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붕괴: 베이커리 작전 체험기

그 옛날 감성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소녀전선의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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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전선의 개발사 선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는 '미카팀'이라는 개발팀 이름으로 더 친숙한 회사다. 선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라는 법인을 세우기 전부터 주요 멤버들이 그 이름 아래에 활동해왔으며, 그때부터 만들어왔던 세계관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첫 시작이었던 '빵집소녀'는 현재 '역붕괴: 베이커리 작전'으로 리메이크 중이다. E.L.I.D, 붕괴액, 남극 연방, 루크사트주의 연맹 등 '소녀전선'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처음 언급되기 시작했던 미카팀의 기념비적 작품은 한 차례 출시 연기 끝에 지난 3월 알파 테스트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19일부터 진행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체험판을 공개하면서 다수의 유저들에게도 접할 기회가 생겼다.


'소녀전선'의 처음이자 가장 나중 이야기
알면 알수록 보이는, 그러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정리해 둔 아카이브


원작인 '빵집소녀'는 미카팀의 첫 작품이고 소녀전선 유니버스 중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소녀전선 첫 시작부터 3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3년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는 '소녀전선'의 이야기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소녀전선이 하나의 IP로 공고히 자리 잡지 않았나. 그에 맞춰 여러 가지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직 이전의 이야기가 미처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한 번 완결이 났던 후속 이야기가 리메이크로 나오는 일은 최근엔 드물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떻게 이야기와 소재를 살릴지가 관건이었고, 그 허들에서 여러 차례 낙방하는 사례를 자주 보지 않았나. 물론 그간 어떤 엉뚱한 콜라보든 '나 이거 좋아해'라는 밈이 돌 정도로 덕심을 발휘해서 완벽하게 녹여내는 미카팀의 저력을 보았으니 우려는 덜했지만, 'HOXY'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용례는 다소 다르지만, 어쨌거나 출시도 한 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다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그 사이에 소녀전선이나 뉴럴 클라우드의 스토리도 드라마틱하게 쌓이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풀어갈지도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는 건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초반의 스토리 일부분만 드러난 체험판을 보고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부분에서 '역붕괴'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초반부터 다소 낯선 용어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 맥락이 딱히 없어도 스토리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하다못해 남련 루련 이런 걸 몰라도, 특수부대원 '멘도'가 '베이커리'라는 코드의 소녀를 찾아서 탈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 이렇게 핵심만 기억해도 될 정도로 고유 명사들이 처음부터 치명적으로 몰입감을 저해할 정도로 나오진 않았다.






▲ 주인공 '멘도'는 특수 작전 중 적의 습격을 받고 위기에 처하지만






▲ 확보 대상인 '제퓨티'와 접선 후 재정비, 포위망 돌파에 나선다

물론 소녀전선을 어느 정도 했던 입장이기 때문에 고유명사 같은 느낌이 안 들어서 그런 것도 있긴 하겠다. 그렇게 놓쳐선 안 될 부분은 '키워드'로 꼼꼼하게 주요 단어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나중에 기록보관소에서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식으로 구성했다. 아울러 미션 곳곳에 숨어있는 각종 기록물은 소녀전선 이후 30년 동안 대체 이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파악할 수 있어 '소녀전선'을 즐긴 입장에서는 반가운 단서였다.

그런 요소만 있었다면 딱딱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질 테고 스토리 보는 맛이 없겠지만, 중간중간에 소녀전선 유저들에게 친숙한 전술인형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이제 소대장급으로 짬이 차서 "아이디다브류다냐~"를 외치지 않지만 여전히 활기찬 '냐냥'체를 구사하는 베티를 보면 소녀전선 유저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고 할까. 물론 이 부분은 소녀전선을 안 했던 유저에겐 다소 낯설겠지만, 원체 너무 부정적이고 절망적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에서 잠시 숨구멍을 틔워주는 소소한 개그씬 정도로 짤막하게 처리해서 밸런스를 맞췄다.



