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 속 AI, 직접 대화해보면 어떤 느낌일까

게임뉴스 | 박영준 기자 | 댓글: 1개 |



AI 기술이 일상생활에 사용될 만큼 상용화되면서 게임에도 AI 시스템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덕분에 재미있는 콘텐츠나 기능이 새로이 추가되고 있지만, 한국 유저 입장에서는 그 시스템을 체험하기 다소 어려웠다.

게임에서 체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LLM AI는 영어로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전 세계 공통어인 영어가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는 데다, 영미권 중심으로 AI 시스템 개발이 활발하기에 그런 것이다. 그래서 아쉽지만 한국어로 온전히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접하기는 썩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임 개발사가 눈에 띈다.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라는 게임으로 화려한 데뷔를 장식한 ReLU Games(이하 렐루게임즈)다. 렐루게임즈는 딥러닝 AI 활용을 중점으로 둔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로, 취지에 걸맞게 출시한 게임들이 AI를 기반으로 한 게임뿐이다.

가장 먼저 언급했던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은 유저가 마이크에 주문을 외우면 AI가 외운 주문의 정확도나 발성 등을 분석해 대미지로 환산해 게임에 적용한다. 게임에 사용되는 일러스트도 AI가 생성한 그림이기에, 약간 B급 느낌이 강렬하면서도 컨셉이 워낙 독특해 인방 계에서 꽤 유행을 탔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AI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현재 가장 대두되는 AI는 자연어를 사용해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LLM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루핑은 유저가 직접적으로 AI를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없어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 한때 화제가 되었던 '마법소녀 카와이 즈큥도큥 러블리 바큥부큥 루루핑'


렐루게임즈의 LLM 기반 신작
언커버 더 스모킹 건


그런 아쉬움을 알았는지, 새로운 신작 Uncover the Smoking Gun(이하 스모킹 건)은 유저가 직접 AI와 대화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유저가 게임 내 등장하는 NPC와 대화를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일종의 추리 장르인데, NPC와 대화할 때 정해진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어로 입력하면 NPC가 이를 분석해 적절한 답을 제공한다.

이런 기능은 이미 챗 GPT로 익숙할 듯하지만, 게임에서 이런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LLM을 활용한 기술은 다른 해외 게임에서도 일부 적용되고 있으나, 거의 영어로만 진행할 수 있다 보니 편하게 한국어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의 기술을 체감하기 훨씬 직관적이었다.

게임 내 NPC의 AI는 챗 GPT 4o로, 각 NPC에 적용된 AI는 스모킹 건의 배경지식과 사건, 각 자신이 맡은 AI의 성격과 어투 등을 학습한 상태다. 덕분에 유저가 특정 질문을 하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게임 내 상황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적절한 대답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AI가 스스로 학습한다면,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만 움직이진 않을 위험이 있어 자칫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선 어떻게 대체했을까 궁금했는데, 개발사는 이를 염두에 뒀는지 AI 너무 깊게 학습하지는 못하도록 가드레일을 세운 것으로 보였다.

스모킹 건에서 AI는 미리 개발자가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답변만 하면 되며, 다른 정보를 딥러닝 할 필요가 없었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NPC가 거짓 정보를 흘리면 시스템이 거짓 정보임을 알려주는 안전장치가 있긴 한데, 이건 개발자가 의도한 '거짓 정보 제공'일 뿐, AI의 의도치 않은 실수는 아니기에 해당 예시로도 적절하지 않았다.



▲ 스모킹 건은 NPC에 텍스트로 질문을 하고 받은 증언을 토대로 추리하는 게임이다



▲ 추리 게임이다 보니 상황판에서 증거를 연결해 정보를 정리할 수 있다.



▲ 증거를 기반으로 이 사건의 전말을 밝히면 된다



▲ 가끔 거짓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시스템 과부하'라며 거짓말임을 알려준다


NPC로서 기능은 어떨까
기대 이상의 놀라운 완성도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우선 응답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물론 입력 즉시 답변을 나오는 정도는 아니지만, 보통 3~5초 사이면 충분히 자연스러운 답변이 나왔으며, 조금 복잡한 질문도 비슷한 시간이 걸려 게임 진행에 큰 답답함은 들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했던 학습과 관련해, 딥 러닝에 대한 테스트를 간단히 진행해 보았다. 게임 초반에 비서 로봇과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데, 날짜를 물어보니 2025년이라고 답했다. 2030년이라는 가짜 정보를 반복 주입하니 어느 순간 2030년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이 NPC는 계속 '현재는 2030년'이라는 가짜 정보를 가지고 있게 되는 걸까?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2030년이라는 정보를 주입한 이후, 대화가 끝날 때까지는 2030년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나, 대화를 종료한 뒤 다시 말을 걸어보면 다시 2025년이라는 대답을 했다. 아마 거짓된 정보가 학습되더라도 미리 개발자가 설정한 정보로 다시 덧씌워지는 방식으로 보인다. 덕분에 게임 내에 잘못된 정보가 출력되거나, 게임 진행이 막힐 염려는 덜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 게임을 할 때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며, 대화도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 처음에 25년이라고 하길래 계속 30년이라고 핀잔을 줘 봤다



