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머지 쿵야 아일랜드'가 뭐지?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8개 |



넷마블이 머지(merge) 장르 게임 '머지 쿵야 아일랜드'를 15일 출시한다. 국내에서 머지는 다소 생소하다. 3개 이상의 오브젝트를 합친다는 개념은 '캔디 크러시 사가', '애니팡'과 같은 쓰리매치퍼즐과도 비슷해 보인다. 머지는 합치는 목적이 키우는 데 있고, 쓰리매치퍼즐은 없애는 데 있다. 머지 중 알려진 게임으론 '2048'이 있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는 넷마블 IP '쿵야'를 활용한 캐주얼 머지 게임이다. 낮은 단계의 같은 자원 3개 이상을 합치면 더 높은 레벨의 자원을 가질 수 있다. 끊임없이 '머지'하는 재미가 특징이다. 유저는 획득한 자원으로 나만의 섬을 꾸밀 수 있다.

넷마블은 '머지 쿵야 아일랜드'를 계기로 '쿵야' IP를 다듬었다. '쿵야'는 생각보다 인기 있고 의외로 오래된 넷마블 IP다. 쿵야는 넷마블 시작부터 함께했다. 첫 쿵야 게임 '야채부락리'처럼 '머지 쿵야 아일랜드'는 친환경적 세계관을 이어간다. 이 게임은 평화롭게 살고 있던 쿵야 아일랜드가 갑자기 오염되면서 시작된다. 유저는 정령왕이 되어 쿵야들을 도와 오염된 섬을 정화해 나가야 한다.

게임 소개 때 '넷마블 쿵야 게임이면... 쿵야가 각성을 하나?'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일단 쿵야가 각성이나 초월을 하진 않았다. 기존 수집형 RPG 문법에서 벗어나 지켜만 봐도 재밌는 게임이었다.



▲ (왼쪽부터) 넷마블 사업부장 김형진, 넷마블엔투 기획팀장 채한솔

국내에서 머지 장르는 다소 생소하다.

채한솔 팀장 = 머지 자체는 아주 기본적인 규칙이다. 계속 성장한다는 것을 이용해 자원을 육성하는 게임이 '머지 쿵야 아일랜드'다. 우리는 머지 규칙에 SNG(소셜 네트워크 게임)를 접목했다. 타일로 되어있는 아주 넓은 맵이 있고, 이 맵의 아주 작은 공간에서부터 시작해나간다. 유저는 머지 플레이(merge play)를 통해 섬을 개척해 나간다.


머지 플레이를 상상하면 피라미드 형태가 떠오른다. 가장 많으면서도 기본적인 자원을 합치다 보면 최종적으로 하나의 자원이 된다. 그렇다면 플레이가 제한적이지 않을까?

채한솔 = 그 머지 플레이가 무한히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단순히 합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피라미드식 단계가 맞다. 그런데 '머지 쿵야 아일랜드'는 피라미드처럼 종으로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횡으로도 성장한다. 최종적인 형태를 만든다면, 이것이 새로운 자원을 만드는 시작이 된다. 그렇게 새로운 차원의 파리미드가 계속해 있다. 종과 횡 형태 머지 플레이로 사실상 무한정 수집할 수 있다.

김형진 부장 = 다음 단계로 성장한 자원을 통해 섬을 계속 꾸밀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쿵야도 나오고, 그 쿵야들이 또 성장한다. 기존 머지 게임은 한정된 공간에서 자원을 계속해 합치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지고 그 안에서만 성장만 시키는 방식이어서 플레이가 코어해진다는 느낌이 있었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는 기존 머지 게임의 복잡한 방식을 낮추고, 섬을 확장하며 꾸미는 방식을 선택했다. 다른 머지 게임을 접했던 유저들도 우리 게임을 해본다면 훨씬 더 쉽고 간단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귀여운 쿵야들을 수집하는 것도 중요한 재미 요소다. 유저들이 오랜만에 스트레스 안 받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해볼 수 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오랜만에 스트레스 안 받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해볼 수 있는 게임"

캐주얼하게 개발했어도, 유저들은 최종 콘텐츠까지 전력질주하지 않을까?

