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는 전 세계에서 일간 활성 사용자가 8,9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플랫폼이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아이들만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우기 힘든 편견이 깊게 자리한 탓인지, 코어 게이머로 이뤄진 커뮤니티에서는 로블록스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해외에서는 로블록스를 활용해 수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여러 규모의 게임 스튜디오들이 있지만, 로블록스로 게임을 만드는 국내 게임사에 대한 소식은 듣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매년 그 인기와 기대를 잃어가면서, 더욱 희소식을 기대하기 힘든 시장 상황도 되고 있고요.
그럼에도, 메타버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알려진 '브레이브 터틀스'는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다른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첫 게임 '런웨이Z'를 성공시킨 바 있는 이들은 '두 번째 작품 '리프스 헌터스'를 통해 '로블록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개발을 시작한 지 약 8개월만에 출시에 성공한 '리프트 헌터스'는 서비스 약 4개월 만에 130만 회 이상의 방문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협업해, 신규 애니메이션 '슈퍼갤럭틱'과 연계된 IP 협업 콘텐츠를 보여줄 7개의 개발 스튜디오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스타 2024 현장에 방문한 브레이브 터틀스의 케빈 김 대표와 만나, 그가 생각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로블록스', 그리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국내 개발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런웨이Z의 성공적인 출시 이후, '로블록스'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케빈 김 : 첫 번째 게임을 다른 플랫폼에서 출시했고, 두 번째 게임은 플랫폼을 신중히 골랐어요. 시장성이라든지, 게임을 어떤 식으로 개발하고 싶은지 등 방향성을 좌지우지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죠. 로블록스를 택한 것은 먼저 (플랫폼에) 다양한 이용자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여러 플랫폼들 중에서도 성장이 가장 빠른 플랫폼이라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던 로블록스의 일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8천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더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계속 여러 플랫폼의 성장을 추적하면서 지켜봐 왔죠. 로블록스는 지난해와 올해 정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리고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라면 앞으로도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죠. 완벽하게 글로벌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장점도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Q. 아무래도 국내에선 메타버스의 인기가 식은 만큼, 기존 플랫폼 대신 로블록스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케빈 김 : '메타버스'라는 단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로블록스야말로 그 개념에 가장 가까운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스튜디오의 차기작을 만들 때 이 질문을 많이 했어요. 왜 모바일같은 전통적인 플랫폼을 선택하지 않는지 말이죠. 현재로서는 이러한 전통 플랫폼들의 시장의 크기가 더 크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성장세를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로블록스에서는 게임을 출시하면 이미 다 연결되어 있어요. 모바일, 콘솔, VR까지도 저변이 넓혀져 있습니다. 사실상, 닌텐도(스위치) 빼고는 다 연결되어 있는 상태기도 하고요. 그만큼 다양한 이용자를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반대로 봤고, 자신 있게 (로블록스를)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Q. 로블록스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하기 전에, 게임 '리프트 헌터스'에 대한 소개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케빈 김 : 첫 번째 게임인 '런웨이Z'는 패션쇼 게임이었다면,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만든 거죠. 로블록스 플랫폼에 맞는 이용자에게 통할 수 있는 게임이 뭘까 하고 들여다봤는데, 많이는 아니지만 남성향이 비교적 강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관련 이용자층에 지속적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이면 좋겠다는 분석이 있었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리프트 헌터스'를 개발하게 됐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프트 헌터스'는 다양한 무기를 파밍하며 전투를 하는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로 개발했습니다. 디테일한 재미에 여러 능력을 부여하는 가면 시스템을 더해 BM과 연계하기도 한 것이 특징이죠. 개구리 가면을 쓰면 더블 점프를 하거나, 치타 가면을 쓰면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것 처럼요. 이용자들이 슈팅만 즐길 수 있도록 한다기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메커닉을 고려했습니다.
현재 게임에는 세 가지 주요 모드가 들어있습니다. 먼저 페이즈가 나뉘어 세션을 진행하는 개인전 형태의 저주(Curse) 모드가 있습니다. 1페이즈에서는 8명이서 서로 싸우다가, 한 명이 100개의 코인을 모으면 페이즈2로 넘어가요. 그리고 코인을 모은 유저는 동전의 저주를 받아서 보스 몬스터가 되죠. 그렇게 7:1로 전투를 벌이는 약간의 트위스트를 넣어봤습니다.
그리고 3:3 팀전, 레이드 모드 등 여러가지 재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앞으로 사격장이나 새로운 맵, 다양한 무기들을 업데이트로 추가할 계획도 있습니다.
Q. 현재 브레이브 터틀스의 인원은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케빈 김 : 8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와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저와 CTO, UX-UI, 게임 디자이너, 마케팅, 콘셉트, 3D, 엔지니어 각자 파트를 맡고 계시죠.
팀 빌딩을 상당히 오래 한 편입니다. 과거 팬데믹 시기까지 합쳐서 거의 7년 정도를 팀 빌딩에 투자했던 것 같아요. 보통 스타트업은 C레벨 인원 정도만 특정 분야에 오래 몸담으며 전문 지식을 가진 분들인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모든 분들이 시니어급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 본 팀이기 때문에 개발 쪽에서 상당한 역량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죠.
Q. 아무래도 플랫폼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리프트 헌터스'를 개발하고, 출시하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궁금합니다.
