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꽤 오래 페르소나 시리즈의 팬이었습니다. 아틀러스가 선보이는 그 이야기, 등장인물들, 게임의 콘텐츠, 여기에 음악까지 페르소나 시리즈의 모든 부분을 사랑해 왔죠.
그런 저에게 작년 4월 베이징에서 경험한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는 정말 선물 같은 공연이었습니다. 한 곳에 모인 수많은 페르소나 팬들과 함께 듣고, 부르고, 박수 치고, 환호하던 시간은 아직도 그대로 생각날 정도로 정말 특별하고 행복했던 기억이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기사의 마지막에도 썼었지만, 한국에서 한국의 페르소나 팬들과 함께 이 멋진 경험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습니다.

드디어 그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바로 페르소나5 빅밴드 콘서트 아시아 투어를 통해서요. 페르소나5의 음악을 스타일리시하고 정통적인 빅 밴드 사운드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콘서트가 바로 지난 토요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됐습니다.
공연은 정말이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페르소나5 음악들을 흥얼거릴 만큼, 10월에 예정되어 있는 라이브 투어가 벌써부터 기대될 만큼 너무나 멋지고, 흥분되고, 즐거웠습니다. 그냥 멋있었다, 행복했다 한마디로는 설명이 어려울 만큼 특별했죠.
가장 놀랐던 건 한국 팬들의 열정이었습니다. 비 오는 토요일 저녁, 경희대 평화의 전당은 한국 페르소나 팬들로 그야말로 가득 찼습니다. 1층부터 3층까지 객석 전체가 오늘만을 기다려 온 이들로 가득했어요. 직접 코스프레를 하고 온 팬들도 정말 많았고요.
이 수많은 팬들이 공연 전부터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로비에 마련된 대형 월을 배경으로 제공된 엽서, 함께 온 인형들을 꺼내 사진을 찍고, 객석에 앉아 무대를 촬영했는데요. 그런 팬들의 기대감을 이번 콘서트는 정말 완벽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채워 줬습니다.
공연은 그래미상과 토니상을 각각 두 차례 수상한 거장 찰리 로젠이 음악 편곡, 지휘 및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페르소나5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보컬 린, 멋진 음악을 들려준 30명의 연주자들이 함께했습니다.
그들 모두가 무대에 오르면서 '가면'을 썼는데, 디테일을 살려낸 그 모습을 보니 두근두근하더군요. 다른 관객들도 모두 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의 환호와 함께 연주자들이 가면을 벗어던지면서, 잊을 수 없는 2시간이 시작됐습니다.
공연은 그야말로 2시간이 그냥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날 만큼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찰리 로젠의 흡입력 있는 지휘 하에 듣고만 있어도 온 몸으로 리듬을 타게 되는 멋들어진 연주가 끝없이 이어졌죠. 여기에 린의 외침으로 다 함께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다시금 앉아서 음악도 감상하고, 또 환호하고, 다시금 일어나 뛰면서 앙코르까지 달리고 나니, 순식간에 공연이 끝나 있었습니다.

빅밴드 콘서트는 라이브 투어와 또 다른 특별함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특별했어요. 어떨 땐 재즈 공연 같았다가, 어떨 땐 마치 록 페스티벌 같았다가, 그러면서도 그 무엇보다 '게임' 콘서트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었거든요.
그냥 게임 음악만 멋들어지게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음악을 매개체로 해서 그 게임 자체를 사랑하는 관객과 진심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게 절절히 느껴졌어요. 정말 많은 부분에서 말이죠.
페르소나5를 대표하는 붉은색 조명부터 실제 인게임 플레이 및 컷신으로 제작된 백그라운드 영상은 팬들에게 몰입과 함께 환호할 타이밍을 만들어 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며 게임을 플레이할 때 느꼈던 모든 것들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스스로 100시간 이상 페르소나5를 플레이했다는 찰리 로젠의 멋진 지휘와 대사, 때로는 파워풀하고, 때로는 잔잔하게 보컬곡을 이끌어가면서 모두 적절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린, 여기에 다들 환호할 수밖에 없었던 연주자들의 온 힘을 다한 스페셜 연주 등 다양한 요소들이 팬들의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게임 콘서트지만, 보통의 콘서트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어요. 온전하게 무대 위 연주자들과 가수에게 몰입하고, 떼창도 해 보고, 뛰어놀아도 보면서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듯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죠.
아니, 게임 콘서트기 때문에 더 특별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뒤에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며, 나의 플레이 경험이 다시금 떠올랐기에 훨씬 더 크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콘서트를 보며 다시 게임을 켜고 싶게 만드는 것, 오랜만에 다시 게임을 설치하고, 다시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 그건 오직 게임 콘서트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이니까요.
자 이제 다음은, 10월 3일 개최되는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 2026입니다. 다시 한번 한국 페르소나 팬들이 모여 그 멋들어진 열정을 함께 나누면서, 게임이라는 공통 분모로 하나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테죠. 게임을 플레이했기에, 게임에 온전히 몰입했기에 느낄 수 있는 그런 공통의 경험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