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 카일이 복귀하게 된 이유는?

인터뷰 | 윤홍만, 김규만 기자 | 댓글: 2개 |

다잉라이트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다잉라이트'의 주인공 카일이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단, 평범한 모습은 아니다. 1편의 엔딩 이후 볼래틸이 되어 방황하다가 GRE에게 사로잡혀 무려 13년간 생체실험을 당한 결과 인간과 좀비, 그사이에 위치한 반좀비가 됐기 때문이다. GRE로부터 탈출한 카일은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에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GRE에 복수하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본래라면 '다잉라이트2'의 두 번째 DLC로 개발 중이던 게 어떻게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라는 별개의 게임으로 바뀌게 된 걸까. 그리고 카일이 어떻게 다시 주인공으로 복귀할 수 있었는데 이번 지스타 G-CON 강연에 참가한 테크랜드의 티몬 스멕탈라 프랜차이즈 디렉터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 테크랜드 티몬 스멕탈라 프랜차이즈 디렉터


Q. 1편의 주인공인 카일 크레인이 주인공으로 복귀했다. 카일의 생사에 대해서는 팬들 사이에서도 여러 얘기가 오갔었는데 카일을 주인공으로 복귀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 먼저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를 개발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는 계획에 없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다잉라이트2'의 두 번째 스토리 DLC로 개발 중이었는데 작년 하반기 말쯤 우리가 작업하던 스토리의 일부 세부 사항이 유출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당시 이 유출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스튜디오 내에서 여러 얘기가 오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대로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게임의 스토리가 우리 손을 떠나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그렇다고 당장 해결책이 나온 건 아니었다. 결국, 모든 선임 개발자를 한 방에 초대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못 떠난다고 하고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다.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됐는데 그중 하나가 스토리는 물론이고 주인공도 아예 싹 바꾸자는 거였다. 카엘 크레인을 다시 주인공으로 데려오면 어떻겠냐는 거였는데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하면 모두가 충격에 휩싸일 때가 있지 않나. 당시 우리가 그랬다. 방의 분위기가 싹 바뀌더라. 이것만 한 아이디어가 없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 1편의 주인공 카일 크레인이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더 화난 채로 돌아왔다

물론, 그걸로 다 해결된 건 아니었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게 있었다. 성우였다. 로저 크레이그 스미스가 아닌 카일 크레인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만큼, 그가 성우를 맡지 않는다면 실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잠시 논의를 멈추고 로저에게 연락해서 관심이 있는지 알아봤다.

다행스럽게도 놀란 듯했지만, 관심을 보였다. 카일은 죽었는데(로저는 죽은 거로 생각했다) 어떻게 다시 등장할 수 있는지 되묻더라. 당시 로저도 많이 바빴을테지만, 예전에 연기한 캐릭터를 다시 연기한다는 게 연기자로서 독특한 도전으로 생각했는지 많은 것들을 물었고 긴 얘기를 나눈 끝에 로저가 받아들이면서 카일을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급물살을 탔다.

외전 DLC가 아닌 별개의 타이틀로 만들자는 것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이렇게 된 거 아예 새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와서 본격적으로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Q. 전작들과의 가장 큰 차이라면 카일의 좀비 파워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없던 새로운 능력인데 이걸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카일이 이미 완성된, 성장을 끝마친 캐릭터라는 점 때문이었다. 전작의 주인공이 후속작에도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게임의 경우 초반에 모종의 사건을 겪으면서 능력을 잃고 다시 성장하는 그런 방식을 도입하곤 하는데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와는 어딘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처음부터 더 강한 능력을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비스트 파워(가칭)를 주게 됐다. 이 아이디어 역시 앞서 언급한 선임 개발자들이 모인 방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두 번째는 일반적으로 좀비라고 하면 느린 괴물을 떠올리기 쉬운데 우리 게임에서는 좀 다르다. 엄청난 파워를 지닌 괴물이다. 그래서 전작의 스토리와도 연관된 만큼, 카일이 이 힘을 쓸 수 있으면 더 좋을 거로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좀비 파워가 아니라 비스트 파워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한 좀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개된 걸 보면 알겠지만, 집채만 한 바위를 던져서 적을 파괴하거나 맨손으로 찢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Q. 지난 게임스컴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마을이나 도심에서는 전작과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하던데 밤이 되고 숲에 진입하게 되자 잠입과 은신을 해야 하는 등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더라. 일부러 이런 플레이를 의도한 건가.

