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남자, 게임에 진심이다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34개 |



배우 이준혁

드라마나 영화를 멀리하지 않았다면 언제고 스크린에서 한 번은 봤을 배우다. '비밀의 숲', '지정생존자', 그리고 '신과함께'까지. 탄탄한 필모그라피와 15년이라는 연기 경력 덕분에 영상물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해도 한 번쯤은 스치듯 봤을 얼굴이지만, 사실 게이머들 사이에서 크게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게임쪽에서도 영향력을 지닌 김희철이나 심형탁처럼 방송을 통해 게임과 관련한 이미지를 쌓은 적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배우, 게임 분야에서 다른 어떤 배우도 가지지 못한 특이한 커리어를 지녔다. 무려 직접 기획자와 아티스트를 맡아 게임을 출시해본 엄연한 게임 개발 경력자다.

'안녕 Popcorn'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2019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Popcorn을 추모하고자 만든 게임. 간단한 러너 형태의 게임이지만, 이 게임에서 이준혁은 직접 디렉팅을 하는 한편,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를 직접 그려넣었다.

배우 이준혁을 만나기 전, 걱정을 던 이유였다. 특정 게임의 광고 모델이 된다거나, 게임 관련 행사에 참가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연예인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이 중 게임에 진심인 사람은 사실 거의 없었다. 어찌어찌 인터뷰가 잡혀도 게임 매체로서 게이머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이와 인터뷰를 한다는 건 꽤 부담되는 일이니까. 그래도, 게임을 만들어 본 이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그렇게 서울의 한 스튜디오를 찾아 배우 이준혁을 만났다. 허락된 시간은 한 시간. 그런데 예상 외다. 게임을 만들어 본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사람, 내 예상보다 훨씬 게임에 진심이다.



▲ 배우 이준혁




그럼 시작할까요?

- 네 저는 괜찮아요. 시작하시죠.


게임 전문지 인터뷰는 처음일텐데, 아시다시피 인벤은 이용자 대부분이 게이머 분들이세요. 게이머 분들께 짧은 인사 부탁드릴 수 있나요?

- 저 또한 오랜 기간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로서 같은 게이머 분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정말 기뻐요. 게임 속에서 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라도 인사드릴 수 있어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오래된 게이머시라 했는데, 게임은 예전부터 좋아하셨어요?

- 네. 엄청 오랜 시간 좋아했죠. 사실 게임 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기반이 되는 미디어는 전부 다 좋아하긴 했어요. 만화도 직접 그리는걸 좋아해서 포토샵과 마야를 배웠었고, 게임도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당연히 좋아했죠. 그리고 게임만큼 좋아하는게 영화예요. 아시잖아요. 제 세대가 딱 '쥬라기공원'을 어릴 적에 본 세대예요. CG 충격을 그대로 겪은 세대고, 당연히 CG에 대한 선망이 있었죠. 그 CG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게임과 영화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다른 미디어들과 비교해 게임을 좋아하는 차별화된 이유를 꼽자면 급변과 발전 때문이라 생각해요. 게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그 안에서 연출이나 아트, 서사 구조, 게임적 특성까지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해왔죠.


최근까지도 게임을 하셨겠네요?

- 가장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은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인 것 같아요. 제가 얼리어답터 성향이 있어서 VR도 하는 편이라 알릭스(하프 라이프 알릭스)도 끝까지 다 플레이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확실히 예전만큼은 하기가 힘들어요. 이전에는 어떻게든 게임을 사서 다 했었는데 요즘은 플레이하는 게임보다 사서 모으는 게임이 더 많아지는 것 같네요.(웃음)



▲ 현존 최고의 VR게임으로 여겨지는 '하프 라이프: 알릭스', 실제 VR HMD도 다수 소장중이라고


확실히 연기 일도 하면서 게임을 하긴 힘들텐데, 게임 할 시간이 별로 없지 않나요?

- 맞아요. 그러니 라이브러리만 늘어가겠죠.(웃음) 전부 다 플레이하는건 사실 불가능하고, 때마침 시간이 나면 할 수 있는 정도예요. 전 영화도 게임만큼이나 좋아하고 영화쪽으로도 꽤 헤비컨슈머(3천 편 이상 감상)다 보니 영화 볼 시간과 게임할 시간을 분배하기까지 해야 해요.


혹시 특별히 더 좋아하는 장르 같은것도 있나요?

