잠깐 시연을 해봤는데, 생각보다도 액션 측면이 강화된 것 같은 기분이더라고요.
알 양 = 거기에도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새로운 '사일런트 힐' 타이틀이 나온 지 정말 오래되었기 때문에, 기존 플레이어와 새로운 플레이어 모두에게 어필하고 싶었다는 점이 큽니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공감대를 살 수 있는 액션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러면서도, 기존 플레이어들을 존중하기 위해 '스토리 모드'를 모든 분에게 추천드립니다. 클래식한 사일런트 힐과 가장 유사한 경험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해당 모드에서는 전투보다는 스토리와 분위기에 집중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제가 '사일런트 힐3'를 정말 좋아하긴 했지만, 무기 내구도는 별로였거든요. 여기도 무기 내구도가 있는 걸 보고 그리움과 당혹감이 한 번에 몰려왔습니다. 무기 내구도 시스템을 채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알 양 = 전통적으로 전투가 가미된 서바이벌 호러 게임에서, 총이 있는 게임들은 매우 쉬운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긴장을 하게 되고, 가진 자원이 많을수록 덜 무서워지죠. 만약 여러분의 주머니에 총알이 500발 정도 있다면, 당장 다가오는 적을 처치하는 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겠죠?
하지만 총알이 3개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지금 여기서 이 괴물과 싸우는 게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것 밖에 없는 총알로 앞으로 진행을 어떻게 할지 긴장을 느끼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호러 게임의 핵심은 이같은 긴장감과 자원 관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일런트 힐 f'의 무기 내구도는 총의 탄약과 비슷한 특징입니다. '지금 싸우는 게 정말 좋은 생각일까?'하고 의문을 전달하기 위한 요소라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테미나 정신력 게이지 그렇습니다. '사일런트 힐 f'는 회피 동작이나 패링 등 전투 요소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한정적이라는 것이죠. 가진 자원을 관리하며 가장 효과적인 행동을 고려하는 요소 또한 게임의 전체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요소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Q. 대만 개발사로서, 1960년대 일본의 분위기를 구현하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렵지는 않았나요?
알 양 = 흥미롭게도, 역사를 보면 대만과 일본은 쇼와 시대(1927년~1989년 사이) 초기까지 많은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개발진 또한 이러나 문화에 친숙한 이유죠. 그 당시에 대만 거리에서는 엔카같은 일본 전통 음악도 인기가 많았죠. 가사만 일본어에서 대만어로 바뀌었을 뿐이고요.
그 외에도 게임 초반부에 주인공이 방문하는 다가시야(일본 전통 과자 상점)같은 것도 대만에 똑같이 있었습니다. 이런 공통 문화 외에도, 많은 개발자들이 일본 문화의 팬이기 때문에 구현 작업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Q. 사건이 벌어지는 마을, '에비스가오카'의 거리도 매우 복잡하고, 미로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존하는 마을에 답사를 가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고증 작업이 있었나요?
알 양 = 실제로 기후현의 카나야마라는 지역에 가서 사진을 찍었고, 모습뿐만 아니라 그곳의 소리도 녹음해 왔어요. 진정한 일본의 시골 마을 느낌을 주면서도 약간 변형을 더해서, 상황을 정확히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코나미 측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대만 학교와 달리 일본의 학교들은 창문과 복도가 항상 특정한 쪽에 있어요. 계단 위치나 야외 운동 공간 같은 것들도 일본 학교의 공통적인 특징이고요. 이러한 세부 사항들은 코나미의 도움을 받아 모든 부분이 진정성 있게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미디어를 대상으로 나눠준 약상자도 마찬가지죠. 당시에 실제로 쓰이던 약상자의 모습을 게임 속에 구현한 경우입니다. 실제로 벼룩시장에 가서 당시 소품들을 구해 모델링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금 사무실에도 1961년인가 62년에 만들어진 약상자가 놓여 있어요.



오카모토 = 당시 마을의 모습 외에도, 시대 사회상 또한 게임의 '심리적 공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각본을 담당한 '용기사07'이 1960년대 일본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죠.
1960년대 일본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제약과 사회적 기대가 부과되던 시기고, 주인공인 '히나코'는 이러한 사회적 규범과 기대에 맞서 싸우고자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게임을 통해 그녀가 사회의 억압적 규범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기에 등장하는 괴물들도 잘 보시면 단순한 괴물이나 초자연적 공포가 아닙니다. 히나코의 시선에서 본 사회적 억압이 투영된 모습의 괴물들이죠.

Q. 끝으로, 출시를 기대하는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카모토 = 확실히 전투에 초점을 맞춘 타이틀이지만, 가장 진정성 있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경험을 찾는 분들이라면 스토리 모드를 꼭 플레이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매우 친숙한 무언가를 찾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알 양 = 정말 오랜만에 출시되는 '사일런트 힐'이고, 완전히 새로운 배경과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팬들이 클래식 게임에서 사랑했던 특유의 분위이가와 긴장감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시켜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가장 집중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게임을 보고, 직접 시도해 보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