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터랙티브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세가의 새로운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의 출시는 그래서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물론 공개된 신작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2025(Sega Football Club Champions2025, SFCC)'이 1996년부터 이어진 일본 프로 축구 매니지먼트 'J리그 프로 축구 클럽을 만들자(사카츠쿠)'의 최신작이기에 시리즈 전통이라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꽤 오랜 기간 신작이 출시되지 않은 시리즈의 신작, 그리고 PC/모바일 동시 출시는 자칫 같은 회사 게임끼리의 시장 나눠먹기, 혹은 어느 한쪽이 열화판이 되리란 우려도 자칫 나올 모양새다. 물론 CBT를 직접 끝낸 이후, SFCC2025만의 강점, 그리고 분명히 다른 FM와 SFCC의 방향성이 보였다. 세가가 왜 지금 사카츠쿠 IP를 되살리고 새로운 축구게임을 선보이는지에 대한 자신감도 얼핏 엿볼 수 있다.
감독, 매니저, 그리고 코치
플레이어가 감독이 된다는 건 FM이나 SFCC나 똑같다. 대신 SFCC의 감독 역할을 볼 때 핵심 파트는, 정확히 육성 코치에 가장 가깝다.
SFCC에서도 FM처럼 구장을 확장하거나 자금을 대는 구단주의 역할, 전략과 팀 전술을 조율하고 지시하는 감독이나 수석 코치의 역할, 또 선수를 발굴하고 이적시키는 스카우트와 트랜스퍼 팀 역할 등을 모두 수행한다. 하지만 목표로 하는 성장의 방향이 SFCC는 단순히 리그의 우승을 넘어, 팀의 꾸준한 전력 강화에 있다.


게임 성장 구조의 핵심은 '파워풀 프로야구'의 석세스 모드, 조금 더 근래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설명하면 '우마무스메'의 스탯 육성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패스 보상, 뽑기 등으로 획득한 선수가 한 팀에 들어가고, 시즌을 보내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시킨 팀은 한 시즌이 끝나면 드림팀에 등록되고, 투어나 챔피언십 같은 대전 콘텐츠에서 성장시켰던 드림팀이 활약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가 가장 중요하게 담당해야 할 부분은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가 잘 성장할 수 있을지다. 선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성장기는 기간이 제한되어 있으니, 이 시기에 성장 지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선수의 스케일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기본적인 훈련 프로그램 외에 3개월마다 특별 훈련을 실행할 수 있는데 여기에 선수 하나마다 특훈 카드를 붙여 훈련하게 된다. 특훈 카드는 단순히 소모되는 방식이 아니라, 우마무스메의 서포트 카드처럼 플레이어의 능력치 상승을 돕는 방식으로 몇 번이고 사용 가능하다.

이 특훈 카드는 선수의 강점을 담아 훈련 받을 선수의 능력치를 올려준다. 예를 들어 반다이크는 패스 차단, 대인 마크, 태클 등의 능력을 크게 올려주고 폭발적인 순간 돌파를 보여주는 제레미 도쿠 특훈 카드는 돌파력과 민첩성을 대거 올려준다. 좋은 특훈 카드를 얻는다면 이것만으로 높은 능력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특별 훈련에는 제한도 있다. 기본적으로 성장기 기간 내에 수행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고, 선수 생활 중 특별 훈련을 활용할 수 있는 횟수도 6번으로 제한된다. 3개월마다 수행할 수 있는데 슬롯도 기본적으로는 두 개로 제한되어 있어, 성장기 선수가 여럿 있다면 모두 효과적으로 성장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선수 컨디션에 따라 성장 폭도 달라지니 여러모로 고민하면서 시즌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분명 선수 개개인에 초점을 맞춰 훈련과 성장을 반복한다면 분명 금세 한계를 느낄 구조다. 하지만 SFCC는 선수 개인, 혹은 소규모 팀이 아니라 선발로 뛰는 베스트 일레븐, 나아가 최대 30명의 스쿼드 전체의 운영 자체를 통해 팀 전체의 전력 강화를 그린다. 그 덕에 단순히 선수 성장이 마무리되는 한두 시즌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즌 운영, 그리고 더 높은 리그의 팀을 맡는 감독으로서의 플레이 역시 함께 강조된다.

