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원작 듬뿍 담은 '나루토 질풍전' 시리즈의 비결

게임뉴스 | 박범 기자 | 댓글: 1개 |



  • 주제 : 일본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을 성공적으로 제작하는 방법
  • 강연자 : 마츠야마 히로시 - 사이버커넥트 2 / 대표
  • 분야 : 개발
  • 시간 : 2022.11.18(금) 16:00 ~ 16:50
  • 요약 : 원작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나루토 질풍전' 시리즈를 중심으로 일본 애미네이션 원작 게임의 거장으로 알려진 마츠야마 히로시. 그와 사이버커넥트2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게임 개발 과정과 그에 담긴 고민, 그런 가운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50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강연 시간에 모조리 담았다.



  • ■ 강연 프롤로그 - 사이버커넥트2, 이런 회사입니다

    마츠야마 히로시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이버커넥트2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했다. 사이버커넥트2가 다른 일본 내 게임사들과 다른 점이 두 가지인데, 첫 번째로는 모바일 게임을 전혀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마츠야마는 '내가 싫어해서'라고 단적으로 말했다. 사이버커넥트2는 마츠야마가 좋아하는 닌텐도와 PS에만 집중하고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개발하고 있는 게임의 내용에 있다. 사이버커넥트2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소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을 개발 중이다. 이들의 대표작인 나루토 질풍전 시리즈 뿐만 아니라 죠죠의 기묘한 모험, 드래곤볼Z에 이어 최신작인 귀멸의 칼날도 포함된다.

    마츠야마의 애사심 넘치는 멘트는 사이버커넥트2의 게임이 전세계에서 약 4천만 장 이상 팔렸다는 걸 마지막으로 끝났다.


    ■ 정교하게 구성된 검수 시스템 - 개발사는 물론, 출판사와 방송국, 원작자까지

    나루토 질풍전 시리즈를 기반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게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마츠야마는 권리 관계에 대한 정리부터 했다. 애니메이션에는 판권이 존재한다. 소년점프에 실리는 소년 만화가 원작이고 TV 애니메이션으로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졌다. 사이버커넥트2는 그 뒤에 이를 게임으로 만들었다.

    이 서순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들은 원작보다 느린 스토리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 역시 구축된 상태다.

    나루토 질풍전 시리즈를 예로 들면, 시스템의 가장 윗쪽에는 원작 작가인 키시모토 마사시가 자리했다. 그 다음으로는 출판사와 방송국, 애니 제작 스튜디오로 구성된 제작 위원회가 있다. 이들의 승인을 받는 쪽은 반다이남코이며, 사이버커텍트2는 반다이남코 다음 순서다. 반다이남코로부터 발주를 받아 사이버커넥트2가 나루토 원작을 게임화하는 것이다. 사이버커텍트2는 반다이남코에게 기획서 등을 전달하면 반다이남코를 통해 제작 위원회와 원작자에게 공유된다.

    이런 과정의 검수는 게임 대본에도 적용된다. 제작 위원회와 원작자는 사이버커넥트2의 기획서나 게임 대본에 직접 빨간 펜으로 첨삭을 달아준다. 이걸 확인한 사이버커넥트2가 그에 맞춰 게임 대본 등을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게임 콘티 역시 제작 후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전달되어 피드백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에는 약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나루토 시리즈나 귀멸의 칼날보다 더 오랫동안 피드백 기간을 가졌던 건 드래곤볼Z였다.


    ■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만들기 - 사이버커넥트2만의 차별점은 '슈퍼 애니메'

    마츠야마는 나루토 질풍전 시리즈를 예로 들면서, 해당 시리즈가 큰 인기를 누리는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원작의 인기다. 애니메이션 원작이 워낙 유명하기에 유저들은 나루토라는 제목만 보고도 게임을 구매할 수 있다. 사이버커넥트2는 이를 위해 유저들이 각자 선호하는 캐릭터를 설정해서 즐길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원작에서 비중있는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비중이 덜한 캐릭터들 역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삼았다.

    두 번째는 위 내용과 이어지는 점인데, 원작의 유명함을 이어가기 위해 스토리를 제대로 담은 것이었따. 그러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뒀다. 단순히 스토리를 알고 싶다면 원작을 읽거나 시청하면 될 일이었다. 이에 유저들이 감정적으로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여러 요소들이 원작들과 얼마나 잘 융합되는지 확인시켜주는 것이 필수였다. 마지막으로는 유저들이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해도 질리거나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온라인 모드에서 힘을 줬다는 점이었다.




    이어서 마츠야마는 나루토 질풍전 시리즈를 개발할 때 거쳤던 네 가지 단계에 대해 설명했다. 설계와 제작, 감수, 완성이었다.

    가장 먼저 설계에 대해 설명했다. 사이버커넥트2는 캐릭터를 만들 때 매 캐릭터마다 콘셉트 시트를 먼저 만들었다. 대략 10개의 패턴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모션도 하나하나 구상했다. 직원 한 명이 캐릭터 하나를 담당하는 구조로, 모션 콘티를 작성한 후에 승인을 받으면 3D 모션 기반 캐릭터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실질적인 제작 과정에 돌입한다. 이 단계는 다른 게임사들이 공통적으로 거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마츠야마는 설명했다. 모델링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과정을 사이버커넥트2 역시 그대로 따른다.

