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SNS가 성향에 맞춰 광고를 내기에 비교적 게임광고를 많이 본다. 일반적인 게임광고는 대부분 지나친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건 일부 중국 게임사의 광고다. "이게 뭐야?" 싶은 것들이다.
SNS상에서 허위광고를 하는 건 이스카이펀만이 아니다. 현재 얼마나 많은 중국 게임사가 SNS에 허위광고를 배포하는지 정확한 집계조차 힘들다.
당연히 저런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허위 게임광고를 직접 제한하는 법은 이미 있다. 게임산업법 제34조(광고 선전의 제한)는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거나 그 선전물을 배포,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문제의 광고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대부분 국내에 사무실이 없는 중국 게임사라는 점과 SNS를 통한다는 점이다. 만일 국내 게임사가 TV나 라디오에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 규제를 받는다. 또한 도용으로 인한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반면, 해외 게임사가 SNS에 광고하는 경우는 전자에 비해 부담이 없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등의 광고 시스템은 결국 돈만 내면 된다. 글로벌 플랫폼은 사람이 미리 광고를 검수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들 플랫폼은 설문조사형 시스템을 통해 광고주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광고를 운영한다.
앞서 나타난 도용 광고도 일단 돈만 내면 타겟층에 노출되는 셈이다. 플랫폼은 광고 신고 시스템으로 문제를 접수하지만, 그전까지 광고는 SNS를 탄다.
전문가들은 일부 게임사가 눈길을 끌기 위해 기만적인 광고를 집행한다고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전 한국언론학회장) 최근 법무법인 화우 간담회에서 "게임시장 규모가 커지고 마케팅 요소가 중요해지면서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가 많이 대두되고 있다"라며 "게임광고 내용이 실제 게임과 다른 기만적인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짚은 바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유저가 플레이해야만 게임사가 수입을 올리는 구조여서, 게임사가 광고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라며 "앞으로 게임광고 문제는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에, 공론화를 시켜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문제의 게임사가 허위광고를 하는 이유는 '일단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내보내는 것'이라 종합할 수 있다.
王서방은 왜 그럴까?
실제 허위광고를 내보낸 업체에 직접 물어봤다. "게임 플레이 화면과 광고 이미지가 다르고, 더군다나 아예 다른 게임사 IP인데, 어째서 이런 광고가 나왔나?"라고.
문제의 업체 관계자들은 중국 게임산업 특성상 '진짜로' 문제의 광고가 나가는지 모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주와 대행사 관계에서 게임사 역시 피해자라는 해명이다.
물론, 이 관계자들의 설명은 게임사 입장에서 방어하는 논리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문제의 상황에서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게임사가 직접 논란을 지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0. 게임광고의 목적은 '설치'다.
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은 대행사는 UA(User Acquisition, 유저 확보) 마케팅을 전개한다. 대행사는 계약에 따라 UA 마케팅으로 많은 유저를 확보하면, 고객사로부터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또는 받은 금액만큼 UA 마케팅을 집행한다.
종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임사가 광고에 콘텐츠를 담지 않고 연예인을 쓴다고 비판이 나온다. 그래도 연예인 광고가 계속해 나오는 이유는 이러한 UA 마케팅이 게임사 입장에서 높은 게임 설치, 이용 수를 기록하기 때문이라 이해할 수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통해 2022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은 90만 개 이상이다. 여러 게임사는 신작 홍수 속에서 자신들의 게임을 유저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광고를 전개한다.
도용이나 허위 광고 역시 목적은 게임 설치와 유저 확보다. 경쟁 게임보다 눈에 띄기 위해 자극적인 광고를 집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IP를 도용해 광고물을 제작하는 것은 일반적인 UA 마케팅이라 보기 어렵다. 사실상 사기인 셈이다.
1. 어쩌면, 진짜 모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게임사가 한국에 광고를 노출하는 경우 다른 국가를 통한다. 중국 본토에서는 한국에 광고를 내보내기 어려워서다. 게임사가 타 국가를 거치거나, 대행사를 통해 내보내는 경우로 나뉜다. 규모는 광고를 의뢰받는 대행사 1차 밴드가 100여 곳 이상이고, 1차 밴드에서 2차 밴드로 하청, 재하청이 이뤄진다.
문제의 업체 관계자는 "보통 하루에 광고 검수를 2천여 개를 하는데, 게임사의 검수를 받지 않고 직접 광고를 집행해 버리는 대행사가 꽤 된다"라고 전한다. 대행사가 예산에 맞춰진 물량을 맞춰야 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국내 회사와 국내 대행사 사이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관계자는 "중국 대행사도 중국 내에서는 몸을 사리지만,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광고는 눈치를 거의 안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역시 허위광고 문제를 인식하지만, 해결이 안 된다"라며 "게임을 알리기 위해 광고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그대로 방치하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2. 문제 인식 자체가 없을 수 있다
우리나라 소형 게임사가 유저의 눈길을 끌기 위해 대형 게임사의 IP를 도용하는 광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고, 규제 안에 있다.
중국 게임사 역시 텐센트, 넷이즈, 퍼펙트월드와 같은 대형 게임사는 현재 구설수에 오르는 문제의 광고를 내지 않는다. 정상적인 광고 시스템 구조를 가지고 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 외적인 평판을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텐센트도 중국 내에서 저작권 도용으로 피해를 보는 게임사라고 소개됐다. 다만, 중국 내에서 중국 대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 대행사의 도용은 우리나라 사례보다 비교적 덜하다.
