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어떻게 되나, MS vs FTC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22개 |
게임사 세기의 인수로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ABK, Activision Blizzard & King) 인수. 하지만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인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이며 7월 18일까지 기한인 MS의 ABK 인수는 큰 기점에 서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 거래를 승인한 국가들도 있지만,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주요 규제 기관 중에서 EU를 제외한 미국 FTC와 영국 경쟁시장국(CMA)의 반발은 사뭇 거세다. 이미 인수 승인을 거부한 CMA에 대해서는 MS가 항소했고 영국에 별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역시 가능성이 낮은 가정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가장 이른 시기 직접 이번 거래를 막게 되는 FTC의 인수 금지 가처분 신청 청문회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중요성을 증명하듯 기밀로 묻혀있던 여러 사안이 대중에 공개됐고 인수에 영향을 받을 여러 게임사들의 주장은 마치 과거 콘솔을 넘어 게임 업계를 두고 펼치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MS의 거래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보, 그리고 FTC의 인수 금지 가처분 신청에 따른 청문회를 통해 MS, 소니 등이 숨겨왔던 내용들을 정리했다.

(7월 12일 13:46 추가)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은 현지 시각으로 11일 FTC가 낸 가처분 신청을 거부했다. 판결을 맡은 콜리 판사는 MS가 Xbox와 같은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 측에 10년 동안 제공하기로 한 점, 게임을 또 다른 게임 플랫폼인 닌텐도 스위치 출시를 위해 닌텐도와 계약한 점, 엔비디아 등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등에 액티비전 게임을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콜 오브 듀티에 여전히 소비자 선택권이 있음을 지목했다.

MS의 부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FTC의 판결 이후 7월 28일 청문회를 앞둔 CMA와의 항소 절차를 일시 중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CMA의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지만, CMA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CMA와 함께 해당 취지를 항소 재판소에 공동제출했다고 전했다. CMA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MS의 제안을 고려할 준비가 됐다며 서로 한발 물러나 합의점을 찾는 움직임을 취했다.

FTC 가처분신청 기각에 이어 CMA까지 합의를 위해 움직이며 MS의 ABK 인수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S의 ABK 인수 주요 타임라인
- 2022년 1월 18일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를 발표. 인수 금액은 687억 달러로 테이크투의 징가 인수 금액인 127억 달러를 넘어 가장 큰 규모의 거래로 기록됨.
- 2022년 9월 1일 CMA의 인수 거래의 우려 발표 및 조사 예고.
- 2022년 12월 7일 MS가 닌텐도와 ABK 인수 핵심 프랜차이즈로 떠오른 슈터 콜 오브 듀티를 10년 동안 제공하는 계약 발표.
- 2022년 12월 8일 FTC가 거래 취소를 위한 행정 고발 제기.
- 2023년 2월 21일 MS가 클라우드 서비스 라이벌인 엔비디아 게이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에 Xbox 게임을 10년 동안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
- 2023년 4월 26일 CMA가 인수 불허 결정.
- 2023년 EU가 인수 거래를 승인.
- 2023년 5월 24일 MS가 영국의 경쟁 항소 재판소에 CMA 결정에 불복해 항소.
- 2023년 6월 12일 FTC가 법원에 MS의 인수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명령을 요청.
- 2023년 6월 22일 청문회 시작, 29일까지 5일에 걸쳐 청문회 진행.
- 2023년 7월 11일 연방법원의 FTC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 2023년 7월 11일 MS와 CMA의 합의로 영국에서의 항소 중단.


MS의 ABK 인수는 이제 어떻게 되는가?
규제 기관인 FTC가 미국 법원에 의해 인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 당초 MS의 ABK 인수 거래 마감 기한은 7월 18일. FTC의 인수 거래를 위한 행정 소송이 8월 진행되는 만큼 이번 가처분 신청은 그 이전에 거래가 마무리되는 것을 차단하는 목적을 지녔다. FTC가 원하는 예비 금지 명령 기간은 8월 이루어지는 행정 소송 이후까지다.