- 말씀드렸다시피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는 게임들에는 다 관심이 있어요. 사실 전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게임이 주는 이야기와 연출에 관심이 많은 편이죠. 제 본업인 연기나 제가 게임만큼 좋아하는 영화와 연관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보다는 서사 위주의 싱글 플레이 게임들을 주로 플레이해요.


그럼 게임 IP 기반의 영상물에도 관심이 많으시겠네요?

- 아무래도 본업이 배우이다 보니 당연히 관심이 많아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나 헤비 레인같은 퀀틱 드림의 게임들은 게임임에도 영화적인 문법을 상당 부분 보여주는 게임이라 관심이 많았고, 게임 내에 실제 배우들이 구현된 것들도 재미있게 봤어요. 로스트 플래닛의 이병헌 선배나 귀무자의 금성무, 저지아이즈의 기무라 타쿠야처럼요. 저 또한 배우다 보니 언젠가 그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게임에서 확장되어 영상화가 이뤄진 미디어에도 당연히 관심이 많죠. 위쳐 시리즈가 그렇고, 최근 개봉한 언차티드나 제작중인 라스트오브어스 같은 작품들도 있잖아요. 게임과 영상물의 통합은 어떤 새로운 변화의 장이라기보단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스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 '금성무'와 '장 르노'가 모델이 되었던 귀무자3


그렇다면, 만약 본인이 차후 게임을 소재로 한 영상 미디어 제작에 참여한다면 어떤 게임이 좋을까요?

- 데스스트랜딩. 코지마 감독 특유의 아트 스타일이 너무 좋았어요. 게임 중에도 미장센이 좋은 작품들이 굉장히 많아요. 과거의 파이널 판타지같은 작품들이 상상을 영상으로 연출했다면, 요즘 게임들은 보다 진보된 연출 기법으로 영상미를 만들어내죠. 라스트오브어스2 같은 경우도 욕은 많이 먹지만 연출 자체는 굉장히 뛰어났잖아요? 데스스트랜딩도 그런 맥락에서 참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컷씬을 과하게 활용하지 않고서도 그런 영상미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엘든링'같은 게임도 매력적이었어요. 세계를 보면 아시다시피 굉장히 잔혹하고 어두운 게임이지만 영상미 자체는 따듯하고 아름답거든요. 이런 대비가 참 인상깊게 다가오는 거죠.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즈하는 게임이라 주인공 배역은 따로 없겠지만 뭐... 보스몹 하나 정도는 맡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도 아니면 메탈기어 시리즈의 오셀롯같은 캐릭터도 좋을 것 같아요.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 이런 생각하니까 괜히 즐겁고 그러네요.


그럼 조금 다른 이야기를 나눠 보죠. '안녕 Popcorn'이라는 게임을 직접 개발했어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게임 개발이라는 꽤 어려운 방법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 흔히 많이들 하시는 말씀이지만, 저 또한 게임이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그리고 머릿속에는 항상 한 번쯤 만들어보고싶은 게임 기획이 있었죠. 다만, 이를 실행할 만한 계기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온전히 제 감정을 쏟아낼 일이 생겼고, 그 때가 되서야 머릿속에 담아 뒀던 생각을 마음 속에 품은 감정과 합쳐 게임으로 만들기 시작한 거죠.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도 분명 영향을 끼치긴 했어요. 이런 말이 있어요. '영화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영화를 만들게 된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도 참 좋아하지만 일단 이 소재는 영화로 만들기는 좀 힘들 것 같았어요. 배우 구하기도 참 어려울 것 같고...



▲ 반려견 'Popcorn'을 추모하기 위해 개발한 '안녕 Popcorn'


개발 과정에 3개월이 걸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 원래 첫 계획은 한 달이었어요. 이미 기획안은 머릿속에 있으니 한 달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에.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이전에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스크래치(프로그래밍 언어)를 만져 봤거든요. 간단한 러닝 게임 정도는 만들 수 있을줄 알았는데, 스크래치처럼 간단한 언어라도 혼자 하면 너무 오래 걸릴것 같아서 개발자 분들을 한두분 구해서 같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와... 이게 개발이 길어지니까 점점 숨이 가빠지더라고요. 개발자 분들이 무척 잘 해주셨지만 아무래도 인건비가 나가고 그분들은 주말이나 업무시간 외엔 쉬셔야 하니 결국 시간을 단축하려면 제가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혼자 3개월 동안 크런치 모드였어요.(웃음) 왜 게임 개발에 시간과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지 제대로 느꼈죠.

