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레일러 조회수 5천만? 공포 게임 파피 플레이타임에 대하여

기획기사 | 박희수 기자 | 댓글: 1개 |




콩국수에 소금 뿌려 먹기, 인견 이불로 바꾸기, 선풍기 틀고 누워서 만화책 보기.

항상 여름이 되면 집에서 즐기는 저의 소소한 일상들입니다. 뒤죽박죽인 날씨 때문에 기분 나쁠 때도 많지만, '여름'이 주는 계절감은 정말 놓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씨로 지친 몸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시원한 곳을 찾아 워터파크로 떠나기도 하며 저마다 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끈적한 더위를 날려버리기 위해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공포'입니다. 여름에 유독 공포 영화가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러는 데엔 나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무서운 것을 보면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혈압이 상승하고 손바닥에 땀이 나며, 근육이 경직된다고 합니다. 즉, 체온이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과정을 겪기 때문에 서늘한 느낌과 식은땀이 흘러서 공포 영화를 시청하면 상대적으로 춥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포 영화를 보면 무려 밥 한 공기 칼로리가 소모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름 나기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에어컨 빵빵하게 트는 영화관에 가서 무서운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는 게 좋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올해 출시 예정인 신작 공포 게임이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하는 유튜버부터 연예인까지, 각종 공포 챌린지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파피 플레이타임'입니다. 제목이 생소하시다고요? 아마 환풍구를 기괴한 모습으로 지나고 있는 파란색 이빨 괴물이라고 하면 한 번쯤은 유튜브에서 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파피 플레이타임의 인기는 단순히 챌린지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과연 파피 플레이타임은 어떠한 부분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챌린지로 번진 허기워기와의 추격전


'추격전' 하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저는 영화 '미스트'의 종교 아줌마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슈퍼 아줌마'가 등장하는 영화 '추격자'가 떠오릅니다. 범인 하정우가 경찰 김윤석에게 쫓기며 골목 곳곳을 누비는 추격전을 영화 초반부터 보여줘 긴박함을 선사했죠. 영화 또는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격전은 어렸을 때부터 즐긴 다양한 놀이를 통해 한 번쯤은 겪어 봤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파피 플레이타임을 있게 해준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바로 마스코트 '허기워기'와의 추격전입니다.

해당 추격전 영상을 처음 봤을 때의 그 기분을 저는 아직 잊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본 영상 중 가장 무섭고, 기괴했기 때문입니다. 추격전이 주 무대가 되는 환풍구는 생존자의 유일한 안전지대 또는 이동통로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허기워기는 거대한 몸을 구겨 지금까지 봤던 모습과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어떤 게 쫓아오게 됩니다. 셀 수 없이도 많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걸 보니 잡히면 진짜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더 빨리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사실 쫓아 오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크게 동요하진 않았지만, 문제는 바로 '사운드'였습니다.



▲ 허기워기의 인기는 상당했다.


한 번 가본 길은 기억하는 저도, 게임에만 들어가면 길을 잃게 됩니다. 쫓기는 생존자의 입장이 된 저는 탈출하려고 앞에 주어진 길만 보고 가기 때문에, 추격자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온 신경을 뒤에 집중하게 되죠. 특별히 크게 내는 사운드는 없지만 제 뒤를 계속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점점 다가올 때마다 선명하게 들리는 허기워기의 손바닥 소리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파피 플레이타임의 연출과 사운드는 많은 사용자에게 지금까지 출시한 공포 게임 중 가장 신선한 연출로 호평 받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세를 이어 공포 게임을 잘 못하는 유저는 물론, 잘하는 유저들에게도 챌린지 열풍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해당 게임은 한국어 미지원에, 플레이타임도 상대적으로 짧음에도 스팀에선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반응들은 자연스럽게 후기작을 기대하게 하였으며, 이후 공개된 2편 공식 트레일러는 무려 1편 트레일러의 10배의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 파피 플레이타임 스팀 평가



▲ (위) 챕터 1 조회수 / (아래) 챕터 2 조회수


현실과 게임을 넘나드는 디테일


파피 플레이타임 게임의 주 배경은 '플레이타임' 장난감 공장입니다. 해당 공장은 일종의 사건으로 전 직원이 실종되며 문을 닫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공장의 전 직원, 즉 유저가 직원들은 아직 살아있다는 편지를 받게 되면서 다시 한번 공장으로 향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폐쇄된 장난감 공장이지만, 한때 호황을 이뤘던 플레이타임 회사는 '허기워기', '마미 롱 레그', '키시 미시' 등 다양한 형태의 장난감들을 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최대한 살리기를 하듯 개발사 '모브 게임즈'는 마치 파피 플레이타임 공장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게임 트레일러를 공개했습니다. 그 중, 챕터 2의 메인 빌런 '마미 롱 레그'의 TV 광고는 영상 제목을 '비디오테이프' 실제로 그 당시에 볼 법한 광고 연출과 브라운관 특유의 효과를 같이 넣어서 더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 현재 정비 중이라는 플레이타임 사이트



▲ (좌) 챕터 2의 메인 빌런의 광고, (우)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 교육 영상
(출처: 'Mob Entertainment' 공식 유튜브)


모브 게임즈는 현재 올해 출시 예정인 '파피 플레이타임 챕터 3'의 각종 이스터 에그들을 작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게임에서 숨겨진 요소들을 찾는 게 아니라 마치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듯한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7월에는 파피 플레이 공장 전 직원 '로웬 스톨'의 숨긴 파일을 유저들이 직접 파헤치도록 하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죠.

