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블리싱의 진짜 의미, 그리고 '셀프 퍼블리싱'
"게임을 만드는 것과 출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그린딘은 강연 초반 이렇게 강조했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코드, 아트, 디자인, QA 등 개발 프로세스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게임을 시장에 내놓는 퍼블리싱 과정은 낯설어한다는 것이다.
아발란체 스튜디오의 퍼블리싱 팀은 15명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릴리즈 매니지먼트(RM), 플랫폼 컴플라이언스 전담 QA팀, 데이터 분석팀, 마케팅·세일즈·파트너십 팀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개발과 퍼블리싱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RM은 코드와 QA팀과 함께 빌드 전달을 담당하고, 마케팅은 아트·디자인팀과 협업한다"고 그린딘은 설명했다.

셀프 퍼블리싱의 장점은 명확하다. 창작 자유도가 높고, 플랫폼 선택권이 있으며, 로드맵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수익이 자신의 몫이다. 그린딘은 "라운지에서 만난 2인 회사가 월 매출 50만 달러를 올리고 있더라. 무료 게임이지만 셀프 퍼블리싱 덕분에 모든 수익이 그들 것"이라며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나 단점도 만만치 않다. 자금 조달부터 모든 리스크를 혼자 감당해야 하고, 다양한 기능의 인재가 필요하며, 비용 부담이 크다. "게임이 실패하면 그것도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현실적 조언도 덧붙였다.
이어 그린딘은 자신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아발란체에서 릴리즈 매니저는 회사의 '플랫폼 전문가' 역할을 한다. 콘솔 출시에 필요한 모든 요건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게임 출시 프로세스는 기획-콘셉트-프리프로덕션-프로덕션-알파-베타-서브미션-론칭 단계로 나뉜다. 그린딘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개입해 출시 전략을 수립하고 컴플라이언스를 검토한다. 프로덕션에서는 플랫폼별 제품 설정과 개발자 계정 생성, 업적 설정, 등급 분류 상담을 담당한다.
알파 단계에서는 플랫폼사 기능 승인과 기본 게임 제품 설정을 완료하고 등급 분류를 신청한다. "등급 분류는 출시하려는 지역에 따라 승인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베타에서는 스토어 및 가격 설정, 인증 슬롯 예약을 진행한다. "콘솔에 게임을 출시할 때는 모든 플랫폼에서 전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전 퍼블리싱 사례: 인증 실패의 공포,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린딘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업데이트 전략이다. 아발란체의 대표 타이틀인 '더 헌터: 콜 오브 더 와일드'는 8년째 서비스 중인 세계 1위 사냥 시뮬레이터다. 과거 연 4회 업데이트에서 현재 8주 단위 업데이트로 주기를 단축했다.
그린딘은 2024년 실제 로드맵 예시를 보여주며 핵심 문제점을 지적했다. "라이브 타이틀 로드맵을 볼 때 퍼블리싱 담당자가 돈을 먼저 본다고? 그건 반만 맞다." 정작 중요한 것은 DLC 출시 일정과 지역 확장 같은 기능 구현 일정이 겹치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전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게임이 출시되면 패스트트랙이나 ACU 바이패스 같은 빠른 업데이트 경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능을 게임에 추가하는 것은 곧 전체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PC 플랫폼(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은 비교적 인증 과정이 간편하지만, 콘솔은 훨씬 복잡하다. 그는 "(콘솔은) 규제가 많은 폐쇄형 플랫폼이다. XRS, TRC 등 수백 페이지의 컴플라이언스 문서를 숙지해야 한다." 그린딘에 따르면 현재 엑스박스는 약 5일, 플레이스테이션은 3일의 인증 기간이 소요된다. "예전보다 많이 단축됐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의 지역 확장 기능은 전체 인증 대상이다. "만약 3년간 전체 인증을 받지 않은 게임이라면, 모든 버그와 충돌, 잘못된 아이콘들이 다시 검사받게 된다." 인증 실패 시 DLC 출시가 지연되고 재정 계획이 틀어진다.
그린딘이 제시한 해결책은 명확하다. "먼저 DLC를 제출하고 인증받아 출시 일정을 확정한다. 이를 통해 수익이 보장된다." DLC는 패스트트랙으로 빠르게 처리되므로 안전하다. "DLC 출시 준비가 완료되면 그때 새 기능 인증을 시작한다. 실제 출시일 2~3주 전부터 여유를 둬야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DLC와 새 기능을 함께 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인증에서 문제가 생기면 DLC만 먼저 출시해 수익을 보호하고, 새 기능은 다음 주기인 2개월 후에 출시한다. 그러면 수정할 시간도 충분하다."

