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더 할로워' 역시 공개 당시부터 탑다운뷰 고전인 '젤다의 전설'의 이름 아래 묶여 있었던 게임 중 하나다. 출시된 게임도 고전 젤다에 대한 존경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출시됐다. 젤다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게임 중 하나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고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드러내며, 오마주 이상의 무언가를 만든 게임이기도 하다.
게임보이 컬러, 8비트 미학,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캐슬바니아, 블러드본, 지킬 박사와 하이드,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까지. 개발진이 영감받았다고 밝힌 모든 것이 게임 곳곳에 박혀 있다. 그리고 미나 더 할로워는 이를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발전시켰다.

삽질 기사에서 해봤으니까
낡은 아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기술
미나 더 할로워를 시작하면 반겨주는 건, 빈말로도 고품질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고전적인 아트다. 아트는 오늘날 AAA급은커녕 고품질 인디 게임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영감을 받은 게임보이 컬러 구현을 위한 개발진의 노력에 대해 아무리 긴 설명을 들어도 말이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접하게 되는 이 낡아 보이는 그래픽은 전혀 다르게 읽히기 시작한다. 깜찍한 캐릭터에 눈이 적응했거나, 심미적으로 화려한 무언가가 더해져서가 아니다. 이 세계가 얼마나 밀도 높게 구현되어 있는지, 또 그 움직임이 얼마나 현대적인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직접 플레이하며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한된 색감으로 만들어진 게임 세계는 꽤나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수많은 모션과 상태 변화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무기 하나의 모션,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미려하게 움직임을 수행하는 미나의 모습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그 수려함을 체감하게 되는 구조다. 이 단순하고 고전적인 그래픽이 그저 예전에 유행한 아트 스타일을 흉내낸 데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호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쇼블 나이트는 패미컴 수준의 그래픽을 현세대 픽셀 아트 안에서 최고 수준으로 구현했다. 미나 더 할로워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패미컴보다 더 제약이 심한 게임보이 아트를 표방하면서도 빠져드는 애니메이션과 개성을 담아냈다. 특히 이 제한적인 연출력 안에서 표현하는 감정적 묘사와 전달력은 그 어떤 게임보다 세련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이제 인디 게임 음악 쪽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은 제이크 카우프만의 사운드트랙은 처음 게임을 켠 순간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게임보이 컬러 시절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은 이 고전적인 비주얼과 완벽하게 맞물린다.
미나 더 할로워의 이런 고전적인 그래픽은 분명 게임보이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오마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부 세대에게는 분명한 진입 장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입 후 어느 순간을 넘어가면 더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구간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초반에 부족할 것처럼 보였던 부분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매력으로 전환되는 건 단순히 그래픽뿐만이 아니다. 그게 미나 더 할로워를 보기에만 좋은 게임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게임으로 만드는 요소기도 하고 말이다.

스테이지가 아니라 세계를 만드는 방법
맵 전체를 탐험으로 만든 디자인
아트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이라면, 실제 게임 플레이 안에서 미나 더 할로워를 완성하는 건 맵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던전으로 만든, 심도 있는 디자인에 있다. 미나 더 할로워는 게임의 중심이 되는 도시 오식스를 기준으로 퍼져 있는 여섯 개의 생성기를 고치고, 또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생성기 수리를 위해 이 마을에서 여섯 방향으로 뻗어있는 세계 탐험이 게임의 기본 골자다.
오식스를 중심으로 해 뻗어나간 지역들은 단순히 스테이지 형태로 그려지지 않는다. 마을을 나와서는 안전한 공간 하나 찾기 어렵고, 화면 하나하나 모두 적들과 조우하고, 또 플레이어는 어떻게 이 장소를 벗어날지 고민해야 한다. 길 곳곳은 막혀있는 오브젝트로 가득하고, 현재 시점에서는 제대로 나아갈 길이 맞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이건 게임이 명확한 진행 방향도, 세밀한 맵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 맵도 그저 각 지역의 위치 정도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며, 게임 내내 대충 방향 표지판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확실한 방향 없이, 과거 젤다 시리즈처럼 화면 이동 방식으로 맵이 쪼개져 따라오다 보니 새로운 지역은 더 난해하고, 복잡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이 플레이 초반 게임을 버겁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맵 구성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면 복잡함이나 난해함보다는 나아갈 길을 찾아내는 모험으로 바뀐다. 이건 각각의 맵이 절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채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디자인 덕분이다. 흔히 숏컷이라고 불리는 지름길 구간이 매우 촘촘하게 구현되어 있다. 한번 깬 길은 다음에 다시 도전하지 않아도 빠르게 갈 수 있는 숏컷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또 다른 탐험 공간에 대한 안내와도 같다. 숏컷이 있다는 건, 이곳에 나아갈 길이 존재하는 의미니 말이다.
보통 이러한 숏컷 구현은 좋은 의미로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선형적인 플레이로의 제약이 뒤따른다. 앞서 언급한 나아갈 길, 명확한 진행 방향이 제한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나 더 할로워는 앞서 언급한 대로 그 숏컷을 훨씬 다층적으로 구성했다. 숏컷이 존재하는 그 길, 그걸 다양하게 만들어서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든 그 결과가 존재하게 만들었다.