▲ 결국 30년이라고 수정하지만, 대화를 끝내고 다시 말 걸면 25년이라고 답한다


질문 의도를 파악하는 정도는 어떨까. 물론 챗 GPT의 성능은 충분히 입증되었으나, 게임의 지식이 주입된 상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간단한 질문은 매우 정확한 답변을 했으며 평범하게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길거나 복잡한 질문은 어떨까. 질문은 최대 450자까지 입력이 가능하길래 최대한 쓸데없는 말을 섞으며 질문해 봤는데 예상외로 맥락을 잘 짚어서 대답했다. 게다가 한 문장에 두 가지 이상의 질문이 들어있어도 하나하나 정확히 답변했다. 질문에 자잘한 오타를 내더라도 문맥을 파악해 보정하는 건지 알아서 잘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괜찮았던 것은 NPC마다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답만 잘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NPC가 똑같은 어투로 말한다면 그것은 현실감이 있다고 할 수 없다. NPC마다 고유의 말하는 버릇이 지정되어 있어 무릇 질릴법하거나, 위화감이 들 뻔한 부분을 잘 잡았다. 단순히 말끝마다 똑같은 단어를 붙이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NPC는 말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캐릭터 성격이 드러나는 특유의 말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질문을 해 본 결과, 답변을 굉장히 압축해서 간결하고 주요 정보만 담긴 말만 했다. 개발자가 의도한 부분인지 모르겠으나 쓸데없이 문장이 길어져 논점이 흐려지거나 주요 정보를 놓칠 수 있을 법한 문제가 사전에 차단되어 깔끔하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지, 가끔 질문의 주체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 은근히 거슬리는 부분이었기에 이 부분도 다듬을 필요가 보였다. 해당 부분은 게임의 진행에 있어 크게 지장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기대한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다 보니 오히려 이런 조그마한 부분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 두 가지 질문을 동시에 내 봤는데, 정확히 답변하는 모습



▲ NPC마다 고유의 어투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왜 챗 GPT 4o를 사용한 걸까?
게임의 완성도를 위한 선택


얼마 전, 인벤의 렐루게임즈 인터뷰 기사를 보니 스모킹 건에 사용한 AI는 챗 GPT 3였지만, 이번에 4o로 바로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공개했다. 그런데 조금 궁금한 점이 있었다. '왜 4가 아니라 굳이 4o를 한 거지?' '4o는 이미지나 영상 등을 분석하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스모킹 건은 텍스트로만 대화를 나누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챗 GPT 4o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본 결과 단순히 인식 방법뿐만 아니라, 여러 기능도 개선된 상위 버전이라고 한다.

먼저 챗 GPT 4보다 응답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확실히 게임을 하면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한 외국어, 그러니까 모국어인 영어를 제외한 다른 타국 언어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이 부분은 확실히 체감한 게, 사용한 AI의 정보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직접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문장이 매끄러웠다.

게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유저가 얼마나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느냐인데, 질문의 핵심을 파악해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자연스러운 답변을 출력해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점에서 챗 GPT 4o를 적용한 것으로 추측한다.



▲ 합리적 가격, 효율적인 성능으로 가성비가 있다고 판단해 챗 GPT 4o를 사용했다고



▲ 답변도 빠르고 질문도 정확히 파악하는 걸 보면 챗 GPT 4o는 좋은 선택이었다



▲ 챗 GPT다 보니 게임 외적인 것도 물어보면 간단히 답해준다


마치며
게임의 성장 방향을 제시한 렐루게임즈


스모킹 건은 AI를 게임에 적용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그 미래를 맛보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코드 덩어리가 아닌 한 명의 인격과 대화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AI가 가진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해진 대사를 유저가 맞춰가며 플레이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유저가 자유롭게 작성한 대사를 AI가 그 질문에 맞춰 답을 하는 방식은 훨씬 자유롭고, 몰입감 있는 게임을 선사했다.

또한 단순히 AI를 게임에 접목해 신기한 느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AI를 적합하게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고 느낀다. 딥 러닝은 유용하게 쓰이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반대로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를 적절한 가드레일로 방지한다면 게임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물론 반드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존댓말과 반말 구분, 정확한 문장 이해, 속도 등 개선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지만,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유저가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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