계약 기간까지 인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MS는 ABK에 30억 달러의 파기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MS와 ABK 모두 인수 거래 성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협상을 위한 인수 금액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인수 계약이 새롭게 체결돼도 8월 소송 청문회에 따른 판사 결정에 따라 인수가 불발될 수 있다. 이 경우 MS는 해당 결정에 항소할 수 있다. 이번 청문회 이후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지만, MS는 항소,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중 언제든 FTC와 합의해 거래를 성사할 수도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리나 칸 FTC 위원장은 FTC 활동 이전부터 빅테크의 독점금지에 관한 주장을 꾸준히 펼쳐 유명해진 만큼 합의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더 높다. 오히려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보수 진영 언론에서는 합의 자체보다 반독점 성향이 강한 리나 칸 위원장이 무리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분석을 많이 내놓는 상황이다.


주요 규제 기관은 왜 인수를 막으려 했나?
인수 거래 초기 MS는 ABK 인수와 관련해 메타버스까지 언급하며 수많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결국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타이틀은 콜 오브 듀티다.

콘솔, PC,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등 반독점 우려가 나오는 게임 시장 부문은 달라도 핵심은 이 콜 오브 듀티의 제공에 있다.

주요 규제 기관 중 유일하게 거래 인수를 승인한 EU(정확히는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 EC)는 일찌감치 이번 인수를 통해 MS가 PC, 콘솔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콜 오브 듀티의 독점적 활용을 우려했다. 경쟁 업체에서 콜 오브 듀티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염려한 탓이다. 또한, PC 플랫폼 제공도 MS의 운영체제인 윈도우에서의 서비스만 보장하며 지배력 강화가 목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액티비전은 향후 10년 간 스팀과 닌텐도, 지포스 나우 등 PC, 콘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콜 오브 듀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이런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다. 실제로 EU는 이러한 MS의 결정 이후 앞선 우려 사항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거래를 승인했다.

반면 가장 먼저 인수 거래를 반대한 CMA는 이번 거래의 핵심 문제로 구독 서비스를 짚어왔다. MS가 콘솔 플랫폼 홀더인 소니의 구독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는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의 경쟁에서도 앞서나갈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MS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애저를 서비스 중이다. 여기에 AAA 게임을 출시 당일 제공하는 게임 패스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들이 재정적으로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와는 다르게 FTC는 ABK가 콘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에 더 주목했다.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 등에서의 경쟁 억제도 있지만, 콘텐츠가 시장 독점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데 더 집중한 셈이다. 스타필드는 그러한 FTC 주장의 근거 중 하나로 꼽혔다. 이미 멀티 플랫폼 서비스를 이어온 베데스다의 기대작이 Xbox, PC로만 출시되는 것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ABK 역시 멀티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만큼 콜 오브 듀티도 결국에는 베데스다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콜 오브 듀티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독점적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언급되는 타이틀은 콜 오브 듀티다. 전통적으로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프랜차이즈 신작이 출시됨에도 연말 결산에서 매년 가장 많이 판매된 타이틀로 거론되는 만큼 평가와 관계없이 매년 안정적인 판매량을 보장받는 타이틀이 콜 오브 듀티다.

특히 게임이 가진 영향력이 여타 미디어의 인수 논란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마블에 이어 스타워즈, 21세기 폭스(현재는 20세기 스튜디오) 등을 인수하며 미디어 왕국을 구축한 디즈니가 그 예다. 디즈니는 급박하게 전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영향을 줄 여러 기업을 인수했지만, 규제 당국에 의해 반독점적 영향력 강화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 그리고 게임이라는 미디어 문화를 함께 두고 봤을 때 단순하게 생각해 영화는 오직 스타워즈만 보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반면 게임은 콜 오브 듀티만 하는 플레이어가 상당수 존재한다. 청문회를 통해 공개된 많은 사안 중 하나인 플레이어 수 정보가 그 증거다. 유출된 내용(소니의 조사 자료 기반)에는 2021년 미국 플레이스테이션 플레이어 중 1,400만 명은 플레이 시간의 30% 이상, 600만 명은 70% 이상을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하는 데 소모했다. 특히 100만 명의 플레이어는 콜 오브 듀티'만' 플레이했다.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콜 오브 듀티가 빠진다면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이러한 여러 배경 아래 진행된 법원 청문회는 최대 일정인 5일을 모두 채워 진행됐다. 특히 일부 문서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채 공개돼 회사들이 부담스러워할 내용 역시 다수 유출됐다.