▲ 포위망을 뚫고 와보니 아이디다브...베티다냥! 이 대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 그렇지만 이제 30년 넘게 짬이 차서 그런지 진지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 그리폰 시절의 너는 잊고 좀 더 강력하게 치란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지만



▲ 각성기 발동 후에는 돌변, 쓰임이 다르지만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각은 뉴럴 클라우드 때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그 스토리 전개를 단순히 몇 장의 CG나 대사로 때우지 않고 고전 SRPG의 느낌으로 필드에서 짜임새 있게 연출한 것도 포인트였다. 그 작고 비율도 짜리몽땅한 캐릭터로 각종 화기를 다루는 전투씬뿐만 아니라 나이프파이트까지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SD 캐릭터들이 투닥하는 모습을 그 틀 안에서 최대한 박진감 있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마치 그 옛날 RPG에서 격자 필드에서 데포르메된 캐릭터들이 합을 겨루다가 필살기를 주고 받던 걸 보며 빠져들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할까.

물론 그 감성을 100% 느끼기엔 현재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캐릭터가 작게 나오는 건 물론이고, 각종 연출들이 화려하기보다는 심플하게 상황을 보여주는 정도라 SRPG팬의 눈높이를 아직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할까. 물론 고전 SRPG의 주류인 판타지와는 다소 다른 연출이 필요하거나, 비교적 초반이라 아직 화끈한 싸움을 벌이기 어렵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는 있다. 루련군의 습격에서 가까스로 탈출해서 물자 다시 챙기고 수습하면서 포위망을 뚫고 있는 단계니, 자연히 전투가 정면 전투보다는 탈출 그리고 눈에 최대한 띄지 않게 기습하는 양상 위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전투로 돌파하는 미션도 있지만, 초반 스토리 전개상 잠입 비중이 꽤 높다






▲ 소녀전선과 연결고리도 곳곳에 보이고, 주요 키워드는 따로 분류해서 언제든 참고할 수 있게 했다


가장 최선의 미래를 찾기 위한 루프
완벽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보완을 거치다


이렇듯 미션을 플레이하다보면 루련군과는 대체 어떻게 정면에서 싸워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구간이 생긴다. SRPG가 소수의 적으로 다수의 적에 전술전략으로 맞서는 묘미가 있다지만, '역붕괴'는 그게 불가능할 정도로 초반부터 꽤 성가신 적들이 다수 등장한다. 물론 이를 잠입으로 하나하나 신중하게 풀어나가는 미션 위주로 진행하니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알파테스트 때는 아예 한 번 실수하면 그야말로 끝일 정도로 난도가 높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갑자기 부쩍 어려워진 탓에 손을 놓고 말았던 소녀전선 이벤트들이 떠오른다고 할까.

사실 그렇게 죽으면서 트라이하게 되는 구성에 대한 힌트는 애니메이션 트레일러 공개 당시부터 있었다. 기술력이나 여러 문제로 당시에 하나의 흐름으로 완결됐던 '빵집소녀'와 달리 이번에는 최선의 미래를 찾기 위해 여러 분기점이 있고, 그 분기점을 반복해서 돌아간다는 이른바 '루프'의 형태를 띨 것이라고 언급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PV에서도 제퓨티가 여러 번 사망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 PV에서 예고된 것처럼, 이야기는 루프식으로 진행된다

초반부의 스포일러를 언급하자면, 1장에서 제퓨티와 멘도의 탈출 작전은 결론적으로 실패로 돌아간다. 둘의 예상보다 빠르게 들이닥친 루련의 정예부대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습격자들의 포위를 빠져나갈 수 없음을 직감한 제퓨티는 '다음'을 기약하면서 자폭하면서 마무리된다. 그 후에 삼여신 계획의 단면이 회상과 의식의 흐름으로 간단하게 조명된 이후 처음 장면으로 복귀, 2장이 시작된다.

이러한 '루프물'은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구성이다. 반복적으로 다시 이야기를 돌아보면서 그 회귀를 깨는 힌트를 찾는 맛이 있지만, 자신이 아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유저에겐 어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역붕괴에서는 동일한 스테이지의 다른 스타트포인트에서 시작하는 것과 예전에 올렸던 아이템 빌드를 계승하는 개선된 루프물의 양상으로 들고 오긴 했다.









