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그래서 왜 이 시기에 'RTS'인데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0개 |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RTS는 쇠락의 길을 걸어온 장르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는 그래도 주기적으로 스타크래프트가 주기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으며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신작 개발도, 어렵게 나온 신작의 성과도 사실 기대만큼은 아닌 장르죠.




그래서 이번 서머 게임 페스트에서 나온 세 개의 RTS 게임 공개는 꽤 이색적입니다.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관심이 큰데,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RTS 르네상스'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고 장르 부흥을 기대할 정도기도 하고요.

바로 '스톰게이트', '배틀 에이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리톨드' 이렇게 세 게임이 그 주인공입니다. 같은 RTS라는 장르 안에 묶여있지만, 세 게임은 그 형태도, 구현 목적도 다릅니다. 더 재밌는 건 오늘날 RTS가 왜 대중적인 장르에서 밀려났는지, 그 여러 이유들을 각자의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답을 담은 게임이라는 겁니다.


스톰게이트
블리자드 출신, 전통 RTS의 시대를 그리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국내 정식 퍼블리싱이 이루어질 하는 '스톰게이트'는 블리자드 RTS 세대들이 만드는 게임입니다. 정확히는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가 스타크래프트2, 워크래프트3에 참여했던 개발자 다수가 모여서 설립된 곳이거든요. 팀 모튼과 팀 캠밸을 비롯해 디렉터, 게임 디자인, 그래픽, 서버 엔지니어 등 정말 많은 부문의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도 이런 개발진의 이력에서 나옵니다. 바로 '전통 RTS'죠. 자원을 모아 병력을 불리고, 정찰을 통해 상대 전략을 파악하고, 그렇게 불어난 병력과 병력이 맞붙는 동시에 견제와 방어를 신경 써야 하는. 유닛과 연구, 전략이라는 핵심 기반이 그대로 작동하는 RTS 다운 RTS입니다.

프로게이머 대전, 인게임 플레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서도 기존 RTS 게임에 익숙하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부대 지정 운영과 단축키를 활용한 조작 편의성 말이죠. 여기에 공개된 종족 플레이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를 더 떠올리게 합니다. 세 가지 종족이 유사한 틀을 공유하지 않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 말이죠.

인간인 뱅가드는 차량을 활용하고, 수리하는 모습 등이 테란을 닮았으며, 외계 종족인 인퍼널은 건물을 짓기 위해 일꾼을 소모하며 점막을 퍼트리는 악마와도 같은 모습이 저그와 워크래프트3의 언데드를 닮았죠. 이번 서머 게임 페스트를 통해 새롭게 공개된 셀리스철은 프로토스처럼 고등 기술을 가진 종족으로 그려지는데 일꾼 없는 플레이, 고유의 생산 시스템 등 차별점을 더 강조한 종족입니다.




블리자드가 보여준 전통 RTS의 공식을 따른 점을 보면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는 RTS를 여전히 가능성 있는 장르로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변화의 방향도 클릭은 줄이고, 유닛의 생존에 신경써 전략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불필요하게 손이 가야 하는 메카닉적인 부분을 줄이고, 컨트롤과 전략에 집중하도록 한 거죠. 이건 오늘날 전략 게임의 부류에서 나와 좋은 평가를 받는 MOBA와 같은 특징이기도 하고요.

결국 '스톰게이트'는 RTS의 여러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오늘날 플레이 감각에 맞지 않는 시스템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한 작품입니다.


배틀에이스
차세대 RTS로 장르 재정의를 그리는 DK


'배틀에이스'는 서머 게임 페스트를 통해 처음 공개된 타이틀입니다. 언캡드 게임즈가 서머 게임 페스트에 앞서 며칠 전에 첫 공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정도가 전부였죠.

사실 게임을 만든 언캡드 게임즈 역시 '스톰게이트'처럼 블리자드 출신들이 합류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2의 멀티 플레이, 밸런스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킴이 선임 게임 디렉터를 담당하는데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워해머40,000 등 그가 밸런서로 참여한 게임 개발자들이 여럿 언캡드 게임즈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같은 블리자드 출신의 개발자들이 만든 '스톰게이트'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이력이지만, 그 방향은 아예 다릅니다. '스톰게이트'가 정통 RTS를 표방했다면, '배틀에이스'는 정식 공개 전부터 차세대 RTS 개발을 꾸준히 알렸거든요. 공개된 게임도 블리자드식 RTS와는 방향이 아예 달랐고요.

플레이어는 매치 전 40종 이상의 유닛 중 8개를 미리 뽑아 팀을 구성합니다. 여기에는 경장갑, 중장갑, 비행 유닛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존재하고, 그걸로 자신만의 전략을 구축하게 됩니다. 미리 뽑아둔 카드로 상대와 대결하는 일종의 덱빌딩에 가깝죠.




건물 건설과 일꾼 수동 조작, 자원 수집 등의 과정을 없애고 유닛 지휘에 집중했습니다. 자원의 수급이라는 부분에 플레이어가 관여하는 부분이 적으니 생산에 더욱 신중하고, 조합과 조작에도 더 집중하도록 했죠.