Xbox는 콘솔 전쟁에서 졌다, 그런데 왜 닌텐도가?
ABK 인수 당시부터 MS가 주장한 핵심 논리는 '업계 1위가 될 수 없다'였다. MS는 ABK 인수 후에도 게임 매출 부분에서 경쟁사를 이길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소니의 게임 부분 매출은 MS의 게이밍 부분을 웃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 청문회에도 이어졌다.

MS는 2001년 첫 Xbox로 게임 산업에 진출한 MS가 소니, 닌텐도와 경쟁하는 콘솔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이야기했다. 소니의 PS5는 9세대 콘솔 판매를 주도하고, 소니와 닌텐도 모두 독점 게임 콘텐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물론 현장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필 스펜서는 Xbox 유저들, 커뮤니티에 대해 언급하며 패배보다는 3위라는 데 더 무게를 실어 대답하긴 했지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닌텐도다. MS는 닌텐도 스위치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언급한다. 9세대 보급형 콘솔인 Xbox Series S가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 또 닌텐도가 다른 두 회사와 함께 3대 콘솔 회사로 각각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로의 역량 역시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MS가 닌텐도를 경쟁 상대로 인정받으면 얻는 명분은 꽤 많다.

우선 닌텐도를 포함함으로써 MS는 게임 분야에서의 3위, 즉 주요 플랫폼 홀더와의 경쟁에서 열위에 있다는 부분을 강조할 수 있다. ABK 인수 역시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행위로 반독점적 지위 획득에서의 평가를 낮추는 셈이다. 줄곧 언급한 '우리는 1위가 아니다'에 소니는 물론 닌텐도에도 밀린다는 인식을 심게 된다.

다른 하나는 닌텐도와 체결한 콜 오브 듀티 배급 제공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그 성능이 소니와 MS의 9세대 콘솔보다 떨어지지만, 분명 포트나이트 같은 AAA급으로 분류되는 타이틀을 구동할 수 있다. 즉, AAA를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닌텐도에도 ABK의 핵심 프랜차이즈를 제공할 예정이니 콜 오브 듀티에 쏠리는 독점 우려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물론 닌텐도와의 파트너십은 10년이니 닌텐도의 스위치 이후 기종까지 적용되는 것은 덤이다.




또 다른 핵심은 소니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독점 콘텐츠를 통해 배타적 이득을 취하는 행태에 대한 당위성이다. 닌텐도는 닌텐도 자사 콘솔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통해 매년 수천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다. 모바일 타이틀을 제외하면 소니처럼 뒤늦게나마 PC 이식을 단행하는 소니 이상의 독점 서비스 중심 운영이다. 후발 주자로 뒤처진 Xbox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게임을 독점 서비스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쳐줄 수 있게 된다.

당연히 FTC와 소니는 Xbox와 플레이스테이션은 유사하지만, 닌텐도 스위치의 시장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FTC는 법정에 PS5와 Xbox Series X 등 거치 콘솔을 설치하고 두 기기의 유사성,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와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관적 유사함 뿐만 아니라 기능, 성능상의 유사함이 소니와 MS의 콘솔끼리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소니는 PS5 유저 중 50%가 닌텐도 스위치를 가지고 있지만 Xbox Series 기종을 가진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며 경쟁 관계에 대해 설정하기도 했다.


