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장과 동시에 수많은 인디 게이머들의 눈길을 휘어잡은 게임이 있다.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가 개발 중인 '더 렐릭'이 그 주인공이다. 캐릭터 비주얼부터 화려한 연출에 이르기까지 첫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비주얼이 좋다고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더 렐릭', 그리고 개발사인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즈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중의 관심과 기대를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그간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 덕분일까. 이제는 비주얼만 좋았던 게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디 기대작 중 하나로 우뚝 설 정도가 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그러한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라는 점이다. 다소 과했던 연출은 많이 줄어들었고 화려하기만 했던 액션에는 무게감이 더해졌다. 플레이엑스포에서 최초로 시연 버전을 출품한 지 1년 사이의 일이다.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멋져질지 이번 지스타 현장에서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즈의 황은미 PM을 만나 '더 렐릭'과 관련된 궁금증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Q. 이번 지스타 기간 중 많은 참관객들이 시연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반응, 피드백이 있다면?
= 아무래도 칭찬해 주는 그런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완성도가 높다거나 게임을 해보시고 정말 재미있다면서 언제쯤 출시하느냐고 물으시거나 스팀 좋아요 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스타 현장에 와서 게임을 할 정도라면 정말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덕분인지 시연을 끝낸 후 아쉬웠던 부분이나 시스템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꽤 있었다. 하나같이 값진 피드백으로 현재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어서 회사에 복귀 후 더욱 개선할 예정이다.
Q. 게임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유저 피드백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정말 도움이 되나.
= 대체로 많은 도움이 된다. 게임 개발할 때 가장 무서운 게 뭔가 하면 익숙해진다는 거다. 이게 개발할 때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그런 것도 있는데 내부에서 QA를 할 때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레벨 디자인이나 보스전을 테스트해야 할 때가 있는데 개발팀이 너무 고였다는 게 문제다. 수십, 수백 번이나 테스트하다 보니 너무 익숙해서 내부에서 나올 수 있는 피드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참관객들은 거의 처음이거나 경험이 있다고 해도 가끔 게임쇼에서 한두 번 보고 시연하는 게 전부이지 않나. 날것 그대로의 반응이어서 여러모로 실감 나는 피드백을 해준다. 유저들의 시선으로 평가해 주는 만큼,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Q. 보스들을 잡는 손맛이 제법 쫀득하더라. 패턴 때문에 몇 번 트라이해야 하는 보스도 있던데 혹시 모든 보스를 다 잡은 유저도 있었나.
= 이번 지스타 시연 빌드에서는 총 5종의 보스를 잡을 수 있도록 했는데 시연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없었다. 차라리 가장 어려운 보스부터 잡겠다면서 도전하는 분들도 꽤 많았는데 그 보스를 잡은 유저도 1명 밖에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액션 게임을 좋아하더라도 게임 시스템이나 조작감 등을 익혀야 해서 그런 것 같다.
Q. 이전 버전과 비교했을 때 다소 과했던 액션이나 블러, 모션 등이 많이 정제된 느낌이다. 목표한 완성도에 다다랐다고 봐야 할까.
= 내부에서는 더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액션 게임으로서 조작감이나 연출 같은 건 당연하면서도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부분으로 생각하는 만큼, 유저들이 볼 때는 물론이고 직접 했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손에 착 감기도록 하기 위해서 내부에서 계속 폴리싱 중이다. 당연히 연출적으로 멋있는 것 역시 그냥 화려할 뿐인 게 아니라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아무래도 개발 인력이 한정되다 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을 바꾼다고 했을 때 속도감 역시 거기에 맞춰서 개선해야 하는데 그 수치를 어느 정도로 해야 가장 적절한지부터 연동되는 모션이나 연출 등을 다 개선해야 해서, 그야말로 수치 깎는 노인 느낌으로 한 땀 한 땀 수정하고 있다. 이 부분은 당연히 개선을 거듭해야 하는 부분으로 출시 전까지 계속 작업할 예정이다.
Q. 아무래도 작업할 게 여전히 많이 남아있을 것 같은데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어떤 부분인가.
= 게임에 넣어야 할 보스나 스테이지가 더 많은 남은 만큼,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게임 내에 총 80여 종 이상의 보스를 넣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색칠놀이로 색만 살짝 바꾼다거나 하면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이런 걸 유저들이 좋아할 리도 없고 우리 역시 좋아하지 않는 만큼, 각각의 스토리나 설정을 지닌 유니크한 보스를 만들고 있어서 제법 시간이 걸리고 있다.
