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늘의 궤적 the 1st, 추억 속 주인공의 새로운 목소리를 맡은 성우들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CLE(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와 니혼 팔콤은 지난 5일, 도쿄에서 '하늘의 궤적 the 1st'의 아시아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게임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현장에는 콘도 토시히로 니혼 팔콤 대표를 비롯해 주인공 '에스텔'과 '요슈아'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들 또한 참여해 자리를 빛냈으며, '성우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아시아 미디어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마련되었습니다.

'하늘의 궤적 the 1st'는 약 20년 전 처음 시작된 '궤적' 시리즈의 기초를 다진 작품으로, 풀 리메이크를 통해 보다 현대적인 게임플레이 경험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개발진의 참여로 현대적인 접근성이 더욱 풍부해졌으며, 신규 성우진 또한 대거 참여해 신선함을 더했습니다.

그러나, 20년 전부터 팬들의 마음 한편에 굳건하게 자리한 캐릭터를 새로운 성우가 연기하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풀 리메이크로 돌아온 '하늘의 궤적'에 참여한 두 명의 성우, 타카야나기 토모요와 후지와라 나츠미에게 녹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 그리고 기억에 남았던 녹음 일화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 왼쪽부터 콘도 토시히로 니혼 팔콤 대표, 타카야나기 토모요 성우, 후지와라 나츠미 성우

Q. 각자 주인공 '에스텔'과 '요슈아'를 맡게 된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각자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요?

타카야나기 = 에스텔은 솔직하고, 순수한 캐릭터인 만큼 눈앞에 보이는 세계가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신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성격을 연기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러 가지 표정을 보여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연기의 폭도 아주 넓었고요.

콘도 = 예전에 '이스' 작품을 통해 함께 하게 됐는데, 당시에는 악역으로 등장하셨어요. 이번 에스텔 캐스팅에 음향 디렉터가 "그분 어때요?"라고 말해서 의외였던 순간도 있습니다. 어두운 연기도 잘 하시지만, 다른 역할을 하신 걸 봤는데, 에스텔과 의외로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캐스팅을) 결정했습니다.

후지와라 = 요슈아는 굉장히 쿨하고, 냉철하고, 항상 에스텔에게 잔소리하는 역할이죠.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요슈아는 쉽게 말할 수 없는 과거를 간직하고 있기도 합니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또 가끔 폭발적으로 감정을 내야 하는 장면이 부분부분 있어서,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조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며 작업에 참여했죠.

콘도 = 요슈아는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분에게 맡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후지와라 씨가 보내준 샘플 보이스 부분이 마침 딱 제가 생각하던 그 장면이었던 거예요. "요슈아 그 자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Q. 오리지널 캐릭터를 연기할 때와,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그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요. 원작을 의식하거나 고민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타카야나기 = 그 캐릭터와 작품을 사랑해 온 많은 유저 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작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사랑받아 온 캐릭터를 존중하면서 연기하고자 했고, 나름대로 시리즈를 배우고 현장에 임해야 했어요.

스태프분들께서는 완전히 새로운 리메이크인 만큼 "생각하는 에스텔을 연기해 주세요!"라고 하셨는데, 덕분에 긴장을 풀고 제가 배운 에스텔과, 제 마음속에 있는 에스텔을 조화롭게 해석해 가면서 완성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후지와라 = 작업에 참여할수록 점점 세계를 넘어 사랑받아 온 작품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어요. 긴 역사를 지닌 시리즈인 만큼, 기합을 넣어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원작의 캐릭터도 소중하게 챙기면서, 제가 생각하는 리메이크 작품만의 요슈아를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하는 것이 시리즈와 작품, 그리고 팬 여러분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닐까 했어요.


Q. '하늘의 궤적'은 에스텔과 요슈아의 대화 또한 스토리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연기 호흡을 맞추기 위해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었나요?

후지와라 = 사실, 에스텔과 요슈아의 관계로서 직접 만난 것은 이 현장이 처음입니다(웃음). 녹음할 때는 혼자서 하는 형태라... 주로 자신과의 싸움을 했죠.

타카야나기 = 그래도 다른 작품 현장에서 만난 적은 있었기 때문에, 나름 의지가 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첫 녹음 때 스태프분께 "참고로, 요슈아는 누군가요?"라고 물었더니 후지와라 나츠미 씨라고 하더라고요. '역시 그랬군' 하고 생각하면서, 이 요슈아가 후지와라 씨의 목소리로 연기를 하겠군 하고 생각하며 작업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Q. 녹음 과정에서 기억나는 해프닝이나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콘도 = 다들 철저하게 준비해 주셔서 극적인 해프닝은 없었는데, 하나 떠오른 게 있다면 에스텔이 보스 지역 시장에서 부르는 '보스 마켓의 노래'라는 게 있어요. 장 보는 에스텔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는 녹음 장면인데, 사운드팀이 작곡한 곡을 성우분께 전달했어야 했는데 안 된 거죠.

그래서 타카야나기 씨는 대본에 나온 가사만으로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건데, 놀랍게도 직접 붙여주신 음이 의외로 사운드팀이 작곡한 것과 비슷했던 거예요. 게임에는 작곡팀 버전이 제대로 사용됐는데, 즉흥으로 하신 곡을 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타카야나기 = 저도 녹음 당시 해프닝이라고 하면 그것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웃음). 가사는 대본에 있는데, 노래라는 거예요! '시험을 받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보스 마켓 하면 이런 분위기겠지 하면서 흥얼거렸던 게 비슷한 곡조로 완성되지 않았나 합니다. 도시에 완전히 익숙해진 게 아닐까 싶어요.


