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닉으로 바둑 같은 한 수, '퓨저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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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물, 턴제라는 소재는 게이머라면 각각 한 번씩 추억과 로망을 느낀 소재다. 메카물 특유의 거대한 쇳덩이들이 맞붙는 묵직한 박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호평을 받았던 요소지 않던가. 또한 상대의 턴을 예측해서 수를 두는 턴제만의 전략성은 실시간으로 겨루는 것과는 또다른 묘미이기도 하다.

퓨전 인터랙티브가 선보이는 '퓨저니스트'는 이 두 가지 요소에 착안해 빚어낸 '메카닉 턴제 전략' 게임이다. 거대한 병기를 몰고 화끈하게 적과 맞붙는 메카물의 로망과, 행동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에서 상대의 수를 예측해 기물을 움직이며 전황을 컨트롤하는 턴제 게임은 사뭇 서로 겉돌 것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옛날 프론트 미션 시리즈라는 명작처럼 게이머들의 가슴을 불타게 할 요소는 충분하지 않던가. '퓨저니스트'는 이 부분을 유저들에게 검증받기 위해 지난 29일부터 CBT에 나섰다.



게임명: 퓨저니스트
장르명: 턴제 전략 게임
CBT 개시일: 2024. 12. 29.
플레이 버전: CBT 빌드
개발사: 퓨전 인터랙티브
서비스: 퓨전 인터랙티브
플랫폼: PC
플레이: PC


우직한 행마에 묘수로 이어지는 재미
지형지물과 연계, 시간까지 고려하는 전략성




통상 턴제 전략 게임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유닛들을 조합, 적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서 진형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는 비디오 게임이 있기도 훨씬 전 체스나 장기 시절부터 이어진 전통이라고 할까. 다만 서로 똑같은 종류의 말을 두고 시작하는 체스나 장기와 달리, 게임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캐릭터나 유닛을 각자 다르게 조합해서 맞붙을 수도 있다. 또한 한 번에 적 유닛을 100% 쓰러뜨릴 수 없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쓰러뜨리지 못했을 때 그 유닛에게 오히려 반격당할 여지까지 고려해서 수를 짜야 한다. 혹은 광역기에 당해 자칫 한 방에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으니,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게이머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 기초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퓨저니스트'는 그 기본에 충실히 입각해서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집형을 위시한 턴제 RPG는 캐릭터의 활약상을 빠르게 보이고 싶은 나머지 각 캐릭터의 기동력도 상당히 높은 편인데, '퓨저니스트'는 신중하게 거리재기를 유도하게끔 조치했다. 각 유닛이 움직일 수 있는 칸 수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일정 거리 이상을 움직이면 행동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게끔 한 것이다. 그래서 초반부터 무모하게 전진해서 전투가 바로바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야금야금 탐색전을 벌이면서 하나하나 따내는 신중함이 요구됐다.



▲ 맵에 따라서 한두 라운드 정도 사전 준비가 필요할 정도로 거리가 벌어져 있지만



▲ 라운드가 지나면서 전장이 좁아지고, 이를 활용한 전략도 가능하기 때문에 수싸움이 중요하다

이런 방식은 체스나 장기에서 보듯 행마 한 번 한 번에 신중하게 머리를 굴리면서 나아가는 재미가 있지만, 한편으로 게임이 지루해질 여지도 있다. 모든 유닛이 죽기 전까지는 게임이 끝나지 않기도 하고, 각자 5기의 유닛을 활용하는 것에 비해 전장은 상당히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퓨저니스트'는 각 라운드마다 난 뒤에 전장을 좁히는 방식을 채택했다. 각 지형에 따라 유독가스, 모래폭풍, 마그마 등 명칭은 다르지만 배틀로얄의 자기장처럼 라운드가 종료되고 나서도 그 지형에 있으면 그대로 아웃되게끔 한 것이다.

단순히 링아웃식 경계뿐만 아니라, 전장 안에도 물이나 숲, 마그마 지역 등 다양한 지형지물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런 지형지물은 그저 타일맵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적 공격에 피격될 확률을 낮춰주거나 고정 피해를 주는 등 다양한 효과가 부여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서 배치해야 했다.



▲ 야잇 여기서도 감나빗을 보다니 ㅂㄷㅂㄷㅂㄷ 그러니 수풀에선 근접전 특화 스트라이커를 활용하자

여기에 '속성' 스킬의 연계도 '퓨저니스트'의 특징이었다. 메카가 메인인 게임인데 '메카'가 아닌 '퓨전'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속성을 연계해서 빚어낸 화학반응이 이 게임의 주요 전략 포인트였기 때문이었다. 얼음과 전기 스킬을 조합하면 적을 빙결시켜버릴 수 있고, 불과 전기를 조합하면 폭발이 일어나는 등 원소 타입을 활용한 전투가 점차 중요해졌다.