포기하기 어려운 독점 vs 독점
일찌감치 Xbox, PC 독점 출시를 예고한 베데스다의 스타필드와 함께 울펜슈타인으로 유명한 머신 게임즈의 인디아나 존스 역시 청문회를 통해 Xbox, PC 출시가 발표됐다. 특히 이후 인디아나 존스가 MS의 베데스다 인수 전까지는 PS5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MS가 인수 기업들의 독점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FTC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이러한 분위기에 필 스펜서가 '독점에 대항하는 독점론'을 꺼냈다. 소니가 PS5 기간 독점을 통해 Xbox 건너 띄기를 하고 있는 데에 대응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필 스펜서는 스타필드 역시 이렇게 Xbox를 건너 띄는 형태로 PS5를 통해 서비스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게 베데스다 인수를 결정했다는 의도의 말을 이어가기도 했다.

실제로 소니는 고스트 와이어: 도쿄, 데스루프 등 베데스다의 타이틀을 PS5에 콘솔 기간 독점으로 출시했다. 베데스다의 신규 프랜차이즈로 앞선 두 타이틀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던 스타필드의 독점 출시가 MS에게는 부담감이 됐으리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히 필 스펜서는 플레이스테이션에 자사 게임을 서비스할 때 발생하는 30%의 소니 수익이 정작 소니가 Xbox 생존을 위협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며 '효과적인 경쟁'을 언급했다(단, 소니는 타사 퍼블리셔를 통해 얻는 이익은 10% 정도라고 주장).

이러한 견해는 Xbox 수장 필 스펜서뿐만 아니라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 역시 같다. 사티아 나델라는 온전히 자신의 몫에 달려있다면 독점을 없애고 싶지만, 시장 지배자가 독점을 사용하여 시장 구도를 정의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시장 지배자는 소니를 말하는 것으로 소니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경쟁을 위해 독점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사티아 나델라가 진짜 독점 서비스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MS는 독점 게임이 왜 제공되는지 하나의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반면 소니는 이러한 경쟁 구도를 단순히 독점 대 독점으로 가는 그림을 원치 않았다. 짐 라이언 대표는 내부 스튜디오에 대한 투자, 퍼블리싱을 위한 투자를 Xbox가 우위를 지닌 구독 서비스, 게임 패스에 대항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Xbox 게임 패스를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그 중 하나가 기간 독점인 셈이라는 이야기다.


액티비전 게임도 게임 패스에 포함될까?
Xbox 게임 패스는 CMA의 MS 인수 거래 거부 주요 원인이다.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비슷한 서비스를 진행 중이거나 준비했던 기업들보다 월등히 앞서있다. 특히 뒤늦게 플레이스테이션 Plus 서비스를 재정비하며 구독 시스템을 강화한 소니, 구작 서비스에 치중한 닌텐도 등 콘솔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시인한 두 회사보다 MS가 앞서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특히 인수 거래에 핵심이 되는 타이틀인 콜 오브 듀티의 구독 서비스 포함은 FTC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 중 하나다. MS가 PS5, 닌텐도 등 다른 플랫폼에도 콜 오브 듀티를 서비스한다고 하지만, 게임 패스에 게임이 포함되면 60달러, 혹은 70달러를 들여 게임을 사는 대신 게임 패스를 통해 즐기는 이들 역시 많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는 분명 구독, 스트리밍 게이밍 시장에 큰 영향력을 가진 MS가 ABK를 인수했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다만, 인수 거래 계약이 맺어진 지금도, 또 향후에도 게임 패스에 액티비전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게 액티비전 대표인 바비 코틱의 생각이다. 적어도 이번 청문회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말이다.

