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수천 명이 뒤섞이는 전장을 미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호쾌하게 휩쓴다는 게임의 핵심은 남았지만, 이 핵심을 꾸며주던 수십 명의 장수, 그리고 그만큼 많은 무기들은 다 사라졌다. 한 명의 주인공과 십수종의 무기만 남은 상황에서,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기존의 모든 시리즈를 초월하는 압도적인 호쾌함을 내세우며 진삼국무쌍 프렌차이즈의 부활을 제대로 각인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이전에 '진삼국무쌍2'가 있었다. 시험작에 가까웠던 전작 이후, 일신한 시스템과 압도적 볼륨을 갖춘 작품. 이후 3, 4편으로 이어지는 PS2 시절 진삼국무쌍 전성기의 첫 시작이 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감회가 새로운 작품인데, 내가 직접 구매한 첫 번째 콘솔 게임이 바로 '진삼국무쌍2'였다. 맹장전이 스탠드 얼론 DLC인지도 모르고 샀다가 위촉오는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여포만 주구장창 플레이했지만, 끝내 본편까지 사서 정말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플레이했다. 이어지는 3편, 그리고 4편은 그보다 더 많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25년 만에 이 '진삼국무쌍2'가 '리마스터'라는 단어를 옆에 달고 돌아왔다. 너무나 훌륭한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2026년. 새로운 잣대 위에 올라설 때다.

25년의 간극, 무엇이 바뀌었나?카운터와 회피, 그리고 무기 합성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라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작품이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후속작이 결국 리메이크의 역할을 겸하기에 리메이크라는 단어가 성립될 수도 없지만, 이 작품은 '진삼국무쌍2'를 그대로 가져다 되살린 '리마스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투 시스템이 투박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당시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모든 장수가 똑같은 커맨드로 기술을 구사했다. '□x횟수 + △'로 구성되는 '일반 공격' - '차지 공격'은 일반 공격 횟수에 따라 총 여섯 가지 바리에이션을 지니고 있었고, 장수와 무관하게 모두 같은 목적을 띄고 있었다.
기본 공격 없이 쓰는 '차지1'부터 기본 공격 5타 이후 발동되는 '차지6'까지, 각각 가드 크러시, 적 띄우기, 스턴, 광범위 공격, 띄우기 후 추적, 캐릭터 고유 액션'이라는 공식을 지니고 있었고, 이는 모든 장수가 똑같았다. 이 과정에서 모션에 빈틈이 얼마나 있는지, 공격 범위와 공격력이 어느 정도로 책정되었는지가 장수의 등급을 나누는 척도였다.

이는, 40명이 넘는 장수와 그 만큼의 무기 종류가 존재함에도 결국 플레이 방향은 계속 비슷해진다는 것인데, '진삼국무쌍2 리마스터'또한 이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다. 속성이 더해지는 육성 중반 이후에는 속성 발동 트리거에 따라 주로 쓰는 기술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잡졸들은 보통 범위가 넓은 차지4와 6으로 처리하고, 적장은 스턴을 거는 차지3과 띄우기 후 추적이 가능한 차지5를 적당히 섞어가며 콤보를 넣는 것이 기본적인 운영이다.
문제는, 지금이 2026년이라는 것이다. 2001년 기준으로는 이것 만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액션 감각을 보여주었지만, 눈으로 보이는 건 화려해도 플레이 패턴이 비슷한 만큼 액션 게임 치고는 쉽게 지루해진다.
때문에, 오메가포스는 여기에 몇 가지 변주를 주었다. '회피'와 기존의 '파워 가드'를 강화한 '저스트 파워 가드'의 추가다.
둘 다, 최근의 액션 게임 트렌드를 따라가는 시스템 개선이다. 방어 상태로 공격을 누르는 '파워 가드', 그리고 신규 액션인 '회피'모두 적의 공격에 맞춰 누르면 적에게 강력한 반격을 가하며 스턴 상태에 빠트리고, 적들의 스펙이 굉장히 강해지는 고난도 플레이에서 필수로 활용해야 하는 테크닉이다. 최신작인 '진삼국무쌍 오리진'역시 적의 기술 시전에 맞춰 올바른 대응책을 꺼내야 하는 가위바위보식 액션이 강하게 들어갔던 만큼, 나름 의미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진삼국무쌍 7편에 이르러서야 등장했던 '무기 합성'이 생겼다. 진삼국무쌍의 무기 시스템은 게임 중 얻는 무기에 여러 가지 옵션이 랜덤 숫자로 붙어 나오는 형태인데, 원하는 옵션만 추출해 현재 쓰는 무기에 더할 수 있다. 더 높은 수치의 옵션으로 덮어 쓸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옵션으로 바꿀 수도 있으며, 심지어 속성까지 갈아버릴 수 있다.
때문에, '무기 선택'의 폭은 굉장히 넓어졌다. 진삼국무쌍2의 속성 시스템은 염, 뇌, 풍, 참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중 참 속성이 굉장히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전에는 무기에 달린 속성을 바꿀 수 없었기에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얻을 수 있는 유니크 무기를 얻어도 속성이 별로면 차라리 참 속성이 달린 저등급 무기를 사용하는게 활용성이 더 높았는데, 이제는 이 유니크 무기에 아예 참 속성을 달아버릴 수가 있다.