꽤 도발적인 맵 디자인이다. 이 길이 스토리와 무관할 수도 있지만, 갈 수 있도록 해놓았으니 직접 도전해보라는 식이다. 그리고 대개 이런 구간은 스토리와 관련이 없어도, 장식품이나 능력치 향상 등의 보상을 제공한다. 이 길이 정확한 방향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의 탐험,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 체계까지 마련해 뒀다.
그리고 그 끝은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는 숏컷과 연결되어 있다. 숏컷까지 도달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 이걸 플레이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에 대한 실망감이 아니라, 탐험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을 주는 구조로 만들었다. 그걸 가능하게 한 게 촘촘한 숏컷, 그리고 맵 디자인의 완성도다.
이 탐험의 감각은 게임 전체에 강조된다. 게임 중 보조 무기를 활용해 적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순간적인 돌진 등으로 이동기 역할을 하는 보조 무기 역시 존재한다. 이걸 활용하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갈 수 없을 장소를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도달한 길 역시 마치 플레이어가 그렇게 갈 것이라 예상이라도 한 듯, 지금 상황에서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장소로 이어진다.

이게 대단한 이유는 미나 더 할로워가 특수 능력을 이용해 맵을 해금하는 식의 구조가 아니라는 데 있다. 비슷한 구성의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떠올리면 탐험 영역의 확장은 대개 새로운 능력 입수로 이루어진다. 분명히 갈 수 없었던 길을, 더블 점프나 대시 등을 익히면 갈 수 있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미나 더 할로워에는 이런 능력 요소가 없다. 대신 플레이어의 조작이나 여러 보조 무기와 장식의 조합, 그리고 의도치 않은 실수로 인한 무적 판정 등 다양한 변수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갈 수 없는 길을 연다. 그런 방식으로 특정 지역에 도달해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비선형적 플레이에 대한 자유도가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셈이다.
개발진이 이미 설계해둔 것임에도 플레이어가 스스로 발견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맵 디자인은 미나를 플레이할수록 빠져드는 게임으로 만든다.
이동하고, 피하고, 점프하고, 탐험하고
땅굴꾼 미나의 땅굴파기가 만든 경험
다층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맵 디자인은 제목이기도 한 땅굴꾼 미나의 땅굴파기 능력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자원을 쓰는 보조 무기 활용을 제외하면, 게임은 일반적인 대시나 회피 기능이 없다. 대신 점프 후 땅 속에 파고들어 잠시 이동할 수 있는 땅굴파기가 있는데, 이게 전투, 탐험 양쪽에서 정말 다양하게 쓰인다.
기본적으로 높이가 낮은 굴 이동부터 구멍이 난 곳을 파고들어 아래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맵에 있는 수많은 기믹들이 이 땅굴파기와 연결되어 있다. 땅굴에서 나왔을 때 약간의 점프력 향상도 있고, 빠져서 대미지를 입을 물속에서도 잠시 땅굴파기를 써 이동하며 버텨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탑다운 뷰 액션에서 점프가 플레이의 다변성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미나 더 할로워에서는 동시에 땅 속으로 파고 들어 지나갈 수 있을지까지 확인하게 만든다. 지역 공략에서 플레이어에게 방향성, 혹은 생각할 거리를 하나 더 준 셈이다.