= 의도한 부분이다. 전작들과는 차별화된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만의 요소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이런 플레이를 의도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카일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면 안 됐기 때문이다. 카일이 비스트 파워를 얻어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플레이어가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건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숲이라는 탁 트인 공간을 넣음으로써 플레이어가 위협 속에 맨몸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단순히 게임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밤에 숲에 가보면 꽤 무섭지 않나. 사실에 기반한 이런 요소를 넣음으로써 좀 더 플레이어에게 와닿게 하고 싶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신작에서 어떤 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두려움을, 공포심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숲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넣었다고 할 수 있다.





Q. 날씨 효과가 강화된 것도 엿볼 수 있었는데 날씨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변할까? 예를 들어 비바람이 몰아치면 적들의 시야가 감소한다든가 바람이 불면 소리가 묻힌다든가 하는 식인지 단순히 비주얼만 바뀌는 건지 알고 싶다.

=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 아직 모든 걸 공개한 건 아니지만, 비가 내릴 때 전기를 통하게 하면 당연히 더 큰 효과를 보는 식이다. 이 외에도 작중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데 비가 내리면 트럭 등의 제동거리에 변화가 생겨서 운전하기 좀 더 어려워진다.

여담이지만, 전작들에서는 숲 같은 열린 공간이 적지 않았나. 도심은 파쿠르를 하면서 종횡무진 누비는 게 가능한데 숲같이 탁 트인 공간에서는 파쿠르를 할 수 없는 만큼, 이럴 때 파쿠르를 대체할 수 있는 이동 요소를 넣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운전을 넣게 됐다.


Q. 1편에서의 카일은 무뚝뚝하지만, 농담도 하는 그런 성격이었는데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에서는 아예 성격이 변한 것 같다. 성우 역시 분노를 삭이는 듯한 느낌으로 연기를 하던데 1편에서 위트있던 그런 모습은 아예 안 보여주는 건가.

= 그런 건 아니다. 볼래틸이 되어 방황하다가 GRE에게 사로잡혀 13년간 생체실험을 당한 만큼, GRE에 화가 난 상태지만, 촌철살인이라고 해야 할까. 톡 쏘는 듯하면서 플레이어의 속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한 그런 모습은 여전하다. 플레이어들이 카일을 좋아하는 이유인 만큼, 우리 역시 최대한 이런 부분은 유지하고 싶었다.

대표적인 부분으로 전기 스위치를 올리는 부분을 들 수 있다. 보통 다른 게임의 캐릭터라면 전기 스위치 4개를 올리는 걸 엄청 중요한 일인 것처럼 말하는데 플레이어가 보기에는 플레이어를 바보처럼 만드는 허드렛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카일은 '아, 또 스위치 올리기야?'하고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대사를 하는 식이다. 화가 났지만, 카일은 카일이다. 우리도 카일의 아이덴티티는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던 만큼,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카일의 매력은 여전하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Q. 다잉라이트 시리즈 하면 파쿠르, 그리고 드롭킥이 떠오르는데 더 비스트에서는 뭔가 총기의 비중이 더 커진 것 같다.

= 게임스컴 데모에서는 아무래도 총을 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슈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거나 한 건 아니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더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다잉라이트 시리즈는 총보다 파쿠르나 드롭킥 등의 근접 액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사실 총기의 비중이 커졌다기보다 플레이어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의 수를 전체적으로 늘린 것에 가깝다. 시리즈를 통틀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액션에 따라 적들의 반응도 저마다 달라서 아마 보는 맛 역시 확실하리라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슈팅부터 근접 액션, 파쿠르, 드롭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업그레이드됐다.


Q. 한국에도 다잉라이트 팬들이 제법 많다.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 먼저 우리 게임을 즐긴 모든 게이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내가 사는 곳에서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다른 문화권에서 우리 게임을 즐기다니, 그것만으로도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개인적으로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 게이머 가운데 다잉라이트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디 많다고 하니 정말 기쁠 따름이다.

단순히 입발린 얘기가 아니다. 폴란드에서는 비빔밥이나 떡볶이 등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을 정도로 한국 요리를, 한국 문화를 좋아할 정도인데 게임 개발자로서 내가 하는 일 덕분에 이렇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다잉라이트: 더 비스트'에도 많은 관심 바란다.



▲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티몬 스멕탈라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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