그는 플레이타임의 엔지니어로 회사의 실체를 알게 된 직원이었지만, 결국 회사가 비밀리에 진행 중인 'BBI (Biger Body Initiative)' 프로젝트의 결과물 '박시부'에게 살해당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유저들은 그가 죽기 직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로 회사의 실체를 알리는 각종 증거와 살해당한 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챕터 3에 관한 각종 영상의 제목을 '.mp4'로 하거나 회사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극비 영상을 차례대로 공개하며 점점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된 엔지니어 '로웬 스톨', 결국 그는 박시부에게 잡아 먹혔다.
(출처: '고스트햄' 유튜브)



▲ 1992년도 허기워기 탈출 사건에 투입된 요원들의 명단. 실제로 일어난 사건 같다.
(출처: 'Mob Entertainment' 공식 유튜브)


모브 게임즈는 대체 현실 게임(ARG)이 가진 매력적인 부분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한 뒤 적극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한 이미지에도 다양한 요소들을 꼭꼭 숨겨 두곤 하죠. 예를 들어 보기엔 평범한 이미지로 보이지만, 색감을 조금만 조정하면 숨겨진 메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걸 어떻게 찾아? 하지만 그 게임사의 그 팬이라고, 모든 이미지를 뜯고 분석하며 결국엔 숨겨둔 디테일을 모두 찾고 맙니다. 아무래도 게임사와 팬들 간의 이러한 시너지가 게임을 인기 있게 만든 수많은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 가장 최근에 올라온 이미지의 밝기를 올린 결과


닮은 듯, 안 닮은 너


파피 플레이타임 출시 이후 비슷한 느낌의 공포 게임들이 우후죽순 출시됐습니다. 보면 해당 게임이 공포 게임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로 '공포 게임' 하면 귀신, 좀비, 이상 현상이 주요 소재였던 지난번과 달리 요즘엔 게임을 대표하는 귀여운 마스코트를 빌런으로 내세우는 게임들을 최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류의 게임들이 더 많이 출시될수록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좋지만, 너무 많으면 오히려 독이 되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또 다른 공포 게임 '반반 유치원'은 게임 스토리, 플레이 방법, 빌런의 생김새 등 주요 요소들이 파피 플레이타임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표절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포 게임이 저마다 갖고 있는 매력은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느낌의 공포 게임들이 계속 출시 될 때마다 앞서 흥행으로 성공한 파피 플레이타임을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비슷한 설정을 하고 있는 두 게임
(출처: 'Mob Entertainment' 공식 유튜브, 'Euphoric Brothers' 공식 유튜브)


현재 모브 게임즈는 챕터 3을 준비하며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앞서 출시한 게임들도 잊지 않았습니다. 공식 유튜브를 통해 챕터 1에 등장하는 허기워기와 맵 곳곳의 그래픽이 개선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래픽을 개선하면서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스터 에그를 추가해 또 화제였습니다. 특히, 챕터 3는 언리얼 엔진 5으로 개발 중이며 플레이타임, 맵 스케일 등 모든 것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포 또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무서움을 선사할 거라고 전해 이전과 차원이 다른 챕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게다가 모브 게임즈는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유저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최근 모브 게임즈의 개발자 마이카는 파피 플레이타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재밌게 보고 있다고 전하며, 챕터 3에 대한 많은 질문에도 스포일러는 되도록 피하되, 최대한 질문에 답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게임 개발의 비하인드 이야기들을 공식 유튜브에서 직접 공개하며 게임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좌) 그래픽 개선 前 / (우) 그래픽 개선 後
(출처: 'Mob Entertainment' 공식 유튜브)



▲ 파피 플레이타임 디스코드 채널에서 소통 중인 개발자 마이카


여러분도 번화가의 다양한 장난감을 파는 잡화점에서 허기워기, 키시미시의 인형, 지갑, 뱃지 등을 한 번쯤은 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오프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손쉽게 파피 플레이타임의 마스코트 인형들을 볼 수 있습니다. 파피 플레이타임 챕터 1은 이제 막 출시 2년 차를 앞둔 게임입니다.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자란 결과 개발사 모브 게임즈는 어느덧 직원 200명을 거느리게 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공식 홈페이지에는 파피 플레이타임에 등장한 인형들을 직접 판매하고 있어 그들만의 방법으로 홍보와 게임 IP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다만, 짧은 플레이타임과 속속히 발견되는 인게임 버그, 계속되는 출시 연기 등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기대되는 챕터 3는 2023년에 출시될 예정이지만, 그 날짜도 확실하지 않아 기다리는 팬들은 애만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파피 플레이타임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공포 게임을 만들었으며 파피 플레이타임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가 아쉬운 부분들을 메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챕터에 대해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공개될 때마다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파피 플레이타임. 어느덧 2023년의 반이 지나 하반기를 향하고 있는 지금, 이전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출시되어 한 번 더 공포 게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어쩌면 여기서 다음 챕터에 나오는 친구를 예상할 수 있을지도?
(출처: 'Mob Entertainment'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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