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오버워치2'가 별로라거나 그런 얘기가 아니다. 앞서 15시즌에서 이미 특전 시스템을 통해 대격변을 보여준 오버워치2' 아니던가. 16시즌에서 스타디움 모드가 등장 예정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플레이에서 특전 시스템급의 충격을 주진 못하리라 여겼다.
물론, 이건 착각에 불과했다. 블리자드코리아 본사에서 직접 체험해 본 스타디움 모드는 어떤 면에서는 특전 시스템을 뛰어넘는 충격을 선사했다. 3인칭 시점, 그리고 무기고라고 명명한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성장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오버워치2'와는 사뭇 다른 면들이 있었다. 특전 시스템이 오버워치2.5라면 스타디움 모드는 오버워치3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과연 기존의 모드와는 어떤 점들이 달랐을지 사전 체험해 본 스타디움 모드에 대한 얘기들을 이제부터 해보고자 한다.
'3인칭' 시점이 주는 첫인상
시점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플레이 감각의 변화

스타디움 모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3인칭 시점을 들 수 있다. 원한다면 1인칭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지만, 스타디움 모드는 기본적으로 3인칭으로 진행된다. 1인칭과 3인칭, 시점이 바뀐 만큼, 첫인상 역시 사뭇 다르다. 기존의 1인칭이 전형적인 슈터 느낌이라면 3인칭은 얼핏 RPG 느낌이 들 정도다.
스킨에 대한 만족도가 커질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비록 이번 체험은 기본 스킨으로 한 만큼,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캐릭터'를 온전히 볼 수 있다는 건 1인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남에게 스킨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내 스킨을 보고 만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3인칭 시점이 주는 변화는 단순히 보기 좋은 것만이 아니다. 이는 게임 플레이 감각, 전략의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1인칭의 경우 익숙하지 않을 경우 뒤나 옆에서 공격할 때 적이 어디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허둥대다가 죽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스타디움 모드는 3인칭인 만큼 그런 면이 덜하다. 대응이 좀 더 빠를뿐더러 벽 뒤에서 적을 정찰한다든가 1인칭이었을 때는 각도상 안 보이는 곳도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이를 의식한 듯 카메라 시점을 바꾸는 기능도 들어가 있다. V키를 눌러서 카메라 시점을 좌우로 바꿀 수 있는데 실제 체험을 하면서도 구석에 숨어서 좌우로 바꿔가면서 정찰했을 정도였다.

새롭게 추가된 성장 시스템 '무기고'
리퍼의 한 방이 아파도 너무 아프다

스타디움 모드의 핵심은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음 라운드에 그만큼 많은 재화를 얻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구매해 캐릭터를 원하는 방향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타디움 모드의 성장 요소는 아이템과 파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파워는 총 4개를 장착할 수 있는데 1, 3, 5, 7라운드에서 하나씩 해금되는 식이었다. 아이템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화폐가 필요 없다는 점과 캐릭터의 스킬이 바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먼저 7라운드 단판으로 진행한 시연이었기 때문에 기자가 한 모이라를 기준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바란다. 대략적으로 확인해 본 바 무기고에서 캐릭터를 성장하는 형태는 두 가지로 구분됐다. 모이라의 경우 '구슬 의사'와 '고통의 마녀'로 간단히 말하자면 힐러로서의 역할에 충실할지 아니면 딜러로서의 역할에 충실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워의 가장 큰 특징은 역할군의 변화, 그리고 스킬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물론 모이라의 경우 애초에 지원 역할군인 만큼, 애초에 극딜 성향으로 아이템이나 파워를 산다고 해도 일반적인 공격 역할군과 비교하면 성장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공격 역할군에 가깝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고통의 마녀의 세 번째 파워인 '외과적 정밀함'이 대표적이다. 적의 머리를 노릴 수 있도록 바뀌는 동시에 피해의 20%를 추가 생명력으로 얻고, 이동 속도까지 30%가 증가하는 등 잘만 하면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암살자로 활약하는 것도 가능했다.
앞서 언급한 스킬의 형태가 바뀌는 점 역시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다중 구슬'의 경우 피해, 치유량, 용량이 60%로 감소하는 바면, 한번에 3개의 구슬을 발사함으로써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는데 3개의 구슬을 발사함으로써 더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었다.