    마츠야마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감수 과정이 여기에 들어간다. 제작된 것들에 대한 검수와 피드백이 매주 1회 진행된다. 회의실에 제작 위원회 사람들이 모여 체크를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꼼꼼한 시각을 지녔다. 과거 캐릭터 하나의 갑옷에 가로 줄 하나가 빠진 적이 있었는데 이를 제작 위원회가 찾아내 수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원작에는 갑옷 중간에 긴 가로줄 하나가 계속 들어가있었다. 이건 극단적인 예시로, 실제로는 원작의 스토리나 배경, 콘셉트에 어긋나는 요소들을 찾아내 사이버커넥트2에게 알려주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그렇게 개발이 완성 단계에 들어서면 사내 모니터와 사외 모니터 과정이 이어진다. 사내 모니터는 말그대로 나루토 질풍전 팀 이외의 팀원들이 게임을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만족할 만한 반응을 얻으면 그 다음으로는 사외 모니터가 이어진다. 이는 외부 파트너사나 사이버커넥트2 사옥이 있는 후쿠오카 지역 학생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거치는 과정이다. 아무래도 소년 만화가 원작인 만큼, 성인들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의 피드백도 중요하다는 것이 마츠야마의 설명이었다.

    이후, 마츠아먀는 '슈퍼 애니메'라는 기법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들을 잘 표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인데, 마츠야마는 애니메이션 기술을 분해해서 CG로 제작하는 것이라고 요약해서 설명했다. 여기에는 여섯 가지 구성 요소가 존재했다.

    먼저, 얼굴 애니메이션이 있다. 사람의 얼굴을 이루는 두개골은 몇 가지 축으로 되어있는데 사이버커넥트2에선 이 축을 3개로 나눴다. 이를 통해 얼굴의 움직임을 세분화해서 캐릭터가 입을 크게 벌리는 등 얼굴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얼굴 표정은 주름을 통해 표현하곤 하는데 이를 추가하거나 필요치 않다면 숨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관절 움직임이다. 나루토 질풍전의 캐릭터들은 팔이나 다리를 휘두를 때 인간이라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자세를 취하곤 하는데, 이는 실제 인간이 지닌 관절보다 더 세분화된 관절 구조를 넣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좀 더 박진감 넘치는 모션 표현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만 표현 가능한 여러 동작들까지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세 번째는 슈퍼 퍼스펙티브라고 불리는 기술이었다. 이 역시 위와 마찬기지로 다분히 만화적인 연출법인데 손이나 발이 화면에 갑자기 크게 보이게 하는 것을 뜻했다. 이는 전투씬에서 캐릭터들의 동작에 담기는 힘을 더욱 정교하게 표현하게 해줬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유령 블러 기술도 설명했다. 이는 본래 애니메이션 용어인데 사이버커넥트2에서 게임 연출에도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캐릭터가 빠르게 움직일 때 블러 효과를 넣어 다리나 팔 등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게임 화면 자체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직접 넣기도 했다. 드라마틱한 애니 표현이라고 명명한 기술은 수채화와 같은 터치 등으로 화면 표현이 갑자기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포스트 엔딩 필터 기법을 활용해 순간적으로 전투씬 등에서 화면 전체에 일정한 필터를 걸어버리는 것으로 극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마츠야마는 제작 위원회와의 피드백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오랫동안 함게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어 원작자인 키시모토 마사시가 직접 오리지널 캐릭터를 디자인해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아카츠키 구성원들이 이 단체에 가입하기 전 모습을 직접 손으로 그려 팩스로 보내줬다며 실제 원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이미 유저들에게도 잘 알려진 메카 나루토 역시 키시모토 마사시의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사이버커넥트2는 이들을 최대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반대로 사이버커텍트2에서도 오리지널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달하면 다같이 피드백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고도 덧붙였다.


    ■ 질의응답 - 게임화할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음은 강연이 종료된 후, 마츠야마 히로시가 청중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한 내용을 일부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

    Q.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을 제작하고자 할 때 작품을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 사실 인기 있고 소위 잘 팔리는 작품들만 선택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덜하더라도 근미래에 인기를 얻을 것 같은 작품들을 선별하고 역으로 우리가 게임화에 대한 제안을 한 적도 있다. 바로 귀멸의 칼날 시리즈다. 귀멸의 칼날 원작이 한창 제작되고 있을 때, 우리가 반다이남코 쪽에 먼저 게임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당시에 돌아온 답변은 '시기상조'였다. 귀멸의 칼날은 방영과 동시에 대박을 냈다. 그러자 본격적인 게임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물론, 원작이 인기를 누리기 전에 게임화를 빠르게 시작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결코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에게 게임화를 맡기면 정말 잘 만들어진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난 소년점프를 한 페이지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다 봤다. 그려면서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면 체크해두는 편이다.


    Q. 앞서 설명했던 여섯 개의 애니메이션 표현 기술이 인상적이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까?
    - 처음에는 30명 정도 되는 규모로 시작했다. 그 후 2년 정도는 내부적으로 담당해 진행해왔는데 점차 규모가 늘어났다. 협력사들의 도움도 받곤 했다. 그러다가 RND 전문 부서를 만들었다. 드래곤볼Z나 죠죠의 기묘한 모험, 귀멸의 칼날 시리즈 모두 비슷한 공통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망토가 휘날린다거나 하는 건 대부분의 타이틀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은 RND 팀에서 만들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것들을 각 타이틀 전담팀에서 따로 만들면 효율이 떨어진다.


    Q. 게임마다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원작에서 전투 장면이 없는 것들도 많다. 이를 게임에서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 실제로 애니메이션 내 주요 캐릭터들은 여러가지 스킬도 구사하고 전투 모션도 다양하게 취한다. 당연히 그렇지 않은 캐릭터들도 있다. 이럴 땐 우리가 원작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아마 이 캐릭터는 이런 스킬을 지녔을 것이고 이런 모션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 역시 제작 위원외의 검수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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