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연구했지만, 게임이용장애 근거 부족"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10개 |



흉기난동 원인이 게임중독이라는 검찰, 살인사건 배경에 게임이 있었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 등 게임과 폭력을 연관 짓는 일부 의견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해외 교수진은 "학계에선 수년 간의 연구 끝에, 게임은 폭력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때때로 질병코드는 과학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결정에 따라 등록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과 한국게임산업협회(협회장 강신철)가 게임이용장애 국내 등재 관련 논의 및 국내외 연구 결과 발표를 위한 세미나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했다.

조현래 원장은 "어떤 미디어나 콘텐츠뿐 아니라 어떤 것이든 과도하게 집작하고 이용할 경우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문제는 어떤 상황이나 어떠한 경우를 질병으로 간주하고 분류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와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게임이용장애 국내 등재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어 "K-게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게임이용장애 관련 이슈 역시 산업과 문화적 측면을 균형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신철 협회장은 "WHO(세계보건기구)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 개정안(ICD-11)을 통과시켰지만, 게임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채 2022년부터 시행됐다"며 "국내 등재 논의를 제대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와 명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K-게임의 세계적인 위상에도 여전히 게임을 향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 중 대다수는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 따른 오해"라고 전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되도록 게임 리터러시 사업 등 다양한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해외 교수진은 앤드류 쉬빌스키 교수(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와 마띠 부오레 교수(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다.



▲ 앤드류 쉬빌스키(Andrew Przybylski)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앤드류 교수는 해외에서도 게임이용장애 관련 사회적 이슈가 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입장에서 봤을 때 성인 중 절반은 기술에 중독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게임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등 무엇이든 (중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은 게임을 중독물질로 보지는 않지만, 관련된 (개선 목적의) 중독센터가 생겨나고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한국처럼) 이렇게 의료적인 정책까지 나오는 상황인지는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마띠 부오레(Matti Vuorre)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마띠 교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들이 많다"며 "게임 과몰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게 좋은지, 나쁜지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어떤 개인은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받을 수 있으나, 만약 질병코드를 부여하게 되면 일상에서 매일 게임을 하는 아이나 사람이 마치 장애가 있는 거처럼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복잡해서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문석 교수(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는 "4년간 연구했지만, 게임이 문제적 행동의 원인이란 명확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게임이용장애라고 말하는 현상은 여러 문제 행동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이용자가 처해있는 다른 환경 요인이 선행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된 연구 결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앤드류 교수는 끔찍한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사례가 외국에서도 있는지에 대해 "15년 전에는 폭력 범죄 원인이 비디오 게임 때문이란 인식이 있기는 했다"며 "그러나 20년에 걸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게임이 더 이상 폭력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네덜란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말에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가 있으면 범죄가 줄어드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것은 남자아이가 새로운 게임을 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여부는 2025년 결정된다. 조문석 교수는 현재 학계와 정부 내 분위기에 대해 "지금까지 WHO의 ICD 코드가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사실상 없다"며 "현재로선 과거 추세에 따라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조현래 원장은 "콘진원장으로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칫하면 원인과 결과가 뒤섞이면서 제대로 된 진단이 내려지지 않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도 WHO가 정한 것을 그대로 따르는지에 대해 앤드류 교수는 "영국은 과거 ICD-10 도입에 20년이 걸렸다"며 "한 번에 모두를 도입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예로 사망원인으로서 교통사고와 같이 수치가 통계적으로 잘 나온 것은 전혀 논란이 없었지만, 다른 코드는 영국 의료 체계에 따라 도입됐다는 것이다. 앤드류 교수는 "질병코드는 수천 개가 있어서, 어떤 것을 도입하고 말지는 정치적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고 강조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