김형진 = 넷마블이 그런 플레이 방식을 탈피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를 개발하기 과정을 되돌아보면, 한국형 모바일 MMORPG 특징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돈을 써서 강해져 1등을 찍겠다는 목표 의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의 목표라면 땅을 넓히는 것도 있지만, 유저가 자기 취향에 맞게 섬을 꾸미는 것 그 자체다. 땅을 넓힐수록 유저가 꾸밀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 유저에게 그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선택을 주는 게 감성을 주는 거로 생각한다. 나만의 공간이 예뻐질 때 만족감이 있지 않나?

그래서 이 게임의 플레이 동선은 그냥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끔 했다. 땅을 빠르게 넓히고 싶다면 그렇게 하고, 귀여운 쿵야를 모으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다양한 유저 취향에 맞게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준비했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는 남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게임이 아니다. 유저는 그냥 내 쿵야를 모으고, 섬을 꾸미는 재미만 즐겨주시면 된다. 굳이 남과 비교한다면, 누구 섬이 더 예쁜지 정도일까.


생각해보면 주먹밥 쿵야가 각성이나 초월을 한다거나, 전투력 10만을 찍는다는 건 상상이 안 간다.

김형진 = 쿵야에 각성은 없지만, 성격은 있다.(웃음) 주먹밥 쿵야는 온순하고 어눌해 보이지만, 과학 실험을 엄청 좋아하는 성격이다. 주먹밥 쿵야가 계속 성장한다면 우주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쿵야 MBTI라고 해서 내 성격과 맞는 쿵야를 찾아주는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채한솔 = 쿵야마다 성격이 있기에 각자의 움직임도 다 다르다. 예로 쿵야를 바다에 빠뜨리면 해안까지 헤엄쳐 땅으로 돌아오는데, 헤엄치는 것도 쿵야마다 움직임이 다 다르다.



▲ 눈썹과 눈까지 성격이 반영된 쿵야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쿵야를 바다에 빠뜨릴 수 있나?

채한솔 = 있다. 그냥 쿵야를 콕 집어 바다에 던지면 풍덩 빠진다. 그러면 그 쿵야는 허겁지겁 물 밖으로 나가려 헤엄을 쳐 나온다. 이거 외에도 쿵야를 지켜만 봐도 힐링이 되게끔 했다. 일단 귀여우니까.

쿵야들이 워낙 많기에 각자 상호작용도 많이 부여했다. 얘네들끼리 뭐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채집하는 모션도 다르고. 아무런 터치를 안 하고 쿵야들만 지켜봐도 좋다. 예를 들면 오염된 땅에 쿵야가 가까이 가면 싫어하는 모션이 있다. 그것도 귀엽다. 그런 쿵야들을 게임 내 사진 찍기 기능을 이용해 저장하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김형진 = 고구마 쿵야는 가만히 놔두면 팔굽혀 펴기를 한다. 그런 것을 보는 잔재미가 있다.


쿵야 IP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채한솔 = 쿵야 자체는 20년 전에 이미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세계관이 탄탄하지 못했다. 쿵야들이 야채나 채소 등 자연물에서 왔다는 설정은 있었지만, 이게 왜 왔고 왜 인간들과 함께 야채부락리 마을에서 사는지는 설명이 없었다. 쿵야 IP를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세계관을 거의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쿵야들마다의 성격과 이야기를 꼼꼼하게 만들었다. 눈썹이나 눈 등 표정까지도.

완성된 세계관은 인간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어 쿵야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게 됐다. 새로운 곳에 정착한 쿵야들은 오염된 지구를 정화해 자신들이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론 인간도 구해내는 세계관이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에서 유저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 '정령왕'이 된다. 머지 플레이를 통해 섬을 정화해나간다. 어쩌면 가장 친환경적인 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게임도 좋지만 '쿵야'만의 매력이 상당하다.

김형진 = 앞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쿵야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이 밈(meme)으로 돌아다닌다. 주먹밥 쿵야의 얼굴이 빨개지자 김치볶음밥으로 놀림당한다거나, 겉절이를 먹던 양파 쿵야가 짜다고 주먹밥 쿵야를 떼먹는다거나...

유튜브를 통해 쿵야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 애니메이션도 본다면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게임에 '모험 모드'가 있다. 일반적인 수집형 RPG의 전략 전투일까? 친환경적인 게임이니까 쓰레기랑 싸운다거나.