▲ 아예 처음부터 원점복귀가 아닌, 레벨 등이 축적된 상태에서 다른 루트를 찾아나가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계속 반복해야만 하는 서사에 '설득력'을 불어넣기가 조금은 애매한 상황. 여기서 미카팀의 선택은 고난도 설계에 편의성을 덧붙여서 적절히 버무리는 것이었다. 알파테스트도 해본 입장에서 '도전' 난이도는 그야말로 한 번 잘못하면 그 스테이지를 나갔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마음이 편할 정도였다. 그나마 일반 모드는 세 번은 없다 수준에서 삼세번 실수까지는 봐준다는 정도로 낮췄고, 페이즈 시작 단계로 되돌아가서 차분히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단계 되돌리기'까지 지원하니 숨통은 조금 틔었다.

그렇게 '되돌리기'를 여러 차례 강조하는 이유는, '역붕괴'의 전장은 그야말로 한 번 놓치면 그대로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다양한 요소들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SRPG는 이동 경로에 장애물이나 절벽 같은 지형지물이 대놓고 있지 않는 이상 이동력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데, '역붕괴'는 단순히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수풀은 물론이고 도로냐 비도로냐에 따라서 한 턴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바뀐다. 정확히는 그 지형 타일을 지나갈 때 소모하는 행동력이 차이가 있으니, 경로를 어떻게 정하느냐도 동일한 턴에 동일 위치에서 어떻게 더 갈 수 있냐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포복 전진으로 적의 시야에 최대한 안 띄게 하는 '스텔스' 모드는 더 행동력을 소모하니 어지간히 익숙해지지 않으면 계산이 꼬이기 일쑤다.



▲ 서순이 틀리면 벌집 or 폭사각이니 조심조심

공격도 보통 턴제 SRPG하면 한 턴에 한 번씩 주고받는 걸 생각하지만, '역붕괴'는 조금 달랐다. 해당 턴에 행동력의 총량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이동해서 선수필승으로 적을 타격하는 게 아닌, 사거리로 적을 끌어들인 뒤 여러 차례 총격을 퍼부어서 일망타진하는 전략이 요구됐다. 사전에 수류탄이나 부비트랩을 챙겨서 이를 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물론이고, 현장에서 얻은 수류탄이나 여러 물자로 즉석에서 포탑이나 부비트랩 그리고 위장간판까지 각종 아이템을 제작하고 대응하는 전술적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한땀 한땀 다수의 적을 소탕하면서 스킬 포인트를 획득한 뒤, 적절한 시기에 스킬을 활용해 변수를 만들어내는 SRPG의 기본적인 요소도 충실했다. 여기에 엑스컴식 '감나빗'이 있어서 위치를 어떻게 잡느냐, 또 스킬로 간이 엄폐물을 만들어서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다소 달라지기도 했다. 그나마 아군이 쏘면 스톰트루퍼요 적군이 쏘면 백발백중은 아니고 적도 엄폐물이 있으면 명중률이 꽤 낮은 편이라 좀 더 위험을 감내하고 한 방을 노리는 플레이는 가능했다.



▲ 여기서 감나빗을 또 보게 될 줄이야 ㅂㄷㅂㄷㅂㄷ



▲ 그래도 잘 대처해두면 적도 감나빗의 굴레에 빠뜨릴 수 있으니 설계의 묘미가 있다

이도저도 안 되면 다시 단계 되돌리기로 페이즈 초반부터 다시 시작하는 등, 리스크도 그나마 최소화된 것은 이런 점에서 볼 때 꽤 괜찮은 개선점이었다. UI가 작기도 하고 이래저래 넓은 맵에서 다수의 적이 시야 밖에서 갑자기 들이닥치는 연출이 많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 변수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면 골치 아픈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전 알파테스트에서는 일반 모드와 상관 없이 스테이지를 처음부터 시작, 어떤 변수도 없이 동일한 경로로 이동해야 하는 잠입을 그대로 반복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지루했던 적이 꽤 있었다. 그런 지루함을 꽤나 덜어내면서 고전적인 세이브와 불러오기도 추가, 각 스테이지에서 비록 여러 차례 트라이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한 번에 S급을 받고 시원하게 다음 루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 불러오기할 때는 과거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 오랜만에 해도 이야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고전 감성과 IP 입문 그리고 종합편으로 한 발 딛은 '역붕괴'
꾸준한 디테일과 안정성, 번역 퀄리티의 '뒷심'이 필요하다