게임과 비슷한 구조를 지닌 미디어 그룹들이 구독 서비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하며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를 언급한 그는 구독 서비스 자체에 부정적인 표현을 여럿 꺼냈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한 관심이 근래 업계에서 한참 높아졌던 만큼 액티비전 역시 이를 시도했지만, 게임 서비스를 이런 방식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FTC는 이같은 주장이 MS와 ABK의 공시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데 주목했다. 바비 코틱이 구독 서비스를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라는 것도 덧붙였다. 베데스다 게임이 인수가 마무리된 이후 결국 게임 패스로 포함됐듯, 인수 이후에도 ABK CEO 자리를 계속 지킬지 알 수 없는 바비 코틱의 의견이 계속 이어지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단 Xbox 게임 패스보다는 시장 영향력이 낮은 지포스 나우의 엔비디아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Xbox 게임을 온전하게 서비스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자체적인 게임 제작 역량이 부족한 엔비디아 입장에서 나쁠 게 없는 거래였다. MS 역시 스트리밍 시장 독점을 노리는 게 아니라는 인상을 심을 수 있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건 돌고 돌아 콜옵
영국의 CMA와 EU는 게임 패스에서의 시장 주도권을 인수 거래에 있어 가장 큰 반대 요인으로 꼽았다. 게임 시장 전체가 아니라 신사업이라 할 수 있는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MS 우위에 집중했다.

반면 위에서 보듯 FTC의 주장은 게임 패스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결국 콜 오브 듀티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고 게임 패스에 콜 오브 듀티가 포함됐을 때의 문제점을 가정했다. 그만큼 북미 시장에서 콜 오브 듀티가 가진 영향력에 주목했다. 앞서 소니의 주장처럼 100만 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은 오직 콜 오브 듀티만 즐길 정도로, 미디어 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IP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게 FTC가 PS-Xbox 구도 중심으로 콜 오브 듀티가 출시되지 않은 닌텐도 스위치를 포함시키지 않는 전략이다.




하지만 짐 라이언이 전 SCE 유럽 사장인 크리스 디어링에게 MS의 ABK 인수가 독점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메일을 보낸 사실이 더 버지를 통해 공개되며 청문회에서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 아니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2022년 1월에 이루어진 해당 메일에서 짐 라이언은 MS의 ABK 인수가 Xbox 내의 독점이 목적이 아니라며 자사 콘솔에서의 콜 오브 듀티 서비스를 확신했다. 하지만 이후 MS의 콜 오브 듀티 10년 계약을 소니가 거절한 만큼 현재 업계에서의 소니 자신 위치를 견고하게 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물론 해당 이메일이 인수 발표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간 메일이고 이후 레드폴, 스타필드, 인디아나 존스 등의 연이은 PS 패싱 소식이 터졌다. 소니 역시 현재는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수 있다.


ABK 이전, MS의 눈길이 닿은 기업은?
소니만큼이나 MS 역시 대중에 발표한 내용과 다른, 물밑 작업이 있었음이 청문회 기간 터져나왔다. MS가 일찌감치 더 많은 회사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MS는 모바일 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해 징가 인수를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MS가 주장한 ABK 인수 여러 이유 중 하나와 겹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이름에는 빠졌지만, 매년 큰 수익을 내며 ABK의 K로 불리는 킹의 존재다.

필 스펜서는 징가와 인수를 위한 대화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징가는 결국 MS의 ABK 인수 이전 가장 큰 거래 규모를 기록하며 테이크 투의 품으로 들어갔다. 여러 이슈가 있어 명성에 금이 간 ABK지만, 그래도 킹은 불발된 징가 인수를 대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던 셈이다.

ABK 이전에 MS가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린 또 다른 기업은 파이널판타지16으로 좋은 평가를 끌어낸 스퀘어에닉스다. MS는 2019년 인수를 고려했다. 스퀘어에닉스는 Xbox에 부족한 아시아 시장 공략 타이틀, 또 파이널판타지나 드래곤퀘스트, 킹덤 하츠 등의 대표작들의 영입 등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카드였다. 어쩌면 PS5 기간 독점의 파이널판타지16이 Xbox와 PC 독점으로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MS가 스퀘어에닉스 인수를 고려한 또 다른 이유는 모바일 게임 공급에 있다. 2002년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타이틀을 시작으로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나 드래곤퀘스트의 유료 게임은 물론 다양한 프랜차이즈 타이틀을 매년 쉬지 않고 선보여왔다.