채한솔 = 타일 기반의 퍼즐 게임이다. 모험 모드라고 해서 전투가 일어나는 건 아니고, 쿵야들이 다른 섬에 모험을 가 정화하는 개념이다. 유저는 머지 플레이를 통해 오염된 영역을 점차 정화해 나가야 한다. 섬을 다 정화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각성 쿵야나 6성 쿵야가 필요하지 않다.

스테이지에 실패라는 개념이 없다. 물론 턴의 제한도 없다. 타일 배치를 기반으로 한 퍼즐 요소나, 시간을 사용한 기믹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넘겼다고 해서 실패하진 않는다. 유저가 천천히 고민하고, 원하는 방식대로 플레이하면 풀 수 있다. 부담 없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천천히 즐겨주셨으면 한다.

모험 모드 말고도 부가 콘텐츠가 숨어있다. 원정대 같은 경우는 쿵야들을 배에 태워 보내면, 쿵야들이 예쁜 자원을 가지고 온다. 섬을 확장하고, 모은 예쁜 자원들을 재배치하면서 일종의 테마파크처럼 꾸밀 수 있다.



▲ '머지 쿵야 아일랜드' 모험 모드



▲ 나만의 섬을 꾸밀 수 있다

김형진 = 개인적으론 '머지 쿵야 아일랜드' 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액션 게임을 맡았었다. 이 게임 중간에 합류할 때는, '이걸 왜 하지?'라는 느낌도 솔직히 있었다. 액션 RPG 문법에 익숙해졌으니까. '최종보스를 넣어야 하나?'라던가 '그래도 유저에게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하지 않나?'와 같은.

이 게임을 완성해가면서 캐주얼 머지의 매력을 새삼 깨달았다. 스트레스 없이 머지 플레이를하고, 꾸미고 싶은 곳을 꾸미면, 작은 재미들이 모여서 색다른 재미를 완성하더라.

가장 신경을 쓴 게 '전투와 경쟁에서 벗어나자'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게 하자'였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이 되리라 기대한다.


'반려 게임' 개념이 떠오른다. 쿵야를 키운다기보다는 같이 가는 게임 같다.

김형진 = 계속 그렇게 갔으면 한다. '최고 레벨의 쿵야로 만들겠어'보다는, 그냥 유저들이 좋아하는 쿵야를 모아 나만의 섬을 예쁘게 꾸며나갔으면 한다. 부담 없이 하는 게임, 원할 때 플레이하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 "그냥 유저들이 좋아하는 쿵야를 모아 나만의 섬을 예쁘게 꾸며나갔으면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잡았을까?

김형진 = 과금 모델 고민을 굉장히 했다. 일단 수익을 내긴 내야 하는데, 액션 RPG처럼 초반 매출 부스팅은 이 게임에 맞지 않다. 과금 모델 방향성을 유저가 쿵야 IP에 애착을 가지게 하고,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도록 했다. 과금을 하게끔 만드는 콘텐츠는 지양했다.

과금 스트레스를 주면 오래갈 게임이 아니다. 적어도 유저가 '과금을 안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은 안 하게끔 했다. '과금을 안 해도 괜찮지만, 한다면 선택적으로 원하는 것들을 살 수 있어' 정도이다.

채한솔 = 과금 모델을 쉽게 생각했다면, 모험 모드를 어렵게 만들고 제한을 걸어 과금 포인트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게임은 힐링 게임이다. 유저가 그냥 편하게 머지 플레이를 즐겨주셨으면 한다.


개발자가 좋은 게임 기획을 준비했더라도, 사업팀만 거치면 게임이 이상해진다더라.

김형진 = 우리 사업부도 새롭게 시도하는 방식이어서 떨린다. 게임 개발자가 사업 부담을 덜어낸다면, 어떤 좋은 게임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목표가 있을까? 일단 매출 1등이 목표는 아닐 거 같다.

김형진 = 쿵야 IP가 사랑받는 것이다. 글로벌 유저에게는 쿵야 인지도를 확실히 심어주고, 국내 유저에게는 좀 더 사랑받게 하는 것이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가 오래오래 사랑받는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좀 더 사업적으로 밝히면, 글로벌 캐주얼 게임 시장에서 '쿵야'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머지가 약간은 생소할 수 있지만, 북미나 유럽에선 익숙하다. 글로벌 머지 게임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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