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핵심과 새로움, '플라티나 랩'이 그리는 리듬 게임

인터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4개 |
수없이 떨어지는 노트를 연타로 지우며 완곡하는 리듬 게임. 화려함 만큼이나 마니아층이 많고, 유명한 게임들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이다. 그런 리듬 게임에 새로운 이름이 플레이엑스포 전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디제이맥스 등 여러 리듬 게임을 개발해온 김태준 대표는 하이엔드 게임즈를 통해 신작 '플라티나:: 랩(PLATiNA:: LAB)'을 선보였다. 서브 컬처에 오랜 활동을 이어온 이들과 함께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더해 기존과는 다른 재미가 강조됐다. 그러면서도 10년 넘게 이어온 리듬 게임에 대한 노하우와 이해로 그 어떤 게임보다 깊이 있는 리듬 게임 본연의 재미를 담고자 했다.

하이엔드 게임즈가 그리는 플라티나 랩의 리듬 게임엔 어떤 비전이 있을까?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저들에게 처음 공개된 게임인데 어떻게 개발을 시작하게 됐나?

김태준 대표 = 개인적으로 리듬 게임은 한 20년 전, 거의 장르 초창기부터 가장 오래 즐겨온 사람 중 하나다. 오랫동안 즐겨왔던 경험을 토대로 좀 그 경험을 살려서 최대한 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노트 제거하는 조작 부분 말고도 옆에서 응원하는 캐릭터도 눈에 띄더라.

= 게임에 3명의 메인 캐릭터가 있다. 그중에 한 명을 플레이어의 내비게이터로 선택할 수 있게 해 상호작용이 가능한 캐릭터로,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뭔가 플레이어가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캐릭터 게임과 리듬 게임을 같이 즐기는 그런 형태가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개발 수준이 아직 50%에도 못 미친다. 게임을 더 완성해나가면서 그런 느낌을 극대화해 만들 생각이다.





일단은 캐릭터 부분과 스토리는 특징도 있지만, 현재는 악곡과 리듬 게임의 액션 쪽에 더 집중해서 개발하고 있는 건가?

= 당장은 리듬 게임 고유의 재미와 완성도, 그러니까 기존 리듬 게임 유저들이 만족할 것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그 이상은 당장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다. 기존 유저들한테 리듬 게임 본연의 재미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지 그 이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밑바탕이 좀 갖춰지게 되면 더 공격적인 시도들을 할 수 있을 거로 판단했다. 단순히 예전 리듬 게임들의 특징만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형태를 갖추고 싶었다. AI를 리듬 게임 쪽에 접목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지금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인원 중에도 AI 연구를 하는 교수도 있다. 교수의 AI 연구소와 협업해 다양한 방식의 시도와 게임 전개를 시도하고 싶다.


기술적인 부문에서의 시도가 그렇다면 캐릭터 게임으로서는 어떤 특징을 주려고 하는가?

= 아무래도 스토리 부분을 채워가는 일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스토리 부분이 빈약하고 시놉시스도 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고, 애정을 갖기 위해서는 분명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게 중요하다. 당장은 리듬 게임 쪽에 집중하고 있지만, 작가를 섭외해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기 위해서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런 스토리적 부분을 포함해 좀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는 함께할 수 있는 협동을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세 명의 캐릭터를 고르고 지켜보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같은 캐릭터를 고른 사람들끼리 협업이 이루어지는 진영전 같은 느낌도 간단하게 보여주고 싶다.





AI도 그렇고 캐릭터 파트도 그렇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는 게 보인다.

= 그런 부분을 많이 담아내고 싶은데 아직 실제로 보여 드린 건 아니고, 그렇게 되면 유저들도 공감하기 어려울 거로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는 대로 SNS나 홈페이지, 인터뷰 등을 통해 계속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지금은 탄탄한 플레이를 만드는 것,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 진척도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실제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 제대로 개발을 시작한 건 3개월 정도 됐다. 회사가 만들어진지도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안 됐다.


오늘 플레이가능한 시연 버전을 보니 3개월이라고 하기에는 준비가 잘 되어 있더라.

=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리듬 게임을 굉장히 많이 플레이하고 개발한 출신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서브 컬처 쪽으로도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이 많은데 서로 잘 융합되고, 협업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 개발에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낙하형 건반 게임은 이쪽 장르에서는 흔한 방식이지 않나. 유저들에게 익숙한 부류기도 하지만, 차별점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할 텐데.