게임의 기반이 될 시스템은 대체로 잡힌 상태다. 이제는 그 뼈대 위에 살이 될 콘텐츠를 쌓아 올리는 단계로 전체 완성도는 50% 정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비주얼이나 아트에 많이 집중했는데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는 외부와 협업을 함으로써 콘텐츠의 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Q. 이전에 한 인터뷰를 보면 비주얼과 액션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와 서사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 바 있다. 다만, 뭔가 소울라이크를 떠올리게 해서 그런지 얼핏 스토리텔링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더 릴렉'이 추구하는 스토리텔링은 어떤 식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 게임 내에 다양한 일지와 이벤트를 마련해 놓을 예정이다. 보스까지 가는 길목에 보스와 관련된 일지나 그 보스가 저지른 일 등에 대한 연출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곧 만날 보스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내부적으로는 위쳐의 스토리텔링을 좋아해서 그 방식을 차용하려고 하고 있다. 단순히 보스를 처치하는 것 외에도 스토리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유저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 생각이다.
Q. 아무래도 소울라이크로 알려진 면이 있다. 실제로 비슷한 느낌의 게임들의 경우 소울라이크로 묶어서 부르곤 해서 개발자들이 곤혹스러워하며, 소울라이크가 아니라고 정정한 경우가 있는데 '더 렐릭'은 어떤가.
= 우리도 약간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웃음). 소울라이크라는 게 결국은 장르적 문법을 의미하지 않나. 보스전을 예로 들자면 보스와의 간격을 제고 패턴을 파악한 후 스태미나에 주의하면서 공방을 주고받는 그런 정교한 전투가 특징인데 그것과 비교하면 '더 렐릭'은 훨씬 다이나믹하고 속도감이 넘친다. 스태미나의 경우에도 회피할 때만 닳고 공격할 때는 닳지 않는 등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소울라이크로 보기보다는 스타일리시한 액션 어드벤처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보스전의 경우 단순히 공방을 주고받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환경요소를 이용한 기믹이 많다.
Q. 장비 시스템에 대한 것도 살짝 볼 수 있었는데 간단하게 설명 해줄 수 있나.
= 유물이라고 해서 빌드를 확장해 주는 요소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체력이나 스태미나를 증가시켜 주는 그런 유물부터 쿨타임을 줄여주는 유물, 크리티컬 확률을 높여주는 유물까지 다양해서 무기 스타일, 그리고 무기에 붙은 스킬을 고려해서 플레이 스타일대로 다양한 유물을 고르도록 하고 있다. 물론, 빌드라고 해서 디아블로 같은 그런 식의 어느 한쪽으로 엄청나게 성장하는 그런 식으로 강해지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액션 어드벤처로서 빌드 간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보이는 정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무기의 경우 총 5종류가 있는데 무기마다 붙는 스킬이 다르다. 무기에 어떤 스킬이 붙었는지 보고 유물을 조합하는 식으로 빌드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방어구는 경갑, 중갑 등 3종류로 분류되는데 종류별로 방어도가 크게 달라지고 같은 종류라면 비슷하게 함으로써 원하는 다양한 방어구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무래도 다른 게임에서는 초반 장비는 금방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더 렐릭'은 수치는 비슷하고 붙는 스킬 등의 차이가 있는 만큼, 취향껏 장비하면 된다.
Q. 이전 빌드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 그로기 게이지가 사라진 걸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로기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던데 이렇게 바꾼 이유는 뭔가.
= 기존에는 보스 체력바 아래에 스태미나바가 보였다. 이런 장르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보스를 공격할때마다 체력과 스태미나가 닳고 스태미나가 다 닳으면 그로기 상태에 빠져서 극딜을 하는 그런 플레이를 의도한 건데 이게 너무 뻔한 느낌이 들었다. 뻔하다는 게 다른 문제가 있던 건 아니고 전투의 쫄깃함이 덜했다. 긴장감이 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아예 안 보이게 하면 보스의 패턴을 보면서 좀 더 신중하게 전투를 진행하리라 생각해서 그로기 게이지를 숨겼다.
Q. 그러고보니 대표님이 안 온 것 같다.
= 지스타에 출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창 개발을 해야 하는 시기여서 대표님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
Q. 이전에는 캐릭터가 구분되는 캐릭터 기반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바뀐 것 같다.
= 캐릭터를 여러 명 만들려면 외형은 물론이고 액션 등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해서 내부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방향성을 개선했다. 현재는 주인공을 한 명으로 하는 대신 다양한 무기를 바꿀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Q. 꽤 오랫동안 봐온 것 같다. 언제쯤 정식으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얼리액세스 계획이 있다면 언제인지 듣고 싶다.
= 얼리액세스는 하지 않을 것 같다. PC와 콘솔 동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는 돼야 출시 일정에 대해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를 알차게 구성함으로써 약 3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보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