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렐루게임즈'의 질문, "인공지능으로 게임은 더 재밌어질까?"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5개 |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 루루핑)과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 스모킹 건)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렐루게임즈(대표 김민정)의 게임이다. 특히 '스모킹 건'은 단순히 AI를 활용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의 올바른 활용에 대한 경각심을 전체 세계관으로 다뤄 깊이까지 갖췄다.

렐루게임즈는 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이 2023년 6월 설립한 11번째 스튜디오다. 딥러닝과 게임의 융합을 비전으로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와 혁신적인 게임 플레이 발견을 추구한다. 설립 한 달 만에 AI를 활용한 퍼즐 게임 '푼다'를 선보였고, 최근 '루루핑' 얼리 액세스와 함께 '스모킹 건'을 출시했다. 렐루게임즈 내에 쌓인 인공지능 관련 게임 아이디어는 30여 개에 달한다.



▲ (왼쪽부터) 렐루게임즈 신승용 CTO, 김민정 대표

렐루게임즈 김민정 대표는 2000년 엔씨소프트를 시작으로 NHN, 라인 등에서 사업, 마케팅, 투자 업무를 두루 역임했다. 신승용 CTO(최고기술책임자)는 2000년 헥스플렉스 이후 엔틱스소프트, 블루홀스튜디오, 넷게임즈 등에서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로 일했다.

크래프톤 이사회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는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을 '가치 있는 도전'으로 여긴다. 김민정 대표는 "장병규 의장이 게임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딥러닝도 어려운데 두 가지를 같이 하겠다고 하는 것은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며 "가치 있는 도전이라는 것이 크래프톤 문화에서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말인데, 게임은 실패 확률이 더 높은 업이기에, 비록 실패하더라도 가치가 있는 것에 도전한 결과일 때 배우는 것, 남는 것, 성장하는 것이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이어 "크래프톤 내부적으로 오랜 인내의 과정에서 레슨으로 쌓여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며 "장병규 의장은 렐루게임즈가 어려운 길을 가지만 잘 살아서 돌아오라고 응원해 줬다"고 덧붙였다.



▲ "인공지능과 게임의 결합, 결국 중요한 것은 재미"

기존 개발과 비교해 AI를 활용했을 때 차이에 신 CTO는 "결국 게임이라는 것은 재밌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강조하는 부분은 그 재미에 딥러닝이 빠질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게임의 재미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딥러닝 지식이 논문 이상의 수준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모든 프로젝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존 개발과 비교해 프로토타입부터 기획하는 게 쉽지 않았고 재미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딥러닝 모델에 대한 개발과 연구가 동시에 병렬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난도가 높았고 시행착오도 많은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AI 도입으로 개발 과정에 허들이 하나 더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딥러닝으로 구현 여부를 봐야 하고, 되더라도 재미가 없다면 드랍된다"며 "특히 '루루핑'같은 경우 마이크를 활용하는데 시장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었다는 점도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앞서 나가다 보니, 우리가 모든 길을 다 뚫고 가야 한다는 막막함이 조금 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렐루게임즈는 설립 1년 만에 3개의 게임을 선보였다. 그중 '루루핑'은 특유의 게임성으로 스트리머 사이에서 '보는 게임'으로 특히 인기를 끌었고, '스모킹 건'은 깊이 있는 게임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루루핑' 기획 단계에서 시장에 나가면 날개를 달고 날아갈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개발팀에 미안하지만 빠른 출시를 위해 재촉했고, 그 결과 말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선보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모킹 건'에 대해서는 "지표와 피드백이 압도적으로 좋은 상황, 계속 키워나가는 게 당연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루루핑'의 경우 PD도 처음 PD를 해봤고, 아트도 전문 아티스트가 만든 게 아니다. 음성 녹음도 전문 성우가 아닌 렐루게임즈의 일반 직원이 평범한 회의실에서 했다. 신 CTO는 "아무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게임에 대한 답을 모르는 상태였지만, 제작자들의 결정과 판단을 최대한 믿고 지지해 준 게 빠른 출시와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각자가 어떤 판단을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고, 나는 믿고 지켜봐 준 거밖에 없다"고 전했다.

렐루게임즈는 AI와 게임의 결합을 연구하고 있지만, 자체 LLM(대형언어모델)을 만들고 있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렐루게임즈 인력은 40여 명으로, 딥러닝 엔지니어는 7명이다. 자체 모델을 만들어낼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신 CTO는 "현재 '스모킹 건'에서 유저가 채팅을 칠 때마다 Open AI에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아쉽지만, 자체 모델은 단기간에 해낼 수 있는 쉬운 문제는 아니어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Chat GPT 외의 대안을 검토하고 연구하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게임의 결합"이라며 "항상 신기술이 생겨나면 가장 먼저 게임이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했듯이, 그런 관점에서 기존의 것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모델이 나왔을 때를 염두에 두고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게임 개발에 반영한다. '스모킹 건' 베타 버전은 Chat GPT 3.5 터보를 사용했는데, 이후 '4'는 사용하지 않고 '4o'가 출시되자 빠르게 도입했다. 신 CTO는 도입 검토부터 결정, 적용까지 3일 걸렸다고 전했다. 렐루게임즈가 도입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성비'다. 단순히 고성능보다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게임을 고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렐루게임즈 개발 문화는 구성원 각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자유롭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방향이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하나의 목표를 강요하기보단,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단점으론 일이 계속 바뀔 수도 있지만, 딥러닝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들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 "빠르게 시장에 내보내 유저들의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 게 중요하다"

다른 게임사, 장르에 비해 렐루게임즈는 비교적 초기 단계의 게임을 빠르게 시장에 내보낸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게임이 성공할지를 회사 내부에서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며 "빠르게 시장에 내보내 유저들의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가 비교적 이른 단계에 공개를 하는 것도 허들이라면 허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와 게임의 결합도 결국 사업성이 중요하다. 단순히 신기한 게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사업성 전망에 대해 김 대표는 "쉽지는 않다"며 "새롭고 신선한 것에 화제를 일으키고 유명해지고 주목받는 것과 별개로, 현재 사업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거 같지는 않다"고 답하며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기술을 게임 쪽으로 팠을 때 혁신이 나온다는 건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이다"라며 "비용이 따르더라도 이 길을 더 가고 싶은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미래 전망에 대해 신 CTO는 "추상적이지만 분명 답은 있다고 본다"며 "흥미를 익혀 사업화한 사례가 있듯이, 게임에 중요한 재미를 학습한 모델도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예로, SNS상에서 개인의 흥미를 학습해 관련된 상품을 광고로 노출할 수 있다. 이처럼 흥미를 재미로 바꾸는 게 렐루게임즈가 바라보는 궁극적인 목표다. 신 CTO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고 전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