'소녀전선'이라는 IP가 원체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리메이크로 돌아온 그 시작점 '역붕괴'에 대해 여러 가지로 관심과 기대가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 개발사 미카팀은 이제 소규모 개발팀에서 벗어나 여러 프로젝트를 돌리면서 소녀전선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으니, 그 원점인 '역붕괴'를 어떤 식으로 완성할지 기대하는 유저도 꽤 있었을 것이다. 혹은 SRPG가 최근에 신작이 저조하니, SRPG 팬 입장에서도 무언가 즐길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기대감이 찬 상태에서 지금의 '역붕괴' 데모를 보자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여지는 있다. 아무래도 SRPG하면 각 캐릭터마다 다음다음에 스킬을 쓸 턴이나 결정적인 한 수를 먹일 턴을 계산하면서 차근차근 전투에 임하는 방식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 부분에서 '역붕괴' 체험판은 후반부에 가서야 그 일말의 단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대부분 조심스럽게 잠입해서 탈출하거나, 적의 초병을 빠르게 제압해서 돌파하는 양상 위주라 그 특유의 '재미'를 어필하기는 어려웠다. 그보다는 지금 단계는 게임이 어떻게 전개되나 소개하는 튜토리얼에 가깝다고 할까.




그 첫 느낌으로 보았을 때, '역붕괴'는 상당한 잠재력이 보이는 타이틀이었다. 우선은 전투가 완전히 드러난 건 아니지만 한 번 한 번 신중하게 움직이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고전적인 SRPG의 기본은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투와 관련해서 유저가 어떻게 스킬과 장비,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고 개조할 것인지도 그 짜임새가 설정에 맞춰 구축이 된 상태였다. 그것도 단순히 레벨을 무작정 올려서 흔히 말하는 레벨과 장비빨로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 스테이지에 맞춘 레벨 스케일링이 되어있었다. 여기에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제한적으로 스킬이나 각종 업그레이드를 한 번은 조정할 시기를 주면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한 번 더 고민하게끔 유도했다. 그리고 심플한 그래픽과 시스템에서도 포복 전진 이후 전장에서 즉석에서 얻은 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임기응변하는 게릴라전 구도를 충실히 그려내는 등, 꽤나 인상적인 모습들도 엿보였다.

조금 규모가 있는 게임사에서 내놓은 프로젝트라고 하면 실망스럽겠지만, '역붕괴'의 처음 시작은 앞서 언급했듯이 동아리에서 알음알음 만들어서 낸 동인 게임이었다. 그 뒤로 세월이 지나 미카팀이 규모도 꽤 커지고 인지도도 높아진 상황에서 이렇게 내놨다는 게 실망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심플하면서도 나름의 짜임새가 있는 모습은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면서도 미카팀의 그간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적어도 예전 같았다면, 그런 아마추어리즘을 살리겠다고 아예 캡사이신을 부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렸을 테니 말이다.






▲ 좁은 길목에 설치한 부비트랩에 적군이 걸려들 때의 쾌감이란

그런 입장을 고려해 준다고 해도 아직 '역붕괴'는 해소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예전 소녀전선 초창기가 떠오를 정도로 느린 턴 전환이나 디테일은 소소하게 갖췄음에도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캐릭터 크기, 유니크한 적 과 일반 적이 구분이 쉽게 가지 않는 디자인과 자잘자잘한 UI 등등. 더군다나 2장부터 본격적으로 전투에 들어가면 플레이하다가 갑자기 적의 피격 표시가 잘 안 뜨더니 튕기는 현상도 종종 보였다. 그 난관을 뚫고 베티, 아비게일 등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는 것도 잠시, 그때부터 대사가 어조가 오락가락하거나 전혀 다른 말을 동일한 사람이 하는 등 번역에서도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 작품은 소녀전선의 시작점이자 동시에 소녀전선에서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총집편의 역할도 하니, 그런 디테일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여느 SRPG나 그렇지만 SRPG가 단순히 턴을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판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 스토리에도 꽤 공을 들이는 장르 아니던가. 이미 스토리로 정평 받고 있는 시리즈의 여러 가지를 안고 있는 작품이고 첫 시작 단계에서도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으니 정식 출시에서는 좀 더 다듬어서 그 방대한 이야기를 유저들에게 훌륭하게 풀어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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