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아내 살해의 원인이 게임중독이라고 나온 방송 내용이 논란이다. 이에 게임이용자협회(협회장 이철우 변호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KBS는 지난 6일 '스모킹 건2'에서 만삭 아내 살해 사건을 다뤘다. 만삭의 아내가 집 욕조에서 기묘한 자세로 숨진 사건이다.
해당 방송에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남편 백씨가 하루에 1∼2시간, 대학생 때는 8∼10시간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겼다"며 "남편에게는 인생도 마치 미션이나 퀘스트를 깨듯 전략적으로 끌고 가려는 성향이 여러 상황에서 엿보인다", "게임은 기존의 세계를 부수고 다시 만드는 '리셋'이 가능한데 남편은 이 리셋을 현실 세계에서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방송이 지난 12일 KBS 유튜브 채널인 '추적 60분'에 오르며 온라인 게이머 커뮤니티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반복되는 '또 게임탓'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25년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부류(KCD) 개정을 앞두고 게임이용장애 등재를 위한 여론 조성이란 의견도 나왔다.
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변호사는 방통위 심의 신청 이유에 대해 "대상 장면은 범행 동기라 단정하기 어렵거나, 여러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한 남편의 취미생활을 마치 친족 살인이라는 극악 범죄의 결정적인 동기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에 대해 대법원(2012도231)은 "남편이 게임을 장시간 즐겨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부부싸움의 동기는 될 수 있지만 살인의 동기로는 매우 미약하다"며 "보잘것없는 동기로 살인까지 이르렀을 것이라고 쉽게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는 게임이 부부 다툼의 원인일 수는 있지만 살인에까지 이르게 된 동기는 △유독 어려웠던 전공의 시험에서 불합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즉 △학업 스트레스와 △아내의 잦은 불만과 잔소리 등의 사정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부부 싸움이 일어나고, 이러한 싸움 과정에서의 △격분이 직접적인 살인의 원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명백히 판결을 통해 실제로 밝혀진 사실과 방송 내용이 달랐다.
이철우 변호사는 "신청 대상 장면을 무분별하게 방송한 해당 방송사와 해당 전문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라며 "방통위가 이러한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부응하여,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발전과 쾌적한 게임 이용 문화 향유를 저해하는 이런 구시대적이며, 특정 집단의 이익에 맞춰진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으려는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검찰이 흉기난동 사건 원인으로 게임중독을 꼽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 서울지검 보도자료에 따르면 게임중독이 범죄의 주요 요인인 것처럼 설명되어 있다"라며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은 법적, 행정적, 의료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개념이 아니므로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