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이 본 '게임사회'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2개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게임사회'를 관람한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은 "갈증이 해소됐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스미스소니언미술관에서 게임전시를 보고 부러워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열리길 바랐다. 그러한 전시가 9월 10일까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2012년, MoMA가 '팩맨' 등 14종의 게임을 영구 소장하기로 결정하면서 게임을 예술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에 '유감스럽지만, 게임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제하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MoMA 파올라 안토넬리 수석 큐레이터는 "비디오 게임은 확실히 예술이며, 디자인이기도 하다"라며 "소장품들은 다른 모든 MoMA 수집품처럼 역사성, 문화적 관련성, 심미적 표현, 기능구조적 건전성, 기술과 행동에 대한 혁신적 접근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라고 밝혔다.

예술계 화두였던 게임들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게임사회'는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 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MoMA 소장품으로서 '팩맨'을 볼 수 있다.

넥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전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과 자리를 가진 최윤아 관장은 MoMA, 스미스소니언 소장품도 좋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전시에 한국 인디게임(반지하게임즈의 서울2033) 한 점만 소개되는 게 아쉽다고 의견을 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대중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함께 전시됐다.

최윤아 관장은 "국립박물관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카트라이더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새로웠다"라며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

최 관장은 이번 전시 의의에 대해 "국립박물관급에서 게임만으로 전시관을 채웠다는 점에서, 사회가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라고 평가했다. 10여 년 전 MoMA가 게임만으로 전시한다고 해 논란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이 게임만을 위한 전시를 한다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단 설명이다.

'게임사회' 전시는 대부분 해외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국내 작품도 있지만 비중이 작다. 관련해 최윤아 관장은 박물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우리 게임 전시를 위해선 게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는 게임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사례와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는 "역설적으로 이번 '게임사회' 전시가 화제가 되는 건 게임과 예술 관계에 대한 연구와 인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사례와 연구를 위한 게임사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종종 게임과 예술 관계에 대한 갑론을박이 생긴다. 반면, 최 관장은 이슈와 달리 예술가들은 이미 게임을 차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미대에서 유니티 엔진 사용법을 가르치는 경우다. 최 관장은 "예술작가 중에 유니티 엔진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라며 "예술도구로서 게임엔진을 쓰는 건 더 이상 특이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박과 별개로 게임과 예술의 경계는 흐릿해지는 중이라고 최 관장은 내다봤다.



▲ 재키 코놀리 '지옥으로의 하강'

관련된 작품으로 재키 코놀리 작가의 '지옥으로의 하강'을 볼 수 있다. 재키 코놀리는 게임 'GTA'를 이용해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소외감을 재연했다. 그는 심시티, 마인크래프트 등을 이용해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지옥으로의 하강'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겪었던 고립, 분열, 연대, 폭력을 표현한다.

최 관장은 게임이 개인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넥슨은 '메이플월드'를 통해 일부 학교에서 코딩 수업을 한다. 그는 "게임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크레파스나 물감 같은 도구가 될 가능성을 수업으로 확인했다"라며 "앞으로 게임과 예술의 경계는 더 흐려질 것이고, 사례가 많아져 연구가 된다면 게임이 일상인 날도 기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 관장은 '게임의 보전'을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선 클래식 게임의 데이터 보전, 복구 연구가 활발하다. 패키지 게임의 보관과 달리,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 위주로 발전해서 초기 모습 보전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의 출시 때 모습은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서 사료적 가치가 있다. 일부 스크린샷과 영상은 남아있지만, '플레이' 재현은 쉽지 않다. 넥슨은 사명감으로 '바람의 나라' 복원을 시도한 바 있다. 최 관장은 "게임의 역사적 가치를 남기기 위해, 게임사가 사명감을 갖고 데이터를 보관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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