시즌은 한 번이 아니다
한 시즌 더, 장기 육성의 묘
이렇게 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스탯 기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은 상기했듯 '내 캐릭터를 얼마나 잘 키우느냐'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다. 얼마나 '잘' 이라는 설명처럼, 때로는 캐릭터 한계에 가까운 수준으로 포텐셜을 터트리며 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쩔 때는 여러 랜덤 이벤트에, 확률 낮은 부상 탓에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장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이런 장르 특성을 살리기 위해 콘솔에서는 캐릭터 하나를 두어 거기에 애정을 두게 만든다. 반대로 이렇게 장기적인 플레이가 지양되는 모바일에서는 성장 과정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가져가, 길어도 수 시간 내에 마무리되도록 한다. 짧지만, 반복을 통해 더 높은 성장치를 그려내도록 하는 셈이다.
SFCC는 비슷한 육성 틀을 가져왔음에도 익숙한 플레이 문법에 반대되는 방향의 플레이를 그린다. 바로 장기적인 시즌 운영을 유도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게임은 플레이 초반, 막 부임한 감독으로서 많은 부분이 부실하게 진행된다. 게임 초반에는 아시아 리그의 감독을 맡을 수 있는 수준이고, 훈련 세트, 포메이션 등등 여러 부분에서 제대로 된 능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한 팀의 감독으로 리그, 컵, 지역 클럽 대항전 등을 치르며 우승해나가며 커리어를 쌓는다면 조금씩 더 큰 무대에서 감독으로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로 한 팀에서 꾸준히 팀을 육성하는 것 역시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도록 만들었다. 초반에는 두 개만 열려 있던 특별 훈련 슬롯도 감독으로 시즌을 여럿 치르면 하나둘 늘어나고, 승리를 이어가며 늘어나는 서포트와 팬을 수용하기 위해 비서는 경기장 증축을 제안하기도 한다. 더 커진 경기장은 더 많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데 팬들의 지지를 더 쉽게 얻을 편의 시설, 관중 수익을 높일 매점, 혹은 훈련 시설들을 채워 훈련 성과를 높일 수도 있다.
더 높은 수준의 구단을 만들고, 훌륭한 감독이 되고, 그에 따라 평소에는 우리 구단에 눈길조차 주지 않던 세계구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 그렇게 단순히 카드로 구현한 선수를 넘어, 팀 성장을 그리도록 했다.
그리고 여기에 몰입감을 더하는 게 라이선스다. SFCC는 세가가 있는 일본의 J리그에 K리그 라이선스까지 공식 체결했다. 국제 축구 선수 협회 라이선스까지 확보해 선수들의 실명도 구현됐다. 선수, 특훈 카드에 선수 특징에 맞는 능력치와 기술을 넣어두고, 그에 따른 서사까지 담고 있는 걸 생각하면 선수 라이선스가 게임에 더 깊이 빠져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의 메인 화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맨체스터 시티는 구단 자격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팀이다. 이에 스토리 모드를 비롯해 곳곳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이름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FM이 아니라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로
앞서 언급했듯 개발진은 꾸준한 시즌 플레이를 통한 팀 운영이나 상위 리그 팀으로의 도전 등을 여러 외적인 플레이 요인들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이 되는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런 장기적인 팀 운영은 필요하다. 선수 한명, 혹은 보유한 선수 카드 모두를 한 시즌에 몰아 넣는 식의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별도로 획득한 선수 카드는 새 시즌을 시작하며 둘을 선택해 팀에 투입할 수 있다. 성장기에, 젊은 나이로 팀에 합류하는 만큼, 합류 후 몇 시즌 동안은 팀에서 꾸준히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고등급 카드를 여럿 보유해도, 한 번의 시즌에서는 베스트 일레븐에서 단 두 자리만을 채울 수 있다.

한 시즌을 보내 두 명의 선수를 키우고, 또 다음 시즌에 둘을 투입해 키우는 식으로 해도 5~6 시즌은 지나야 한 팀의 스쿼드를 채울 수 있다. 그마저도 투입 이후 꾸준히 선수를 육성하고, 성장 한계치에 다다를 때까지 키워야 하는 걸 생각하면 더 긴 시즌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많은 선수 카드를 어떻게 팀에 녹여낼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런데 획득한 카드가 모두 쓸만한 카드가 아닐 수 있다. 팀 성향에 맞는 카드가 아니면 시너지를 얻을 수 없고, 또 오랜 기간 함께 시즌을 치르며 생기는 선수간의 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전력 상승을 가져온다. 선수의 합이라는 게 단순히 플레이 기반 축구게임에서 원 소속팀, 국가 등을 맞추면 생기는 시너지가 아니라, 함께 오래 경기를 뛰면서 강해지는 요소다. 섣불리 막 성장을 시작한 선수를 투입하기보다는 팀 상황에 맞는 베테랑의 활약이 더 나은 시즌도 생긴다.
이렇게 선수 카드가 아니라 선수들로 채워가는 시즌, 이때는 스카우팅과 이적 협상이 팀의 성적을 올리는 방법으로 쓰이는 시기다. 약점이 되는 포지션에서 선수를 영입하고, 또 여기서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에이전트와 조율하며 일부는 선수 출장 퀘스트로 만들고, 이적료나 연봉을 깎기도 한다.

구단 운영 자금이 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초반에는 스폰서의 보너스 지급 조건에 맞는 성적을 거두기도 어렵기에 팀 연봉을 내는 것도 빠듯하다. 하지만 팀을 조금씩 채워가며 팀 수준을 높여 경기장 수익을 높이고, 우승으로 스폰서의 보너스를 달성해 운영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선수 수급도 더 원활해진다. 이렇게 수급한 선수로 팀 성적을 다시 올리며 더 팀 레벨을 올리면 한 단계 높은 선수들이 이적 오퍼를 하나둘 수락하기 시작한다.
석세스 모드가 선수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우마무스메가 뽑기로 획득한 카드의 경주마 그룹을 빠르게 키워내는 데 집중했다면, SFCC는 팀, 그리고 감독의 성장을 동시에 그린다. 그리고 여러 시스템을 이 큰 규모의 성장에 맞게 다듬고, 정비했다. 그게 게임을 길게 끌고, 또 오래 플레이하게되는 이유다.

우마무스메의 성공 이후 유사한 성장 시스템을 가진 게임들은 일본에 다수 출시됐다. 이들 중 다수는 우마무스메처럼 파워풀 프로야구의 석세스 모드 성장 시스템을 해당 장르, 캐릭터에 맞춘 변형보다는 그저 성공한 우마무스메 방식을 따라하기에 급급했다. 세가는 FM이라는 축구 매니지먼트 장르의 대표 게임 개발사를 두고 있음에도 과거 IP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단순히 FM의 모바일 버전 대신 스탯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를 어떻게 축구 장르에 어울릴지 고민했다.
그렇기에 세가의 새로운 축구 매니지먼트, 그리고 육성 게임 '세가 풋볼 클럽 챔피언스2025'가 장르의 이해와 변화를 정식 출시까지 어떻게 가다듬을지 기대 역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