아이템은 캐릭터의 능력치를 강화시키는 '일반 아이템'과 캐릭터의 스킬을 강화하는 일종의 '전용 아이템'으로 구분된다. 일반 아이템이라고 했지만, 단순히 공격력, 생명력 흡수, 기술 위력 등이 증가하는 것부터 기술 사용 후 이동 속도 증가, 생명력이 가득 차 있을 때 생명력 흡수를 통한 치유량이 추가로 생명력으로 전환되게 하는 옵션을 지닌 아이템까지 저마다 다양한 걸 볼 수 있다.
일반 아이템과 달리 전용 아이템은 능력치도 능력치지만, 다양한 옵션들을 지닌 게 특징이다. 가령 끈질긴 촉수는 생체 구슬의 촉수 사거리를 증가시켜 한층 힐을 수월하게 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나노 광선은 융화를 쓸 때 영향을 받는 아군이 주는 피해를 증가시켜 주는 등 일반 아이템과 비교하면 영향력 측면에서 좀 더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아이템을 어떤 식으로 빌드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플레이 양상 역시 사뭇 달라진다는 점이다. 시연에서 만난 리퍼가 대표적인데 무기 공격력에 몰빵한 덕분에 말 그대로 평타가 어마무시하게 강력해서 헤드샷은 커녕 몸샷임에도 탱커가 버티질 못할 정도였다. 이건 리퍼만의 얘기가 아니다. 스킬 위주라고 한다면 기술 위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나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아이템을 사는 식으로 해서 남들보다 더 많이 더 강력한 스킬을 쓰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기자는 일단 다양한 아이템을 써보자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고른 결과 소위 말하는 잡탕캐가 돼버렸다. 시연 현장에서는 다들 무기고에 대한 기본 지식만 갖고 바로 시작한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정식 업데이트된 이후에도 이렇게 했다간 오히려 욕만 먹기 십상이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스러운 건 아이템은 언제든 팔 수 있다는 것으로 힐러 역할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면 힐러용 아이템을 버리고 딜러로 가는 식으로 라운드 결과를 보고 바꾸는 건 가능했다.
아이템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화를 모아서 살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상대를 많이 처치할수록 우리팀이 잘할수록 다음 라운드에서 쓸 수 있는 재화가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빠른 대전과 경쟁전에서도 그랬지만, 캐리하는 유저의 역할이 더 커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특정 유저가 캐리할수록 그 팀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이득만 있는 건 아니다. 캐리할 경우 '현상금'이라는 게 붙는데 그 유저를 처치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받는 재화의 양이 늘어난다. 슈터 특성상 잠깐 방심한다든가 일점사당할 경우 제아무리 캐리하는 유저라고 해도 죽을 수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밸런스를 맞추고자 하는 모습이다.
이쯤되면 '오버워치3'라고 해야 할지도?
다양한 빌드, 메타의 탄생이 기대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장르의 문법을 정립한 게임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는 게임이든, 색다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게임이든 결국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스타디움 모드가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재미 하나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판 시연이었던 만큼, 수십 시간을 넘게 즐겨도 재미있는지는 제쳐두더라도 일단 아이템 조합을 통해 캐릭터를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상대 역시 강해진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라운드는 그대로 빠른 대전과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었지만, 3~4라운드부터는 여러모로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었다. 무너지면 와르르 무너지고 극적인 순간에서 흐름을 뒤집을 때는 또 엄청난 힘으로 뒤집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가올 16시즌에 정식으로 추가될 스타디움 모드는 '오버워치2'에 다시 한 번 강력한 변화를 예고하는 콘텐츠다. 특성 시스템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만큼, 스타디움 모드가 그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