Q. 에스텔과 요슈아 외에 관심이 가는 캐릭터나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타카야나기 = 꽤 많은데, 역시 올리비에가 가장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독특하고 압도적인 느낌이고,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역시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후지와라 = 요슈아가 에스텔에게 잔소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 다른 형태로 츳코미(딴지 걸기)가 가능한 캐릭터라서 즐겁게 연기한 기억이 납니다. 성우분(코야스?)도 아주 올리비에스러운 분이에요. 제가 듣기로는 궤적 시리즈가 이제 클라이맥스까지 도달했는데, 성우분이 직접 콘도 님에게 "완결편엔 올리비에를 내놓으라고, 사장이니까 할 수 있지?" 본인이 말하고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콘도 = 올리비에는 발매 당시에도 화제였고, 부동의 인기를 구가하는 캐릭터죠. 이번 작품에서도 많은 인상을 줄 것으로 기대해요. 저희도 기대가 됩니다.




Q. '하늘의 궤적' 발매 이후 20년이 지났습니다. 에스텔과 요슈아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가 그동안 조금 달라지지는 않았나요? 마음속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콘도 = 제가 처음부터 기획을 시작했던 것이 '하늘의 궤적'인데, 이 두 캐릭터를 만들던 당시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처음에는 에스텔과 요슈아의 성별이 반대였어요. 하지만 궤적 시리즈로서 새로운 작품으로 시작하는 만큼, 주인공을 여성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죠. 초창기 멤버로서 역시 자식 같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들이에요. 20년이 지나 팬들 사이에서 결혼 키워드가 나오기도 하고요.

햇수로 20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부모에게 아이는 아이죠. 그 이미지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카시우스가 요슈아를 데리고 와 에스텔과 함께 키우는 그때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요즘은 궤적 최신 시리즈로 다른 무대를 그려가고 있지만, 가끔 '이 아이들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해요. 창작자로서 이 직업을 이어오면서 만난 굉장히 특별한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해요.


Q. 만약 '하늘의 궤적' 이후,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다시 성우로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의 에스텔과 요슈아를 연기하고 싶으신가요?

타카야나기 = 방금 결혼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역시 작중에서 장시간 관계가 이어지다 보니 두 캐릭터의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해가는 작품이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에스텔 또한 마지막으로 향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후에 어른이 되어가는 에스텔 또한 앞으로 연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지와라 = 이번 '하늘의 궤적 the 1st' 내에서도 요슈아 자신에게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어떤 요슈아를 연기하고 싶냐니, 질문에 대한 답 모두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네요(웃음). 요슈아가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잘 걸어 나갈 수 있다는 부모 같은 마음으로, 언젠가 그런 평범한 일상을 연기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콘도 = 시리즈를 플레이하신 분들은 이미 결말을 아시겠지요? the 1st의 후속편은 굉장히 큰 규모가 되어가고, 요슈아와 에스텔의 관계도 좀 더 복잡하고, 슬프고, 궁금한 전개가 되어갑니다. 과거에는 상당히 옛날스러운 화면에서 전개되던 스토리도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는데, (the 1st의) 후속편은 더 아름다운 이미지로 뛰어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스토리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요, 그래서 더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가 정해져 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퀄리티를 높이는 데 굉장히 집중하고 있으니 앞으로 나올 후속작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Q. 만약 자신이 궤적 시리즈 세계에서 모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동료와 어떤 모험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콘도 = 제 나이가 되면 돌아다니면서 보는 풍경에 크게 감동할 일이 거의 없죠. 아이들의 반응을 보는 게 즐거워서 자주 여행을 가는 편입니다. 에스텔처럼 잘 반응해 주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타카야나기 = 저는 여행을 갔을 때 그 지역에서 나온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해요. 딱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술 같은 거요. 셰라 언니와 함께 맛있는 술을 마시며 다니는 여행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후지와라 = 전 카푸아 일가가 좋습니다. 유쾌하다고 할까요. 카푸아 일가의 세 명과 함께, 마법도 펑펑 써 가면서 유쾌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 뭐 그렇습니다.


Q. 마지막으로. 게임의 발매에 앞서 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타카야나기 = "'궤적'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 참여해서 기쁘다"는 이야기를 해외 팬분들에게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책임감을 느꼈고, 앞으로도 에스텔 역할을 잘 연기해 나가고 싶어요. 혼자서 녹음한 결과물이 PV로 공개되었을 때 영상이 아름다워서 감동했는데요, 그만큼 저희의 연기와 음악, 영상의 조합이 여러분에게 전달되는 순간이 기대됩니다.

후지와라 = 앞으로도 요슈아가 어떤 것들을 보여줄지, 또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하면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만큼 저희 목소리와 함께 '하늘의 궤적'의 스토리를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콘도 = 팔콤에 입사한 이후로 많은 명작들을 리메이크해 왔는데, 제 손으로 제가 만든 작품을 리메이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웃음).

하늘의 궤적은 저에게도 굉장히 각별한 작품이고, 현재 회사에도 디자이너나 시나리오 라이터 등 '하늘의 궤적'을 플레이한 뒤 입사를 결심한 분들이 많아요. 이 게임의 리메이크가 결정되었을 때 회사 내에서도 매우 관심이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작품의 그래픽이나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데, 오리지널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던 젊은 개발자들이 참여해 고안을 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활기찬 분위기라든지, 이미지가 연출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스텔과 요슈아, 두 명이 여행하는 감각 자체가 과거 RPG에 있었던 장점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그때의 추억을 상기하는 데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RPG를 좋아하신다면 꼭 이번 작품을 플레이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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