= 수직 낙하형 리듬 게임을 선택한 이유는 리듬 게임 내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됐고, 그래서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진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리듬 게임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그 특징만 따르면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를 게 없으니 차별화를 주고 싶었다는 생각에 라이브 2D를 채용한 캐릭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또 게임을 진행하면 한 곡을 다섯 파트로 나누어 구간마다 내가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기능도 만들어봤다. 예를 들어 1분짜리 노래라고 가정하면 20초 정도로 구간을 끊어 캐릭터가 이걸 평가해주는 식이다. 연출 부분에도 음성이나 컷 씬 같은 걸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가 익숙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면서도 좀 더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 게임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리듬 게임을 오래 즐겨서 아시겠지만, 누구나 쉽게 한 번 해볼 수 있는 게임이면서도 깊게 파고들수록 마니아들이 많이 즐기는 장르기도 하다. 그런 팬들의 눈높이를 맞춘 게임 개발이 중요할 것 같다.

= 음악이라는 콘텐츠 자체는 모든 사람한테 통용되는 콘텐츠 문화이긴 한데 리듬 게임으로 승화가 되면은 그런 특징이 약해진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이쪽 장르를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굉장히 강하다.

이게 이 장르의 역사가 굉장히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분들이 워낙 오랫동안 플레이를 해오고 접해오는 장르이다 보니까 굉장히 세세한 부분들도 많이 관심가지고,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안 쓸 수 없고, 개발 중에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디테일한 부분이라면?

= 리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싱크. 그러니까 내가 음악을 듣는 것과 연주를 하는 그 느낌이 완전히 동기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가장 우선시했다. 떨어지는 노트도 굉장히 매끄럽게 나오는 걸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상황들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개발하고 있다.



▲ 다양한 기능들이 예정된 게임 플레이


일단은 기본적인 리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다음에 캐릭터나 스토리, AI 같은 새로운 것들을 챙겨나가는 식인거다.

= 맞다. 그렇게 만드는 순서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플라티나 랩은 올해 제작을 시작했지만, 20년 가까이 리듬 게임을 즐겼고, 리듬 게임 개발 자체도 오래전부터 해왔던 걸로 안다. 탭소닉 개발도 했다고 들었는데.

= 맞다. 리듬 게임을 처음으로 개발하게 된 건 탭소닉 개발 당시부터였다. 디제이맥스(DJMAX) 개발도 참여했다. 그 전에는 닌텐도에서 3년 정도 일했다.


개발도 오래 이어왔고, 팬으로서는 더 오래 리듬 게임을 즐겼는데 그때 리듬 게임과 오늘날의 리듬 게임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 처음 리듬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에 리듬 게임은 정말 센세이션한 장르였다. '이런 게임도 있을 수 있구나'라며 놀랐던 게임 장르였다. 물론 완성도 자체는 지금과 비교하면 떨어질 수 있겠지만, 평소 배우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악기 연주를 게임으로 할 수 있다는 데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기타 연주를 하고 싶고, 드럼도, 피아노도 배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현세대 유저들도 저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노래 등을 만날 수 있다는 데에서도 즐거움을 찾는다. 서브 컬처에 대한 관심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만나고 거기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장르 중 하나가 오늘날 리듬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두 특징이 시너지가 잘 나는 장르라고 생각하기에 현재 우리 게임도 그걸 살려 개발 중이다.


그럼 오늘날 리듬 게임의 특징과 강점을 어떻게 게임에 녹여내려고 하는가?

= 전부터 게임 개발에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았지만 여러 이유로 해보지 못한 게 많다. 직접 설립한 회사에서 직접 만드는 게임이니까,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리듬 게임은 여럿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 부분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노래를 해금했을 때 연출이라던가 효과음이라던가.

나아가서는 그런 만족감과 함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생각하고 있다. 트로피 획득이라든가, 도전과제라든가. 게임을 통틀어서 주는 만족감도 중요하겠지만, 노래마다, 혹은 캐릭터마다 세분화해서 성취감을 높일 과제를 만들고 그걸 따게 유도해 단기적인 목표를 꾸준히 제시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노트 디자인이나 연출도 중요하지만, 악곡도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의 근간이다. 이쪽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시연 버전을 보니 시프트업 등 다른 회사들의 이름도 엿보였는데.