그래서 그런지 게임을 만들어본 이후엔 잘 만든 게임을 볼 때 조금 다른 의미에서 감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레드데드리뎀션2'를 봤을 때 이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내가 6만 원 내고 하는게 말이 되나?"

게임을 보면 사람과 자원을 얼마나 갈아넣었을지 대충 감이 잡히는데 이 정도의 게임을 6만원 밖에 안 되는 돈으로 즐기는게 괜찮나 싶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선 유비소프트가 잘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작품들이 다소 비슷하긴 해도 합리적이잖아요.


아무래도 개발 과정을 이어가다 보면 최초 기획하고 달라지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안녕 Popcorn'의 경우는 어땠나요?

- 아쉬운 부분이 많죠. 사실 머릿속에 있는 건 더 크고 많았어요. 최초 기획에서는 Popcorn이 한국 내 여러 명소를 돌아다닌다는 컨셉도 있었고, 고래(무적 아이템)를 타고 전진할 때 고래 뿐만 아니라 파도가 치는 이펙트도 넣고 싶었어요. 스테이지 클리어 시점에서는 마리오의 깃발 점프처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연출도 넣고 싶었고, 강아지 커스터마이징 기능도 더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안 된 것들이 많았죠.



▲ 한때 무료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음... 주변 분들의 돈으로 한 게 아니다 보니... 굳이 뭐 별 말씀은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안녕 Popcorn'을 개발한 이유가 강아지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서였는데, 개발을 통해 원하던 것을 얻으신 것 같나요?

- 제가 한 2년 정도를 굉장히 바쁘게 살았어요. Popcorn이 떠난 상황에서도 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휴식 시기가 찾아오니 감정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게임 개발 과정은 말씀드렸다시피 쉽지 않았지만, 개발이 다 끝난 후엔 왈칵 올라왔어요. 디지털 세계긴 하지만 마음껏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위안이 되었어요.

이전에 인터넷에서 콘솔 게임에 저장된 아버지의 플레이 데이터와 함께 레이스 게임을 하면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추억했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분의 심정이 이해가 되요. 실제로 그 글이 게임의 개발에 영향을 주기도 했고요.



▲ 게임 개발은 확실히 상실에 대한 위안이 되었다


앞으로 다른 게임도 또 개발해 볼 생각은 있으세요?

- 사실 해보고 싶어요. 매우 해보고 싶죠. 게임에 관한 생각과 스토리는 언제나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영감을 주는 수많은 게임과 미디어들이 있죠. 얼마 전에 '12분(12 Minute)'을 플레이했는데, 서사 기법과 연출에서 참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저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랄까? 많은 이야기를 게임으로 담고 싶어요. 그런데 만들어보니까 확실히 어렵긴 하더라고요. 컷씬 하나 넣는데 돈하고 시간이 얼마나 깨지던지... 유니티 엔진이 비교적 다루기 쉬워서 다행이었죠.


이미 생각하고 계신게 있는 것 같은데, 만약 개발비와 충분한 인력이 투자된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나요?

- 이미 제목도 정해놨어요. '그랜드마더'라고 말 그대로 할머니의 일대기죠. 게임성을 띄어야 하니 약간의 판타지가 섞이긴 하겠지만 할머니라는 세대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 할머니를 뵈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전쟁을 두 번(6.25, 월남전) 겪으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를 겪고 계시죠.

저희와 같이 비교적 편하게 산 세대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억울한 세대 아닐까요?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 다시 삶을 거슬러 가면서 역사를 되짚고 회한을 풀어가는 그런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 또한 왕성한 소비자이다보니 세상에 없는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주변 아는 배우분들께 부탁해서 '풀보이스 멜로 게임'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게임중에 '플로렌스(Florence)'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보단 좀 더 게임성이 가미된? 미술과 미장센을 기반으로 게임성을 좀 더 깔고 보이스 연기를 곁들이면 어떨까 싶어요.

조금 현실적으로 말해보자면, 제가 만들 수 있는 수준에서 없는 것을 찾아야 겠죠. 최근에 나온 게임중에 '뱀파이어 서바이버'같은 게임 보면 굉장히 간단하게 만들어졌는데 그럼에도 훌륭한 게임성을 보여주잖아요. 제가 뭐 오픈월드를 만들고, AAA급 게임을 만들 수는 없으니 인디 게임 수준에서 생각해야겠죠.

