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2025] AI 게임, 기술 너머의 '재미'가 핵심 가치

게임뉴스 | 양영석 기자 |


▲ 좌측부터 이득우 교수, 서희수 대표, 김지훈 대표, 김지윤 팀장

최근 모든 업계에서 인공지능(AI) 기술,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은 큰 화두다. 전문적인 작업에 투입되기도 하고,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이라는 말은 너무 당연할 정도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로, 이처럼 LLM 및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BIC(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관련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산 인디 웨이브 컨퍼런스'에서 그들의 경험을 나눴다. ‘랜덤 테일즈’의 김지훈 대표, ‘수상한 편의점’의 서희수 대표, ‘슬픔의 상실’의 김지윤 팀장은 이득우 교수와 함께 게임에 AI를 도입한 과정과 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발자들이 AI 게임 제작에 뛰어든 계기는 다양했다. 김지훈 대표는 아버지가 AI로 이미지와 음악을 만들어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모습에서 생성 AI의 가능성을 발견했으며 , 기존 소셜 AI 서비스를 접한 뒤 "게임에 적용하면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희수 대표는 기존 게임의 정해진 선택지가 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고, ChatGPT로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되는 상황극을 해보며 AI와의 상호작용이 주는 새로운 몰입감에 주목했다. 처음부터 AI를 고려하지 않았던 김지윤 팀장은, 여러 엔딩을 내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게임이 가진 단일 엔딩의 낮은 반복 플레이 가치를 해결하고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AI 챗봇 기능을 도입했다.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AI의 예측 불가능성’이었다. 의도한 캐릭터의 성격을 AI가 일관되게 표현하도록 만드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요구했다. 김지윤 팀장은 단순히 MBTI 같은 유형을 입력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의 과거 서사, 가치관, 금기 사항까지 상세히 문서로 정리하고 수많은 예시 대사를 제공한 후에야 비로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초기 모델의 답변이 1~2분까지 걸리는 기술적 문제를 모델 교체와 프롬프트 최적화를 통해 15초 내외로 단축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때로 개발자의 의도를 벗어난 새로운 재미를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김지윤 팀장은 자신이 쓴 대사는 서사를 위해 캐릭터성을 희생시키기도 했지만, AI는 캐릭터성을 우선해 기획자가 의도치 않은 세계관을 상상해 제시하는 등 오히려 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100% 통제가 불가능하기에, 개발사가 정한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만드는 것 자체가 새로운 재미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개발자들은 100% 통제가 불가능한 AI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훈 대표는 이 노하우를 ‘미슐랭 식당의 레시피’에 비유하며,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료 버전의 성능 좋은 AI 모델이 더 나은 경험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 서희수 대표는 무료 버전도 충분히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광고 등을 통해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이번 대담에서 개발자들은 앞으로 AI 기술이 게임 세계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해진 대사만 반복하는 NPC를 넘어, 이용자와의 대화를 기억하고 반응하는 입체적인 캐릭터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다. 나아가 이야기가 무한히 뻗어나가는 내러티브가 가능해지고 , 구글의 ‘지니’ 프로젝트처럼 3D 공간 자체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AI 기술로 개발이 쉬워지면서 더 많은 IP 홀더나 일반인들도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다만 AI 기술의 맹목적인 도입은 경계 대상이다. 이들 모두 기술 자체가 아닌 ‘플레이어의 재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훈 대표는 "AI는 도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고, 김지윤 팀장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 깊이 있게 적용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조언했다. 결국 AI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획 의도를 바탕으로, 게임의 핵심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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