실제로 사전 플레이 소감으로 MOBA를 떠올린 이들도 많았고, 플레이 감각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RTS 특유의 깊이는 덜어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빠르고 간소화된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이는 같은 블리자드 출신들이 만든 '스톰게이트'와는 아예 다른 접근입니다. 근래 RTS의 문제점이 복잡하고, 과도한 게임 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이를 최소화한 거죠. 기존의 RTS 팬층이 한정적인 이유를 짚고, 또 게임을 가볍게 만든다면 새로운 RTS 팬층을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리톨드
팬들을 위한 RTS 명작의 변화, 부활


월드 엣지와 함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DE 시리즈를 담당한 탄탈로스 미디어가 다시 한 번 선보이는 시리즈 리마스터, 개선판 정도의 타이틀입니다. 완전히 역사적인 유닛들을 기반으로 했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달리 외전작인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는 신화 속 존재들을 게임에 담아내며 역사 시리즈와는 다른 재미를 전했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보다 더 다양한 양상이 나오는 만큼 후속작이나 리메이크 요구도 많았던 타이틀인데요. 원작의 완전 리마스터, 확장을 그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앞선 두 작품과는 게임의 타깃이 조금 다릅니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리톨드 인기작으로 꼽히는 타이틀의 부활을 통해 새로운 RTS 팬이 유입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있죠. 하지만 그보다는 원래 RTS, 깊게는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팬층의 복귀를 노린 타이틀입니다.

기존 RTS 유저를 바탕으로 확장을 원하는 '스톰게이트', 가벼운 전략 게임을 선호하는 팬까지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싶어 하는 '배틀에이스'보다는 훨씬 적은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개발진도 새롭게 게임을 접한 유저보다는 원작을 즐겼던 팬들이 더 크게 느낄 변화들에 집중했습니다. 그래픽 향상과 레이트레이싱 도입 같은 외부적인 변화 외에도 인구수 제한을 더 높이고 신화 유닛 제어, 신화의 힘의 재사용 같은 게임 플레이 안에서 느낄 변화까지 말이죠.

MS, 월드 엣지의 목표는 기존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나아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플레이어의 RTS 복귀를 중심으로 팬층을 확장해 나가는 데 목적을 둔 셈입니다.


RTS, 영광의 시대는 다시 올까
왜 개발사들은 다시 RTS를 만드나

RTS는 오늘날 게임 플레이 양상에 적합하면서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경기 시간이 비교적 짧으면서 그 안에서 성장과 전략/전술, 전투와 운영까지 다양한 경험의 제공. 전략과 전략의 대결이라는 점을 통해 그러한 경험도 매번 똑같이 구현되지만은 않는 다는 점도 오늘날 유행하는 부류의 게임과 맞닿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훈련이 꽤 복잡합니다. 전략은 물론 생산과 컨트롤, 화면 내에서 관리해야 하는 수많은 전황의 판단은 너무 많은 조작과 반복플레이를 요구합니다. 아무리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전통적인 RTS에서는 결국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매크로 플레이 역시 존재하고요.

그래서 비슷하게 짧은 플레이 안에 성장과 상황에 따른 다양한 랜덤성 요소를 제공하는 MOBA가 전략 게임 장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 됐죠. 반대로 전략 외의 부분을 더 강조한 대전략, 워게임 부류도 전략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요.



▲ 전략의 한 부류이자 RTS의 제작 콘텐츠로 시작한 MOBA는 RTS를 포함해 다른 장르 파이를 챙겼다

그럼 그런 상황에서도 왜 RTS 게임은 이렇게 다시 메인 스트림 게임쇼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이건 오늘날 게임 시장의 분위기와도 관련있습니다. 다장르 게임의 서비스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는 게임사, 그리고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대한 게임사의 갈증이 더 커졌다는 데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특정 게임, 특정 장르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지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게임 자체의 인기로 스팀 등의 플랫폼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게임에 쏠리는 관심이 더 커지고, 플레이어 역시 유행을 따르는 부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세대 모두 늘었습니다.

특정 장르 편중을 경계하는 대형 게임사의 경우 RTS는 분명 지금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완전히 새로운 부류의 게임입니다. 자사 이용자 풀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국내에 '스톰게이트'를 퍼블리싱하는 카카오게임즈, '배틀에이스' 개발하는 언캡드 게임즈의 모회사 텐센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의 Xbox 같은 큰 기업 모두 기대 수익을 위한 투자가 가능한 곳이고요.

그리고 이런 대형게임사들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 욕구는 언제보다도 큰 시기입니다. 모바일 게임을 넘어 PC, 콘솔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할 수 있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필요성은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아무리 다양한 게임 유저층이 늘었어도 수십 시간에 끝나는 싱글 플레이 게임 보다는 수백 시간 이상 플레이를 유도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발생시키는 경제적 효과는 '포트나이트'가 증명한 이후 서구권에까지 핵심 공략 시장으로 꼽히고 있죠.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어간의 대전이 핵심인 RTS는 라이브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부류입니다. '스톰게이트'가 F2P 방식으로 배틀패스, 스킨 등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라이브 서비스를 강조하는 수익 모델이고요.

▲ RTS 게임의 재정의를 말할 정도로 배틀 에이스를 통해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언캡드 게임즈

결국 시장의 변화에 다시 RTS 시장이 가능성이 열렸다고 볼 여지가 생긴거죠. 여기에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라는 밸류도 있고요. 거기서 기존 RTS 팬층을 돌아오게 할지, 전통 RTS의 가능성을 여전히 보면서 더 발전시킬지, 아니면 RTS의 특징을 해체하고 재조립해 아예 새로운 팬층을 가져올지.

서머 게임 페스트를 통해 공개된 3개의 RTS는 그래서 다시 돌아온 RTS면서도, 사실상 전혀 다른 RT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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