MS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했고 현재 MS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스퀘어에닉스의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의 게임 패스를 위한 카탈로그가 될 수 있으리라 봤다.

모바일 전용 구독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은 있을 수 있지만, 맥과의 통합으로 꾸준히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애플 아케이드가 시장에 이미 나와있다. 넷플릭스 역시 사업 확장을 위해 구독 서비스 안에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쪽은 모든 타이틀이 모바일 기반이다.

세가의 이름도 있다. 세가 인수설을 꾸준히 반박해온 MS지만, 2020년 초만해도 달랐다. 필 스펜서는 지난 2020년 사티아 나델라를 포함한 MS 주요 간부들에게 세가 인수를 위한 전략적 승인 요청 메일을 보냈다. 2021년에는 하데스의 슈퍼자이언트, 포켓몬고의 나이언틱, 데스티니의 번지, 히트맨으로 유명한 IO 인터랙티브 등의 인수 전략을 짜기도 했다. 이중 번지는 훗날 소니가 인수해 마라톤, 페어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인수와 관련해 Xbox 게임 스튜디오의 수장인 맷 부티의 충격적인 메일 내용도 공개됐다. 맷 부티는 Xbox CFO 팀 스튜어트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소니를 게임 비즈니스 단에서 밀어버리려는 점을 언급했다. 20, 30억 달러의 손해를 보더라도 콘텐츠에서 구글, 아마존, 소니 등이 앞서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계획 역시 밝혔다.

다만, 해당 메일은 2019년 12월에 전송된 메일로 MS는 이 메일이 ABK 인수 발표 약 2년 전, 청문회로부터 3년 이상 지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실제로 그 같은 전략을 추구하지도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내용이 어디까지 MS 전략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수 반대 측에서는 MS의 공격적 인수가 높은 게임 가치보다는 일종의 전략이었다는 비판을 사는 이유가 됐다.


커져버린 AAA 개발비, 도전까지 막을까
숨겨야 하는 정보를 마커로 가리고 공개되어야 할 문서였지만, 이게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며 소니의 주요 타이틀 개발 비용이 청문회 기간 공개됐다.

그간 근래 AAA 게임 타이틀의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며 2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많았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실제로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5년 동안 2억 1,200만 달러,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2억 2,000만 달러의 개발 비용이 들었다.




그동안 가장 많은 개발 비용이 쓰였다고 알려진 GTA5가 2억 6,5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사이버펑크2077이 3억 달러 이상의 개발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만큼 AAA 게임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것은 이제 더는 놀랄 일이 아니다.

다만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개발에 투입된 직원 수는 각각 300명, 200명 수준으로 더 거대한 규모의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플랫폼 홀더에게 이러한 막대한 비용 투자는 곧 회수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을 만큼의 판매량이 보장된 타이틀만이 개발로 이어지는데 이는 곧 AAA 타이틀의 한정적인 개발로 이어진다.

안정적인 수익원, 개발만으로 비평 결과와 관계없이 충분한 판매량을 보장하는 타이틀의 수급은 좀 더 도전적인 게임을 개발하는 자금력을 만들고 그런 타이틀이 이례적인 IP인 콜 오브 듀티다. 소니는 문서를 통해 콜 오브 듀티가 2021년 미국 플레이스테이션에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 수익들은 최대 130억 달러 이상으로 확장된다.

콜 오브 듀티의 독점이 플레이어 이탈만이 아니라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니의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결국 이번 가처분 신청부터 행정 소송까지 MS와 FTC의 대결은 콜 오브 듀티를 어떤 게임으로 정의내릴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내용 수정 : 2023.07.12. 13:46 ] FTC 가처분 신청 기각 및 CMA와의 합의 관련 내용 추가되었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