= 이지투온(EZ2ON)이나 디제이맥스 같은 리듬 게임은 역사가 오래된 게임이다. 그만큼의 역사가 쌓여있고 그 자체가 하나의 IP가 됐다. 반면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거대한 역사를 가진 게임들 앞에서 우리 게임을 한 번 바라보게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IP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자체 IP를 가진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시프트업이라고 생각했다. 김형태 대표, 유준석 CBO를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고 도움을 받아 '데스티니 차일드' 게임의 음원 두 곡을 플라티나 랩에 수록하게 됐다.

이외에도 여러 IP와 협업이 이루어지고, 널리 알려진 곡들을 플레이할 수 있어야 게임에 관심이 생길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협업들도 다양한 형태로 이어가려 한다.


리듬 게임을 통해 곡을 선보인 유명한 작곡가도 많은데 악곡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Forte Escape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이철희 작곡가가 있는데 이분은 예전부터 디제이맥스의 많은 대표곡을 만들었다. 지금은 업계를 떠났는데 많은 유저가 복귀를 바라는 대표적인 작곡가 중 하나다. 저 역시 복귀를 희망하는 팬 중 하나이기에 직접 찾아가 그런 뜻을 전했고, 기존 노래 중 두 곡을 이번 게임에 수록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새로운 노래를 우리 게임을 통해 선보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뜻을 계속 전하려고 한다.

Nauts 남구민 작곡가 역시 꼭 함께하고 싶은 작곡가였다. 물론 현업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고, 좋은 곡을 계속 쓰고 있다. 그분께도 곡을 받게 됐다. 역시나 계속 관계를 이어가려고 한다.

두분 말고도 모두 언급하고 싶은 작곡가, 디제이 분들이 정말 많다. 리듬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도 많고 정말 훌륭한 재능이 있지만, 활동 기회가 적은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작업하며 리듬 게임 유저, 나아가 모든 게임 유저가 만족할 수 있는 노래들을 선보이고 싶다.



▲ 플레이엑스포 시연 버전에 포함된 트랙들


리듬 게임 팬들의 기대도 클 것 같은데 혹시 게임을 만날 기회는 언제가 될까?

=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일정은 올해 말까지 얼리 액세스 출시다.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서 일정은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 시기를 최대한 맞추려고 한다.

또 나아가서는 콘솔, 모바일로의 포팅도 꼭 하고 싶다. 실제로 닌텐도 재직 경험도 있어서 게임만 잘 개발한다면 그런 쪽으로 협의하고 싶다. 현장에서 모바일 버전 출시를 묻는 유저들도 있었는데 이쪽도 욕심내고 있는 분야고, 실제 개발 경험도 있어 잘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평일, 첫날에도 유저들이 많이 방문했더라.

= 예전부터 기획 업무를 보며 SNS나 관련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했는데 그런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더 많이 참여할지, 관심 가질지 고민하고 있다. 또 중요한 건 더 가까이서 소통하는 것이기에 함께 이야기하며 좋은 게임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진행했는데 많은 분이 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회사를 차렸는데 계속 개발하던 리듬 게임 외에도 다른 프로젝트도 만날 수 있을까?

= 개인적으로는 대전 격투나 MOBA 같은 게임 좋아하는 여러 장르의 게임이 있다. 멀리 보면 그런 쪽으로도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리듬 게임이고 가장 오래 개발해온 것도 리듬 게임이다. 이쪽으로 먼저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많은 재미를 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게임을 짧게 운영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다른 리듬 게임만 봐도 5년, 10년, 혹은 그 이상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오랫동안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그걸 위해 한결같이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팬이 플레이엑스포를 찾을 텐데.

= 코나미 쪽의 대회도 있고, 여기 현장에 아케이드 게임도 많고, 리듬 게임 유저들에게는 축제 같은 곳이다. 그런 유명 게임들을 찾아와 즐겨주실텐데 저희 부스도 함께 오셔서 플레이해주시고 피드백 주시면 좋겠다.

유저들이 많이 좋아할 수 있는 게임, 작가들이 협업해 만들어가고 있으니 리듬 게임 유저, 서브 컬처를 사랑하는 팬 모두 즐거운 경험을 드릴 수 있고자 한다. 게임 많이 플레이해주시고 좋아해 주셨으면 한다.



▲ 하이엔드 게임즈 김태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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