실무자가 알려주는 치명적인 실수들, 그리고 예방법

그린딘은 실무에서 겪은 구체적 사례들을 공유했다. "우리 개발팀이 '멀티플레이어 파티' 기능을 계속 콘텐츠 업데이트와 함께 출시하려 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모든 인증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6개월 연기했다."
변화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500명 이상 대기업에서는 부서별로 고립되기 쉽다. 내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개발팀이 자신감을 갖고 "여기저기 충돌해도 큰 문제없다"고 할 때, 퍼블리싱 QA팀이 "이건 발견될 것이고 인증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AI 활용 사례도 흥미롭다. 최근 회사 브랜드 통합으로 모든 스토어에서 퍼블리셔명을 변경해야 했다. "약 100개 DLC를 보유한 '콜 오브 더 와일드'만으로도 엑스박스와 PC를 따로 설정해서 200개가 넘는다. 다른 레거시 타이틀까지 합치면 수백 개 제품의 엑셀 파일을 다운받고 수정해서 다시 업로드해야 했다."
원래 6주가 걸릴 작업이었지만, 그는 ChatGPT Plus를 월 20유로에 구독해 파일 업로드 기능을 활용했다. "원본 파일을 업로드하고 계속 요청하니까 4시간 만에 끝났다. 매니저에게 자랑했는데, 차라리 5주 동안 TV 보면서 작업한다고 했으면 좋았을걸." 농담 섞인 후회도 털어놓았다.

이어 그린딘은 자신의 '개인 기록'도 공개했다. "내 부끄러운 기록은 연속 10회 인증 실패다." 회사 초기 경험 부족으로 버그투성이 게임을 억지로 시장에 내놓으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빌드 버전 관리 실수도 생생하게 전했다. "QA팀이 버전 1.5를 테스트했는데, 한 달 후 최종 빌드를 대신 실수로 1.5.0을 받았다. 파트너 센터는 버전 번호가 같으면 덮어쓰기를 한다." 결국 잘못된 빌드가 출시됐고, 당시 롤백 기능이 없어서 24시간 동안 난리가 났다.
가격 실수도 있었다. "동료가 DLC 가격을 절반으로 잘못 설정해서 임원진이 매우 불쾌해했다." 디버그 빌드 실수는 더 심각했다. "스팀 인증용 디버그 빌드를 비활성화하는 걸 깜빡했다. 수천 명에게 디버그 빌드가 배포됐다. 낚시 게임이라 큰 숫자는 아니었지만 새벽 2시까지 모든 팀이 동원됐다."
출시 계산기의 탄생, 그리고 미래를 위한 조언

마지막으로 그린딘은 자신이 고안하고, 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엑셀로 개발한 '릴리즈 계산기'를 선보였다. "각 플랫폼별로 필요한 기간이 다르다. 플레이스테이션 가격 인증은 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5일, 전체 빌드 인증은 3일, 5일 등 제각각이다."
그가 소개한 이 도구는 출시 예정일을 입력하면 개발팀과 마케팅팀이 언제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자동적으로 계산해준다. "10월 14일 DLC 출시를 원한다면, 개발팀은 9월 26일까지 빌드를 전달해야 하고, 핫픽스 없이 확신한다면 10월 6일까지도 가능하다. 마케팅은 10월 2일까지 가격과 스토어 정보를 넘겨야 한다. 이런 식으로 대략적인 일정을 사전에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린딘은 강연을 마치며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게임의 미래는 핸드헬드 기기라고 한다"며, "PC용으로 개발하면 핸드헬드에서도 구동할 수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마케팅과 6년간 게임업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린딘의 조언은 명확했다. "게임 개발만큼 퍼블리싱도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실행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