케빈 김 : 물론 있었죠. 엔진이 완전히 바뀌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금 걱정은 했지만, 큰 문제 없이 8개월만에 게임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프트 헌터스'는 작년 10월부터 개발을 시작했어요. 로블록스 측에 개발자 관계 부서가 있는데, 서드 파티 개발자들을 마크해 주는 전담 부서같은 것입니다. 출시하기 1년 전부터 (관계 부서와)이야기를 주고 받았어요.
그 팀과 함께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어떤 것들이 중요한지 이야기를 전달받으면서 진행해 왔고, 2개월 반 뒤에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좋은 피드백이 많아서 분위기가 살았죠. 완성 버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러프한 빌드였음에도, 열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팀이 자랑스럽기도 했고요.
Q. 전작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플랫폼으로 개발하는 만큼, 도전적인 측면은 없었나요? 로블록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케빈 김 : 당연히 있었죠. 일단은 로블록스의 이용자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 이런 것들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기보다는 도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작품인 런웨이Z 는 사실상 출시하자마자 성과가 있었던 게임인데, 두 번째 작품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처음에는 감을 잡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여러가지 마케팅도 하고, 로블록스 인플루언서들과 협업 이벤트도 진행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프로세스는 열심히 배우면서 해 나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이해도 같은 경우 처음에는 확실히 모자랐고, 이후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 분이 합류해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Q. 여러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개발하고, 또 출시해 보신 만큼, 플랫폼으로서 '로블록스'가 가진 특징이 더 잘 보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로블록스만의 독특한 특징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케빈 김 : 두 달 전에 RDC라는 행사에 초대받아서 다녀왔는데, 가서 느낀 점은 '로블록스가 잘될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거였어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글로벌 지향적이고, 개방적이예요. 로블록스에서 잘 나가는 스튜디오 대표들과 수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한데 모여 서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잘 되고 있는 것을 감추고, 자신들만 소유하려는 느낌이 아예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오픈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또 RDC가 끝날 즈음에는 '이노베이션 어워드'라는 시상식을 진행해요. 1년 동안 잘 된 게임이라든지, 인플루언서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거죠. 그런데 정말 쇼처럼 재미있게 하더라고요. 포멀하지 않고 웃음이 섞여 있는, 그 분위기가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국내 사람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로블록스'를 어린이들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잖아요. 룩 자체도 레고보다 단순한 스타일이라 더욱 그런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RDC에서 느낀 것은 로블록스가 결코 어린이들만 하는 게임이 아니고, 엄청난 수의 이용자들이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인들도 훨씬 많이 즐기고 있고, 단순한 룩 이면에 재미있는 디테일도 숨어있고요.
또 플랫폼의 안정성도 높습니다. 게임을 만들면서 항상 느끼는데 기능이 상당히 강력합니다.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소셜 기능도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모든 소셜 미디어 요소를 주고받으면서, 여러 세대에 걸친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특히, 최근에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당분간 로블록스를 대체할 플랫폼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루에 8천만 명 이상이 들어오는 플랫폼은 거의 없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로블록스가) 매출을 올리는 데 하나씩 신경쓰고 있다는 뉘앙스도 느꼈습니다. 광고도 붙일 수 있게 되고요.
내년 초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커머스인 '쇼피파이'와도 연결될 예정인데, 그 또한 상당한 강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블록스 안에서 아바타에게 옷을 사 입히고, 다음날에는 같은 옷이 집으로 배달되는 시대가 되는 거죠. 조만간 상당한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질문드리려고 했던 것들을 먼저 다 답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웃음). 듣기만 해도 로블록스를 새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에 만족도가 높으신 것 같습니다.
케빈 김 : 앞서 언급했지만, 개발자 관계 부서가 정말 지원을 잘 해 줍니다. 지원을 받는 피드백 과정들이 (로블록스)진입 장벽을 낮춰줬고, 출시 이후에도 이렇게 연사 자리라든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로블록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은게 사실인데, 이용자는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을 보면 한국 시장에 힘을 많이 쏟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미국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로블록스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힘을 받기도 하고요. 가진 역량을 한국 시장을 위해 발휘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요.
Q. 최근 발표를 보면 한국의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한국인 이용자가 늘어났다는 느낌을 받으셨던 경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케빈 김 : 아쉬운 점인데, 아직은 그렇게 유의미한 정도로 한국 이용자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입니다. 제가 알기로 법인화된 회사로서 로블록스 게임을 만들고 있는 국내 기업은 세 군데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모든 회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요. 로블록스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낮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서 성공 사례를 빨리 만들어내자는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딱 하나, 성공사례가 필요해요. 그러면 이용자도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여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로블록스 측에서도 여러 지원을 해 주고 있지만 저희도 나름대로 (로블록스의)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로블록스를 플랫폼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한국 개발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케빈 김 : 투자자 분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만나면 로블록스를 오해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고, 또 아니기도 한데, '로블록스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게임이 나온다더라'라는 거예요. 하지만, 모바일과 콘솔 모두에서 게임을 만들어 본 제 입장에서는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블루오션이라고 봅니다.
또, 우리나라는 어떻게 보면 아직 시작하는 초기 단계입니다. 그렇기에 가능성도, 할 것도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많은 분들에게 말씀드리는 말이지만, 지금 이 시장을 눈여겨 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광고 연결이나 쇼피파이와의 연결성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도 로블록스는 매출 증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플랫폼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매출도 튼튼하게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전체 게임 시장 매출의 10%를 차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개인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개발자들이 빠르게 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꾸준히 개발하면서 더 알아가고, 성공적인 사례를 만듦으로써, 언젠가 이 시장이 성인들도 알아볼 만큼 규모가 커졌을 때. 저희가 시장을 선도하는 개발사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오늘도 그 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