이 땅굴파기 능력은 게임을 시작하면서부터 활용하고, 또 게임이 끝날 때까지 특별한 추가 능력 없이 이 능력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가게 된다. 지역마다 새로운 풀이법이 생겨도 결국은 점프, 땅굴파기 둘로 해결하게 한 셈이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맵 형태와 레벨 디자인이 엮인다. 플레이어는 꾸준히 사용하는 능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까를 고민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퍼즐 풀이나 기믹 해소에 있어 플레이어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내내 써왔던 기술을 쓰게 유도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쉽기만 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특정 구간에는 정말 지독할 정도로 어렵다. 그건 전투도, 일반 탐험 구간 모두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전투 중에도 땅굴파기는 적의 공격을 피하는 유일한 회피 수단이자, 거리를 벌리는 기동 수단으로 기능한다. 탐험할 때와 같은 기술을, 전투에서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잘.
낙하 구간에 빠지면 체력이 소모되고 이전 자리로 돌아가긴 하지만, 무적 판정이 짧고, 넉백도 있어 툭하면 낙하해버린다. 거기에 공중의 적이 꽤 많은데 이동과 달리 공격은 전후좌후 4방향으로만 가능해, 방해하는 적을 미리 처리하고 가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동 중심의 보조무기나 장신구 중심으로 세팅하면, 그만큼, 강력한 적을 상대하기 어려워진다.

체력 회복 시스템도 꽤 독특하다. 기본적으로는 소울라이크 게임처럼 약병을 들고 다니며 체력을 채우는 방식이지만, 피격당해 사라진 체력을 바로 채워주진 않는다. 꽃이나 적을 공격하면 잃은 체력은 플라즈마라는 노란 게이지 바로 채워지는데, 약병을 마시면 이 플라즈마 수치가 채워진다. 낙하 피해로 잃은 체력을 회복하기도 쉽지 않고, 또 도망만 다니면서 물약을 먹는 장기전도 쉽지 않다.
보통 이러한 전투의 난이도는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그런데 미나에서는 이러한 높은 난이도를 단순히 플레이어 성장에만 맡겨두지 않았다. 그동안 본 적도 없는 수준의 보정/보조 시스템이 그러한 단점을 지워버리니 말이다.
미나 더 할로워는 게임 옵션에서 기본적으로 조작 및 난이도 보정 옵션을 제공한다. 단순히 적 약하게, 강하게 수준이 아니라 점프 체공 시간, 약물 충전, 무적 판정, 땅굴파기 시간 증가, 재화인 뼈다귀 획득량 조정 등 60개 이상의 세부 옵션을 지원한다. 그걸 또 카테고리별로 정렬할 수도 있고, 자주 켜고 끄는 옵션은 즐겨찾기까지 해두는 게 가능하다. 보정 옵션을 켜면 업적 획득은 불가능하다. 대신, 스토리 진행에 집중하는 식으로 즐길 수 있고, 또 필요한 순간에만 옵션 일부를 조정해 답답했던 구간을 밀어버리는 용도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옵션은 이후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신구 옵션으로도 일부 구현할 수 있다. 게임에 익숙해진다면 이러한 장신구 조합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고, 또 실력만으로 클리어에 도전해볼 수 있는 플레이어 주도 난이도 구성이 가능해진다. 흔히 난이도 스파이크라고 갑자기 게임이 어려워지는 구간, 내 패드를 던지지 않고도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고.
이 영리한 난이도 조절 옵션은 게임이 강조하는 비선형적 탐험, 그리고 모험의 감각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오마주에서 그 이상으로
불친절해 보였던 게임이 자꾸 생각나는 순간
미나 더 할로워의 비선형성은 사실 꽤 불친절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장 핵심 기술인 땅굴파기에 대한 튜토리얼부터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은 마을이나 캐릭터들의 대화로 유추하도록 한다. 별도 도움말 메뉴가 있다지만, 인게임 튜토리얼이나 게임 플레이 안에서의 자연스러운 기술 습득을 유도하는 근래 여러 게임을 생각하면 그 불친절함은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월드맵을 보유한 조합 상인을 처음 만난 건 생성기 여섯 개 중 다섯을 클리어한 뒤였다. 게임의 비선형성이 단순한 탐험 방식을 넘어 핵심 콘텐츠 접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게임의 그래픽과 어우러져 고전적인 감성, 혹은 지나친 올드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달라지는 감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게임 전체가 그 불친절함과 고전적 감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풀어내고, 또 게임 안에서 즐길 수 있는지 안내하고 있다. 다양한 맵 분기와 그에 맞는 이벤트, 그리고 캐릭터 연출. 단순하지만 깊이를 조금씩 더해가는 전투와 조합. 미처 찾아내지 못한 또 다른 비밀과 여러 이벤트의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
처음부터 매력적인 사운드를 빼면 미나 더 할로워는 플레이하면 할수록, 그 깊이를 드러내는 게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