물론 인디 개발자 분들을 낮추는 건 아니에요. 짧게나마 저도 게임을 만들어본 만큼, 전 인디게임 개발자분들이 얼마나 고된 길을 걷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아요. 말이 인디 게임이지 사실 그 분들이 쏟아붓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투자 비용은 절대 인디가 아니거든요. 이쪽 업계도 지금은 좀 다르지만 나흘 동안 밤을 새면서 영상을 편집하거나 촬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오랜 시간 집중을 쏟는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요. 사실상 그 분들은 몇 년 동안 크런치를 하는 거잖아요?



▲ '플로렌스'의 감성에 배우들의 풀보이스 연기가 들어간다면?


대화를 하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게임에 대해 확실히 좀 많이 아는 분과 대화하는 기분이네요. 주변에 다른 분들 중에도 게임에 이렇게 진심인 분들이 계신가요?

- 생각보다 꽤 많아요.(웃음) 정말 은근히 많죠. 배우분들 중에도 있고, 감독님들 중에도 계시고요. 게임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게임 리뷰도 한 번쯤은 꼭 써보고 싶어요. 저도 게이머다 보니 여러 게임들의 리뷰를 보곤 하는데, 게임 리뷰라는게 어떻게 하나의 잣대를 기준으로 할 수는 없잖아요. 라스트오브어스와 마리오를 같은 기준에서 볼 수는 없는 거니까요.

기회만 닿는다면 게임의 서사와 연출, 미장센을 기준으로 제 나름대로 잣대를 잡아 이를 논할 수 있는 게임들을 대상으로 리뷰를 해보고 싶어요. 사실 다른 이유도 있긴 한데, 제가 게임을 한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 조금 필요하기도 해요.

보통 배우의 일이라는게, 몇 개월 집중해서 일을 하고 나면 또 한동안 쉬고 그러거든요. 제가 이모랑 둘이 사는데 그렇게 일을 쉴 때 몇 시간동안 게임을 하고 있으면 등짝에 뭐가 날아올까 스산해지고 그래요. 게임 리뷰라도 한다면 게임을 하는 이유를 하나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그러고 보니 연기 활동을 하는 중엔 게임을 하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게임 플레이가 연기 활동에도 영향을 주나요?

- 당연히 주죠. '신과함께'를 예로 들면, 촬영을 하면서도 이 장면에 CG가 입혀졌을 때 어떤 장면이 만들어질지를 훨씬 쉽게 상상할 수 있어요. 영상물의 전체적인 구성에서도 게임적 문법을 따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게임 서사 구조와의 융합에 대한 경계심이 옅어지고 있어요. 반대로, 게임에 영화적 서사 구조가 더해지는 경우도 존재하죠.

게임은 게이머의 주관이 곁들여져야 완성되는 미디어이기에 영화만큼 깊은 이야기를 담기는 어렵지만, 이 문제는 세부 장르의 다변화로 해결되는 중이라 생각해요. 소비자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는 닫힌 미디어고, 게임은 열려 있잖아요. 그만큼 제작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깊이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최근에는 게이머의 자유를 다소 제한하면서도 보다 강렬한 서사로 작품성을 챙기는 게임들이 종종 보이곤 하죠.

데스스트랜딩을 예로 들면 서사 전반에 통일성이 강하게 드러나요. 단순히 게임에 영화의 기법을 더하는 '컷씬'을 억제하면서도, 감독이 원하는 서사를 게임성에 맞춰 완벽하게 표현했거든요. 때문에 단순히 게임으로서의 재미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겠지만요. 이런 서사 구조들을 파악하는 과정들 또한 서사의 일부가 되는 연기 활동에는 분명한 도움이 되요.



▲ 게임의 서사 연출은 연기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게이머로 시작해서 게임을 만들기까지 간다는게, 개발자들에게는 일반적이지만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특별한 경험일 텐데,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실 게이머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 아까 한 번 말씀드렸던 것 있죠? '영화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영화를 만들게 된다'

한 번쯤은, 직접 게임을 만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전문적인 프로그래밍이나 기획을 하려면 결코 쉽지 않겠지만, 게임은 생각보다 간단히 만들 수 있어요. 보드 게임도 결국 게임이니 말이죠. 게임 개발은 굉장한 창조 활동이에요.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맞닿아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본인의 취미를 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냥 재미삼아라도, 제작까진 아니더라도 기획이나 생각 정도는 해 보시면 좋은 경험이 되시리라 생각해요.

간만에 게임 얘기를 참 원없이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게이머 분들도 이 정도면 제가 진짜 게이머라는걸 눈치채실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으로 찾아뵙고, 또다시 기회가 닿으면 게임 개발자로도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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