▲ 이릉의 숲처럼 잘 타는 구나, 속성과 환경 연계의 힘이란

아울러 각 역할군마다 사거리나 공격범위가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퓨저니스트'에서 눈여겨볼 포인트였다. 근접 전투에 특화된 스트라이커, 방어에 특화된 키스톤, 중화기로 폭격하는 버스터, 저격으로 원거리에서 제압하는 불스아이, 후방 지원 및 제어형 무기로 아군을 돕는 아포슬까지 총 다섯 개의 역할군이 있는데, 기동력이 타 게임에 비해 낮고 맵도 넓어서 초반에는 근접전 위주의 스트라이커가 일방적으로 불리해보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키스톤과 스트라이커를 제외하면 근접전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번 달라붙는 순간 일방적인 딜교가 가능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키스톤이 붙으면 그 키스톤을 떼어낼 것을 고려해서 끌어당기기나 밀치기 무기가 있는 키스톤을 기용하거나 어느 정도 턴이 됐을 때 아예 광역 원소 스킬 연계로 제압하는 등 다양한 전략적인 노림수가 가능했다. 한편으로는 체력은 회복할 수 있어도 실드는 한 번 깨지면 회복할 수 없고, 실드가 깨진 다음에 더욱 강한 딜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런 미끼 전략도 신중하게 쓰는 등 전략적인 밸런스를 고려한 흔적이 엿보였다.



▲ 원거리에서 광역기 준비하려는 버스터를 땡겨오면 화력이 대폭 감소하니 이득


코레류로 맞춰가는 자신만의 조합
등급뿐만 아니라 무기 종류도 키포인트




앞서 수집형 턴제 RPG와 비교를 했지만, 그렇게 비유한 이유는 '퓨저니스트'의 메카들은 특정 기체를 어필하기보다는 각 역할군의 '유닛'임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보통은 각 기체마다 닉네임을 붙여서 차별화하지만, 퓨저니스트의 메카들은 역할군 뒤에 기종 시리얼 넘버가 붙는 방식이다. 하나하나 구분을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그걸 구분하기보다는 그 역할군에 배정된 유닛 중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골리앗 한 기, 이런 식이라고 할까.

굳이 그렇게 한 이유는 '퓨저니스트'에서 메카를 획득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퓨저니스트'의 메카닉을 획득하는 방식은 게이머들에게 소위 '코레류'로 친숙한 방식이다. 즉 인게임에 쓰이는 여러 재화들을 파밍해서 그걸로 메카닉을 제작, 랜덤한 등급의 메카닉이 나오게 된다.

턴제 전략에서 '등급'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밸런스에 의문을 가질 여지가 있다. 정서적으로도 조금 꺼려질 수도 있다. 보통 3성, R등급도 다 쓰는 게임이라고 설명을 해도 고등급에 눈길이 꽂히는 것은 유저로서 당연한 일 아닌가. 물론 3성, R등급도 풀강하고 업그레이드하면 SSR 못지 않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긴 해도, 그런 유형의 게임도 태생 SSR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같은 값이라면 고등급을 뽑아서 쓰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니까.



▲ 전설 등급 겟!



▲ 그러나 무장이 적으면 스킬도 적어서 활용도가 떨어지고



▲ 업그레이드로 무장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 유틸 좋게 나온 저등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효율이 좋다

그런 심리에 나름의 차단막을 부여하고, 고른 밸런스를 갖추고자 한 것이 '퓨저니스트'의 특징이었다. 실제로 '퓨저니스트'에서는 메카를 제작할 때 무장도 랜덤으로 제작된다. 해당 무장은 다른 메카닉의 부품을 결합해서 추가하거나 하지 않는 한 따로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등급이 높은 메카라고 해도 무장이 빈약하게 나오면 메카닉 업그레이드 혹은 결합으로 무장을 보충하기 전까지는 활용도가 낮아진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스킬'의 연계가 중요한 '퓨저니스트'기 때문에 차라리 무장이 다양하고 등급이 낮은 메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효율이 더 뛰어났다. 그럴 때 수집형식의 캐릭터가 아닌, 단순 유닛이기 때문에 고등급에 대한 집착을 조금 덜어낼 수 있던 것이 '퓨저니스트'의 한 수였다.

