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라운디드' - 진짜 곤충학자가 들려주는 뒷마당 이야기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지난 9월 말 출시된 생존 협동 게임, '그라운디드'는 모종의 이유로 몸집이 작아진 아이들이 뒷마당의 무시무시한 (?)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고, 다시 원래의 몸을 되찾는 여정을 그립니다. 과거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디즈니 영화 '애들이 줄었어요'를 기억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게임의 콘셉트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한 덕분인지, '그라운디드'는 정식 출시 이전부터 글로벌 1,000만 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을 체험해 볼 정도로 많은 관심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Xbox 게임 스튜디오는 저명한 곤충학자와 함께 뒷마당을 탐험하는 모험가들을 위한 생존 가이드를 배포했습니다.

뒷마당 생존 가이드의 일환으로, 인벤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Xbox의 도움을 받아 곤충학 박사 브라이언 레서드(Bryan Lessard) 박사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주고받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뒷마당은 언제나 무시무시한 곤충들로 북적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우리의 곤충학 박사님께서는 의외로 지구상 곤충의 95%가 인간에게 무해하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 브라이언 레서드(Bryan Lessard) 곤충학 박사



"'그라운디드', 생물 다양성에 대해 배우고, 영감을 얻는 기회 되길"

Q.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Bry the Fly Guy'라는 닉네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브라이언 레서드 박사라고 합니다. 호주의 곤충학자이자, 어린이용 도서인 'Eyes on Flies'의 저자이기도 하죠. 제가 가진 직업의 장점 중 하나는 학계에 처음 소개된 곤충들의 이름을 직접 붙일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비욘세(Beyoncé) 파리'나 '루폴(RuPaul) 파리' 등 50여 종의 파리의 이름을 짓기도 했습니다.


Q. 곤충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흔한 기회가 아니라 궁금한 게 많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가요?

= 사실, 자라오면서는 특별히 곤충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법곤충학 수업 과정의 일환으로 공부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수업에서 구더기가 범죄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 파리에 제 연구 생활을 바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다른 과학자는 물론, 시민 과학자 분들이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종들을 식별하고, 또 보호할 수 있도록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명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DNA 지문 채취 등을 활용해 보통 사람들이 성가시다고 생각하는 똥파리들조차 토종 식물의 중요한 수분 매개자라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 몸이 줄어든 아이들이 뒷마당을 탐험하는 영화 '애들이 줄었어요'

Q. 곤충 크기로 사람이 변하는 것은 1989년 영화 '애들이 줄었어요'에서도 선보였던, 어찌 보면 상당히 전통 있는 상상입니다. 박사님께서도 평소 곤충을 연구하시면서 비슷한 상상을 해 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거의 항상 하죠(웃음). 매일 현미경을 통해 곤충을 가까이 살펴보면, 이들이 가진 멋진 색깔과 질감, 구조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 '그라운디드'에서는 곤충이 여러분보다 커서 현미경 없이도 곤충의 힘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지만요.


Q. 곤충들은 자신의 몸 크기보다 수십배나 큰 물건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들과 같은 크기가 된 인간의 입장에서는 정말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이들을 상대로 작아진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 사실, 전 세계에 있는 수백만 종의 곤충 중 95%는 인간에게 무해합니다. 하지만, 분명 조심해야 할 일부는 존재하죠. 뒷마당에서 몸이 줄어든다면, 여러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보호해 줄 거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주변의 잔디를 잘라 자신을 보호할 요새를 만들거나, 야행성 동물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빈 음료 캔 안에 들어가 사는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또, 인간의 힘이라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겠죠. 도토리같은 딱딱한 열매나 곤충의 신체 일부를 사용해 자신을 보호할 갑옷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딱정벌레의 바깥 날개는 상당히 단단하니, 갑옷을 제작할 좋은 재료가 되어줄 것입니다.



▲ 뒷마당도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서는 거처를 찾는게 중요하다고

Q. 실제로 뒷마당에서 몸이 곤충만해 질 경우, 가장 주의해야 할 곤충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사마귀가 너무 무서운데, 박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모기는 몸집이 다 자란 일반 성인에게 그저 굉장히 성가신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미생물을 옮기는 무서운 녀석이죠. 모기가 일반적인 사람에게서 모든 피를 빼내려면 한 백만 번은 물어야할 테지만, 몸집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한 두번 물리는 것만으로 피가 다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또 먹잇감을 찾고 있는 늑대 거미도 주의해야 합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기 때문이죠. 이런 녀석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식물이나 조약돌로 장비를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Q. 이번 인터뷰 기회를 갖게 된 것도 '그라운디드'라는 게임 덕분입니다. 박사님께서도 이 게임을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게임 속에서 드넓은 뒷마당과 거대한 곤충들을 마주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 물론이죠. 단숨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생존 어드벤처 게임이 되었습니다. Xbox를 켜고, 자동차만한 황소 풍뎅이와, 사람을 확인하려고 다가와 더듬이로 냄새를 맡는 병정개미가 가득한 작은 세계에 처음 들어갔을 땐 큰 미소를 짓게 되더군요.