정리하면, '진삼국무쌍2 리마스터'는 기존의 액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몇 가지 신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약간의 변주를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픽과 보이스 액팅의 개선은 리마스터인만큼 당연히 바뀌어야 하는게 맞으나,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건 엄밀히 말하면 선택적 영역이다. 굳이 안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시스템에 조금이나마 변조를 준 건 상당히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더 설명하겠지만, 회피와 저스트 파워 가드를 통한 변조라도 없었으면, '진삼국무쌍2 리마스터'는 너무나 골동품같은 게임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하필 2편이었을까?전성기를 열어 젖힌 작품은 맞지만
다음 파트를 설명하기에 앞서 설명하자면, 2001년의 '진삼국무쌍2'는 분명히 명작이다. 고전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전성기를 시작한 작품이고, 수많은 전장과 계속해서 바뀌는 전황, 수십 명의 무장들은 그 당시 기준으로 굉장히 압도적인 콘텐츠 볼륨을 제공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드는 의문은 '왜 굳이 2편이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내 개인의 경험으로는 진삼국무쌍2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3편과 4편은 사실상 2편의 상위 호환이다. 시대상을 고려한 평가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명백히 3편과 4편은 출시 당시 기준으로도 현대 액션 게임의 트렌드에 보다 부합하며, 그 당시 국내 진삼국무쌍 커뮤니티 또한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었다. 세 작품의 출시 텀이 2년 정도였다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새로운 시도와 개선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진삼국무쌍2 리마스터'는 입지가 다소 애매하다.
먼저,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핵심 기조에 완전히 집중한 '진삼국무쌍 오리진'으로 진삼국무쌍을 인지한 게이머들에게 진삼국무쌍2의 전장은 지나치게 심심하다. 적의 수는 충분치 않고, 플레이어의 공격 범위는 지나치게 좁게 느껴지며, 적장과의 승부도 너무 간단하게 다가온다.
반대로 과거부터 진삼국무쌍 시리즈를 플레이해온 올드팬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재미있는 시스템과 볼륨을 갖춘 3편과 4편이 자꾸 눈 앞에 아른거린다. 바로 다음 작품인 3편만 해도 '차지3'을 '차지 러시'로 변경하면서 훨씬 호쾌하고 입체적인 전투가 가능한데, '진삼국무쌍2'는 어디까지나 기본 골조에 충실할 뿐,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마스터'라는 측면에서 보면 '진삼국무쌍2 리마스터'는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다.
원본의 전투 시스템과 액션을 그대로 녹여냈으면서도, 엔진까지 완전히 갈아치워 준수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맹장전과 통합된 볼륨 덕에 현대 게임 기준으로도 밀리지 않는 준수한 플레이 시간을 보장한다. 여기에 앞서 말한 무기 합성과 전투 시스템의 일부 개선, 추가 전장까지 더해지면서 선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확장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리마스터'라는 작업의 결과물로서 보면, 이 게임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리마스터를 해낸 셈이다.
문제는, 이 리마스터를 진행한 작품이 오래되도 너무 오래된 게임이면서, 동시에 더 나은 형제들이 존재한다는 거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내내 3편이나 4편이 이 정도 퀄리티로 리마스터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았다. 똑같이 여포를 플레이해도 꿀밤 한 대 때리는 2편보다는 헬리콥터처럼 방천화극을 붕붕 돌리는 3편이 훨씬 호쾌했는데 말이다.

'리마스터'의 모범적 사례그러나 너무 오래 되어버린 원작
리뷰를 정리하면, '진삼국무쌍2 리마스터'는 리마스터의 모범 사례라 해도 모자람이 없는, 너무나 잘 만든 리마스터다. 분할되어 있던 콘텐츠를 합치고, 새로운 요소들이 더해졌으며, 리마스터의 기본인 비주얼 현대화도 끝내주게 해냈다. 다만, 그 원본이 되는 게임이 너무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아무리 잘 살려놨다 해도 현대 기준에서 대단한 게임이 되기엔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작년, '진삼국무쌍 오리진'이 발매되었을 때, 플레이 전까지는 굉장히 걱정했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엄청난 팬이자, 모든 시리즈를 누렁이처럼 집어먹으며 5편의 연무 시스템과 8편의 오픈월드라는 대참사까지 골고루 퍼먹은 게이머이지만 그럼에도 다수의 무장과 무수히 많은 무기라는 기존 공식을 혁파하고 단일 주인공을 선택한 오리진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리진을 플레이한 후, 스스로 깨달았다. 내가 진삼국무쌍에서 바라던 건 다양한 무장과 무기보다도 수많은 적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호쾌함'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다. 결과적으로 오리진은 너무나 만족스러운 게임이었고, 삼국지 주제에 삼국이 없음에도 후속작이 기대될 만한 훌륭한 시리즈 리부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2026년, '진삼국무쌍2 리마스터'는 이 모든 것을 회귀해 클래식 진삼국무쌍을 다시 가져왔다. 수많은 무장이 돌아왔고, 무기가 돌아왔으며, 각 무장마다의 무쌍 모드 또한 돌아왔지만 오리진의 호쾌함에 물들어버린 뇌수는 끓어오를 생각이 없다.
좋은 리마스터는 맞으며, 원작도 훌륭한 게임인 것은 맞다. 하지만, 2026년 출시작의 일좌를 차지할 정도로 현대 게이머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치, 훌륭히 잘 살고 있는 옛 첫사랑을 다시 만났지만, 그때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 그런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