아울러 뽑기뿐만 아니라 유닛 관리에서도 '코레류'의 요소가 도입된 것이 퓨저니스트의 또다른 특징이었다. '코레류'는 작전에서 유닛이 피해를 입거나, 혹은 출격하는 것만으로도 자원을 소모해서 일정 횟수 이상 전투를 하면 필히 정비를 해야 한다. 물론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 정비 시간이 들지만, 피해가 심해질수록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자원을 소모해서 바로 정비하게 되는 것이 코레류의 루틴이지 않던가. 그래서 한 번 전투에 나설 때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을 처치하는 방향을 강구하게 되고, 어느 한 유닛이 너무 큰 피해를 입어서 기동하지 못하는 동안 사용할 예비 유닛을 만들어두거나 혹은 언제고 즉각 정비하고 나갈 수 있도록 자원을 관리하는 등 그 옛날에 친숙했던 운영법을 다시금 활용하는 묘미가 있었다.



▲ 피해가 심한 메카는 수리실로 보내서 정비하는 이 감각, 낯설지 않다


독특한 메카닉 전략, '퓨저니스트'
부족한 편의성은 CBT서 피드백으로 개선하길




'퓨저니스트'는 이렇듯 게이머들에게 반가운 추억이 있는 고전적인 요소를 자기식대로 잘 버무려낸 독특한 메카닉 전략 게임이었다. 메카물에서 기대하는 화끈한 전투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한 번 기동할 때 기름값을 비롯해 여러 가지 깨질 법한 메카들이 신중하게 수를 깔면서 차근차근 전투를 펼치는 것도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거리재기를 하다가 딱 실수를 했을 때 바로 집중포화로 끊어먹고 스노우볼을 굴리는 소위 테테전식 재미에, 무한대치전이 불가능하게 전장이 점차 좁아지는 만큼 그 안에서 급작스럽게 펼쳐지는 난전도 볼만했다. 특히 전투가 너무 길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실드는 회복하지 못하게 하거나, 각종 지형지물로 배치를 제한하는 가운데 원소 스킬 연계 혹은 강력한 스킬로 적의 빈틈을 노려 잡아내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 전략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했지만, '퓨저니스트'는 아직 출시를 논하기엔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카메라나 편의성이 그 특유의 전략적인 플레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보통 턴제 게임에서는 공격이 타겟에게 명중했을 때 그 타겟에게 자동으로 초점이 맞춰지는데, '퓨저니스트'는 그렇지 않아서 일일이 자신이 카메라를 옮겨서 확인해야 했다. 근접전을 펼치는 스트라이커나 비교적 사거리가 짧은 키스톤은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중장거리 공격을 주로 하게 되는 버스터나 불스아이는 일일이 그 먼 거리를 카메라를 왔다갔다 하는 게 불편했다.




더군다나 카메라를 옮기는 버튼을 굳이 마우스 휠 클릭로 지정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명령이 좌클릭 한 번으로 딸깍 되는 것이 아닌, 유닛을 지정해서 메뉴를 불러와서 그 메뉴를 클릭한 뒤 해당 명령을 이행할 지점을 또 클릭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에서도 단축키 같은 게 따로 지정이 안 되어있어서 매번 클릭으로 하는 게 불편했는데, 카메라마저도 휠을 클릭한 뒤 드래그라는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조작법까지 채택해서 불편함은 배가 됐다.

아울러 UI도 상당히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만큼 맵 전체를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배치를 좀 더 폭넓게 볼 수 있긴 하지만, 적과 아군의 상황을 한눈에 보기에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나마 버프나 디버프, 각 지형의 특성 등 주요 정보는 아이콘으로 쉽게 볼 수 있지만, 지형 특성 정보를 보여주는 아이콘이나 이동 후 행동 가능 범위를 나타내는 표시가 똑같은 색이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헷갈릴 여지도 있었다. 여기에 번역도 매끄럽지 않았다.

이런 부분들은 사소하게 보이겠지만, '퓨저니스트'는 스테이지를 미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와 실시간으로 전략을 겨루는 PVP도 핵심인 게임이다. 그래서 한 번 헷갈려서 잘못 뒀을 때 심리적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메카닉의 육중함, 박력을 신중한 전략 게임으로 나름의 방식대로 풀어낸 '퓨저니스트'가 이번 CBT에서 이런 불편함을 걷어내고 출시 때 온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내용 수정 : 2024.12.31. 14:17 ] 퓨저니스트 CBT는 한국에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정식 서비스시 업데이트 되는 소식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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