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카오게임즈 노조의 시발점, '1인당 생산성'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2개 |
카카오게임즈(대표 한상우)에 노동조합이 지난달 설립됐다. 이전에도 카카오게임즈 직원은 모기업 카카오의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에 개별적으로 가입했다. 이번에 카카오게임즈 구성원이 직접 노조를 구성한 것은 회사에 안 좋은 변화가 감지되었고, 이를 직접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골프 전문 사업체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에도 노조가 출범됐다.

카카오게임즈 노조의 지위는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 지회 내 분회다. 아직 카카오게임즈에 분회장은 선출되지 않았고, 총대를 멘 일부 직원이 스태프로 나섰다. 대표적으로 기술지원실 소속 박찬희 스태프, 카카오VX 영업팀 이남기 스태프다.



▲ (왼쪽부터) 카카오게임즈 노조 박찬희 스태프, 카카오VX 노조 이남기 스태프

박찬희 스태프는 카카오게임즈 노조 시발점이 지난 4월 17일 진행된 타운홀이었다고 짚었다. 지난 2월 신임대표로 취임한 한상우 대표가 처음 임직원과 소통한 자리다. 박 스태프는 당시 많은 카카오게임즈 직원이 한 대표의 발표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망만 남은 타운홀이었다고 전했다.

카카오게임즈 직원이 가장 실망한 부분은 한상우 대표의 '1인당 생산성' 강조였다. 카카오게임즈 매출에 직원 수를 반영한 숫자다. 대표의 경영 철학,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할 거란 직원의 예상과 달랐다.

직원들이 한 대표의 발표에서 당혹스러워한 이유는 게임산업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표여서다. 기존 제조업과 달리 게임사업은 1인당 생산성으로 성과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루에 자동차를 몇 대 생산처럼 프로그래밍을 얼마나 진행했는지 비교한다거나, 자동차 판매 성과와 게임매출 성과를 비교하기란 어렵다.

한상우 대표가 게임산업을 모르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네오위즈 중국 법인 대표 및 글로벌 사업 총괄 부사장, 아이나게임즈 COO(최고운영책임자), 텐센트코리아(한국지사) 대표를 지냈다. 노조 측은 한 대표가 게임사에서 굳이 1인당 생산성을 강조한 이유는, 긴축 경영의 운을 떼는 거라고 봤다.

박 스태프는 "우리 업무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어서 1인당 생산성 개념을 적용하기 힘든데, 그것을 2시간 동안 설명하더라"며 "1인당 생산성 발표 이후 이전까지 열정적으로 일하던 분들도 많이 식은 게 보이고, 회사 내에 점차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어떤 직원은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이직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닌다.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난다는 식이다. 2021년 6월 신입사원으로 카카오게임즈에 입사한 박 스태프도 처음엔 그런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노조 결성에 나선 이유로 박 스태프는 "입사 초기 카카오게임즈 임직원들이 행복하게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지금도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며 "갈수록 회사가 안 좋아지고, 그에 따라 직원들의 웃음기도 사라지는 거 같아 회사를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스태프는 카카오게임즈의 시절을 남궁훈, 조계현, 한상우 때로 나눴다. 남궁훈 대표가 조계현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카카오게임즈를 경영했을 때는 좋았던 때다. 당시 남궁훈 대표는 회사 전 직원이 모인 단체 메신저 방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틈틈이 공유했다. 직원이 회사의 불편한 사항을 부담 없이 말하고, 남궁 대표가 직접 챙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후 남궁훈 대표가 모회사 카카오로 가면서, 조계현 대표 단독 체제가 됐다. 카카오게임즈 노조원들은 조계현 대표 체제가 되면서 복지가 점차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남궁훈 대표처럼 직원과 경영진이 부담 없이 얘기하는 문화도 사라졌다. 박 스태프는 "직원들은 조계현 대표가 다소 답답한 게 있었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CEO 스타일이라고 다들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상우 대표가 취임한 직후, 카카오게임즈 직원들은 조계현 대표 때보다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감은 한상우 대표의 첫 타운홀 때 꺾였다. 1인당 생산성 강조가 결정적이었다.



