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소는 노가다 게임이에요.
왜나구요?
어디 가기만 하면 이름모를 NPC가 튀어나오더니 "뭐 몇마리, 뭐 몇마리 잡아줘 그냥 내가 힘들어" 그러거든요.
어딜가나 똑같아요. 종류만 좀 다를 뿐이지.
여기서 문제는 "뭐 몇마리, 뭐 몇마리 잡아줘" 부분이 아니에요.
"그냥 내가 힘들어" 부분이 문제지요.
MMORPG에서 사냥은 꽤 중요한 부분이지요.
당연히 새로운 외형의 몹, 새로운 패턴의 몹이 나오면 잡아보라는 퀘스트가 날아올만도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잡아봐~ 라고 날아온다는 거에요.
'일이삼'이라는 NPC가 말씀하시길 '저 괴물이 내 물건을 가져갔어 잡고 다시 뺏어와' 라고 한다는 거에요.
여기엔 어떤 이야기도 없어요.
내 물건을 빼앗겨서 찾아오라는 이야기? 그건 이야기가 아니에요. 아무 재미도 감동도 없어요.
자 우리 다른 예를 한번 들어봐요.
"마비노X 영웅X" 라는 게임이 있어요.
이 게임은 하나의 챕터에는 비슷한 종류의 몬스터들만 등장해요, 보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죠.
그런데 유저는 챕터를 깨는 내내 '아 노가다네' 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같은몹을 여러번씩 다른 맵에 들어가 때려 잡으면서도 말이에요.
이 게임에는, 이 사냥에는 '스토리'가 있어요.
중요한 NPC가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거든요.
거기서는 '야 저 나쁜 X들이 내 덕후여자그림을 가져갔어! 난 그게 꼭 보고싶어! 찾아와줘!' 그러지 않아요.
밑도끝도없이 처음보는 사람 붙잡고 부탁하는것도 아니고, 부탁 들어주면 푼돈 쥐어주고 두번다시 상종을 안하는 그런 인간들이 퀘스트를 주는게 아니라구요!
네, 제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이거에요.
'블레이드&소울'에는 매력적인 NPC가 유저와 함께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않아요.
메인 퀘스트는 그래도 좀 괜찮아요. 노란색 그거 말이에요.
솔찍히 노란색 퀘스트도 NPC들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만큼 자주 등장하고 어필되는 것이 아니지만,
일단 넘어가요. 이것까지 건드리면 정말 끝도 없을거 같아요.
그런데 파란색 사이드 퀘스트는 다 틀려먹었어요.
그건 사이드 퀘스트가 아니에요. 노가다 퀘스트지.
사이드 퀘스트란건 말이죠, 이를테면 이런거에요.
'난 지금 진서연을 쫓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해적의 습격에 힘들어하는 대나무 마을이 있어서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그때 매력적인 NPC 도천풍이 대나무마을 지켜달라고 부탁해요.
그냥 처음보는 녀석이면 거절한 법도 한데, 도천풍이잖아요. 생명의 은인인 진짜 남자 도천풍이요.
결국 나는 짬을 내서 남해함대의 잔당을 물리치고, 대나무마을에 수비망루도 지어주고, 대포도 구해와요.
포인트는 이것이 하나의 흐름이라는 거에요. 잔당에서 대포까지.
누가 야 저거 잡아줘, 또 다른 누구는 야 저거 구해와, 이제 저쪽 저기 또 누군가까지 야 이거좀... 이거 아니구요.
내가 이걸 안했어도 레벨 20쯤 되면 진서연을 잡으러 갔겠지만, 이걸 하고나니 뿌듯해요.
대나무마을에 못보던 오브젝트들도 나와요. 언덕에 망루가 나타났다던가, 대나무마을 광장에서 축제를 한다던가 하는거요.'
이게 사이드 퀘스트지요.
유저가 처음보는 한 덕후의 미소녀 그림 찾아주고 보람을 느낄거 같으세요?
생판 남이 부탁한다고 XX파 행동대원 4명 모가지를 꺾어주면 뿌듯할거 같으세요?
NPC가 주는 파란 퀘스트는 너무 산발적이고 NPC도 너무 많아요. 그 NPC에 감정이입할수 없어요.
그런데 그걸 부추기는게 하나 더 있네요.
노란색 메인 퀘스트에 관련된 NPC를 빼고는 이름부터 이상해요.
유재수? 박명칠? 좋아요, 패러디 좋아해요. 재미있거든요.
근데 한 챕터에 한두명만요. 그거면 패러디 충분하잖아요?
원숭이처럼 만들고 이름이 '원숭'
무서운 얼굴인데 이름이 '안무섭'
잡화상인이라고 이름이 '잡화상'
뭐에요 이거?
우린 지금 홍석근을 죽인 진서연을 쫓는 정통 무협 이야기를 하는거 아니었어요?
황비홍 동생 이름이 '황동생'
황비홍 아내 이름은 '마누라'
아 이러면 황비홍 더 재미었었을까요? 더 몰입해서, 더 집중해서 봤을까요?
지금 블레이드&소울이 만들어가는 스토리는 시트콤이에요? 아니면 정통 무협이에요?
개그코드 필요해요. 재미있거든요. 근데 그게 절반 이상이면, 그건 개그 게임이 아닌가요?
진지한 메인 퀘스트와 개그 패러디가 1:1로 혼합되면 유저는 어느 장단에 맞춰 감정이입 하고 플레이를 해야 하는건지 헛갈려요.
우리가 잘 아는 게임 '디아블X3' 가 개그코드 끝내줘서 기대되는게 아니잖아요?
거기 여관주인 이름은 'Inn'
거기 대장장이 이름은 'Smith Black'
이런거 아니잖아요?
블레이드&소울도 어떤 분위기의 게임으로 갈지 정해진게 있을거에요.
그리고 그게 정해졌다면 그 길을 따라 가는게 좋을거 같아요. 눈돌리는건 잠깐으로 족해요, 사실 안돌려도 되고요.
우리 뒤를보면서 앞으로 걸어가진 않잖아요.
블레이드&소울이 왜 노가다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해요.
노가다 게임이라는 말은 사냥이 됐든 뭐가 됐든 '재미없는' 부분이 있다는 거잖아요.
분명 다른 게임에도 있는 사냥인데 왜 여기서는 '재미없는' 것이 되었을까, 저는 그것이 스토리의 부재라고 봐요.
물론 이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을거에요.
지금 우리는 3차 CBT를 했고, 여러 문제들을 보았어요.
다음 CBT에는, 아니면 다음 OBT에는 이것들이 잘 고쳐져서 나왔으면 하고 바라며 이 글을 써요.