또,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부드러운 풀밭부터 사막과 비슷한 모래통까지 존재하는 뒷마당에서 작고 아름다운 생물군을 탐색하는 일이었습니다. 뒷마당의 새로운 구역으로 모험을 떠나고, 아직까지 본 적 없었던 곤충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 곤충 뿐 아니라, 연못 속 잉어 또한 무시무시한 위협으로 등장하는 '그라운디드'

Q. 게임 속에도 다양한 식물과, 더 작은 곤충들을 이용해 생존해 나가는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작아진 사람이 섭취해도 괜찮은 식물과 곤충을 몇가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 물론, 생존을 위해서는 위험한 생물들과 함께 배고픔도 물리쳐야겠죠. 다행히 게임 속에서도 몇 가지 먹을 수 있는 곤충들이 존재하더군요. 예를 들어, 각다귀 스테이크를 모닥불에서 구워먹는 것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곤충들은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2백만 명의 인구가 이미 곤충을 식용으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저도 다시 한국으로 휴가를 가게 된다면, 누에 번데기로 만든 길거리 음식을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Q. 몸이 작아진 상태로 뒷마당에서 살아남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모든 벌레들이 다 무섭겠지만, 그나마 착한 녀석들도 있지 않을까요?

= 사실, 저는 세상 대부분의 곤충들은 인간에게 친절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식물의 꽃가루를 옮기고, 숲에 퇴비를 주는 데 바빠서 아마 여러분이 근처에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뒷마당에서 갑자기 몸이 줄어들게 된다면, 작아진 나로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혼자 살아남는 것이 퍽 외로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완 곤충과 친구가 되어 보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진딧물같은 다정한 곤충들을 길들여 함께 생활해 보는 거죠!

연구에 따르면, 애완동물은 우리들의 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반려 곤충을 키울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충성스러운 동료가 되어 줄 멋진 장수풍뎅이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 도구를 활용하는 인간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합시다

Q. 각각의 곤충들에게도 저마다 약점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뒷마당에서 위협적인 곤충을 만났을 때 기억하면 좋은 약점이 있을까요?

= '그라운디드'에 한정되어 이야기를 해 보자면, 매 순간 적대적인 곤충들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대부분 공격적인 곤충들은 너무 가까이 접근한 경우에만 공격을 시작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죠. 멀리서 창과 화살을 쏘면서, 안전거리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반면,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곤충들이 여러분이 그들을 무서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여러분을 무서워합니다. 굳이 이들의 약점을 꼽는다면 기후 변화와 멸종으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 친구들과 이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돌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게임이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는, 사람이 곤충만큼 작아지는 것보다 곤충이 사람만큼 커지는 것이 상상이 좀 더 그럴싸하게 느껴집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세계적인 기상 이변도 심상치 않은데, 곤충을 연구하시는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 맞습니다. 곤충은 인간보다 더욱 간단한 생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곤충은 인간처럼 정맥이나 동맥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인간의 복잡한 순환계 대신, 몸의 틈새를 통해 피와 비슷한 혈림프(hemolymph)를 내보냅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복잡한 폐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대신 기관(tracheae)이라 불리는 관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죠. 혹시 또 모르죠. 과학과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그라운디드' 처럼 거대한 곤충이나, 줄어든 인간을 보게될 수 있을지도요.

제가 우리 세상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멸종으로 인해 여러 가지 종(Spieces)들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 변화는 물론 개간같은 인간의 활동이 곤충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수천 종의 생물들이 발견되기도 전에 소리소문 없이 멸종될 수도 있고요.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종들을 식별하고, 보호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과학자들이 종을 명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Q. 실제로도 선사시대에는 사람만한 곤충들이 존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곤충들의 크기가 그때처럼 거대해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공기 중 산소의 농도에 따라 곤충의 크기가 변화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것 같은데, 맞는지 궁금합니다.

= 지구상 존재했던 가장 큰 곤충은 3억 년 전에 살았던 '메가네우라'입니다. 오늘날 잠자리의 조상님같은 격이죠. 날개 폭만 70c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를 가진 곤충이었습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당시 곤충이 이렇게 거대하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가 선사 시대의 대기 중 산소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기 중 산소 비율이 높을수록 곤충의 몸에 많은 힘을 주고, 더욱 거대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 준 것이죠.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후 변화란 보통 대기 중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래에는 아마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곤충들이 지금보다 더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참, 뒷마당에서 몸집이 작아진 우리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 '거미 공포증 안심 모드'를 켜면, 징그러운 거미를 안 봐도 됩니다

Q. 마지막으로, '그라운디드'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만큼 곤충학자의 입장에서 본 게임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 곤충학자이자, 또 생존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로서 '그라운디드'는 완벽한 게임입니다. 뒷마당의 가장 먼 곳까지 탐험하고,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놀라운 곤충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이야기도 매력적이었고, 어떻게 뒷마당에서 크기가 줄어들었는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곤충을 활용한 것 또한 인상깊었죠.

개발사인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는 몸집이 다 자란 인간의 시점으로는 보기 힘든 곤충의 특징을 세밀한 수준까지 잘 잡아냈습니다. 거대한 딱정벌레를 타고 풀숲을 지나거나, 연못에서 잉어를 앞지르기 위해 헤엄치는 등의 모험은 정말 굉장했죠. 더구나, 거미를 귀여운 구체로 만들어 주는 '거미 공포증 안심 모드' 또한 게임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라운디드는 자신 주변의 곤충과 식물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영감을 주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는 현실 세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은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식량과 건축 자재, 새로운 약을 제공하며 세상의 생명 유지 장치로서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죠.

여러분들께서도 마찬가지로, '그라운디드'를 통해 곤충에 대해 더욱 소중함을 느끼고, 현실적인 뒷마당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브라이언 레서드 박사가 알려주는 뒷마당 생존 가이드 (클릭 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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