▲ "한상우 대표에 기대했지만, 타운홀 발표로 기대감이 꺾였다"

한상우 대표는 쇄신TF장로서 앞으로의 전략적 사업 계획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점검, 실질적인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한 대표의 타운홀 이후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한 대표가 대표로 취임하고 조직을 진단했을 때, 팀장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다.

조직개편 이후 '팀 시스템'은 '셀 시스템'으로 변했다. 박 스태프는 "기존 팀장이 '셀장'과 '담당'으로 바뀌었지만, 실질적으로 팀장 업무를 계속하면서 두 개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셀 시스템의 조직도상으로 기존 팀장의 업무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 혼란이 생겼다. 박 스태프는 "이전에는 팀장으로 권한과 책임감이 부여됐는데, 이제 실의 구성원으로 하락해 일관성이 떨어지고 구성원의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전했다.

카카오게임즈 노조는 오는 6월 12일 사측과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우선 노조는 안식휴가 부활, 유연근무제 도입, 고정 OT제,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사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주요 요구안은 크루(카카오 구성원) 설문조사를 거쳐 정해졌다. 아울러 노조는 고용안정과 평가기준 공개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평가기준 공개에서 노조는 상급자가 평가한 내용을 당사자가 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로 연봉협상 때 예외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평가자의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평가내용을 알기 전에, 미리 예외신청 하는 시스템으로, 예외신청을 하기 힘든 구조다. 노조 측은 "공정한 평가과 합리적인 이의 제기 준비를 위해 상급자가 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스태프는 "노조 활동을 통해 회사가 직원을 챙겨주고, 직원이 회사를 챙겨주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며 "회사 경영이나 운영에 있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게 명확해지고 있어서, 이를 정상화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카카오VX가 전체 카카오 그룹의 기준을 따라갔으면 좋겠다"

카카오VX가 노조를 결성한 이유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대표로 나선 이남기 스태프는 회사가 원하는 권고사직이 이뤄지지 않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예로, 권고사직 대상자는 기존에 속해있던 모든 단톡방에서 배제되는 형식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구성원들은 누가 권고사직 대상자인지 알게 된다. 직원들을 갈라쳐 버리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골프가 유행하면서 카카오VX는 다양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애프터 코로나로 실물경기가 하락해 골프 사업이 부진해지자, 회사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남기 스태프는 회사가 조직을 정리하거나 복지를 줄이는 걸 아무런 제약 없이 행사한다고 전했다. 구조적으로 카카오VX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 대표 절대권력 체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남기 스태프는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카오VX에 직접 노조를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단체 협약을 통해 그동안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노동환경 변화를 바로 잡음과 동시에 고용 안정, 직장 내 괴롭힘 방지, 포괄임금제 폐지, 성과평가 기준 공개 등 노동자의 권리 개선 및 보호가 카카오VX 노조의 요구사항이다.

이 스태프는 카카오VX에서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외딴섬에 있는 거 같다"고 표현했다. 다른 노조 사례를 보면 사측이 카운터 파트너로 노무 전문가를 비롯해 회사의 결정권자도 참여하는 등 대응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카카오VX는 사측 참석 인원의 수도 적고 참석자가 사실상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상태로 협상을 진행한다. 카운터 파트너가 권한이 없으니 노조 협상이 나아가질 못한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교섭 전에 막힌 적이 없었는데, 카카오VX는 상견례 단계부터 막혔다"고 전했다.

그의 목표는 특별하지 않다. 단지 카카오VX가 카카오 본사, 카카오 계열사만큼만 나아지길 기대했다. 이 스태프는 "경영적인 실패로 볼 수 있던 일도 임원에게 책임이 안 가고, 일선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보고 노조를 설립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카카오VX가 전체 카카오 그룹의 기준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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