반면, 우리나라나 중국 외 지역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는 게임사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요청을 받는 중국 내 대행사 역시 평판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현황을 소개해 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대행사가 중국 심천과 광저우에 특히 많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는 "물론 문제의 광고가 신고를 받으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의 제재가 이뤄진다"라면서도 "제재를 받아서 새로 사업자를 내면 되기에 단순 신고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중국산 짝퉁'은 오랫동안 쓰인 멸칭이다. 뭔가를 도용하는 희박한 저작권 의식은 게임광고에만 그치지 않고, 실물 상품, 드라마, 영화 등에 걸친다.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한국이랑 다르다"며 "한국은 지적재산권에 민감하지만, 그런 개념 자체가 중국업계에선 희박하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불법을 저지른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희박한 저작권 인식은 광고 이미지를 제작할 때 반영된다. 어떤 게임을 광고하게 되면, 그 게임 이미지로 광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IP를 사용한다. 일단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관계자는 "중국 내에는 누가 제작했는지도 모르는 리소스가 공공재처럼 떠돈다"며 "적어도 시스템이 갖춰진 게임사가 광고주면 사용을 막지만, 검수 없이 노출되는 경우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3. 우리 게임사는 어떻게 대응하나.
이미지 도용 피해를 당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무단 도용 사례를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관련 사례 발견 시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용증명을 보내는 대응은 의외로 효과적이다. 문제의 게임사가 한국 게임사는 무시할 수 있어도, 중국 규제당국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 중국 규제당국은 세계적인 저작권 비판에 대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위메이드가 중국 법원에서 중국 게임사를 상대로 저작권 분쟁 승소를 이룬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또한 신고가 누적되면 플랫폼에서 게임앱이 내려갈 수 있다. 결국 문제의 게임사가 광고를 통해 게임을 설치하게끔 하는 게 목적이라면, 앱 자체를 내리도록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다만, 게임사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대응해야 하고, 문제가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라고 봤다. 관련해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판권국과 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4. 王서방은 왜 그럴까?
우리 게임사의 법적 대응, 우리 정부의 국가 차원의 대응에도 중국 게임사의 도용광고 문제가 해소될 거란 기대는 적다. 상황을 전하는 관계자들은 이유에 게임산업을 넘어선 국가적 상황, 배경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2024년 중국경제는 부동산경기 부진 지속, 코로나19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관계자들은 "국가적인 전망치는 좋지 않더라도, 중국인은 돈만 벌게 해준다면 정부에 뭐라 하지 않는 일부 문화가 있다"며 "개인적인 이익이 보장된다면, 관대해지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각자도생으로 살기를 꾀하고, 게임사의 경우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기 위해 허위광고를 더 내보낸다는 흐름이다.
'판호'도 하나의 빌미로 여겨졌다. 관계자는 "한국 게임사는 광고로 태클을 걸면, 판호가 안 나올까 걱정해 문제제기를 잘 안 하는 거 같다"고 의견을 냈다. '판호 보복'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그는 "한국 측이 공격을 해오면, 당국(중국)이 보호해 줄 거란 믿음이 일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미르 IP 등 우리나라 게임이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번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관계자는 "중국 내에선 한국이 저만큼 벌어가는데, 우리가 이 정도 하는 건 괜찮다는 인식이 있다"고도 전했다.
중국 게임사의 도용광고에 경제상황, 당국에 대한 믿음 등 여러 요소가 얽혀있는 셈이다.
광고 문제, 해결될 수 있을까
광고 문제는 '미르2' IP 게임에 '디아블로2'가 쓰이는 도용도 문제지만, 오랫동안 허위나 선정성 문제도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4399가 '문명정복' 광고에 우리 이순신 장군의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한 일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허위광고게임 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은 허위광고를 하면 안 되고, 허위일 경우 '광고물'만 수거하게 되어있다. 김승수 의원은 허위광고 대상인 '게임물' 자체를 내릴 수 있도록 보강했다. 발의는 됐지만 이번 국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사실상 폐기될 처지다.
한편, 게임물 자체를 내리는 강력한 조치에 우려 의견도 나타난다. 국회 전문위원 측은 김승수 안이 △게임사와 유저에 과도한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고, △대행사의 행위로 게임사가 피해를 볼 수도 있으며, △광고물 수거보다 강한 게임물 폐기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게임산업 밖에서도 비슷한 허위광고 문제는 꾸준하게 벌어진다. 유명인을 사칭한 주식광고가 대표적이다.
광고가 유통되는 플랫폼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규제 당국에 재발 방지 대책이 촉구됐다.
관련해 최근 구글은 광고 정책 페이지를 개정해 '사칭하거나 허위로 암시해 사용자가 금전이나 개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경고 없이 영구 정지하는 강력한 조치다. 이전까지 '~허용되지 않는다'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개선됐다. 구글의 금지 범위에 '브랜드'가 포함되어 게임사 허위광고도 규제될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허위 광고는 유저를 속이고, 게임사의 IP를 도용하는 심각한 문제다. 규제 당국의 허위 광고 문제에 대한 인식, 플랫폼의 적극적인 조치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